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감독이 선수로 뛰는 나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원내 인사인 만큼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박찬대 원내대표와 부딪치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원외 인사여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가끔 충돌하기도 한다.

특히 여당 대표는 원내 인사일지라도 대통령이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 원내대표와 가까운 경우가 많다. 국민의힘 한 대표가 원외 인사라 윤석열 대통령의 견제나 추 원내대표의 저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래 정당 대표는 당내 갈등을 조정하고 선거전략을 수립하며 공천을 통해 당의 이미지를 기획하는 역할을 하는 자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당 대표를 대선으로 가는 필수코스 정도로 여기고 있다.

실제로 당 대표의 시각도 항상 대선 시계에 맞춰져 있다.

야당이야 정권교체를 위해 당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치면 되겠으나 여당은 당 대표보다 위상이 높은 대통령의 존재가 있어 당 대표 중심의 운영이 쉽지 않다. 거기다 당 대표가 원외 인사일 경우 그 입지는 더 애매할 수밖에 없다.

지금 국민의힘 한 대표의 입지가 그렇다.


역대 원외 인사였던 당 대표는 이부영, 손학규, 박희태, 김종인, 홍준표, 권영길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원내 화합에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대통령도 되지 못했다. 현재 원외 인사인 국민의힘 한 대표가 고민해봐야 할 포인트다.

6공화국의 노태우·김영삼·김대중·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은 원내 의원으로서 당 대표를 거쳐 대통령이 된 케이스다. 그러나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당 대표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됐다. 윤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비밀이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국민의힘 한 대표가 당 대표는 경험하지 못했지만 국회의원을 경험했던 이명박·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결이 다르다. 국회의원도 당 대표도 거치지 않고 대통령이 된 윤 대통령과 많이 닮았다. 그런데 왜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을까?

윤 대통령이 얼마 전 대통령실 만찬에 추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를 초청했을 때 한 대표를 뺀 표면적인 이유는 한 대표가 원외 인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막을 보면 한 대표가 21대 대통령선거서 부동의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김건희 여사 특검 등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한 대표가 “여당 대선후보는 대통령과 각을 세워야 대선서 유리하다”는 단순한 정치공학적 원리를 적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대표가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면 원내 의원들의 협력이 필요한데 원외 인사여서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필자는 당 대표가 당 대표로서 본연의 일을 하기보다 당 대표직을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 대표가 돼 대선후보로서 지지율을 계속 끌고 가려는 모습이 초라하다는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해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한 대표는 현재 임기 2년의 여당 대표로서 국정운영을 돕고 당을 관리해야 하는 감독이다. 이 점이 윤 대통령과 다른 점이다.

지난달 국민의힘 한 대표와 민주당 이 대표가 만나 지구당을 부활하자고 합의한 데도, 원내 기반이 약한 한 대표가 원외 기반을 강화해 확실한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더 적극적이었을 것이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정당의 정책을 반영해 법도 만들고 나라 살림 감독도 하고, 이들이 뽑은 원내대표가 정당의 대표가 돼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당 대표가 된 후 당헌·당규도 바꿔버리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양대 정당의 전당대회서 당 대표 후보는 “대선에 나오지 않겠다”는 공약을 하라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 한 대표와 민주당 이 대표는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결국 2026년 지방선거서 공천권을 통해 세를 모은 후 2027년 21대 대통령선거서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다.

필자는 이런 부당한 체제라면 원내대표가 당 대표를 맡고 현재 당 대표 체제는 없애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정당이 정당답게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정당이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권 연장이나 정권교체에만 집중한다면 정당 스스로가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고, 우리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전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정부가 있는데도 우리나라 양대 정당의 당 대표가 자신들의 대권 욕심을 챙기느라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고 정부와 각을 세우거나 사사건건 반대만 해선 안 된다.

색깔 있는 정당을 대표하는 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반쪽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여당 지지층이나 야당 지지층서 골고루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어야 온전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근소한 차로 이긴 한 쪽에 치우친 대통령만 나오고 있어 문제다.

당 대표직이 대통령이 되기 위한 발판이 돼선 안 된다. 당 대표는 대선이건 총선이건 룰을 만들고 관리·감독을 해야지 당 대표가 선수로 나가면 안 된다.


지난 대선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치밀한 선거전략으로 구원투수 윤석열 대선후보를 내세워 승리했던 사례를 우리 정치가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한 대표나 이 대표 중 누군가가 대선을 포기하고 당 대표 업무에만 전념한다면 그 정당이 21대 대선서 승리하지 않을까?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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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