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꺼낸 케이팝 민낯

김건희보다 ‘하이브 국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모래 위에 쌓은 성은 작은 파도에도 휘청였다. 방파제가 사라진 탓이다. 화려한 외형을 걷어내니 텅 빈 내부가 보였다. ‘눈 가리고 아웅’하고 덮어둔 모순이 성 전체를 휘감고 있다. 반짝이는 빛에 취해 외면했던 민낯이 ‘하이브 사태’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과연 케이팝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모두가 ‘김건희 국감’을 예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주인공은 ‘하이브’였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로 발돋움한 하이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말 그대로 ‘난타’당했다. 국회의원의 지적은 누리꾼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모회사와 자회사 대표 간의 갈등서 시작된 사태가 케이팝의 바닥을 들춰냈다. 

숨은 의장

지난달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국정감사에는 양민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같은 달 15일에는 그룹 뉴진스의 하니 팜, 김주영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 겸 어도어 대표이사가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각각 참고인과 증인으로 나갔다.

같은 달 24일에는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 겸 빌리프랩 대표이사가 종합국감 증인으로 섰다. 

‘하이브 국감’은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이사 간의 갈등이 일종의 나비효과를 일으킨 결과다. 민 전 대표가 단기필마로 하이브와 전투를 벌이다 뉴진스가 합류했고 팬덤인 버니즈가 뒤를 받치면서 전선이 형성됐다. 민 전 대표와 뉴진스의 문제 제기에 버니즈를 비롯한 일부 케이팝 팬이 힘을 보태자 민-합(민희진-하이브) 혹은 민-방(민희진-방시혁) 대전은 케이팝의 구조적인 문제, 즉 본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국감서 하이브 관계자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 대표들을 신문하는 과정은 케이팝이 얼마나 허술한 지지대 위에 위태롭게 쌓아 올린 성인지를 드러냈다. 창작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부터 아티스트의 노동자성,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팬덤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포함한 케이팝의 모순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티스트는 그 노력을 등에 업고 전면에 나서는, 게임으로 따지면 일종의 플레이어다. 이때 게임과 다른 지점은 이 플레이어를 응원하는 팬이 있다는 점이다. 팬은 돈과 시간, 마음을 다해 아티스트를 지지한다. 아티스트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지만, 팬은 그 자리서 케이팝을 떠받치는 축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팬덤을 대하는 연예기획사의 태도는 팬덤을 ‘빠순이’라는 멸칭으로 불렀던 1990년대 후반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ATM’ ‘불가촉 천민’ 등으로 신분이 격하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7일 문체위 국감서 제기된 ▲음반 밀어내기 의혹 ▲포토카드 판매 ▲아이돌 굿즈 판매 관련 공정위 제재 등의 안건은 연예기획사가 소비자이면서 팬인, 갑이면서 을의 지점에 있는 팬덤을 상대로 어떤 갑질을 해왔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위버스컴퍼니는 지난 8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제재에 대한 연장선상서 집중 질의를 받았다.

공정위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버몰을 통해 아이돌 굿즈, 음반 등을 판매하면서 ▲법이 정한 청약 철회 기간보다 짧은 임의의 기간을 설정하거나 ▲상품 개봉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없으면 환불을 거부하는 등 청약 철회를 제한하고 ▲제품 수령 가능 시점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는 등의 행위로 전자상거래등에서의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전자상거래법)을 위반한 4개 판매사업자에 시정명령, 경고,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결정했다.

지적받은 판매사업자는 위버스컴퍼니·와이지플러스·에스엠브랜드마케팅·제이와이피쓰리식스티 등으로 이들이 받은 과태료는 1050만원이었다. 


하이브 관계자 줄줄이 소환
직장 내 괴롭힘·과로사 의혹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는 이날 국감에 출석해 공정위 제재 사항을 수용하고 조치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직접 아이돌 굿즈를 사서 개봉하는 과정을 촬영한 영상서 제품의 하자가 드러나 최 대표의 답변이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티스트와 창작자, 직원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 문체위 국감에서는 안무가의 열악한 처우가 화두로 떠올랐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이른바 3대 엔터로 불리는 SM‧YG‧JYP 대표에게 케이팝서 안무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고 강조했다.

세 대표는 현재 안무가가 창작자로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등 계약 내용을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지난달 15일 환노위 국감은 뉴진스의 멤버 하니 팜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화제를 모았다. 하니는 지난 9월11일 뉴진스가 진행한 유튜브 방송서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로부터 ‘무시해’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번지면서 국감에 출석하게 된 것이다. 

쟁점은 아티스트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였다. 현재 노동법에 따르면 아티스트, 즉 연예인은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해 노동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처지다. 김 대표 역시 구성원과 아티스트라는 말로 구분하면서, 구성원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경우 노동법에 따라 신고 조치 등이 가능하지만 아티스트는 하이브의 내부 가이드라인인 ‘상호 존중 행동규범’에 따라 구성원과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9월 사망한 하이브 직원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사무실서 일하던 이 직원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수면실에 갔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해당 직원의 사인이 ‘과로사’일 수 있다면서 하이브가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또 부검하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해당 직원이 ‘개인 질환’으로 사망했다면서 유족과 합의해 부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논란은 하이브의 ‘으뜸기업’ 선정 논란으로 번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2024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하이브를 선정했다. 선정된 기업에는 대통령 인증패가 수여되고 통합고용세액 공제를 비롯해 출입국 우대카드 발급, 정기 세무조사 유예, 신용평가 우대, 사증 체류 우대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고용노동부는 관련 심사에서 하이브에 대해 ‘수평적 소통을 지향’한다고 평가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 문제, 과로사 의혹 등이 나오면서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문체위 종합감사는 하이브 국감의 ‘화룡점정’이었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꺼내든 ‘음악산업리포트’는 케이팝 시장을 뒤흔들었다. 타 소속사 아티스트는 물론 관계자에 대한 인신공격에 가까운 표현이 가득 담긴 하이브의 내부 문건은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도 사라진 업계 1위 기업의 바닥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어디에 있나?


국감 중간에 업계 동향을 긁어모은 것에 불과하다면서 유출자를 단죄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낸 행위는 국회의원의 질타를 받을 정도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하이브는 CEO 명의로 사과문을 냈지만 여론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사과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상황서도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아티스트와 구성원을 방패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방 의장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케이팝 팬덤의 부정적인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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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