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부는 지지층 이탈 현상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1.18 11:43:08
  • 호수 15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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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 집권당 다 깨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해 올해 주요 선거를 치른 국가들의 여당은 경제 문제 로 인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유권자는 기존의 정치 논리를 뛰어넘어 실질적 삶을 직시하는 정치세력을 선택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미국 대선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국 투표수 중 7511만2005표(50.3%)를 얻었고, 투표인단 전체 538명 중 312명(57.99%)을 확보했다. 한국 언론과 현지 언론은 대체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기류가 강했다. 

보수·진보
예외 없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개표 시작 후 불과 12시간 만에 승리를 확정 지었다.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전국 득표서 패배했지만,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해 당선됐다. 이번 선거서는 전국 득표와 선거인단 확보 모두 상대 후보를 앞섰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라기보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패배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바이든 대통령 재임 4년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출마했다가 사퇴하고, 해리스 후보는 경선 없이 갑자기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소동이 있었다.

해리스 후보는 유권자의 민심과 괴리된 선거운동을 이어나갔고, 민심 저변이 원하는 정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해리스 후보가 패배했던 가장 큰 이유는 ‘블루 스테이트’로 알려진 민주당의 지지기반 이탈이 심했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지지기반인 동북부 뉴욕주와 서부 캘리포니아주서 모두 50%대를 득표하는 것에 그쳤던 것이 두드러진다. 경합주였던 플로리다주와 오하이오주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10% 이상 앞섰다.

일각에선 “플로리다주와 오하이오주는 이제 레드 스테이트(공화당의 텃밭)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경제 문제, 그중서도 고물가였다. 2022년부터 불거진 전 세계 고물가 현상은 멀게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각국서 꾸준히 진행한 양적완화의 결과라고 할 수 있고, 가깝게는 2021년 코로나19 백신 개발 이후 진행된 단계적 일상 회복의 여파라고 할 수 있다.

장기간 진행된 양적완화로 인해 시장에 대량의 화폐가 풀린 상황과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인한 수요 급증이 맞물린 것이다. 시장에 풀린 대량의 화폐는 제대로 분배되지 못했고, 대체로 주식·부동산·코인 시장에 몰렸다. 특히나 미국은 오래전부터 제조업이 둔화하고 있었고,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에 속하는 주들의 경제문제가 매우 심각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 중 일부였던 노조의 세가 꺾였다. 러스트 벨트에서는 대부분 트럼프 당선인이 얻은 표가 더욱 많았다.

이런 경제 상황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도 치명적인 패배 요인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조기 종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러시아 게이트를 언급하거나, 푸틴의 전쟁 승리 가능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역효과가 발생했음은 선거 결과로 확인된다. 최악의 경제 상황서 상대 후보 비방이 유권자의 귀에 들어갈 리가 없었다.


구태의연한 정치…철퇴 맞은 해리스
양적완화 16년 진행 결과 ‘고물가’

우크라이나는 동쪽 국경서 러시아와 직면하고, 북쪽 국경서 친러 독재국가 벨라루스와 직면한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오스만 제국과 국경이 맞닿으면서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방파제 역할을 했던 동로마 제국을 연상시킨다. 오스만 제국이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키면서 발칸 반도에 진출하자, 중세 유럽은 한동안 이슬람 공포증에 시달렸다.

해리스 후보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패배 시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쟁은 민심의 굳건한 지지가 있어야 수행될 수 있다. 20세기 초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와 케렌스키 임시정부가 각각 2월 혁명과 10월 혁명 때문에 8개월 간격으로 연이어 무너졌던 계기는 민심의 바람과는 다른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지속이었다. 

미국 민주당은 각각 6·25 전쟁과 베트남 전쟁을 이어가다가, 종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후보와 리처드 닉슨 후보를 각각 내세웠던 공화당에 패배했다. 1920년 제1차 세계대전 승리 이후 진행된 대선서도, 대규모 전쟁에 지친 미국 민심은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아니라 전통적인 고립주의 복귀를 내세운 공화당 워런 G. 하딩 후보를 선택했다. 미국 민주당은 역사적 전례도 되새기지 못했다.

올해 진행된 선거서 패배한 각국 여당은 모두 양적완화에 따른 고물가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패배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총선서 패배한 영국 보수당은 리즈 트러스 내각 시절인 지난 2022년 9월 금리 인상과 양적완화 사이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줬다.

아울러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감세까지 추진하면서 파운드화가 급격히 무너졌다. 미국 JP모건이 지난 2022년 10월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감세 정책 발표 이후 진행된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인해 영국 연기금이 입은 손실은 최대 1500억 파운드(약 243조원)으로 추산됐다. 

결국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취임 후 45일 만에 사퇴했다. 이어 리시 수낙 전 총리는 에너지 업계에 대한 횡재세 부과와 공공지출 축소 등 재정확충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보수당은 부분적으로 진행된 하원 보궐선거서 연이어 패배했고, 수낙 전 총리는 취임 후 약 1년2개월이 지난 2023년 12월 돌연 상속세 폐지·소득세 과세표준 상승·기본 소득세율 인하 등 감세를 추진했다.

전쟁 못 끝내
대선 3번 패

지난 3월에도 국민보험 부담금 요율 인하 등 총 100조원 규모의 감세를 다시 추진했다. 

수낙 전 총리는 서민원(하원) 해산에 이어 7월 예정됐던 조기 총선을 약 한 달여 앞둔 지난 5월26일 징병제 부활을 추진했다. 징병제 부활에 대해서는 리처드 다낫 전 육군참모총장도 “선거를 의식한 기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는 등 군부서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국방예산이 징병제를 소화할 만큼 넉넉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영국 보수당은 7월 총선서 서민원 의석을 불과 121석(전체 의석수 대비 18.6%)밖에 확보하지 못하는 대패를 당했다. 이어 집권한 노동당은 선거 중에는 “증세는 하지 않는다”고 공약했지만, 집권 직후인 지난 8월에는 키어 스타머 총리가 증세를 언급했다. 그러자 키어 스타머 내각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프랑스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소속 정당 르네상스가 참여한 우파연합 앙상블은 지난 6월30일부터 7월7일까지 진행된 국민의회 선거서 168석(전체 의석수 대비 29.1%)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182석을 확보한 제1당은 좌파 정당들이 연합한 신 인민전선이었고, 극우 정당으로 평가받는 국민전선은 126석을 확보했다. 그 이면에는 정년 연장을 통해 연금 지급 연령을 높이려고 한 연금개혁에 대한 큰 반발이 있었다. 

아울러 취임 초부터 지속했던 법인세 감세로 인해 정부 부채 비율이 늘어나, 지난 5월31일에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로부터 장기 국채 신용등급이 AA서 AA-로 강등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에는 유류세를 인상하려다가 노란 조끼 시위에 직면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서민 증세와 부자 감세를 모두 추진한 것이다. 감세에 반발한 국민은 신 인민전선을 선택했고, 증세에 반발한 국민은 국민전선을 선택했다.

일본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2015년부터 약 8년 동안 진행했던 아베노믹스의 후유증이 지난 10월 진행된 중의원 선거서 터졌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윤전기를 쌩쌩 돌려서 일본은행으로 하여금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게 하겠다”는 아베 전 총리 발언으로 상징되는 양적완화였다.

20년 넘게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선택한 처방이었지만, 실물경제에는 악영향을 줬다. 다른 나라들과 똑같이 고물가가 서민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2회에 걸쳐 소비세율을 5%서 10%로 올렸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 약 3년 동안 재임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방위비 증액을 위해 법인세·소득세·담배소비세 등 증세를 추진했다.

그러다가 지지율이 폭락하자 2023년 11월 소득세 감세 및 저소득층 지원금 지급 등 감세로 방향을 바꿨다. 기시다 전 총리의 별명은 상황에 따라 ‘증세 안경’과 ‘감세 안경’을 왕래했다. 

연전연패
심판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어받은 우리 경제 상황도 박근혜·문재인정부서 연이어 추진했던 양적완화 이후의 경제였다. 게다가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부채 문제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어 금리인상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미 간 금리 격차로 인해 자본의 이탈 가능성이 커지자, 한국은행은 지난 2022년 4월부터 연이어 금리를 올렸다. 이런 상황서 윤 대통령은 적극적인 감세를 추진했다. 종합부동산세 공제기준을 올렸고, 법인세와 소득세도 인하했다.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는 같은 해 7월 “기업이 투자·일자리 창출의 중심인 만큼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펼쳤고, 중산·서민층이 생계비 여력을 확보하도록 세 부담을 줄였다”고 말했다. 

“부자 감세 아니냐”는 비판과 “결국 낙수효과를 언급하는 것이냐”는 비판은 꾸준히 이어졌고, 고물가는 해결하지 못했다. 세수 결손으로 이어져 2023년에는 세수가 약 56조4000억원이 덜 걷혔다. 올해도 약 29조6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윤 대통령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월24일 제41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서 “수년째 이어오던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저물어가는 조짐이 보인다”면서도 “국민의 체감 경기는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인정하는 불안한 경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당 국민의힘은 지난 4월 총선서 불과 108석 확보에 그치는 참패를 당했다. 

각국 여당들은 각 당의 정책 기조와 당장의 상황에 따라 증세와 감세 사이서 혼란을 겪었고, 뭘 선택하든 국민의 저항에 직면했다. 증세하면 얇은 지갑이 더욱 얇아지고, 감세하면 그 혜택이 골고루 퍼지지 않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다.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에선 각 정당 지지층으로 인식됐던 계층과 집단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서는 민주당 지지층으로 인식됐던 아시아계와 히스패닉 남성의 트럼프 당선인 지지 증가가 확인됐고, 한국에선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를 이끌었던 2030 남성의 이탈이 확인됐다. 미국 민주당과 우리 국민의힘은 이 계층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정책과 행보를 이어갔다.

미국에서는 어퍼머티브 액션(소수인종 우대 정책)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는 공교육 붕괴로 인해 대학 진학률이 낮은 흑인·원주민·히스패닉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이들의 진학 비율을 고정하는 제도였다. 우리나라도 공공 부문서 지역인재 채용목표제·양성평등 채용목표제 등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미국서는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인해 소수인종 학생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고도 명문대 입시서 탈락하는 백인·아시아계 학생들이 꾸준히 발생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3년 6월29일 이 제도를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미국 민주당의 주류 사조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 올바름’에 기반한 정책이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격렬한 논쟁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반한 행보는 상당한 정치·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유지할 수 있는데, 미국 민주당의 기반 할리우드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유권자는 삶의 실존 고민
정치권은 갈등 편승 시도

정치적 올바름을 강하게 반영한 영화가 남녀 간 격론을 유발한 후 흥행서 참패한 사례가 이어졌던 것이다. 이 상황은 <스타워즈> <고스트버스터즈> <터미네이터>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영화 프랜차이즈서 이어졌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과 정당이라면 참고해야만 하는 사례였다.

하지만 민주당과 해리스 캠프는 남녀 갈등과 인종 갈등에 편승해 정치적 올바름을 선거운동의 기조로 꾸준히 이어나갔다. 심지어는 “남편 몰래 해리스에게 투표하자”는 취지의 여성 유권자 대상 선거운동까지 진행하는 웃지 못할 흐름도 있었다.

이는 실체가 불분명한 ‘히든 해리스’를 기대했던 선거운동이었다. 한국 정당이 늘 언급하는 ‘막판 지지층 결집’과 비슷한 전략을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성·히스패닉·아시아계 유권자들은 삶의 실존을 고민했다. 여성도 고물가의 고통서 예외가 될 순 없었다. 히스패닉 유권자는 자신이 미국에 합법적으로 정착한 이후 새로 미국에 진입하는 히스패닉 불법 입국자를 불편해했다. 아시아계 유권자는 흑인·원주민·히스패닉 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고도 명문대에 입학하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 정국서부터 2030 남성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난 2022년 1월 윤 당시 후보의 청년간담회 불참 후 스피커폰 인사 파문을 가리키는 ‘폰석열’ 사태는 선거 자체를 망칠 뻔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집권 이후에도 이준석 대표를 축출하는 등 2030 남성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서도 명확한 의견을 이야기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다가 지난 6월30일 공식 폐기했다.

물론 민주당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지난 10월16일 진행된 하반기 재보궐 영광군수 선거서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득표율은 41.08%에 불과했다. 진보당 이석하 후보는 30.72%를 득표했고,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도 26.56%를 득표했다.

민주당의 대표 기반 전남서 발생한 결과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인천 강화군서는 한연희 후보가 42.12%를 득표하는 등 선전했다. 전통적인 지역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양상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민주당은 같은 진영 소속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강하게 주장해 왔던 금융투자소득세 입법을 추진했다가 개미들의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다. 제20대 대선서 윤 대통령 지지세가 강했던 2030 남성은 그로부터 5년 전에는 문재인 후보에 투표한 이가 가장 많았다.

젊은 유권자는 남녀갈등·세금 관련 입법 등 상황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진영에 투표하고, 이익과 어긋나는 정책이나 의견을 드러내는 정당은 미련 없이 바꾸는 경향이 강하다. 이전까지 정치권의 기존 관성이었던 지역·진영 대결 구도로는 유권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감세해 잃고
증세해 떠나

이 같은 현상은 올해 선거를 치렀던 주요 국가서도 확인된다. 감세를 시도한 정당은 그 때문에 선거서 졌고, 증세를 시도한 정당은 그로 인해 선거서 패배하거나 지지율이 폭락했다. 보수정당이라서 감세하고, 진보정당이라서 증세하는 기존의 관성으로 일관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예외 없이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다. 

이제 정치권은 기성정치 논리를 뛰어넘는 유연함을 요구받고 있다. 아울러 갈등 조장이 아니라 갈등 해소를 하고, 유권자의 실질적 삶을 직시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는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 미 대선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선거는 정당에 어려운 숙제를 부여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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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