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1패’ 민주당 예측 불가 앞날

어차피 반반, 올인 결과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쥐고 흔들었던 ‘11월 위기설’이 지나갔다. 결과는 1승 1패. 정치권이 예상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면서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잔인한 한 달을 겨우 넘긴 민주당이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부터 열흘 뒤인 지난달 25일 법원은 위증교사 사건 1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여의도 안팎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예상했지만 전부 빗나간 것이다.

빗나간 예상
반전에 반전

두 판결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반응은 그때마다 제각각이었다. 이 대표가 의원직 상실형을 받자 민주당은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 “포악한 권력자에 굴복한 일개 판사의 일탈”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반면, 국민의힘은 “사필귀정”이라며 사실상 이 대표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봤다.

이후 지난달 25일 재판서 무죄가 나오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쉽다는 짧은 입장을 냈다. 민주당은 “정의로운 판결로 진실을 밝혀준 사법부”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라며 환호했다.


이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열흘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징역형 판결은 ‘정치 판결’ ‘미친 판결’이라고 맹비난하더니 유리한 판결은 ‘사필귀정’이라고 하는 것은 위선적”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사법부 전체가 아닌 사건을 개별적으로 놓고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무죄 선고에 국민의힘은 적잖게 당황한 눈치다. 위증했다고 주장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씨는 일부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0만원을 받았지만 위증하도록 시킨 이 대표는 어째서 무죄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김씨의 일부 증언이 위증에 해당하지만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했디기에는 고의가 부족하다고 봤다.

법조인 출신의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위증죄가 성립하는 요건과 위증교사가 성립하는 요건 자체가 달라 (이번 판결은)법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재판부가 많은 고심을 했다고 본다. 사법부로서 검찰권 행사에 제동을 건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열흘 간격으로 희비가 엇갈리면서 여야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선고 결과가 나올 때마다 일희일비한다면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키우는 격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지도부 역시 의원 개개인에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의연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했다.

가까스로 넘긴 한고비 “한숨 돌렸다”
‘무죄+유죄=유죄’ 공세 펼치는 국힘

국민의힘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듯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두 재판 결과 모두 예측을 비껴갔으니 남은 선고도 지켜봐야 한다”며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그대로 굳어지면 앞으로 10년 동안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위증교사 사건이)무죄를 받았어도 (선거법 위반으로 1심서 유죄를 받았으니)어찌됐든 마이너스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위증교사의 경우 검찰이 항소심을 제출한 만큼 2심 역시 무죄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이 잠시 휘청였을지 언정 이 대표의 리더십은 건재하다는 평이다.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자 비명(비 이재명)계 모임인 초일회와 3총(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및 3김(김경수·김동연·김두관)은 ‘이 대표 흔들기’ 대신 ‘민주당 지키기’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최근 1심서 이 대표가 무죄 선고를 받은 뒤로는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지지층의 결집력이 강해진 결과 나설 명분이 사라졌으니 당분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달 26일 한 라디오를 통해 “당내서 플랜 B를 얘기하는 분은 없고, 당 밖에 계신 분들이 일부 희망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라며 “비명계 구심이라는 김동연 경기지사도 지난달 25일 저와 만나 이 대표 재판을 걱정하고 ‘당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사법부 압박을 최소화하는 대신 검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울 전망이다. 앞으로의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서 법원이 아닌 검찰에 날을 겨누는 것이 득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정적 제거만 몰두하는 검찰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키고 법치를 무너뜨리는 윤석열정부와 검찰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소리 높였다.

검찰 정조준
사법부 압박

이들은 오는 10일 토론회를 열고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방침이다. 민주당 친명계 초선 모임인 ‘더민초’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윤정부 퇴진에 힘을 싣겠다며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사법부로부터 눈을 돌린 민주당은 검사 탄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과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 검사 등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이 차장이 관여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불기소 처분은 직무 유기일뿐더러 공무원의 중립과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2일 검사 탄핵안을 본회의에 보고한 뒤 같은 달 4일 검사 탄핵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 박승환 1차장과 공봉숙 2차장, 이성식 3차장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권한 남용”이라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들은 “수사 검사들의 증거와 법리 판단에 따른 기소 여부 결정, 그리고 그에 대한 검사장의 정상적인 결재 절차를 통해 사건이 처분된 경우 직무집행에 있어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수사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불복 절차는 항고·재항고 등 형사사법 시스템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탄핵 사유가 부존재해 헌법재판소서 기각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서 탄핵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공직자의 직무를 정지시키고자 하는 데 주안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직무정지라는 목적을 위해 탄핵을 수단으로 삼는 결과가 돼 본말이 전도된 것일 뿐만 아니라 권한 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편에 서서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이 이 나라 시스템을 어디까지 망칠지 참 걱정된다. 특정인을 기소하거나 특정인을 유죄 판결했다고 해서 탄핵한다는 건 너무 후진적인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민생으로
승부수

자칫하면 민심의 역풍이 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민주당의 검사 탄핵 의지가 완고한 것은 김 여사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특권의식을 가진 검찰이 이 같은 결기로 ‘살아있는 권력’인 김 여사를 제대로 수사한 적 있었냐는 점에서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국민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김건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며 “(검찰은)여기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의견을 뒷받침했다.

민주당은 검찰 탄핵과 민생을 투트랙 전략으로 끌고 갈 방침이다. 이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축소하면서도 동시에 외연 확장을 통해 대권주자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표는 1심 무죄 판결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제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여당에 말하고 싶다”며 민생경제에 속도를 올리겠단 의지를 밝혔다.

이후 이 대표는 판결 결과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각종 토론회와 현장을 찾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 역시 대안 정당, 수권 정당을 기조로 잡고 연일 논평을 쏟아냈다.

우선 지난달 27일 이 대표는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현장 간담회서 “교육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공동체, 국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재정 여력이 없는 교육청은 사업을 줄이거나 복지 및 시설 보수유지 비용을 깎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수십조원이 투자되는 윤석열정부의 ‘초부자 감세’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특례 기간을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본회의서 의결은 될 텐데 이것도 (윤석열 대통령이)거부권을 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플랜 B 없다” 이 구심점으로 단일대오
검사 탄핵·민생 법안 투트랙으로 돌파

지난달 28일에는 한국거래소를 찾아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게 맞지만 (여당이 위원장인)국회 정무위원회 소관이라 될 리가 없다”며 “이미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을 할 것처럼 얘기하다가 지금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오히려 발목 잡고 있다고 말했다.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상법 개정을 하고 그 외에도 주주들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지배경영권 남용과 부당 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표는 “누군가는 부당하게 이익을 보고 선량한 대다수는 손해를 보는 시장은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대표적인 게 주가조작 아니냐? 주가조작으로 수십억이 주머니에 들어왔다고 해도 힘 세고 권력이 있으면 처벌도 받지 않고 이익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를 받는 김 여사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관련 4법을 ‘농망4법’이라고 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를 추진했다. 지난 1일에는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했으며, 오는 8일에는 ‘쌀값 안정화를 위한 농민 간담회’에 참여하기 위해 나주로 향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예정이었던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날짜도 오는 10일로 미뤘다. ‘당원게시판 논란’ ‘김건희 특검 중대 결심’ 등으로 갈등을 겪는 친한(친 한동훈)계 이탈표를 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같은 민생 법안에 여당이 투표해야 하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민생’ 두 글자를 앞세운 만큼 ‘이재명 방탄’이라는 국민의힘 측 목소리도 잦아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는 법정 시한인 2일까지 처리하고 ‘김건희 예산안’은 축소, 민생 예산은 확대하는 등의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 민주당이 채해병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명단을 제출하면서 여야가 또다시 대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건희 특검법만큼 부담되는 안건을 올린 뒤 “국정조사 수용을 결단하라”며 공을 여당에 넘긴 것이다.

사느냐
마느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플랜 B는 없다”며 이 대표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지만 법원의 시간에 돌입하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플랜 B, C, D까지 준비해도 종잡을 수 없는 게 법원의 생태계”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이나 연초 즈음 크게 판이 뒤집힐 것 같다. 민주당뿐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에도 해당하는 일”이라며 “여기저기서 이 대표 앞날을 예상하는데 부질없다. 이 대표가 기적적으로 회생할 수 있고 대권주자로서 무너질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옳다고 생각되는 길을 뚜벅뚜벅 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2년 구형 김용, 이재명과 무슨 관계?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항소심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김 전 부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대표와 혐의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그의 판결이 이 대표 재판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추측이 한때 여의도 정가를 떠돌았다.

검찰은 공범으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징역 1년, 자금 공여자인 남욱씨에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민주당은 “김 전 부원장에 대해서는 법정 최고형을 구형한 반면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 남씨에 대해서는 사실상 선처를 요구했다”며 “이는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검사의 정치적 탄압 의도며 나머지 세 사람의 허위진술에 대한 보상이자 특혜성 구형”이라고 주장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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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