<김삼기의 시사펀치> 금한국의원 상유십이

금한국의원 상유십이(今韓國議員 尙有十二).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 재석 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국민의힘서 12명의 이탈표가 나온 셈이다.

1차 표결서 찬성 투표했거나 이후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 7명(조경태,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김재섭, 진종오, 한지아)이 그대로 찬성표를 던졌다는 전제로 추가 찬성표는 5명으로 보인다. 이들은 부결 당론이 유지된 상태서도 당론과 달리 자기 소신대로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2차 표결을 앞두고 “오늘은 우리 모두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며, 찬성 의사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표결 결과를 분석해보면, 국회의원 300명 중 277명(범야권 192명, 국민의힘 85명)은 당론에 따라 투표했고, 기권과 무효 11표는 의사 표현을 포기했고, 12명만이 당론을 거부하면서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한다며 소신 있게 투표했다. 범야권 의원들은 당연히 명분과 실리 둘 다 얻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국민의힘 의원 12명은 명분을 위해 과감히 실리를 버린 자들이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12명을 제명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탄핵을 지지했던 대다수의 국민은 “지금 한국엔 12명의 국회의원이 있습니다(今韓國議員 尙有十二)”는 정서와 함께 이들 12명을 배신파가 아닌 소신파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의힘이 잊어선 안 된다.  


427년 전 충무공 이순신이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라고 선조에 항명한 것처럼, 우리 국민이 “지금 한국엔 12명의 국회의원이 있습니다”라고 윤 대통령과 정부에 반항하면서 전 세계에 계엄 선포의 부당함을 알리며 12명 의원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1597년 7월 원균이 이끌던 조선 수군이 경남 거제 칠천량 해전서 왜군 유인 작전에 속아 판옥선 약 150척과 군사 7000여명을 잃고 패하자, 선조는 칠천량 해전 대패를 수습하고자 백의종군 중인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에 복직시켰다.

이순신은 조선 수군을 재건하기 위해 540여㎞에 달하는 경남지역과 전남지역을 다니며 수군을 모집했다. 그런데 한 달 후 선조는 이순신에게 수군을 폐하고 육군에 합류하라고 교지했다.  

이에 이순신은 다음과 같이 장계(신하가 왕에게 보고하는 문서)를 써 항명했다.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신에겐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전선수과(戰船雖寡) 전선의 수가 절대 부족하지만
미신불사즉(微臣不死則) 보잘 것 없는 신이 살아 있는 한
불감모아의(不敢侮我矣) 감히 적은 조선의 바다를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이순신이 장계를 통해 항명한 이유는 교지대로 수군을 폐하고 육군에 합류하면 왜군이 서해까지 올라와 조선의 곡창지대인 전라도와 수도 한양까지 빼앗길 게 자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2차 표결서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12명도 당론을 따를 경우 국가가 탄핵 정국에 빠져 국가의 모든 기능이 마비될 것인데 이를 막고,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잘못됐다는 점을 역사와 후손과 전 세계에 알려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수군을 재건해야 나라가 살고, 백성이 산다는 걸 염두에 두고 올린 이순신의 상유십이(尙有十二) 장계는 사실상 육군에 합류하라는 선조의 왕명에 대한 확실한 거부였다. 

2차 표결서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12명도 분명 당에 대한 항명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순신이 항명 후 전남 진도와 해남 사이에 위치한 울돌목(명량)서 왜군 300여척을 섬멸하는 명량대첩이라는 신화를 썼듯이, 국민의힘 의원 12명도 당보다 국가와 국민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우리나라 헌정사에 큰 족적을 남긴 것이다.

아울러 2차 표결서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의원 12명은 잘못된 계엄 선포는 인정하면서 탄핵은 반대하는 국민의힘의 모순된 셈법에 대한 국민적 비난도 불식시킨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범야권은 국민의힘 의원 12명의 존재가 범야권에 던진 메시지도 새겨들어야 한다. 당만 생각하고 오로지 당론만 따르는 자세를 바꿔 앞으론 당이나 대표만 위해 모든 상황을 밀어붙이는 전략에 순응하지 말고 소신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서도 향후 대표의 사법적 문제가 불거질 때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며 과감히 자신의 주장을 펼 줄 아는 소신파 12명의 의원들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고 우리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

탄핵을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 12명의 의견이 맞다고 응원하는 게 아니다. 소신파 12명에게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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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