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부부-미드 묘한 오버랩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28 10:29:22
  • 호수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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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혼란 정치의 끝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보며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대통령 부부를 떠올리는 일부 사람들이 있다. 드라마 제목의 의미는 정치의 엉성함과 부실함이다. 윤 대통령의 용산은 뿌리 깊은 나무일까, 하우스 오브 카드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시즌에 걸쳐 공개됐다. 드라마는 재선된 대통령으로부터 국무장관직을 약속받았다가 배신당한 민주당 원내총무가 대통령을 끌어내고 스스로 백악관에 입성할 결심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선거를 거치지 않고 오로지 권모술수와 모략만으로 정국을 뒤집어 백악관에 입성하려고 한다.

정치적 동반자

원작은 마거릿 대처 정부의 실세였고, ‘아기 얼굴을 한 암살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던 영국 정치인 마이클 돕스가 쓴 동명 소설이다. 1990년에는 영국 BBC서 4부작으로 동명 드라마를 방영했다. 원작과 영국 드라마에서는 내무장관을 약속받았던 보수당 원내총무 프랜시스 어카트가 배신당한 후 모략으로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성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넷플릭스 판에서는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에게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한다. 그는 미국서 쉽게 보기 어려운 ‘남부 민주당원’이다. 미국 남부는 현재 공화당의 텃밭이지만, 과거에는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민주당은 남부 보수 지주들의 지지를 받던 정당이었지만,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선언과 남북전쟁을 거쳐 세가 꺾였다.

경제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민주당도 뉴딜정책 추진과 민권운동 등 상황에 직면해 이전과는 달라졌다.


공화당에서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전략가 케빈 필립스의 주도로 민주당 지지 세력서 이탈하는 남부 보수 유권자들을 잡고자 남부 전략(Southern Strategy)을 추진했다. 현재 미국의 정치 구도는 남부 전략 이후의 상황이다.

그후 남부 민주당원은 대체로 공화당으로 당적을 이동하거나 중도를 표방했다. 하지만 끝까지 자신의 보수 성향을 유지한 채 민주당에 남은 정치인도 있었다. 프랭크 언더우드의 설정에는 남부 민주당원이었던 린든 B. 존슨 전 대통령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 소속 대통령들이 섞여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내용이…
극중 언더우드 부부와 비슷?

프랭크 언더우드에게 붙은 ‘남부 민주당원’이라는 설정은 그의 정체성 혼란을 상징한다. 프랭크 언더우드는 드라마 전개 내내 민주당의 정책과 가치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대통령이 된 이후 추진하는 일자리 법안 암웍스(America Works)도 민주당 정치인들이나 지지자들이라면 생각하기 어렵다. 노인의 연금과 복지를 줄여 아낀 예산을 청년의 일자리 제공에 활용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사람은, 현금을 잘 쓰지 않는 일본 노인을 일컬어 “언제까지 살아있을 셈이냐”고 질타했던 일본 자민당의 아소 다로 전 총리 정도가 두드러질 정도로 보기 쉽지 않다.

이런 정체성 혼란 때문인지, 프랭크 언더우드의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당은 소수당으로 전락해 있었다. 당 지도부는 암웍스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프랭크 언더우드의 차기 대선 출마를 공개적으로 거부한다.

프랭크 언더우드의 정치 형태는 당 원내총무로 재직하던 상황을 지켜보면 알 수 있다. 당의 정책과 가치와의 조화가 아니라, 오로지 거래와 협박으로 소속 의원들을 다룬다. 복수를 결심한 이유도 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국무장관 자리를 미끼로 선납받은 정치자금이 한두 푼이 아니었던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복수를 결심한 이후, 다룰 수 없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드는 정적이나 부하는 살인으로 끝을 본다. 직접 살해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프랭크 언더우드의 가장 든든한 우군은 아내 클레어 언더우드였다. 클레어는 지적이고 우아하며, 프랭크 못지않은 정치적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부부의 일상을 지켜보면, 부부라기보다는 정치적 동반자에 가깝다. 서로의 불륜을 용인할 뿐만 아니라, 프랭크는 클레어의 불륜을 직접 주선한다.

기묘한 부부지만, 정치적 야심이라는 지향점 앞에서 부부는 단단하게 뭉쳐있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민주당의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순간은 꽤 의미심장하다. 부부의 목표는 프랭크와 클레어를 합쳐 16년 동안 백악관을 움켜쥐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의 이해관계는 정책 추진 과정 및 외교 무대서 수시로 엇갈린다. 프랭크는 클레어의 이해관계를 막고, 클레어는 프랭크의 정치 행보를 막는다. 지위상 명백한 상하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이 부부의 갈등을 키운다.

서로 끝까지 놓지 않을까?
윤의 의대증원 정책도 닮아

부통령의 정치적 권한 유무는 대통령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래서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에서는 부통령 후보 지명 연설문에 장난으로 게재한 부통령 지위에 대한 조롱성 문장을 미처 지우지 못해 대통령이 실제로 연설할 뻔한 촌극이 묘사됐던 적도 있다. 

부부가 갈등 끝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것을 끝으로 드라마는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프랭크역을 맡았던 케빈 스페이시의 각종 성범죄 의혹이 불거져 중도 하차했기 때문이다. 원래 의도했던 결말은 살인과 모략으로 점철되는 부부의 전쟁이었지만, 케빈 스페이시가 하차하면서 프랭크에게 어정쩡한 결말을 부여했다. 케빈 스페이시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 때문에, 프랭크가 없는 마지막 시즌의 무게감도 대단히 줄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보면서 이 드라마를 거론하는 예도 있다. “정치철학이나 비전이 아니라, 감정 때문에 대통령에 도전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 때문에 비슷해 보이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프랭크 언더우드의 암웍스 추진이나 윤 대통령의 의대 증원 추진 과정도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엇갈리기 전까지는 훌륭한 정치적 동반자로서 손을 놓지 않는 언더우드 부부로부터 뭔가 비슷한 것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있을 것이다.

차이점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면담서 마치 학생부장 교사가 교칙을 어긴 학생을 훈계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노련한 정치인이라면 쉽게 보여주지 않을 모습이다. 누구든 쉽게 믿지 않는 언더우드 부부와는 달리 윤 대통령 부부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대단히 뚜렷하다. 이 역시 노련한 정치인은 보여주길 꺼리는 모습이다. 

그 결말은?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는 동양식 표현으로 사상누각이다. 얇고 가벼운 카드로 쌓은 집이 튼튼할 리는 없다. 그래서 정치 무대 자체를 엉성하고 부실한 집으로 비유한 것이다. 모래밭에 세운 누각도 튼튼할 리 없다. 가뜩이나 엉성한 정치 무대인데, 토대까지 부실하면 오래 갈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용산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일까, 하우스 오브 카드일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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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