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힘 싣는 조계종 속사정

문체부·체육회 갈등에 스님들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당한 도전일까, 과욕일까? ‘체육계 대통령’이라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씨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정부는 ‘절대 안 돼’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종교단체가 이 회장의 편에 섰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관의 특수법인으로 우리나라의 스포츠와 올림픽 사무를 총괄한다. 한 해 예산만 4000억원에 이른다. 대한체육회장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대 많은데…

최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문체부 간 갈등 수위가 임계점에 다다른 모양새다. 문체부는 지난 8월 내년도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히면서 생활체육 예산 416억원은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각 지자체가 시·도별 체육회에 집행하도록 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대한체육회가 문체부로부터 매년 4200억원을 지원받아 시·도별 체육회와 각 종목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던 것을 직접 교부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문체부는 “효율적인 체육 정책을 위해 앞으로도 예산체계를 지속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대한체육회를 겨냥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엘리트 체육의 위기론이 나오는 상황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한체육회를 통해 간접 지원되던 지역체육회 관련 예산을 문체부가 직접 관리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정책이 ‘월권’ ‘직권남용’ 등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예산 문제로 한차례 충돌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회장 연임 문제로 강하게 대립 중이다. 이 회장은 3선 도전에 나섰고 문체부는 절대 승인할 수 없다고 맞서는 상태다. 대한체육회가 회장 연임과 관련해 정관을 바꾸는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3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자 문체부 역시 제대로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7월 대한체육회는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를 골자로 한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현 정관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이하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거치면 3선도 도전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임시대의원 총회서 이 같은 절차를 없애 연임 제한의 걸림돌을 치운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종목단체나 지방 체육회서 임원을 맡을 인물이 부족하고 시군구 회장들은 자기 돈 내고 봉사하는 분들인데 이들의 연임을 심사할 공정위원회를 일일이 다 만들 순 없다”며 정관 개정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체육 단체장만이라도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달라면서 정관 개정안을 수정했다. 

문제는 문체부 승인이다. 유 장관은 “정관 개정안을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공언했다. 또 이 회장의 3선 도전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문체부는 비위 혐의를 들어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지난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대한체육회 비위 여부를 점검해 이 회장 등 8명을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 낭비(배임)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는 12일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해당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으며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고 밝혔다.

“망신주기식 수사 반대” 목소리
신도회장, 불교리더스포럼 대표


하지만 문체부의 수사 의뢰, 직무 정지도 이 회장의 3선 의지를 꺾지 못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12일 열린 전체회의서 이 회장의 연임 신청을 승인했다. 스포츠공정위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평가지표에 따라 연임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50대50 비율로 구성하고 있다. 

정량평가는 국제기구 임원 진출(10점)·재정기여도(10점)·단체운영 건전성(10점)·이사회 참석률(10점)·포상 여부(5점)·징계 및 개인 범죄사실 여부(5점) 등을 확인한다.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이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정성평가는 이 회장의 ‘IOC 현직 위원’ 프리미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이 회장은 기준 점수인 60점을 무난하게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스포츠공정위의 구성 면면이다. 스포츠공정위는 김병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15명이 모두 이 회장이 임명한 인사로 구성돼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을 지낸 경력도 있다. ‘셀프 심사’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 이 회장은 스포츠공정위 심사 당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문체부의 직무 정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정서 다투자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의 연임 승인에 “더 이상 체육회에 공정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체육회가 스포츠공정위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해 그 결과를 도출한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의 구성,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문체부, 국회, 언론 등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심의를 강행했다”며 “문체부는 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문체부와 이 회장 간의 갈등에 불교계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이하 주지협)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이기흥 회장에 대한 정부의 경찰 수사 의뢰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문체부가 각종 비위 혐의로 이 회장을 수사 의뢰한 이후 나온 내용이다. 주지협은 “이 회장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눈앞에 두고 당사자 확인도 거치지 않은 비위 점검 결과 발표로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며 “이 회장의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막기 위한 선거 개입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교계는 국무조정실이 수사 의뢰한 혐의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자거나 이 회장의 입장을 무조건 편드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회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올해 파리올림픽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등 한국 체육사에 막대한 공을 쌓았다”고 그의 공로를 강조했다.

또 ‘불교계 대표 신자’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등 불교계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25~26대 신도회장을 역임했다. 2022년 1월에 출범한 불교리더스포럼 상임대표도 수행하고 있다.

기어코 한다?


조계종의 성명서 발표에 의아함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랜 시간 불교계와 인연을 맺어온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움직임으로 보기엔 너무 갑작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3선 연임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국민 여론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4선 도전과 함께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상태다. 이 회장은 문체부의 제지와 경찰 수사를 넘으면 국민 여론이라는 벽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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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