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논쟁이 국회로’ 상법 개정안 모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28 10:50:57
  • 호수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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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헤지펀드 ‘누구 손잡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민주당은 장하성·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이론과 활동을 토대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론을 20년 넘게 반박하는 사람은 장 전 실장의 사촌 동생 장하준 교수였다. 사촌의 20년 논쟁은 국회로 갔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6월부터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내용이 담긴 법안은 정준호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했다. 

회사서 주주로
충실의무 확대 

정 의원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해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부과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강훈식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의 이익’으로, 박주민 의원은 ‘회사와 총주주’로 확대하길 원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월3일 한국 거래소를 방문해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6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주요 선진국에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 발표된 정부의 ‘역동경제 로드맵’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내용은 빠졌다.

재계는 “이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서 일상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고, 회사와 주주의 이익 구분은 불가능하다”고 반발한다.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항구적으로 존속하길 원하는 법인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의 이익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등 경영행위도 한다.

하지만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주주로서는 배당금이 줄어든다고 판단할 뿐이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5일 발의한 법안은 “재계의 반발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현행 상법 규정을 제1항으로 존속시키고,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제2항을 신설하려고 한다.

그는 제3항을 신설해 “주주총회서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소수주주만으로 결의한 안건에 대해서는 이사가 제2항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경우 소수주주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

김 의원은 제3항 신설에 대해 “주주총회서 소수주주만으로 결의한 안건에 대해서는 면책을 줌으로써 소수주주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를 설명했다.

이 같은 상법 개정은 제21대 국회서도 추진됐다. 그 배경에는 LG화학이 추진했던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이 있었다. LG화학은 2020년 9월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은 미래가치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LG화학 주주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LG화학은 물적분할을 마무리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독립시켰고, LG화학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대기업 사업구조 개편 발단
민주당 개정 재추진 계기로

지난 21대 국회서 이용우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제22대 국회서 같은 법안이 연이어 발의된 데 이어 다시 쟁점이 됐던 계기는 두산의 사업 재편이다. 두산은 지난 7월21일 계열사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1대 0.031 비율로 합병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 46%와 일반주주의 두산밥캣 지분 54%는 모두 두산로보틱스에 넘겨 100% 자회사가 되고, 두산밥캣 기존 주주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준다는 취지였다. 

이는 곧 큰 반발을 불러왔다. 두산밥캣은 2023년 기준 매출 9조7000억원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했지만,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530억원에 영업적자 158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분은 종전 13.8%서 42%로 올라간다.

반발이 이어지자,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비율을 0.043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상법 제382조의3서 규정한 ‘주주의 의무 대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서 크게 불거졌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서도 주요 쟁점이었다. 1996년에는 비상장된 에버랜드 주식은 장외시장서 1주당 약 8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었고,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가치는 1주당 10만원이었다. 

이사회는 이건희 당시 회장과 주요 임직원 및 주주들을 상대로 전환사채를 1주당 7700원에 발행했다. 임직원과 주주들은 모두 전환사채를 인수할 권리를 포기했고, 이 전환사채들은 이건희 회장의 자녀 4남매에게 배정됐다. 이로써 이재용 회장은 지분 25.1%를 가진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됐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되는 계열사였다.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한 행위는 검찰이 에버랜드의 전·현직 대표이사들에게 배임죄를 적용했던 근거의 핵심이었다.

대법원은 “주식회사와 별개인 주주들에 대한 관계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 지분비율의 변화가 기존 주주 자신의 선택에 기인한 것이라면 지배권 이전과 관련해 이사에게 임무 위배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이 해석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21세기 이후 대기업의 이런 경영행위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눈에 띄어 대대적인 공격을 당하는 이유가 됐다. 대표적으로 거론할 수 있는 사례는 ‘SK 대 소버린’과 ‘삼성 대 엘리엇’이다.

모나코 국적의 헤지펀드 소버린은 한국에 자회사 크레스트시큐리티를 설립해 2003년 4월 SK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4월16일에는 14.9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어 SK네트웍스에 대한 지원을 반대했고, 손길승·최태원 회장 등 SK㈜ 경영진들의 사임을 요구했다.

불지핀
사례들


SK네트웍스는 SK글로벌에 대한 분식회계 사태 이후 파산 직전까지 몰린 부실 기업이었지만, SK그룹의 모태였다. 그래서 그룹 차원서 살리려고 했던 것이었다. 

소버린은 2004년 3월 주총서 이사 후보 5명을 추천했고, 정관 개정안을 제안했다. 주총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버린은 2005년 최 회장을 이사직서 해임하기 위한 임시주총을 진행하려고 했다. 이사의 배제 요건에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자를 포함해 최 회장을 퇴출하려고 한 것이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소버린은 2005년 7월 주식을 전부 매각했다. 소버린이 거둔 주식매매 차익은 약 8000억원이었다. 배당금과 환차익까지 합치면 1조원이 넘는다.

삼성은 2015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합병비율은 1대 0.35였다. “제일모직의 주식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당시 제일모직의 자산은 약 9조5000억원으로 평가받았고, 삼성물산의 자산은 29조500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의 지분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의 지분은 보유하지 않았다. 또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와 관련해, 이 회장이 가진 지분은 0.6%였지만, 삼성물산은 4.1%를 보유했다. 이 회장은 합병 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고,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도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엘리엇은 합병 이전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갖고 있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상당히 과소평가됐고, 합병 조건도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반발했다. 이어 ▲합병금지 가처분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등을 연이어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합병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서 각각 진행된 임시주총서 승인됐다. 이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기관은 국민연금공단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서도 크게 문제가 됐던 사안이 “박근혜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찬성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었다. 엘리엇은 이를 근거로 2018년 7월 ISDS(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제도)를 신청했고, PCA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는 엘리엇에 손해배상금 5358만달러와 지연이자, 엘리엇이 지출한 법률비용 289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는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가 각하했고, 지난 9월 항소를 제기했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던 이유 중 하나는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6%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이익 4조5000억원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순이익에 대해서는 “분식회계를 거쳐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고, 형사재판으로 이어졌다.

이 회장 등은 제1심서 무죄를 선고받아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꼼꼼히 
살펴보니…

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공정의무 외에도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인 이사의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전자투표제 및 위임장 도입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이 지난 7월 발표했던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에 포함돼있던 내용이다. 이 내용은 대부분 장하성·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여연대서 활동했던 1990년대부터 강하게 주장해 왔다.

장 전 실장은 기업지배구조펀드 ‘장하성 펀드’를 직접 만들어 활동했다. 

기업지배구조펀드는 잘못된 지배구조 때문에 주가가 낮은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후 기업을 압박해 지배구조 개선 등 가치를 높여 이익을 거두는 펀드를 말한다. 기업을 압박하는 방법으로는 사외이사 및 감사 파견과 배당요구가 있다.

장 전 실장은 장하성 펀드를 통해 소액주주들을 모아 태광그룹 계열사 대한화섬 지분 5.15%를 매입한 후 태광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활동을 했다. 김 전 실장은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미국에는 주주가치 이론을 정립해 활동하는 시카고학파가 있다. 두 사람의 주장과 활동에 대해서는 “시카고학파와 닮은 측면이 있다”는 일각의 평가가 있다.

장 전 실장은 2000년 12월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서 ‘재벌기업 구조개선’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기업과 전횡을 일삼는 총수는 분리해서 사고해야 한다”며 “기업은 살려야 하지만, 기업이 엉망이 되게 한 장본인은 모두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중투표제로써 기업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고, 내부거래 등 부당한 일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 게이트’ 정국서 대중적으로 크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 최순실 특검은 이재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 그러자 김 전 실장은 청구 사유의 핵심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으로 잡을 것을 권유했고, 이 회장은 제2차 청구서 구속됐다.

또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상당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형사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의 용인 없이는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소액주주운동” “사회적 대타협”
 장하성 vs 장하준 20년 시빗거리

이 2명과 20년 넘게 논쟁하는 전문가로는 장하준 런던대 교수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이 있다. 이들은 “재벌은 정부의 특혜로 성장했기 때문에, 재벌 기업은 사유재산이면서도 국민의 자산”이라며 “재벌이 안정적인 경영을 하면서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2명의 전 정책실장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전 실장의 ‘장하성 펀드’ 활동 당시 펀드 운용사로 선정했던 곳은 미국 헤지펀드였던 라자드였다. 그래서 장하성 펀드의 공식 명칭은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였다. 장 전 실장은 대언론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등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활동했다.

하지만 이것이 역효과를 불렀다는 평가도 있다. 이름값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면서, 장하성 펀드의 이름값만 스치고 지나가면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대한화섬 주가 매입을 통해 40%의 수익률을 거뒀을 때도 있었지만, 이후 사외이사와 감사를 보냈던 남양유업과 일성신약 등은 장하성 펀드의 배당 확대 요구 등을 무시했다.

이런 흐름을 거치면서 수익률이 낮아지다가 활동도 흐지부지됐다.

반면 장 교수는 “외자 지배율이 높아지면서 단기 시세차익만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성장이 둔화됐다”고 주장한다. 장 전 실장은 펀드 운용을 위해 헤지펀드와 손을 잡기까지 했지만, 장 교수의 주된 비판 대상은 헤지펀드 등 단기성 투기자본이었다.

장 교수는 일관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금융 세계화를 통해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력이 강해져 경제주권이 제약됐다”며 “금융이 종속되고, 산업기반마저 붕괴할 수 있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사다리 걷어차기> 등 저서를 통해 “선진국은 스스로 보호무역을 통해 성장한 후 후발주자들에게는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등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를 한다”며 “제조업으로 성장한 후 금융업을 영위하는 영미 모델은 우리가 모방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한다.

장 교수가 대안으로 강조하는 것은 정부·기업·주주·노동자 등 모두가 타협하는 북유럽식 사회적 대타협이다. 

장 전 실장과 장 교수가 사촌지간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사촌형인 장 전 실장과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이라는 관계로 손발을 맞춘 적이 있다. 현재에 이르러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도 장 전 실장의 오랜 지론이 담겨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정 정책위원은 지난 8월 <시사IN>과의 인터뷰서 “회사가 ‘법인격’을 부여받은 것은 공기의 역할을 기대받기 때문”이라며 “회사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지배주주는 물론 단기 수익을 위해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침해하는 주주에게도 대항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미식?
북유럽식?

민주당은 장 전 실장과 김 전 실장의 지론을 토대로 상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정부의 입장은 아직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으로 정리하는 기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 발전에 훼방 놓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동석했던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기관·외국인·사모펀드·소액주주 등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에게 어떻게 다 충실할 수 있겠느냐. (개정안의)논리적 모순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가 충실히 의무를 다 해야 하는 대상은 회사인지, 아니면 회사와 주주인지, 사촌의 20년 넘은 논쟁은 국회로 넘어가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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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