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자 축구판 만수르 미셸 강

메시도 몰랐는데 세계 축구 중심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재미동포 미셸 강 회장이 미국축구협회에 여성 중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 기업가로 성공한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3개의 여성 축구단을 운영하며 인생 2막을 열었던 그는 지난 2020년부터 여성 스포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서 태어나 미국 이민 후 성공한 여성 사업가인 미셸 강이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있는 축구클럽 3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미국 여자축구에 거금을 기부했다. 재미동포 여성 사업가 미셸 강 회장이 미국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3000만달러(약 418억원)를 기부해 화제다. 해당 금액은 여성이 쾌척한 미국축구협회 기부금 중 최고액이다.

한국 태생
미국 이민

미국축구협회는 지난 20일(한국시각) “미셸 강 회장이 협회의 여성 및 유소녀 프로그램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3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며 “미국축구협회의 여성 및 유소녀 프로그램에 대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기부”라고 밝혔다.

미국축구협회는 강 회장의 기부금으로 유소녀 선수들의 경쟁 기회를 확대하고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육성하며, 여성 선수·코치·심판의 전문성 개발을 촉진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는 너무 오랫동안 과소평가되고 간과됐다”며 “저는 여성 선수들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데 필요하고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경기장 안팎서 여성 축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전념하려 한다”고 전했다.

신디 팔로우 콘 미국축구협회 회장은 “미셸 강의 선물은 미국의 여성 및 유소녀 축구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선수, 코치, 심판을 포함한 우리 축구계서 여러 세대의 여성 및 유소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셸 덕분에 우리는 여성과 유소녀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11대, 13대 국회의원으로 여성 권익 신장에 이바지한 이윤자 전 의원의 딸로 서강대에 재학하다 1981년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한국에선 여성은 결혼=퇴사가 당연했고, 경력을 이어나간다고 해도 유리천장을 깨기 어려웠다. 나의 꿈은 최고경영자(CEO)의 비서가 아닌 CEO가 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혼수 자금을 당겨서 달라”고 부모를 설득해 미국서 대입부터 다시 시작,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EY에 들어가 컨설턴트로 일하다 ‘포춘 500대 기업’인 방위산업체 노스럽그러먼의 임원으로 이직했다. 

그러다 2008년 48세 나이에 미국 워싱턴DC서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업체인 코그노상트를 창업했다. 그는 미국서 활동하며 헬스케어 정보기술 분야가 아직 블루오션으로 남아있다고 판단했고, 그의 판단을 증명하듯 코그노상트를 10여년 만에 연매출 4억달러(약 5500억원)에 직원 200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미국축구협회에 418억 기부 화제
여성 기부 최고액…그녀는 누구?

강 회장은 성공비결에 대해 “미국서 여성이 세운 회사는 100만달러 매출을 넘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게 다른 사람의 힘이고 팀워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의 힘을 키우기 위해 회사 매출이 2000만달러일 때도 10억달러 회사에 뒤지지 않는 조건을 내세워 직원들을 뽑았다”며 “남들이 잘 안 하는 과감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매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가로 성공한 강 회장은 이제 여성 축구 구단주로서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다. 기업 CEO로서 유리천장을 몸소 깬 그는 은퇴를 고심하던 시점부터 여성 축구계에 자꾸 관심이 갔다고 한다. 어떤 선수의 우수성, 어떤 팀의 우승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여성 축구계가 남성 축구계에 비해 이윤 창출이 부진하고 그렇기에 활력이 없어지는 악순환 때문이었다.

강 회장은 처음 여자 축구에 진출하면서 현지 언론에 “난 솔직히 리오넬 메시가 누구인지도 몰랐다”며 “나는 의료 업계도, 축구도 잘 모르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는 어느새 세 구단을 소유한 구단주가 됐다.

그가 인수한 축구단은 프랑스의 올랭피크 리옹 페미냉(Olympique Lyon Feminin), 미국의 워싱턴 스피릿(the Washington Spirit)과 영국의 런던시티 라이어네시즈(the London City Lionesses)다.

이 중 가장 먼저 인수한 구단은 워싱턴 스피릿이다. 그는 지난 2020년 12월 워싱턴 스피릿의 공동 구단주로 이름을 올린 지 2년이 지난 2022년에 단독 구단주가 됐다.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인 첼시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딸인 지나 부시 해거 등이 워싱턴 스피릿의 주요주주 명단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혼수 자금
당겨 사업

강 회장은 단독 구단주에 오른 후 “전임 감독의 폭력으로 선수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축구단 운영을 맡게 됐다”며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3년 내 선수 연봉과 팀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워싱턴 스피리트를 세계 최고의 여자 축구팀으로 키울 것”이라며 “그 이후에 유럽과 한국의 여자 축구팀을 인수해 세계적인 여자 프로축구단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강 회장이 두 번째로 인수한 구단은 잉글랜들 2부 클럽 소속인 런던시티 라이오네시스다. 강 회장은 지난해 말 런던시티를 인수한 후 연고지를 브롬리로 옮기고 세계적인 수준의 훈련 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2월엔 파리생제르맹 감독인 조셰린 프뤼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스웨덴 출신 베테랑 코소바레 아슬라니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강 회장은 두 번째 구단으로 런던시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런던시티가 독립적이어서다. 남성팀과 여성팀을 분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거래”라며 “클럽 이름에 런던이 들어가는 것은 실로 엄청나다. 축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에 들어가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잉글랜드 클럽을 한 팀씩 인수한 강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월17일 <AP통신>은 “미국여자축구리그 워싱턴의 구단주인 미셸 강 회장이 워싱턴과 프랑스 리그1 올림피크 리옹을 포함하는 ‘멀티 구단 법인’을 이끌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강 회장과 리옹을 소유한 OL그룹의 최대주주인 이글 풋볼 홀딩스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워싱턴과 리옹으로 구성된 별도의 축구 법인이 새로 설립된다. 강 회장은 이 법인의 대주주 겸 최고경영자가 된다. 사실상 강 회장이 리옹을 인수한 셈이다.

강 회장은 새 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OL그룹의 이사회에도 합류한다. <AP통신>은 당시 “해당 계약은 미국여자축구리그 사무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으며 6월 말에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이번 계약은 여자 프로축구 역사에서 중요한 진전”이라며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 8회 우승에 빛나는 리옹의 독보적인 전통과 2021년 미국여자축구리그 챔피언 워싱턴의 역동성이 결합해 여자축구를 새로운 시대로 안내할 것”이라 강조했다.

여자축구
새 시대로

3개의 구단을 인수한 강 회장은 지난 7월 여자축구의 프로화에 중점을 둔 세계 최초의 멀티구단 글로벌 조직 ‘키니스카 스포츠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강 회장의 꿈은 남자축구의 ‘시티풋볼그룹’ ‘레드불풋볼’과 같은 축구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의 대부호인 세이크 만수르는 지난 2014년 시티풋볼그룹이란 지주 회사를 세운 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뉴욕시티(미국), 멜버른시티(호주), 지로나(스페인) 등 12개국의 축구 구단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여 운영 중이다. 

시티풋볼그룹은 단순히 축구가 좋아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부동산 투자와 개발을 통해 자본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는 만큼 인수하는 구단 역시 대부분 투자를 통해 수익을 불리기 좋은 대도시 연고의 구단 위주로 구성돼있으며, 해당 구단이 빠르게 성장하거나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공격적인 초기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레드불풋볼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뉴욕 레드불스(미국), 브라간치누(브라질), 라이프치히(독일) 등 4개국서 프로축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음료 회사 레드불은 스포츠계에 많은 투자를 하는 그룹으로 유명하다. 

레드불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레이싱 스포츠 F1(Formula 1)을 비롯해 아이스하키, 크라켓, 랠리, 배구 등 여러 스포츠에 스폰을 하는 등 전 세계 스포츠계에 깊게 잠식돼있는 회사다. 레드불은 약 200개국서 판매되는 에너지 음료의 브랜딩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스포츠계에 투자를 하는 반면, 축구계에서는 직접적인 이윤을 발생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레드불풋볼그룹은 마치 공장의 생산 라인처럼 유망주를 발굴하고 양육하고 판매해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조슈아 킴미히, 엘링 홀란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이 시스템 안에서 탄생했으며 지금도 그들과 같은 수많은 인재들이 레드불 풋볼 시스템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도 돈이 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8월19일 <가디언>이 공개한 인터뷰서 “여성 스포츠가 좋은 사업이라는 걸 증명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절대 자선이 아니다. 진지한 투자”라고 밝혔다. 강 회장에게 여자축구를 비롯한 여성 스포츠는 수익성을 품은 ‘신사업’인 셈이다.

강 회장이 생각하는 여자축구 산업 확장의 핵심은 중계권과 판권 등 미디어를 통한 수익이다.

기업 CEO서 구단주로
현재 3개 구단 운영 중

강 회장은 “남성 스포츠도 미디어를 통해 버는 돈을 빼면 수익을 내는 팀이 그리 많지는 않다”며 “미국여자프로농구가 새로 맺은 계약을 보라. 그게 여자축구서도 새로 일어날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게 지금 어떤 상태인지’와 ‘그게 어디까지 클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거다. 아무도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는 데서 어리둥절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 사업적 역량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여자축구 경기를 보는 시청자가 경기당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남자 축구 시청자 수를 능가할 정도로 여자축구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여자축구도 남자 축구 못지않게 큰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기존 중계권 계약이 2025년 만료되는 미국여자프로농구는 지난 7월 디즈니, NBC, 아마존 등과 11년짜리 새 계약을 체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22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강 회장은 여성들에게도 더 많은 삶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강 회장은 “난 이민자고 운 좋게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 이제 내가 기회를 제공할 차례다. 똑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으나 동등한 기회는 줄 수 있다”면서 “대단히 재능 있는 젊은 여성이 전문적인 직업 경로가 보이지 않아 꿈을 포기하는 걸 봐왔다. 남자아이들처럼 제약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미국서 남자 축구선수는 40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지만 여자 선수의 평균 연봉은 4만달러에 그쳐 대부분 여자 선수들이 대학 졸업 후 축구를 포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는 것도 여자 선수들이고 아이비리그 출신 선수들도 수두룩한데 이들의 연봉이 남자 선수의 10% 수준에 그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구단 확장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대륙마다 팀 한 곳은 가지고 싶다”며 “욕심이나 허영심서 그런 게 아니라 여자아이들이 TV를 보고 ‘영국, 프랑스, 미국서나 있는 현상’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 회장은 한국에 먼저 진출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지난해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팀 인수나 창단도 검토한 걸로 알려졌다. 연고지까지 물색했으나 각종 행정상 난관에 구체적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은 걸로 전해진다.

“여 스포츠도 
돈이 된다”

이런 강 회장의 행보에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2023년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리오넬 메시를 몰랐던 강 회장이 지금은 세계 여자축구의 판도를 바꾸는 인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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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