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살과 조개더미의 언어’ 김소영

말하지 않고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갤러리 CDA가 작가 김소영의 개인전 ‘살과 조개더미의 언어’를 개최했다. 김소영은 살과 조개더미라는 상징을 통해 존재의 본질과 시간성을 이야기한다. ‘물러가는 살’은 인간의 유한성과 삶의 덧없음을, ‘쌓여가는 조개더미’는 존재의 흔적을 의미하는 식이다. 이 둘은 생의 순환을 대변한다. 

김소영은 일상서 촬영한 사진을 통해 도시의 삶을 회상하고 환영적이면서 공허가 맴도는 순간을 포착해 작업으로 옮긴다. 현실 풍경을 기반으로 회화의 기법적 모호성을 더해 환영적 화면을 만드는 방식이다. 

삶의 덧없음

그는 장지에 아크릴 물감을 수직의 결로 수없이 중첩하며 채색하는 방식으로 표현한다. 장지와 아크릴의 물성이 만나 쌓이는 화면의 층위는 작품의 전반적인 깊이와 질감을 만든다. 장지 특유의 따뜻한 질감 위로 쌓이는 아크릴의 인공적이면서 차가운 질감은 붓터치와 어우러져 화면의 양면적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미술평론가 이승준은 “김소영은 발화 이전의 공백, 움직임 사이의 행간과 같이 표현의 준비 과정이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표현인 침묵의 순간을 조명한다”며 “지저귀는 새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침묵해야 하듯이 인간 또한 그렇다는 것을 김소영의 시선은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지에 아크릴 물감 중첩
양면적 분위기 화면 조성


침묵을 조명해 표현을 완료가 아닌 과정으로, 또 다양한 양태로 분화될 수 있는 미완의 순간이라는 것을 회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소영은 일상에 뭉개져 있는 분화의 순간에 대한 아쉬움, 그리움, 도래할 이변의 순간에 대한 불안을 바라본다. 

이승준은 “김소영의 전시 ‘살과 조개더미의 언어’는 타자로서의 사물, 그것들이 그저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누구의 추억인지 모를 사물의 기억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작품을 바라보는 감상자 또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기억의 담지자이면서 동시에 그것을 현재로 끌어와 전하는 회상의 주체로서 세계의 생성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은 빛을 칠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타자의 발화에 주목하기보단 침묵을 조명해 피상적 소통을 지양하고 대상과 밀도 있는 교감을 이루고자 했다. 캔버스에 비친 타자의 손은 대상의 역사성을 대변하는 매개체다. 발화 행위에 앞서 손은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면서 동시에 이미 말한 것으로 언제나 우리에게 보이며 열려있다. 

존재의 흔적

이승준은 “김소영은 이미 지나가서 그때, 그것이 된 기억의 빛바램을 서정적인 색채로 담아내 회상한다. 기억 속에는 눈앞을 기웃거리는 무수한 잡담과 이어지지 않는 혼재된 여백이 떠돌아다니며 우리의 시선을 흐린다”며 “그럼에도 작가는 그것에 귀를 기울이고 회상 과정 속 노이즈와 질감을 함께 담아내 내용의 깊이감을 더했다. 잡담 사이에 놓인 존재사건을 영사기를 통해 재생을 지속하듯 그는 침묵의 가시화를 통해 끊임없이 회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


[김소영은?]

▲학력
세종대학교 대학원 회화학과 한국화 전공
세종대학교 회화과 한국화 전공


▲개인전
‘The Preview Seongsu’ S-Factory(2024)

▲그룹전
‘Stories Beside’ Dohing Art(2024)
‘Which Working, Nowadays’ CDA(2023)
‘Art Seongsu’ Hello Museum(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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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