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힘 싣는 조계종 속사정

문체부·체육회 갈등에 스님들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당한 도전일까, 과욕일까? ‘체육계 대통령’이라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3선에 도전하는 이기흥씨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정부는 ‘절대 안 돼’의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종교단체가 이 회장의 편에 섰다는 점이다. 

대한체육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소관의 특수법인으로 우리나라의 스포츠와 올림픽 사무를 총괄한다. 한 해 예산만 4000억원에 이른다. 대한체육회장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대 많은데…

최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문체부 간 갈등 수위가 임계점에 다다른 모양새다. 문체부는 지난 8월 내년도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히면서 생활체육 예산 416억원은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각 지자체가 시·도별 체육회에 집행하도록 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대한체육회가 문체부로부터 매년 4200억원을 지원받아 시·도별 체육회와 각 종목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던 것을 직접 교부 방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문체부는 “효율적인 체육 정책을 위해 앞으로도 예산체계를 지속적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대한체육회를 겨냥한 조처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엘리트 체육의 위기론이 나오는 상황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한체육회를 통해 간접 지원되던 지역체육회 관련 예산을 문체부가 직접 관리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정책이 ‘월권’ ‘직권남용’ 등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예산 문제로 한차례 충돌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회장 연임 문제로 강하게 대립 중이다. 이 회장은 3선 도전에 나섰고 문체부는 절대 승인할 수 없다고 맞서는 상태다. 대한체육회가 회장 연임과 관련해 정관을 바꾸는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3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자 문체부 역시 제대로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7월 대한체육회는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를 골자로 한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현 정관에 따르면 대한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대한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이하 스포츠공정위) 심사를 거치면 3선도 도전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는 임시대의원 총회서 이 같은 절차를 없애 연임 제한의 걸림돌을 치운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종목단체나 지방 체육회서 임원을 맡을 인물이 부족하고 시군구 회장들은 자기 돈 내고 봉사하는 분들인데 이들의 연임을 심사할 공정위원회를 일일이 다 만들 순 없다”며 정관 개정 사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체육 단체장만이라도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달라면서 정관 개정안을 수정했다. 

문제는 문체부 승인이다. 유 장관은 “정관 개정안을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공언했다. 또 이 회장의 3선 도전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문체부는 비위 혐의를 들어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지난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대한체육회 비위 여부를 점검해 이 회장 등 8명을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체육회 예산 낭비(배임)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문체부는 12일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해당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으며 이 회장의 직무를 정지했다”고 밝혔다.

“망신주기식 수사 반대” 목소리
신도회장, 불교리더스포럼 대표


하지만 문체부의 수사 의뢰, 직무 정지도 이 회장의 3선 의지를 꺾지 못했다.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12일 열린 전체회의서 이 회장의 연임 신청을 승인했다. 스포츠공정위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평가지표에 따라 연임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50대50 비율로 구성하고 있다. 

정량평가는 국제기구 임원 진출(10점)·재정기여도(10점)·단체운영 건전성(10점)·이사회 참석률(10점)·포상 여부(5점)·징계 및 개인 범죄사실 여부(5점) 등을 확인한다. 스포츠공정위 위원들이 자체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정성평가는 이 회장의 ‘IOC 현직 위원’ 프리미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그 결과 이 회장은 기준 점수인 60점을 무난하게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스포츠공정위의 구성 면면이다. 스포츠공정위는 김병철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15명이 모두 이 회장이 임명한 인사로 구성돼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을 지낸 경력도 있다. ‘셀프 심사’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 이 회장은 스포츠공정위 심사 당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문체부의 직무 정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정서 다투자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의 연임 승인에 “더 이상 체육회에 공정성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체육회가 스포츠공정위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해 그 결과를 도출한 것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의 구성,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문체부, 국회, 언론 등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심의를 강행했다”며 “문체부는 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문체부와 이 회장 간의 갈등에 불교계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이하 주지협)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내고 “이기흥 회장에 대한 정부의 경찰 수사 의뢰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문체부가 각종 비위 혐의로 이 회장을 수사 의뢰한 이후 나온 내용이다. 주지협은 “이 회장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눈앞에 두고 당사자 확인도 거치지 않은 비위 점검 결과 발표로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며 “이 회장의 대한체육회장 출마를 막기 위한 선거 개입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교계는 국무조정실이 수사 의뢰한 혐의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자거나 이 회장의 입장을 무조건 편드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회장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올해 파리올림픽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등 한국 체육사에 막대한 공을 쌓았다”고 그의 공로를 강조했다.

또 ‘불교계 대표 신자’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등 불교계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25~26대 신도회장을 역임했다. 2022년 1월에 출범한 불교리더스포럼 상임대표도 수행하고 있다.

기어코 한다?


조계종의 성명서 발표에 의아함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랜 시간 불교계와 인연을 맺어온 이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움직임으로 보기엔 너무 갑작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3선 연임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국민 여론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4선 도전과 함께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상태다. 이 회장은 문체부의 제지와 경찰 수사를 넘으면 국민 여론이라는 벽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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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