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꺼낸 케이팝 민낯

김건희보다 ‘하이브 국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래 위에 쌓은 성은 작은 파도에도 휘청였다. 방파제가 사라진 탓이다. 화려한 외형을 걷어내니 텅 빈 내부가 보였다. ‘눈 가리고 아웅’하고 덮어둔 모순이 성 전체를 휘감고 있다. 반짝이는 빛에 취해 외면했던 민낯이 ‘하이브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과연 케이팝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모두가 ‘김건희 국감’을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주인공은 ‘하이브’였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로 발돋움한 하이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말 그대로 ‘난타’당했다. 국회의원의 지적은 누리꾼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모회사와 자회사 대표 간의 갈등서 시작된 사태가 케이팝의 바닥을 들춰냈다. 

숨은 의장

지난달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에는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같은 달 15일에는 그룹 뉴진스의 하니 팜,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 겸 어도어 대표이사가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각각 참고인과 증인으로 나갔다.

같은 달 24일에는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이사가 종합국감 증인으로 섰다. 

‘하이브 국감’은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이사 간의 갈등이 일종의 나비효과를 일으킨 결과다. 민 전 대표가 단기필마로 하이브와 전투를 벌이다 뉴진스가 합류했고 팬덤인 버니즈가 뒤를 받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민 전 대표와 뉴진스의 문제 제기에 버니즈를 비롯한 일부 케이팝 팬이 힘을 보태자 민-합(민희진-하이브) 혹은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은 케이팝의 구조적인 문제, 즉 본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국감서 하이브 관계자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대표들을 신문하는 과정은 케이팝이 얼마나 허술한 지지대 위에 위태롭게 쌓아 올린 성인지를 드러냈다. 창작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부터 아티스트의 노동자성,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팬덤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포함한 케이팝의 모순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티스트는 그 노력을 등에 업고 전면에 나서는, 게임으로 따지면 일종의 플레이어다. 이때 게임과 다른 지점은 이 플레이어를 응원하는 팬이 있다는 점이다. 팬은 돈과 시간, 마음을 다해 아티스트를 지지한다. 아티스트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지만, 팬은 그 자리서 케이팝을 떠받치는 축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팬덤을 대하는 연예기획사의 태도는 팬덤을 ‘빠순이’라는 멸칭으로 불렀던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ATM’ ‘불가촉 천민’ 등으로 신분이 격하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7일 문체위 국감서 제기된 ▲음반 밀어내기 의혹 ▲포토카드 판매 ▲아이돌 굿즈 판매 관련 공정위 제재 등의 안건은 연예기획사가 소비자이면서 팬인, 갑이면서 을의 지점에 있는 팬덤을 상대로 어떤 갑질을 해왔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위버스컴퍼니는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제재에 대한 연장선상서 집중 질의를 받았다.

공정위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버몰을 통해 아이돌 굿즈, 음반 등을 판매하면서 ▲법이 정한 청약 철회 기간보다 짧은 임의의 기간을 설정하거나 ▲상품 개봉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없으면 환불을 거부하는 등 청약 철회를 제한하고 ▲제품 수령 가능 시점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는 등의 행위로 전자상거래등에서의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4개 판매사업자에 시정명령, 경고,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결정했다.

지적받은 판매사업자는 위버스컴퍼니·와이지플러스·에스엠브랜드마케팅·제이와이피쓰리식스티 등으로 이들이 받은 과태료는 1050만원이었다. 


하이브 관계자 줄줄이 소환
직장 내 괴롭힘·과로사 의혹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는 이날 국감에 출석해 공정위 제재 사항을 수용하고 조치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직접 아이돌 굿즈를 사서 개봉하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서 제품의 하자가 드러나 최 대표의 답변이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티스트와 창작자, 직원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문체위 국감에서는 안무가의 열악한 처우가 화두로 떠올랐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이른바 3대 엔터로 불리는 SM‧YG‧JYP 대표에게 케이팝서 안무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세 대표는 현재 안무가가 창작자로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등 계약 내용을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지난달 15일 환노위 국감은 뉴진스의 멤버 하니 팜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화제를 모았다. 하니는 지난 9월11일 뉴진스가 진행한 유튜브 방송서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번지면서 국감에 출석하게 된 것이다. 

쟁점은 아티스트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현재 노동법에 따르면 아티스트, 즉 연예인은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해 노동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처지다. 김 대표 역시 구성원과 아티스트라는 말로 구분하면서, 구성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 노동법에 따라 신고 조치 등이 가능하지만 아티스트는 하이브의 내부 가이드라인인 ‘상호 존중 행동규범’에 따라 구성원과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9월 사망한 하이브 직원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사무실서 일하던 이 직원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수면실에 갔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해당 직원의 사인이 ‘과로사’일 수 있다면서 하이브가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또 부검하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해당 직원이 ‘개인 질환’으로 사망했다면서 유족과 합의해 부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은 하이브의 ‘으뜸기업’ 선정 논란으로 번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2024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하이브를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에는 대통령 인증패가 수여되고 통합고용세액 공제를 비롯해 출입국 우대카드 발급, 정기 세무조사 유예, 신용평가 우대, 사증 체류 우대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고용노동부는 관련 심사에서 하이브에 대해 ‘수평적 소통을 지향’한다고 평가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 문제, 과로사 의혹 등이 나오면서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문체위 종합감사는 하이브 국감의 ‘화룡점정’이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꺼내든 ‘음악산업리포트’는 케이팝 시장을 뒤흔들었다. 타 소속사 아티스트는 물론 관계자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까운 표현이 가득 담긴 하이브의 내부 문건은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도 사라진 업계 1위 기업의 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어디에 있나?


국감 중간에 업계 동향을 긁어모은 것에 불과하다면서 유출자를 단죄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낸 행위는 국회의원의 질타를 받을 정도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하이브는 CEO 명의로 사과문을 냈지만 여론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사과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상황서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아티스트와 구성원을 방패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방 의장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케이팝 팬덤의 부정적인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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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