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논쟁이 국회로’ 상법 개정안 모순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28 10:50:57
  • 호수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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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헤지펀드 ‘누구 손잡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민주당은 장하성·김상조 전 정책실장의 이론과 활동을 토대로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이론을 20년 넘게 반박하는 사람은 장 전 실장의 사촌 동생 장하준 교수였다. 사촌의 20년 논쟁은 국회로 갔다.

현행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6월부터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내용이 담긴 법안은 정준호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했다. 

회사서 주주로
충실의무 확대 

정 의원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해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를 부과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을 발의했다.

강훈식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의 이익’으로, 박주민 의원은 ‘회사와 총주주’로 확대하길 원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월3일 한국 거래소를 방문해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6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주요 선진국에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7월 발표된 정부의 ‘역동경제 로드맵’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관련 내용은 빠졌다.

재계는 “이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서 일상적인 경영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고, 회사와 주주의 이익 구분은 불가능하다”고 반발한다.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이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항구적으로 존속하길 원하는 법인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의 이익을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 등 경영행위도 한다.

하지만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주주로서는 배당금이 줄어든다고 판단할 뿐이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5일 발의한 법안은 “재계의 반발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현행 상법 규정을 제1항으로 존속시키고,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주를 공정하게 대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의 제2항을 신설하려고 한다.

그는 제3항을 신설해 “주주총회서 최대주주 및 그의 특수관계인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소수주주만으로 결의한 안건에 대해서는 이사가 제2항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본다. 다만 이 경우 소수주주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

김 의원은 제3항 신설에 대해 “주주총회서 소수주주만으로 결의한 안건에 대해서는 면책을 줌으로써 소수주주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취지를 설명했다.

이 같은 상법 개정은 제21대 국회서도 추진됐다. 그 배경에는 LG화학이 추진했던 배터리 사업 부문 물적분할이 있었다. LG화학은 2020년 9월 “배터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은 미래가치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LG화학 주주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LG화학은 물적분할을 마무리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독립시켰고, LG화학의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대기업 사업구조 개편 발단
민주당 개정 재추진 계기로

지난 21대 국회서 이용우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제22대 국회서 같은 법안이 연이어 발의된 데 이어 다시 쟁점이 됐던 계기는 두산의 사업 재편이다. 두산은 지난 7월21일 계열사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1대 0.031 비율로 합병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 중인 두산밥캣 지분 46%와 일반주주의 두산밥캣 지분 54%는 모두 두산로보틱스에 넘겨 100% 자회사가 되고, 두산밥캣 기존 주주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준다는 취지였다. 

이는 곧 큰 반발을 불러왔다. 두산밥캣은 2023년 기준 매출 9조7000억원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했지만, 두산로보틱스는 매출 530억원에 영업적자 158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의 두산밥캣에 대한 지분은 종전 13.8%서 42%로 올라간다.

반발이 이어지자,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 비율을 0.043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상법 제382조의3서 규정한 ‘주주의 의무 대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서 크게 불거졌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서도 주요 쟁점이었다. 1996년에는 비상장된 에버랜드 주식은 장외시장서 1주당 약 8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었고,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평가한 가치는 1주당 10만원이었다. 

이사회는 이건희 당시 회장과 주요 임직원 및 주주들을 상대로 전환사채를 1주당 7700원에 발행했다. 임직원과 주주들은 모두 전환사채를 인수할 권리를 포기했고, 이 전환사채들은 이건희 회장의 자녀 4남매에게 배정됐다. 이로써 이재용 회장은 지분 25.1%를 가진 에버랜드 최대주주가 됐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되는 계열사였다.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한 행위는 검찰이 에버랜드의 전·현직 대표이사들에게 배임죄를 적용했던 근거의 핵심이었다.

대법원은 “주식회사와 별개인 주주들에 대한 관계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 지분비율의 변화가 기존 주주 자신의 선택에 기인한 것이라면 지배권 이전과 관련해 이사에게 임무 위배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이 해석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21세기 이후 대기업의 이런 경영행위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눈에 띄어 대대적인 공격을 당하는 이유가 됐다. 대표적으로 거론할 수 있는 사례는 ‘SK 대 소버린’과 ‘삼성 대 엘리엇’이다.

모나코 국적의 헤지펀드 소버린은 한국에 자회사 크레스트시큐리티를 설립해 2003년 4월 SK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4월16일에는 14.9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어 SK네트웍스에 대한 지원을 반대했고, 손길승·최태원 회장 등 SK㈜ 경영진들의 사임을 요구했다.

불지핀
사례들


SK네트웍스는 SK글로벌에 대한 분식회계 사태 이후 파산 직전까지 몰린 부실 기업이었지만, SK그룹의 모태였다. 그래서 그룹 차원서 살리려고 했던 것이었다. 

소버린은 2004년 3월 주총서 이사 후보 5명을 추천했고, 정관 개정안을 제안했다. 주총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버린은 2005년 최 회장을 이사직서 해임하기 위한 임시주총을 진행하려고 했다. 이사의 배제 요건에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자를 포함해 최 회장을 퇴출하려고 한 것이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소버린은 2005년 7월 주식을 전부 매각했다. 소버린이 거둔 주식매매 차익은 약 8000억원이었다. 배당금과 환차익까지 합치면 1조원이 넘는다.

삼성은 2015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합병비율은 1대 0.35였다. “제일모직의 주식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당시 제일모직의 자산은 약 9조5000억원으로 평가받았고, 삼성물산의 자산은 29조5000억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은 제일모직의 지분을 23.2%를 보유했지만, 삼성물산의 지분은 보유하지 않았다. 또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와 관련해, 이 회장이 가진 지분은 0.6%였지만, 삼성물산은 4.1%를 보유했다. 이 회장은 합병 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고,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전자도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엘리엇은 합병 이전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갖고 있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상당히 과소평가됐고, 합병 조건도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반발했다. 이어 ▲합병금지 가처분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등을 연이어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합병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서 각각 진행된 임시주총서 승인됐다. 이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기관은 국민연금공단이었다.

‘최순실 게이트’서도 크게 문제가 됐던 사안이 “박근혜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국민연금공단에 합병 찬성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었다. 엘리엇은 이를 근거로 2018년 7월 ISDS(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제도)를 신청했고, PCA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는 엘리엇에 손해배상금 5358만달러와 지연이자, 엘리엇이 지출한 법률비용 289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는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가 각하했고, 지난 9월 항소를 제기했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이 고평가됐던 이유 중 하나는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 46%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이익 4조5000억원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순이익에 대해서는 “분식회계를 거쳐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고, 형사재판으로 이어졌다.

이 회장 등은 제1심서 무죄를 선고받아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꼼꼼히 
살펴보니…

민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의 공정의무 외에도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인 이사의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전자투표제 및 위임장 도입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민주당이 지난 7월 발표했던 코리아 부스트업 5대 프로젝트에 포함돼있던 내용이다. 이 내용은 대부분 장하성·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참여연대서 활동했던 1990년대부터 강하게 주장해 왔다.

장 전 실장은 기업지배구조펀드 ‘장하성 펀드’를 직접 만들어 활동했다. 

기업지배구조펀드는 잘못된 지배구조 때문에 주가가 낮은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후 기업을 압박해 지배구조 개선 등 가치를 높여 이익을 거두는 펀드를 말한다. 기업을 압박하는 방법으로는 사외이사 및 감사 파견과 배당요구가 있다.

장 전 실장은 장하성 펀드를 통해 소액주주들을 모아 태광그룹 계열사 대한화섬 지분 5.15%를 매입한 후 태광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등 활동을 했다. 김 전 실장은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미국에는 주주가치 이론을 정립해 활동하는 시카고학파가 있다. 두 사람의 주장과 활동에 대해서는 “시카고학파와 닮은 측면이 있다”는 일각의 평가가 있다.

장 전 실장은 2000년 12월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서 ‘재벌기업 구조개선’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기업과 전횡을 일삼는 총수는 분리해서 사고해야 한다”며 “기업은 살려야 하지만, 기업이 엉망이 되게 한 장본인은 모두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집중투표제로써 기업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고, 내부거래 등 부당한 일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 게이트’ 정국서 대중적으로 크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 최순실 특검은 이재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했다. 그러자 김 전 실장은 청구 사유의 핵심을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으로 잡을 것을 권유했고, 이 회장은 제2차 청구서 구속됐다.

또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상당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의 형사재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의 용인 없이는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소액주주운동” “사회적 대타협”
 장하성 vs 장하준 20년 시빗거리

이 2명과 20년 넘게 논쟁하는 전문가로는 장하준 런던대 교수와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이 있다. 이들은 “재벌은 정부의 특혜로 성장했기 때문에, 재벌 기업은 사유재산이면서도 국민의 자산”이라며 “재벌이 안정적인 경영을 하면서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2명의 전 정책실장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전 실장의 ‘장하성 펀드’ 활동 당시 펀드 운용사로 선정했던 곳은 미국 헤지펀드였던 라자드였다. 그래서 장하성 펀드의 공식 명칭은 ‘라자드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였다. 장 전 실장은 대언론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등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활동했다.

하지만 이것이 역효과를 불렀다는 평가도 있다. 이름값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면서, 장하성 펀드의 이름값만 스치고 지나가면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대한화섬 주가 매입을 통해 40%의 수익률을 거뒀을 때도 있었지만, 이후 사외이사와 감사를 보냈던 남양유업과 일성신약 등은 장하성 펀드의 배당 확대 요구 등을 무시했다.

이런 흐름을 거치면서 수익률이 낮아지다가 활동도 흐지부지됐다.

반면 장 교수는 “외자 지배율이 높아지면서 단기 시세차익만 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성장이 둔화됐다”고 주장한다. 장 전 실장은 펀드 운용을 위해 헤지펀드와 손을 잡기까지 했지만, 장 교수의 주된 비판 대상은 헤지펀드 등 단기성 투기자본이었다.

장 교수는 일관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금융 세계화를 통해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력이 강해져 경제주권이 제약됐다”며 “금융이 종속되고, 산업기반마저 붕괴할 수 있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사다리 걷어차기> 등 저서를 통해 “선진국은 스스로 보호무역을 통해 성장한 후 후발주자들에게는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등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를 한다”며 “제조업으로 성장한 후 금융업을 영위하는 영미 모델은 우리가 모방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한다.

장 교수가 대안으로 강조하는 것은 정부·기업·주주·노동자 등 모두가 타협하는 북유럽식 사회적 대타협이다. 

장 전 실장과 장 교수가 사촌지간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사촌형인 장 전 실장과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이라는 관계로 손발을 맞춘 적이 있다. 현재에 이르러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에도 장 전 실장의 오랜 지론이 담겨있다.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정 정책위원은 지난 8월 <시사IN>과의 인터뷰서 “회사가 ‘법인격’을 부여받은 것은 공기의 역할을 기대받기 때문”이라며 “회사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지배주주는 물론 단기 수익을 위해 회사의 장기적 이익을 침해하는 주주에게도 대항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는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미식?
북유럽식?

민주당은 장 전 실장과 김 전 실장의 지론을 토대로 상법을 개정하려고 한다. 정부의 입장은 아직 확실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으로 정리하는 기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기업 발전에 훼방 놓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동석했던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기관·외국인·사모펀드·소액주주 등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에게 어떻게 다 충실할 수 있겠느냐. (개정안의)논리적 모순을 극복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가 충실히 의무를 다 해야 하는 대상은 회사인지, 아니면 회사와 주주인지, 사촌의 20년 넘은 논쟁은 국회로 넘어가고 있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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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