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협박’ 꼼짝 못하는 대통령실 속사정

용산 삼킨 명태균 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허풍쟁이 정치 브로커’라며 명태균씨를 무시하던 국민의힘이 한 방 맞았다. 명씨가 김건희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창을 공개하며 실세 책사임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고 명씨와 설전을 벌이던 정치인들은 으름장 놨던 게 무색하게 고발하지 않기로 하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 명씨가 가진 캡처본이 2000개 이상 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이어지는 폭로가 주목받고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입에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연일 휘청이는 모습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명씨를 허언을 내뱉는 정치 브로커로 치부하고 있지만 명씨가 새로이 김 여사와 나눈 메시지를 공개하며 강한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폭로전
트리거

명씨의 이름이 정치권에 처음 소환된 건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이 계기가 됐다.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에 김 여사의 측근인 M씨가 개입했으며, 이 같은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을 봤다는 의원이 다수 있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었다. 최초 보도에서는 익명으로 표기됐으나, 후속 보도 과정서 M씨가 곧 명씨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명씨는 관련 보도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다만 해명 과정서 김 여사와 자신의 친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나아가 자신이 지난 대선뿐 아니라 크고 작은 선거서도 여당 후보들의 책사로 활동했었다고 주장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안철수의 단일화 ▲2021년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전 대표 관련 여론조사 ▲2022년 제20대 윤석열 대선 캠프 등에서 자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었다는 게 명씨의 주장이다.

이밖에 지난 7·23 전당대회 과정서 당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도 만났으며, 홍준표 대구시장, 김재원 최고위원, 박완수 경남도지사 등의 경선 및 공천 문제에도 자신이 개입했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명씨가 20대 대통령선거 국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기 위해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이어진 폭로에 연루된 것으로 지명된 정치인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SNS를 통해 강력 부인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작업한 여론조사를 들고 각종 선거 캠프를 들락거리는 선거 브로커가 언젠가 일낼 줄 알았지만, 파장이 클 줄은 예상 못했다. 유독 홍 대표(시장)만 자신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고 투덜거리던 선거 브로커 명씨가 이렇게 문제를 크게 만들 줄 몰랐다”고 적었다.

과거 명씨가 자신에게도 접근했지만, 거리를 뒀다는 얘기다.

연루된 정치인 모두 관계 부인
김재원 최고위원 비판에 돌변

그는 “어차피 사법처리가 불가피한 사람이라서 자기가 살기 위해 사실 여부를 떠나 허위·허풍 폭로전을 계속할 텐데 조속히 수사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다시는 정치판에 이런 아류의 선거 브로커가 활개 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이어 “연루된 여권 인사들 대부분이 선거 브로커에게 당한 사람들이다. 굳이 부인해서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며 “검찰은 성역 없이 나온 의혹들 모두 수사하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자신에 관한 명씨 주장을 반박했다. 목불인견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눈 뜨고 차마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이 간청해 그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며 명씨와의 친분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처음 보는 한낱 정치 장사꾼 앞에서 읍소한다는 설정 자체가 난센스”라며 “울음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명씨의 주도로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물리쳤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통해 단일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주장인데, 김 전 위원장은 당시 가장 강력한 ‘단일화 불가론자’였다”면서 “명씨가 누구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알 바 아니지만 그가 단일화 전략을 조언했다는 분이 단일화를 가장 반대했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명씨는 언론 인터뷰서 자신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개입해 오 시장이 당선되도록 만들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오 시장이 선거 때 도움을 구하기 위해 ‘살려달라’며 명씨 앞에서 4번이나 울었다고도 주장했다.

두 시장의 부인에 명씨는 자신의 SNS에 “오 시장님, 홍 시장님 진짜 자신 있으시냐. 그만하세요. 망신당하지 말고”라며 그저 가벼운 설전으로 취급했다.

무슨 내용
있길래…

그랬던 명씨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과 설전을 벌이다 갑작스레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김 최고위원과 명씨는 각자 라디오에 나와 서로에 대해 공격했다. 

먼저 명씨가 김 최고위원에 대해 “김재원은 묶인 개다. 묶인 개가 방 안 사정을 어떻게 알겠는가”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의 단일화는 내가 나서 성사시킨 것으로 김 최고위원이 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은 “저는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끈이 없는 독립군 개인 반면, 명태균은 곧 철창 속에 들어갈 개”라고 받아쳤다. 이어 “지금 겁에 질려서 아무 데나 왕왕 짖는 것 같다”며 “빨리 철창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명씨가)나 구속되기 싫다. 구속하면 무슨 말할지 모른다는 둥 이리저리 협박성 발언을 하고 있다”며 “허풍, 허위 사실도 있고 일부 사실도 있겠지만 사회적 파장이 큰데 검사들은 요즘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대통령 사저에 수도 없이 출입한 내가 김영선 공천 하나 못하겠냐’ 뭐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창원시 6급 공무원 승진시켜 주겠다고 3000만원과 골프용품을 받았다가 그것도 해결 못해 사기죄로 처벌받았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 판결의 집행유예 기간 때문에 사실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자격도 없는 사람인데 자기에게 (김건희 여사가)공직을 제안했느니 인수위에 자리를 제안했다느니 이런 얘기를 하느냐”며 “인사 검증을 하면 곧바로 들통날 것인데 윤석열정부가 자기를 담아낼 그릇이 아니다(고 거절했다) 이따위 소리로 전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불쾌해했다.

공개하니 
꼬리 말기

그에 따르면 해당 라디오 방송 이후 명씨는 “방송서 왜 근거 없는 소리를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에 김 최고위원이 “제가 ‘뭐가 근거가 없느냐? 당신이 근거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은데’라고 대답했다”라며 “그러자 명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을 했지 않았느냐? 그분이 어떻게 되었느냐?’라고 하므로 저는 ‘잘 알지 않느냐?’라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랬더니 ‘김재원이 어떤 사람인지 다 폭로하겠다. 김재원 때문에 다 폭로한다’고 하므로 ‘다 해 봐라. 허위면 교도소에 가야지’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런 소동을 벌이는 이유가 짐작되기는 하지만 명씨에 대해서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철저히 대응해서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명씨는 김 최고위원에게 전화를 건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쓰고 “내가 사기꾼이면 너희들은 뭔가. 내가 사기 쳐 얻은 게 도대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보수 재건을 위해 정말 열심히 일을 했다. 너희들 중에 밥값, 숙박비, 차비 한번 준 놈 있느냐”며 “배고픈 병사는 창을 들고 나가 싸울 수 없다. 민의를 배신한 너희들이 진짜 사기꾼”이라고 적었다.

악에 받친 명씨는 그날 오후 갑자기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 따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 주세요. 제가 난감 ㅠ”이라며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라고 보냈다. 또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라며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대화 내용을 올리면서 명씨는 “김재원씨의 강력한 요청으로 알려드린다”며 “너의 세 치 혀 때문에 보수가 또 망하는구나”라고 지적했다.

해당 메시지가 공개된 후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는 누구인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어떤 관계인지 논란이 됐다.

“2000개 유사한 캡처본 있어”
“사실상 명태균이 승기 잡아”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명태균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이며, 당시 문자는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명씨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윤 대통령 부부와 6개월간 매일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명씨와 김 여사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사실이나, 그 과정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며, 명씨는 수많은 대선 조력자 중 한 명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에 명씨는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와 유사한 캡처본이 2000장이 넘는다며 사적 대화뿐 아니라 공적 대화도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공개했던 김 여사와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내가 알기로는 그런 거 한 2000장은 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건희)여사, (윤석열)대통령 다 있다”며 “내일부터 계속 올릴 것이다.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사과할 때까지”라고 경고하면서 “계속 까면 내가 허풍쟁이인지 아닌지, 거기 가면 김건희 오빠 또 나온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명씨가 갖고 있는 대화 내용 중에는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낸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서)사적 대화라고 하니까 내일은 공적 대화를 올려줄까”라며 “대통령이 ‘체리 따봉’하는 것 있다. 내용은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씨 폭로와 더불어 김 여사가 지칭한 ‘오빠’가 누구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명씨도 여사의 ‘오빠’가 지칭하는 대상에 대해 “김건희 여사 오빠지. 김건희 여사 오빠”라며 친오빠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쏟아진 이후 다시 기자와 만난 뒤엔 “사람들은 오빠를 다 대통령이라고 하더라.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나는데, 김건희 친오빠라고 한 건 파장이 커질까 봐”라고 말을 바꿨다. 처음에 여사의 친오빠라고 한 이유에 대해 명씨는 “내가 농담한 것”이라며 “대통령이라고 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꼬리 내린
여권 반격?

명씨의 계속된 폭로에 보수 정치인들은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홍 시장은 명씨에 대한 고발 방침을 취소했고, 김재 최고위원 역시 ‘침묵’이라는 간접적 행위를 통해 사실상 ‘유감’ 메시지를 내보냈다. 대통령실서도 명씨와 김 여사의 관계를 부인하지 않은 만큼 현재 김 최고위원보다 명씨 주장에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일 폭로를 이어가겠다는 명씨가 지난 17일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뭐가 나올지 모르니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이에 명씨가 폭로를 계속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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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