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은이파’ 접수한 교회 협박·폭행 사건 전말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0.16 09:34:23
  • 호수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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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님 동생들이···선교회로 둔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국의 3대 조폭으로 불렸던 ‘양은이파’ 출신들이 운영하는 ‘아이야세계선교회’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야세계선교회는 양은이파 두목서 선교사로 변신한 조양은이 설립했다. 일부 신도들은 사실상 이름만 바꾼 양은이파라는 후문이다. 아이야세계선교회 신도들은 “살해 협박에 시달려 제보하지 못한 피해 사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조양은은 1980년 전두환정부가 조직폭력배 소탕에 나서면서 범죄단체 결성 등의 혐의로 구속돼 15년을 복역했다. 출소한 그는 “하나님을 영접했다”며 지난 2019년 아이야세계선교회를 설립하고 선교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실상은 ‘선한 목자’로 신분 세탁한 조폭 우두머리에 불과했다. 

“빚 갚어”
아들까지···

아이야세계선교회(이하, 선교회)는 아프리카 선교, 연탄 나눔, 노숙자 무료 급식 제공 등을 통해 불우이웃을 돕는 정의의 사도로 활동했다. 설립자 조양은은 지난 2022년부터 유튜브 <조양은 TV>를 통해 “감옥에 있을 때 하나님을 영접하고 기독교인으로 거듭났다”고 간증하기도 했다. 

철저한 눈속임에 일부 신도는 그를 믿고 따르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만난 사업가 A씨는 선교회가 설립된 지 1년 만인 지난 2020년 여의도서 조양은을 처음 만났다. A씨는 “조양은이 선교사가 됐다는 소문에 궁금해서 찾아간 사람이 꽤 많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선교회 총무를 비롯한 운영진이 대부분 양은이파 출신이었다”고 밝혔다.

선교회의 실체는 일찍부터 드러났다. 선교회 신도들이 연루된 불법 납치 감금 및 폭행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지난 2022년 선교회의 집사인 여모씨와 강모씨는 A씨에게 빚을 갚으라고 강요하며 폭행을 저질렀다.


지난 2022년 11월29일 다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여씨와 강씨는 A씨를 납치해 2일간 감금하는 과정서 술을 강제로 먹이고 여씨의 오피스텔과 강씨의 장안평 사무실서 폭행했다고 한다. 강씨와 여씨가 “돈을 내놓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하자 A씨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현금 4000만원을 강씨의 아내 심모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협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씨와 강씨는 인천에 있는 A씨의 아들을 납치한 후 인근 해안도로에 있는 카페로 데려가 “네 아버지(A씨)가 진 빚을 대신 갚으라”고 협박했다. A씨의 아들은 겁에 질린 상태서 5억원의 차용증과 채무 보증서 등을 작성한 후 함께 풀려났다.

신고를 접수한 인천광역시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조직1팀은 지난 2022년 12월 초 인지수사에 착수했고, 여씨와 강씨는 감금치상 및 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지난 5월 인천지방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조직1팀으로부터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 강민정 검사는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여씨와 강씨는 조양은과 같은 고향 선후배 관계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은 선교회 일부 신도를 통해 “A씨와 아들을 평생 불구로 살게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조양은 선후배 일당이 신도 납치·감금
5억원 차용증·채무 보증서 쓰고 풀려나

해당 사건은 조양은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양은은 2022년 9월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 중이던 A씨에게 “지금 잡히면 해결할 수 없다”며 신도 박모씨에게 도피를 도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씨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으로부터 입찰 받은 철도 레일의 무게를 속여 1억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 과정서 A씨가 조양은의 지시를 따르지 않자 지난 2022년 11월28일 오후, 여의도 한 카페로 A씨를 불렀다. A씨를 만난 조양은은 “이제부터 나는 너를 관리할 수 없다. 이 사람들을 따라가라”며 여씨와 강씨를 불렀다. A씨는 선교회 신도인 두 사람과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지만 조폭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위협을 느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과 차량에 탑승한 A씨는 휴대전화를 뺏긴 채 여씨의 오피스텔과 강씨의 장안평 사무실로 끌려갔고, 감금과 폭행을 당했다.

A씨는 자신이 채무자라는 조양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A씨는 “여씨와 선교회 총무 이모씨에게 오히려 내가 받아야 할 억대의 돈이 있었다”며 “주식투자 명목으로 선교회 신도인 이들이 거액을 요구했고, 나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투자금 일부를 돌려받으면 거꾸로 자신들이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주장하며 채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모두 조양은이 이끄는 선교회 신도로 변신해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하는 것”이라며 “내가 줄 땐 투자고, 다시 돌려받을 땐 빚이 됐다. 납치됐을 당시 아들과 살기 위해 5억원에 달하는 차용증을 썼지만, 그들에게 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양은이파 출신 신도들은 수사 과정서 이를 극구 부인했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들은 불구속 입건됐다. 결과적으로 A씨는 여씨와 강씨에게 납치 감금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고 현금 4000여만원을 갈취당했지만, 조양은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두머리
빠져나가

과거부터 협박과 폭행은 양은이파의 금품 갈취의 주된 방식이었다. 조양은은 과거 필리핀 교민을 잔혹하게 폭행한 혐의를 받는 공범 이모씨와 경찰에 구속된 바 있다. 

지난 2013년 이씨는 필리핀서 권총으로 한 교민을 협박하고 3시간 동안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씨는 조양은과 함께 피해자를 폭행하고 담뱃불로 지지는 등 가혹 행위를 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피해자가 소개시켜 준 사람이 빚 200만원을 갚지 않는다며 조양은과 함께 피해자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필리핀 등을 떠돌던 이씨가 지난 2021년 해외서 입국했다는 첩보를 입수했고, 이씨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자가격리가 끝나자마자 제주도 모처서 2021년 1월경 체포했다. 경찰이 이씨에게서 조양은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을 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씨는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조양은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특수상해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씨와 조양은에게 폭행당한 피해자는 신체에 화상을 입고, 치아도 여러 개 파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가 소재 불명으로 1심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서 한 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수사기관서 5차례 조사 받았는데, 주요 부분에 관해 대체로 진술이 일관되고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피해자가 제출한 상처 부위 촬영 사진도 진술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며 피해자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또 “피고인은 조씨와 공모해 피해자를 폭행하고 상해를 가했던 바, 범행의 경위와 내용, 방법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에 대한 폭행의 정도가 매우 중하고, 상해의 정도도 가볍지 않아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두목의 간증
“속으면 안 돼”

다만 “피해자와 피고인이 합의했고, 폭행의 대부분은 조씨가 가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가담 정도는 상대적으로 중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반면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조양은은 대법원서 무죄가 확정됐다.

피해자는 조양은의 1심 재판에 한 차례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의 주신문과 변호인의 일부 반대신문에 대해 답했는데, 이후 출석을 거부해 나머지 반대신문은 이뤄지지 못했다. 1심 재판부는 조양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으나, 2심은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16년에도 양은이파 고문과 행동대장 등은 60대 재력가에게 “불구로 만들어버리겠다”며 협박·폭행해 돈을 뜯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재력가를 유인해 감금·협박해 10억원을 갈취한 혐의(강도상해 등)로 양은이파 고문 이모씨와 행동대장 강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안모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016년 5월 밝혔다.

이씨 등은 “사업가를 만나게 해주겠다”며 소개로 알게 된 강남의 60대 재력가 김씨를 2016년 1월경 광주광역시 송정리역으로 유인해 폭행한 뒤 승용차에 태워 손발을 묶고 안대를 씌웠다. 이후 전남 보성의 한 민박집에 감금하고 “10억원을 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각목으로 마구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성(性) 불구로 만들겠다”고 겁을 주며 증류수로 추정되는 액체를 주사하거나 옷을 벗기고 사진을 찍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행과 협박에 겁을 먹은 김씨는 결국 같은 날 오후 4시쯤 이씨 일당에게 돈을 이체하고 풀려났다. 이씨 등은 김씨를 다시 송정리역 앞에 데려다주고 도주했다.

김씨의 신고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광주와 상주, 서울 등지서 차례로 이들을 검거했다. 조사 결과 호남 주먹계의 대부로 통하는 이씨의 지시를 받은 강씨는 추종자 서모씨 등을 범행에 끌어들여 운전과 민박집 물색 등을 맡기는 등 함께 범행했다.

회계 등 운영진이 조폭 출신?
“하나님 팔아 선교사 코스프레”

경찰은 범행 현장에 있던 이씨 등 5명뿐 아니라, 이들의 도피 생활을 도운 ‘차포파’ 조직원 등 다른 4명도 함께 붙잡아 입건했다. 

한편,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폭력조직인 양은이파는 범서방파, OB파와 함께 한때 전국 3대 조폭으로 불렸다. 이 중 자신의 이름을 딴 ‘양은이파’ 두목으로 활동한 조양은은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10대 후반부터 조직폭력배로 활동해 왔다.

18세 때 ‘화신 8인조’라는 조직을 결성해 서울로 상경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폭력조직 양은이파를 이끌며 범서방파의 김태촌, OB파의 이동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평생에 걸쳐 수 차례 교도소 수감과 출소를 반복했다.

돌연 지난 2004년 2월5일 경기도 군포시 당정동 소재의 한세대학교 총회 신학대학원 석사학위 수여식서 석사학위를 받은 조양은은 선교사로 변신했다. 당시 선교회 신도 50여명 중 절반 이상을 30여명의 양은이파 조직원으로 구성해 사실상 새로운 조직을 만든 것과 다름없었다.

선한 모습을 가장한 채 법의 사각지대서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엔 양은이파 간부가 배우 유아인 등에게 마약을 유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은이파 간부 20대 H씨는 이태원 등지서 동성애자를 상대로 마약을 판매한 악명 높은 인물이다. 최근 경기 북부권서 필로폰 300g을 유통하다가 적발된 폭력 조직원의 증언을 토대로 H씨의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조폭이 마약을 공급하거나 투약하지 않는다는 소문은 명백한 거짓이다. 지난 1995년 4월 조양은은 중국의 히로뽕 밀매조직인 ‘위해파’의 부탁을 받고 10kg대의 히로뽕(100억원대)을 국내에 반입 시도하다 실패한 바 있다.

선교회 출신의 한 제보자는 “선교회 내부서도 술자리를 갖는 과정서 물뽕(GHB)을 타서 여신도에게 먹이고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조양은이 궁금하다고 호기심에 한번 발 담그면 재산 전부를 빼앗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약 사건 
연루 의혹도

특히 “조양은은 자신의 어려웠던 과거사를 이야기하며 무슨 일이든 도와주겠다고 접근하고, 직업과 가족관계를 직접 물어본다”며 선교회 운영 방식에 관해 이야기했다. 실제로 조양은과 대면 심사를 통해 정상적인 가정과 직업이 있는 신도들만이 선교회에 등록할 수 있다. 조양은이 이끄는 선교회는 마포구 용강동에 있었으나 현재는 강남구 선정릉역 인근으로 이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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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