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자 축구판 만수르 미셸 강

메시도 몰랐는데 세계 축구 중심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재미동포 미셸 강 회장이 미국축구협회에 여성 중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 기업가로 성공한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3개의 여성 축구단을 운영하며 인생 2막을 열었던 그는 지난 2020년부터 여성 스포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서 태어나 미국 이민 후 성공한 여성 사업가인 미셸 강이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있는 축구클럽 3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미국 여자축구에 거금을 기부했다. 재미동포 여성 사업가 미셸 강 회장이 미국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3000만달러(약 418억원)를 기부해 화제다. 해당 금액은 여성이 쾌척한 미국축구협회 기부금 중 최고액이다.

한국 태생
미국 이민

미국축구협회는 지난 20일(한국시각) “미셸 강 회장이 협회의 여성 및 유소녀 프로그램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3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며 “미국축구협회의 여성 및 유소녀 프로그램에 대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기부”라고 밝혔다.

미국축구협회는 강 회장의 기부금으로 유소녀 선수들의 경쟁 기회를 확대하고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육성하며, 여성 선수·코치·심판의 전문성 개발을 촉진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는 너무 오랫동안 과소평가되고 간과됐다”며 “저는 여성 선수들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데 필요하고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경기장 안팎서 여성 축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전념하려 한다”고 전했다.


신디 팔로우 콘 미국축구협회 회장은 “미셸 강의 선물은 미국의 여성 및 유소녀 축구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선수, 코치, 심판을 포함한 우리 축구계서 여러 세대의 여성 및 유소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셸 덕분에 우리는 여성과 유소녀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11대, 13대 국회의원으로 여성 권익 신장에 이바지한 이윤자 전 의원의 딸로 서강대에 재학하다 1981년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한국에선 여성은 결혼=퇴사가 당연했고, 경력을 이어나간다고 해도 유리천장을 깨기 어려웠다. 나의 꿈은 최고경영자(CEO)의 비서가 아닌 CEO가 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혼수 자금을 당겨서 달라”고 부모를 설득해 미국서 대입부터 다시 시작,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EY에 들어가 컨설턴트로 일하다 ‘포춘 500대 기업’인 방위산업체 노스럽그러먼의 임원으로 이직했다. 

그러다 2008년 48세 나이에 미국 워싱턴DC서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업체인 코그노상트를 창업했다. 그는 미국서 활동하며 헬스케어 정보기술 분야가 아직 블루오션으로 남아있다고 판단했고, 그의 판단을 증명하듯 코그노상트를 10여년 만에 연매출 4억달러(약 5500억원)에 직원 200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미국축구협회에 418억 기부 화제
여성 기부 최고액…그녀는 누구?

강 회장은 성공비결에 대해 “미국서 여성이 세운 회사는 100만달러 매출을 넘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게 다른 사람의 힘이고 팀워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의 힘을 키우기 위해 회사 매출이 2000만달러일 때도 10억달러 회사에 뒤지지 않는 조건을 내세워 직원들을 뽑았다”며 “남들이 잘 안 하는 과감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매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가로 성공한 강 회장은 이제 여성 축구 구단주로서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다. 기업 CEO로서 유리천장을 몸소 깬 그는 은퇴를 고심하던 시점부터 여성 축구계에 자꾸 관심이 갔다고 한다. 어떤 선수의 우수성, 어떤 팀의 우승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여성 축구계가 남성 축구계에 비해 이윤 창출이 부진하고 그렇기에 활력이 없어지는 악순환 때문이었다.


강 회장은 처음 여자 축구에 진출하면서 현지 언론에 “난 솔직히 리오넬 메시가 누구인지도 몰랐다”며 “나는 의료 업계도, 축구도 잘 모르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는 어느새 세 구단을 소유한 구단주가 됐다.

그가 인수한 축구단은 프랑스의 올랭피크 리옹 페미냉(Olympique Lyon Feminin), 미국의 워싱턴 스피릿(the Washington Spirit)과 영국의 런던시티 라이어네시즈(the London City Lionesses)다.

이 중 가장 먼저 인수한 구단은 워싱턴 스피릿이다. 그는 지난 2020년 12월 워싱턴 스피릿의 공동 구단주로 이름을 올린 지 2년이 지난 2022년에 단독 구단주가 됐다.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인 첼시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딸인 지나 부시 해거 등이 워싱턴 스피릿의 주요주주 명단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혼수 자금
당겨 사업

강 회장은 단독 구단주에 오른 후 “전임 감독의 폭력으로 선수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축구단 운영을 맡게 됐다”며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3년 내 선수 연봉과 팀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워싱턴 스피리트를 세계 최고의 여자 축구팀으로 키울 것”이라며 “그 이후에 유럽과 한국의 여자 축구팀을 인수해 세계적인 여자 프로축구단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강 회장이 두 번째로 인수한 구단은 잉글랜들 2부 클럽 소속인 런던시티 라이오네시스다. 강 회장은 지난해 말 런던시티를 인수한 후 연고지를 브롬리로 옮기고 세계적인 수준의 훈련 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2월엔 파리생제르맹 감독인 조셰린 프뤼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스웨덴 출신 베테랑 코소바레 아슬라니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강 회장은 두 번째 구단으로 런던시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런던시티가 독립적이어서다. 남성팀과 여성팀을 분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거래”라며 “클럽 이름에 런던이 들어가는 것은 실로 엄청나다. 축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에 들어가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잉글랜드 클럽을 한 팀씩 인수한 강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월17일 <AP통신>은 “미국여자축구리그 워싱턴의 구단주인 미셸 강 회장이 워싱턴과 프랑스 리그1 올림피크 리옹을 포함하는 ‘멀티 구단 법인’을 이끌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강 회장과 리옹을 소유한 OL그룹의 최대주주인 이글 풋볼 홀딩스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워싱턴과 리옹으로 구성된 별도의 축구 법인이 새로 설립된다. 강 회장은 이 법인의 대주주 겸 최고경영자가 된다. 사실상 강 회장이 리옹을 인수한 셈이다.

강 회장은 새 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OL그룹의 이사회에도 합류한다. <AP통신>은 당시 “해당 계약은 미국여자축구리그 사무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으며 6월 말에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이번 계약은 여자 프로축구 역사에서 중요한 진전”이라며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 8회 우승에 빛나는 리옹의 독보적인 전통과 2021년 미국여자축구리그 챔피언 워싱턴의 역동성이 결합해 여자축구를 새로운 시대로 안내할 것”이라 강조했다.


여자축구
새 시대로

3개의 구단을 인수한 강 회장은 지난 7월 여자축구의 프로화에 중점을 둔 세계 최초의 멀티구단 글로벌 조직 ‘키니스카 스포츠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강 회장의 꿈은 남자축구의 ‘시티풋볼그룹’ ‘레드불풋볼’과 같은 축구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의 대부호인 세이크 만수르는 지난 2014년 시티풋볼그룹이란 지주 회사를 세운 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뉴욕시티(미국), 멜버른시티(호주), 지로나(스페인) 등 12개국의 축구 구단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여 운영 중이다. 

시티풋볼그룹은 단순히 축구가 좋아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부동산 투자와 개발을 통해 자본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는 만큼 인수하는 구단 역시 대부분 투자를 통해 수익을 불리기 좋은 대도시 연고의 구단 위주로 구성돼있으며, 해당 구단이 빠르게 성장하거나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공격적인 초기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레드불풋볼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뉴욕 레드불스(미국), 브라간치누(브라질), 라이프치히(독일) 등 4개국서 프로축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음료 회사 레드불은 스포츠계에 많은 투자를 하는 그룹으로 유명하다. 

레드불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레이싱 스포츠 F1(Formula 1)을 비롯해 아이스하키, 크라켓, 랠리, 배구 등 여러 스포츠에 스폰을 하는 등 전 세계 스포츠계에 깊게 잠식돼있는 회사다. 레드불은 약 200개국서 판매되는 에너지 음료의 브랜딩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스포츠계에 투자를 하는 반면, 축구계에서는 직접적인 이윤을 발생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레드불풋볼그룹은 마치 공장의 생산 라인처럼 유망주를 발굴하고 양육하고 판매해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조슈아 킴미히, 엘링 홀란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이 시스템 안에서 탄생했으며 지금도 그들과 같은 수많은 인재들이 레드불 풋볼 시스템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도 돈이 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8월19일 <가디언>이 공개한 인터뷰서 “여성 스포츠가 좋은 사업이라는 걸 증명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절대 자선이 아니다. 진지한 투자”라고 밝혔다. 강 회장에게 여자축구를 비롯한 여성 스포츠는 수익성을 품은 ‘신사업’인 셈이다.

강 회장이 생각하는 여자축구 산업 확장의 핵심은 중계권과 판권 등 미디어를 통한 수익이다.

기업 CEO서 구단주로
현재 3개 구단 운영 중

강 회장은 “남성 스포츠도 미디어를 통해 버는 돈을 빼면 수익을 내는 팀이 그리 많지는 않다”며 “미국여자프로농구가 새로 맺은 계약을 보라. 그게 여자축구서도 새로 일어날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게 지금 어떤 상태인지’와 ‘그게 어디까지 클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거다. 아무도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는 데서 어리둥절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 사업적 역량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여자축구 경기를 보는 시청자가 경기당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남자 축구 시청자 수를 능가할 정도로 여자축구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여자축구도 남자 축구 못지않게 큰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기존 중계권 계약이 2025년 만료되는 미국여자프로농구는 지난 7월 디즈니, NBC, 아마존 등과 11년짜리 새 계약을 체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22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강 회장은 여성들에게도 더 많은 삶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강 회장은 “난 이민자고 운 좋게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 이제 내가 기회를 제공할 차례다. 똑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으나 동등한 기회는 줄 수 있다”면서 “대단히 재능 있는 젊은 여성이 전문적인 직업 경로가 보이지 않아 꿈을 포기하는 걸 봐왔다. 남자아이들처럼 제약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미국서 남자 축구선수는 40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지만 여자 선수의 평균 연봉은 4만달러에 그쳐 대부분 여자 선수들이 대학 졸업 후 축구를 포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는 것도 여자 선수들이고 아이비리그 출신 선수들도 수두룩한데 이들의 연봉이 남자 선수의 10% 수준에 그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구단 확장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대륙마다 팀 한 곳은 가지고 싶다”며 “욕심이나 허영심서 그런 게 아니라 여자아이들이 TV를 보고 ‘영국, 프랑스, 미국서나 있는 현상’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 회장은 한국에 먼저 진출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지난해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팀 인수나 창단도 검토한 걸로 알려졌다. 연고지까지 물색했으나 각종 행정상 난관에 구체적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은 걸로 전해진다.

“여 스포츠도 
돈이 된다”

이런 강 회장의 행보에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2023년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리오넬 메시를 몰랐던 강 회장이 지금은 세계 여자축구의 판도를 바꾸는 인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