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자 축구판 만수르 미셸 강

메시도 몰랐는데 세계 축구 중심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재미동포 미셸 강 회장이 미국축구협회에 여성 중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 기업가로 성공한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3개의 여성 축구단을 운영하며 인생 2막을 열었던 그는 지난 2020년부터 여성 스포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서 태어나 미국 이민 후 성공한 여성 사업가인 미셸 강이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있는 축구클럽 3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미국 여자축구에 거금을 기부했다. 재미동포 여성 사업가 미셸 강 회장이 미국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3000만달러(약 418억원)를 기부해 화제다. 해당 금액은 여성이 쾌척한 미국축구협회 기부금 중 최고액이다.

한국 태생
미국 이민

미국축구협회는 지난 20일(한국시각) “미셸 강 회장이 협회의 여성 및 유소녀 프로그램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3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며 “미국축구협회의 여성 및 유소녀 프로그램에 대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기부”라고 밝혔다.

미국축구협회는 강 회장의 기부금으로 유소녀 선수들의 경쟁 기회를 확대하고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육성하며, 여성 선수·코치·심판의 전문성 개발을 촉진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는 너무 오랫동안 과소평가되고 간과됐다”며 “저는 여성 선수들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데 필요하고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경기장 안팎서 여성 축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전념하려 한다”고 전했다.


신디 팔로우 콘 미국축구협회 회장은 “미셸 강의 선물은 미국의 여성 및 유소녀 축구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선수, 코치, 심판을 포함한 우리 축구계서 여러 세대의 여성 및 유소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셸 덕분에 우리는 여성과 유소녀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11대, 13대 국회의원으로 여성 권익 신장에 이바지한 이윤자 전 의원의 딸로 서강대에 재학하다 1981년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한국에선 여성은 결혼=퇴사가 당연했고, 경력을 이어나간다고 해도 유리천장을 깨기 어려웠다. 나의 꿈은 최고경영자(CEO)의 비서가 아닌 CEO가 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혼수 자금을 당겨서 달라”고 부모를 설득해 미국서 대입부터 다시 시작,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EY에 들어가 컨설턴트로 일하다 ‘포춘 500대 기업’인 방위산업체 노스럽그러먼의 임원으로 이직했다. 

그러다 2008년 48세 나이에 미국 워싱턴DC서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업체인 코그노상트를 창업했다. 그는 미국서 활동하며 헬스케어 정보기술 분야가 아직 블루오션으로 남아있다고 판단했고, 그의 판단을 증명하듯 코그노상트를 10여년 만에 연매출 4억달러(약 5500억원)에 직원 200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미국축구협회에 418억 기부 화제
여성 기부 최고액…그녀는 누구?

강 회장은 성공비결에 대해 “미국서 여성이 세운 회사는 100만달러 매출을 넘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게 다른 사람의 힘이고 팀워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의 힘을 키우기 위해 회사 매출이 2000만달러일 때도 10억달러 회사에 뒤지지 않는 조건을 내세워 직원들을 뽑았다”며 “남들이 잘 안 하는 과감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매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가로 성공한 강 회장은 이제 여성 축구 구단주로서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다. 기업 CEO로서 유리천장을 몸소 깬 그는 은퇴를 고심하던 시점부터 여성 축구계에 자꾸 관심이 갔다고 한다. 어떤 선수의 우수성, 어떤 팀의 우승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여성 축구계가 남성 축구계에 비해 이윤 창출이 부진하고 그렇기에 활력이 없어지는 악순환 때문이었다.


강 회장은 처음 여자 축구에 진출하면서 현지 언론에 “난 솔직히 리오넬 메시가 누구인지도 몰랐다”며 “나는 의료 업계도, 축구도 잘 모르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는 어느새 세 구단을 소유한 구단주가 됐다.

그가 인수한 축구단은 프랑스의 올랭피크 리옹 페미냉(Olympique Lyon Feminin), 미국의 워싱턴 스피릿(the Washington Spirit)과 영국의 런던시티 라이어네시즈(the London City Lionesses)다.

이 중 가장 먼저 인수한 구단은 워싱턴 스피릿이다. 그는 지난 2020년 12월 워싱턴 스피릿의 공동 구단주로 이름을 올린 지 2년이 지난 2022년에 단독 구단주가 됐다.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인 첼시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딸인 지나 부시 해거 등이 워싱턴 스피릿의 주요주주 명단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혼수 자금
당겨 사업

강 회장은 단독 구단주에 오른 후 “전임 감독의 폭력으로 선수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축구단 운영을 맡게 됐다”며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3년 내 선수 연봉과 팀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워싱턴 스피리트를 세계 최고의 여자 축구팀으로 키울 것”이라며 “그 이후에 유럽과 한국의 여자 축구팀을 인수해 세계적인 여자 프로축구단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강 회장이 두 번째로 인수한 구단은 잉글랜들 2부 클럽 소속인 런던시티 라이오네시스다. 강 회장은 지난해 말 런던시티를 인수한 후 연고지를 브롬리로 옮기고 세계적인 수준의 훈련 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2월엔 파리생제르맹 감독인 조셰린 프뤼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스웨덴 출신 베테랑 코소바레 아슬라니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강 회장은 두 번째 구단으로 런던시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런던시티가 독립적이어서다. 남성팀과 여성팀을 분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거래”라며 “클럽 이름에 런던이 들어가는 것은 실로 엄청나다. 축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에 들어가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잉글랜드 클럽을 한 팀씩 인수한 강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월17일 <AP통신>은 “미국여자축구리그 워싱턴의 구단주인 미셸 강 회장이 워싱턴과 프랑스 리그1 올림피크 리옹을 포함하는 ‘멀티 구단 법인’을 이끌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강 회장과 리옹을 소유한 OL그룹의 최대주주인 이글 풋볼 홀딩스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워싱턴과 리옹으로 구성된 별도의 축구 법인이 새로 설립된다. 강 회장은 이 법인의 대주주 겸 최고경영자가 된다. 사실상 강 회장이 리옹을 인수한 셈이다.

강 회장은 새 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OL그룹의 이사회에도 합류한다. <AP통신>은 당시 “해당 계약은 미국여자축구리그 사무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으며 6월 말에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이번 계약은 여자 프로축구 역사에서 중요한 진전”이라며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 8회 우승에 빛나는 리옹의 독보적인 전통과 2021년 미국여자축구리그 챔피언 워싱턴의 역동성이 결합해 여자축구를 새로운 시대로 안내할 것”이라 강조했다.


여자축구
새 시대로

3개의 구단을 인수한 강 회장은 지난 7월 여자축구의 프로화에 중점을 둔 세계 최초의 멀티구단 글로벌 조직 ‘키니스카 스포츠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강 회장의 꿈은 남자축구의 ‘시티풋볼그룹’ ‘레드불풋볼’과 같은 축구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의 대부호인 세이크 만수르는 지난 2014년 시티풋볼그룹이란 지주 회사를 세운 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뉴욕시티(미국), 멜버른시티(호주), 지로나(스페인) 등 12개국의 축구 구단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여 운영 중이다. 

시티풋볼그룹은 단순히 축구가 좋아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부동산 투자와 개발을 통해 자본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는 만큼 인수하는 구단 역시 대부분 투자를 통해 수익을 불리기 좋은 대도시 연고의 구단 위주로 구성돼있으며, 해당 구단이 빠르게 성장하거나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공격적인 초기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레드불풋볼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뉴욕 레드불스(미국), 브라간치누(브라질), 라이프치히(독일) 등 4개국서 프로축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음료 회사 레드불은 스포츠계에 많은 투자를 하는 그룹으로 유명하다. 

레드불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레이싱 스포츠 F1(Formula 1)을 비롯해 아이스하키, 크라켓, 랠리, 배구 등 여러 스포츠에 스폰을 하는 등 전 세계 스포츠계에 깊게 잠식돼있는 회사다. 레드불은 약 200개국서 판매되는 에너지 음료의 브랜딩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스포츠계에 투자를 하는 반면, 축구계에서는 직접적인 이윤을 발생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레드불풋볼그룹은 마치 공장의 생산 라인처럼 유망주를 발굴하고 양육하고 판매해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조슈아 킴미히, 엘링 홀란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이 시스템 안에서 탄생했으며 지금도 그들과 같은 수많은 인재들이 레드불 풋볼 시스템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도 돈이 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8월19일 <가디언>이 공개한 인터뷰서 “여성 스포츠가 좋은 사업이라는 걸 증명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절대 자선이 아니다. 진지한 투자”라고 밝혔다. 강 회장에게 여자축구를 비롯한 여성 스포츠는 수익성을 품은 ‘신사업’인 셈이다.

강 회장이 생각하는 여자축구 산업 확장의 핵심은 중계권과 판권 등 미디어를 통한 수익이다.

기업 CEO서 구단주로
현재 3개 구단 운영 중

강 회장은 “남성 스포츠도 미디어를 통해 버는 돈을 빼면 수익을 내는 팀이 그리 많지는 않다”며 “미국여자프로농구가 새로 맺은 계약을 보라. 그게 여자축구서도 새로 일어날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게 지금 어떤 상태인지’와 ‘그게 어디까지 클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거다. 아무도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는 데서 어리둥절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 사업적 역량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여자축구 경기를 보는 시청자가 경기당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남자 축구 시청자 수를 능가할 정도로 여자축구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여자축구도 남자 축구 못지않게 큰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기존 중계권 계약이 2025년 만료되는 미국여자프로농구는 지난 7월 디즈니, NBC, 아마존 등과 11년짜리 새 계약을 체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22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강 회장은 여성들에게도 더 많은 삶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강 회장은 “난 이민자고 운 좋게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 이제 내가 기회를 제공할 차례다. 똑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으나 동등한 기회는 줄 수 있다”면서 “대단히 재능 있는 젊은 여성이 전문적인 직업 경로가 보이지 않아 꿈을 포기하는 걸 봐왔다. 남자아이들처럼 제약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미국서 남자 축구선수는 40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지만 여자 선수의 평균 연봉은 4만달러에 그쳐 대부분 여자 선수들이 대학 졸업 후 축구를 포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는 것도 여자 선수들이고 아이비리그 출신 선수들도 수두룩한데 이들의 연봉이 남자 선수의 10% 수준에 그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구단 확장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대륙마다 팀 한 곳은 가지고 싶다”며 “욕심이나 허영심서 그런 게 아니라 여자아이들이 TV를 보고 ‘영국, 프랑스, 미국서나 있는 현상’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 회장은 한국에 먼저 진출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지난해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팀 인수나 창단도 검토한 걸로 알려졌다. 연고지까지 물색했으나 각종 행정상 난관에 구체적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은 걸로 전해진다.

“여 스포츠도 
돈이 된다”

이런 강 회장의 행보에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2023년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리오넬 메시를 몰랐던 강 회장이 지금은 세계 여자축구의 판도를 바꾸는 인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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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