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자 축구판 만수르 미셸 강

메시도 몰랐는데 세계 축구 중심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재미동포 미셸 강 회장이 미국축구협회에 여성 중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했다. 기업가로 성공한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3개의 여성 축구단을 운영하며 인생 2막을 열었던 그는 지난 2020년부터 여성 스포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서 태어나 미국 이민 후 성공한 여성 사업가인 미셸 강이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있는 축구클럽 3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미국 여자축구에 거금을 기부했다. 재미동포 여성 사업가 미셸 강 회장이 미국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3000만달러(약 418억원)를 기부해 화제다. 해당 금액은 여성이 쾌척한 미국축구협회 기부금 중 최고액이다.

한국 태생
미국 이민

미국축구협회는 지난 20일(한국시각) “미셸 강 회장이 협회의 여성 및 유소녀 프로그램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3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며 “미국축구협회의 여성 및 유소녀 프로그램에 대한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기부”라고 밝혔다.

미국축구협회는 강 회장의 기부금으로 유소녀 선수들의 경쟁 기회를 확대하고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육성하며, 여성 선수·코치·심판의 전문성 개발을 촉진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는 너무 오랫동안 과소평가되고 간과됐다”며 “저는 여성 선수들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데 필요하고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경기장 안팎서 여성 축구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전념하려 한다”고 전했다.

신디 팔로우 콘 미국축구협회 회장은 “미셸 강의 선물은 미국의 여성 및 유소녀 축구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선수, 코치, 심판을 포함한 우리 축구계서 여러 세대의 여성 및 유소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셸 덕분에 우리는 여성과 유소녀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11대, 13대 국회의원으로 여성 권익 신장에 이바지한 이윤자 전 의원의 딸로 서강대에 재학하다 1981년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한국에선 여성은 결혼=퇴사가 당연했고, 경력을 이어나간다고 해도 유리천장을 깨기 어려웠다. 나의 꿈은 최고경영자(CEO)의 비서가 아닌 CEO가 되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혼수 자금을 당겨서 달라”고 부모를 설득해 미국서 대입부터 다시 시작, 시카고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EY에 들어가 컨설턴트로 일하다 ‘포춘 500대 기업’인 방위산업체 노스럽그러먼의 임원으로 이직했다. 

그러다 2008년 48세 나이에 미국 워싱턴DC서 헬스케어 정보기술(IT) 업체인 코그노상트를 창업했다. 그는 미국서 활동하며 헬스케어 정보기술 분야가 아직 블루오션으로 남아있다고 판단했고, 그의 판단을 증명하듯 코그노상트를 10여년 만에 연매출 4억달러(약 5500억원)에 직원 2000여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미국축구협회에 418억 기부 화제
여성 기부 최고액…그녀는 누구?

강 회장은 성공비결에 대해 “미국서 여성이 세운 회사는 100만달러 매출을 넘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그 한계를 뛰어넘게 하는 게 다른 사람의 힘이고 팀워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의 힘을 키우기 위해 회사 매출이 2000만달러일 때도 10억달러 회사에 뒤지지 않는 조건을 내세워 직원들을 뽑았다”며 “남들이 잘 안 하는 과감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매년 매출이 두 자릿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업가로 성공한 강 회장은 이제 여성 축구 구단주로서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다. 기업 CEO로서 유리천장을 몸소 깬 그는 은퇴를 고심하던 시점부터 여성 축구계에 자꾸 관심이 갔다고 한다. 어떤 선수의 우수성, 어떤 팀의 우승 가능성 때문이 아니라 여성 축구계가 남성 축구계에 비해 이윤 창출이 부진하고 그렇기에 활력이 없어지는 악순환 때문이었다.

강 회장은 처음 여자 축구에 진출하면서 현지 언론에 “난 솔직히 리오넬 메시가 누구인지도 몰랐다”며 “나는 의료 업계도, 축구도 잘 모르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는 어느새 세 구단을 소유한 구단주가 됐다.

그가 인수한 축구단은 프랑스의 올랭피크 리옹 페미냉(Olympique Lyon Feminin), 미국의 워싱턴 스피릿(the Washington Spirit)과 영국의 런던시티 라이어네시즈(the London City Lionesses)다.

이 중 가장 먼저 인수한 구단은 워싱턴 스피릿이다. 그는 지난 2020년 12월 워싱턴 스피릿의 공동 구단주로 이름을 올린 지 2년이 지난 2022년에 단독 구단주가 됐다. 당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딸인 첼시 클린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딸인 지나 부시 해거 등이 워싱턴 스피릿의 주요주주 명단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혼수 자금
당겨 사업

강 회장은 단독 구단주에 오른 후 “전임 감독의 폭력으로 선수들이 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축구단 운영을 맡게 됐다”며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3년 내 선수 연봉과 팀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워싱턴 스피리트를 세계 최고의 여자 축구팀으로 키울 것”이라며 “그 이후에 유럽과 한국의 여자 축구팀을 인수해 세계적인 여자 프로축구단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강 회장이 두 번째로 인수한 구단은 잉글랜들 2부 클럽 소속인 런던시티 라이오네시스다. 강 회장은 지난해 말 런던시티를 인수한 후 연고지를 브롬리로 옮기고 세계적인 수준의 훈련 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2월엔 파리생제르맹 감독인 조셰린 프뤼처를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고, 스웨덴 출신 베테랑 코소바레 아슬라니를 영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강 회장은 두 번째 구단으로 런던시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런던시티가 독립적이어서다. 남성팀과 여성팀을 분리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거래”라며 “클럽 이름에 런던이 들어가는 것은 실로 엄청나다. 축구가 활성화되지 않은 지역에 들어가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잉글랜드 클럽을 한 팀씩 인수한 강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월17일 <AP통신>은 “미국여자축구리그 워싱턴의 구단주인 미셸 강 회장이 워싱턴과 프랑스 리그1 올림피크 리옹을 포함하는 ‘멀티 구단 법인’을 이끌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강 회장과 리옹을 소유한 OL그룹의 최대주주인 이글 풋볼 홀딩스가 맺은 계약에 따르면, 워싱턴과 리옹으로 구성된 별도의 축구 법인이 새로 설립된다. 강 회장은 이 법인의 대주주 겸 최고경영자가 된다. 사실상 강 회장이 리옹을 인수한 셈이다.

강 회장은 새 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OL그룹의 이사회에도 합류한다. <AP통신>은 당시 “해당 계약은 미국여자축구리그 사무국의 승인만 남겨두고 있으며 6월 말에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이번 계약은 여자 프로축구 역사에서 중요한 진전”이라며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UWCL) 8회 우승에 빛나는 리옹의 독보적인 전통과 2021년 미국여자축구리그 챔피언 워싱턴의 역동성이 결합해 여자축구를 새로운 시대로 안내할 것”이라 강조했다.

여자축구
새 시대로

3개의 구단을 인수한 강 회장은 지난 7월 여자축구의 프로화에 중점을 둔 세계 최초의 멀티구단 글로벌 조직 ‘키니스카 스포츠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강 회장의 꿈은 남자축구의 ‘시티풋볼그룹’ ‘레드불풋볼’과 같은 축구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의 대부호인 세이크 만수르는 지난 2014년 시티풋볼그룹이란 지주 회사를 세운 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 뉴욕시티(미국), 멜버른시티(호주), 지로나(스페인) 등 12개국의 축구 구단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여 운영 중이다. 

시티풋볼그룹은 단순히 축구가 좋아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부동산 투자와 개발을 통해 자본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는 만큼 인수하는 구단 역시 대부분 투자를 통해 수익을 불리기 좋은 대도시 연고의 구단 위주로 구성돼있으며, 해당 구단이 빠르게 성장하거나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공격적인 초기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레드불풋볼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뉴욕 레드불스(미국), 브라간치누(브라질), 라이프치히(독일) 등 4개국서 프로축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음료 회사 레드불은 스포츠계에 많은 투자를 하는 그룹으로 유명하다. 

레드불은 전 세계인이 즐기는 레이싱 스포츠 F1(Formula 1)을 비롯해 아이스하키, 크라켓, 랠리, 배구 등 여러 스포츠에 스폰을 하는 등 전 세계 스포츠계에 깊게 잠식돼있는 회사다. 레드불은 약 200개국서 판매되는 에너지 음료의 브랜딩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스포츠계에 투자를 하는 반면, 축구계에서는 직접적인 이윤을 발생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레드불풋볼그룹은 마치 공장의 생산 라인처럼 유망주를 발굴하고 양육하고 판매해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조슈아 킴미히, 엘링 홀란드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이 시스템 안에서 탄생했으며 지금도 그들과 같은 수많은 인재들이 레드불 풋볼 시스템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

강 회장은 여성 스포츠도 돈이 된다고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8월19일 <가디언>이 공개한 인터뷰서 “여성 스포츠가 좋은 사업이라는 걸 증명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절대 자선이 아니다. 진지한 투자”라고 밝혔다. 강 회장에게 여자축구를 비롯한 여성 스포츠는 수익성을 품은 ‘신사업’인 셈이다.

강 회장이 생각하는 여자축구 산업 확장의 핵심은 중계권과 판권 등 미디어를 통한 수익이다.

기업 CEO서 구단주로
현재 3개 구단 운영 중

강 회장은 “남성 스포츠도 미디어를 통해 버는 돈을 빼면 수익을 내는 팀이 그리 많지는 않다”며 “미국여자프로농구가 새로 맺은 계약을 보라. 그게 여자축구서도 새로 일어날 일”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게 지금 어떤 상태인지’와 ‘그게 어디까지 클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거다. 아무도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는 데서 어리둥절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 사업적 역량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여자축구 경기를 보는 시청자가 경기당 5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남자 축구 시청자 수를 능가할 정도로 여자축구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여자축구도 남자 축구 못지않게 큰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기존 중계권 계약이 2025년 만료되는 미국여자프로농구는 지난 7월 디즈니, NBC, 아마존 등과 11년짜리 새 계약을 체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계약 규모는 22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강 회장은 여성들에게도 더 많은 삶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강 회장은 “난 이민자고 운 좋게 아메리칸드림을 이뤘다. 이제 내가 기회를 제공할 차례다. 똑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으나 동등한 기회는 줄 수 있다”면서 “대단히 재능 있는 젊은 여성이 전문적인 직업 경로가 보이지 않아 꿈을 포기하는 걸 봐왔다. 남자아이들처럼 제약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미국서 남자 축구선수는 40만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지만 여자 선수의 평균 연봉은 4만달러에 그쳐 대부분 여자 선수들이 대학 졸업 후 축구를 포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는 것도 여자 선수들이고 아이비리그 출신 선수들도 수두룩한데 이들의 연봉이 남자 선수의 10% 수준에 그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강 회장은 구단 확장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는 “대륙마다 팀 한 곳은 가지고 싶다”며 “욕심이나 허영심서 그런 게 아니라 여자아이들이 TV를 보고 ‘영국, 프랑스, 미국서나 있는 현상’이라고 말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 회장은 한국에 먼저 진출하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은 지난해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팀 인수나 창단도 검토한 걸로 알려졌다. 연고지까지 물색했으나 각종 행정상 난관에 구체적 단계까지 진행되지는 않은 걸로 전해진다.

“여 스포츠도 
돈이 된다”

이런 강 회장의 행보에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지난 2023년 ‘영향력 있는 스포츠계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리오넬 메시를 몰랐던 강 회장이 지금은 세계 여자축구의 판도를 바꾸는 인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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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