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 선순환 고리 당면 과제

알짜 자산 팔아 겨우 연명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코오롱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이 보릿고개를 보내고 있다. 그룹 계열사에 알짜 자산을 매각해야 할 만큼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원가 상승과 금융비용 부담으로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달 21일 ‘서초 스포렉스 토지 및 건물’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총 매각 대금은 4310억원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계약금 431억원을 지급 완료했고, 오는 24일 잔금 3871억원을 납부해 부동산 매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유동성 어려움

코오롱글로벌이 부동산 양도를 결정한 건 14년 만이다. 코오롱글로벌 전신인 코오롱건설은 2010년 11월 ㈜코오롱에 경기 과천시 코오롱타워 본관의 지분 20%를 180억원에 넘긴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코오롱글로벌이 자산 매각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코오롱글로벌은 지난달 12일 유형 자산 양도를 결정하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이유로 들었다.

현재 코오롱글로벌은 불안정한 재무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5538억원이었던 자기자본은 올해 3분기 기준 4537억원으로 1000억원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1조6670억원에서 2조5864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자본 감소와 부채 증가가 맞물리면서 재정건전성은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말 384%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3분기에 559.6%로 뛰어올랐고, 차입금의존도는 34.8%에서 46.5%로 높아진 상황이다.

수익성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3분기 연결 매출 7098억원, 영업손실 2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7% 증가했지만 영업손익은 적자 전환했다. 비주택 부문 매출 증가가 확연했음에도 주택원가 및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룹 계열사에 넘긴 금싸라기
실적·재무 동반 뒷걸음질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2조2085억원, 205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000억원 증가한 반면, 45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말 91.5%던 원가율이 올해 3분기 기준 94.8%로 3.3%p 높아졌다.

코오롱글로벌은 당분간 높아진 원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창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지난달 초 건설산업점검 보고서를 통해 “코오롱글로벌 진행 사업장들의 높은 예정원가율과 준공 스케줄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저하한 수익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오롱글로벌의 부진한 행보는 그룹의 후계자인 이규호 부회장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코오롱글로벌 사내이사에 공식 선임됐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모빌리티 출범 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장을 맡다가 코오롱모빌리티로 옮긴 후 1년여 만에 다시 코오롱글로벌에 복귀했다.

이 부회장은 지주사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아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게 필요하다. 부친인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2018년 경영 일선에서 퇴임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후계자에게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언제쯤 정상화?

코오롱글로벌 경영을 총괄하는 김정일 대표이사 사장도 어깨가 무겁긴 마찬가지다. 김 사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사장 시절 투명 폴리이미드필름(CPI) 사업총괄로서 폴더블폰 시장을 공략한 점 등을 인정받아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코오롱그룹은 2021년 말, 김 사장을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성과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른다는 성과주의 원칙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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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