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한동훈-이회창 아이러니 오버랩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14 10:20:21
  • 호수 15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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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보면 2024년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재직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갈등과 결별을 이어가고 있다. 견제 장치를 없애는 것에 골몰했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폭주 기관차로서 헌정사에 비극으로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갈등은 지난 1월부터 드러났다. 두 사람은 검찰 시절 인연에 이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으로서 호흡을 맞췄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대표는 1월17일, 김경율 회계사를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한 후 22대 총선 서울 마포을 출마를 직접 소개했고, 이때부터 두 사람 사이의 파열음이 일어났다. 김 회계사는 20년 넘게 참여연대서 활동한 야권 성향 인물이었다.

검찰 인연서 
정권 악연으로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김 회계사의 종편 유튜브 방송 출연 당시 발언이었다.

김 회계사는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서 “디올백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한 진상을 이야기하고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입장을 표명하는 게 국민 마음을 추스르는 방법”이라며, 김건희 여사를 프랑스 부르봉 왕조 시절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대혁명은) 사치와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국민의)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민감한 시기에 사천(私薦)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김 여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공천 시스템 훼손 우려 때문”이라는 명분으로 한 위원장을 비판했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한 위원장에게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한 대표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거론했고, 당내 친윤(친 윤석열)계도 사퇴 여론을 조성했다. 이어 한 대표의 비대위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에도, 그가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한 조건부 수용 의사를 드러내자,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압박한 사실이 밝혀졌다.

총선을 불과 석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일단 봉합’인 상황을 유지한 채 선거를 치렀고, 김 회계사도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물론 ‘일단 봉합’이었을 뿐 ‘완전 봉합’은 아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선거 정국 중에도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논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거취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논란 등 이슈를 놓고 끊임없이 충돌했다.

윤 대통령은 4월1일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된 대국민 담화를 진행했고, 한 위원장은 사퇴 의사까지 밝혀가면서 ‘의대 증원 유연화’를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지난 22대 총선서 108석만을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서 사퇴했지만, 해외직구 규제 논란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이어나갔다. 이어 ▲전당대회 출마 ▲채상병 특검법 찬성 ▲김 여사 발신 문자 ‘읽씹’ 논란 ▲R&D 예산 삭감 비판 등 흐름이 이어지는 와중에 선거인단 득표와 여론조사 지지율을 합친 62.84%의 지지를 얻어 당 대표로 당선됐다.

한 대표의 취임 이후에도 두 사람은 ▲정책위의장 임명 갈등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등 문제서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이 연이어 보도됐다. 이들의 갈등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제목을 장식했던 표현은 ‘윤 격노’였다.

갈등이 가장 크게 불거진 사안은 지난 9월 불거진 김대남 전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이었다.

김경율 영입부터 시작된 윤·한 갈등
30년 전 내부 갈등과 유사 형태 전개

유튜브 ‘서울의소리’는 김 전 감사가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재직할 당시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 전 감사는 전당대회 중이던 지난 7월10일 “‘서울의소리’가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김 여사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고, ‘서울의소리’는 7월12일 한 대표의 당비 횡령 및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한 대표는 “보수정당 당원이 소속 정당 정치인을 허위 사실로 음해하기 위해 좌파 유튜버와 협업하고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명백하고 심각한 해당 행위이자 범죄”라며, “당 차원서 필요한 절차들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김 전 감사는 일면식도 없고, 해당 발언은 김 전 감사가 청와대서 퇴직한 이후에 한 발언인 데다 일방적이고 과장된 주장”이라며, “김 여사와도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 전 감사가 2022년 4월 강남구청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국제뉴스>와의 인터뷰서 “윤 당선인을 위해 조직 동원 활동을 했고, 당선인이 저를 많이 신뢰하셨던 것 같다”며, “당선인과 2시간 동안 독대라는 귀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2년 3월에는 자신의 SNS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감사는 감사직 취임에 대해서도 “다른 회사는 임기가 2년인데, (서울보증보험 감사의 임기는)3년이라 현 정부가 끝날 때까지 있을 수 있어서 내가 선택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진행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 표결은 지난 4일 진행됐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재의 표결서 104표의 반대가 나왔다. 국민의힘 의석수는 총 108석이기 때문에 4명의 이탈표가 발생한 셈이다.

이틀 후에는 한 대표와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 20여명이 서울 종로구 한 식당서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이들이 향후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는 아직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국민의힘의 의석수가 총 108석이라는 사실로 비춰볼 때, 20여명이라는 이들의 ‘세’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현재 개헌저지선 100석을 살짝 웃도는 선의 의석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여론조사 꽃’이 7일 발표한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23.7%로 집계됐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29%로 대통령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보다 낮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회사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하고 2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대표는 차기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19.3%를 기록해 전체 2위에 올랐다. 한 대표 외에 이름이 거론된 국민의힘 인사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있지만, 이들은 모두 5%를 넘지 못했다.

국민의힘으로서는 한 대표 외에는 유의미하게 내세울 수 있는 대선주자가 아직은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YS와 갈등
박과 갈등

헌정사에서 대통령과 당내 유력인사가 갈등을 빚은 사례는 여럿 있었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제3공화국 시절 제6대 총선서 당선돼 의회 입성 후 민주공화당 내에서 계보를 구성하고 있었다. 당내서 ‘박정희 대통령의 후계자’로 미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3선 개헌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 전 총리의 자택은 김형욱 부장이 이끌던 중앙정보부의 감시를 받았고, JP 계열 연구모임 국민복지연구회서 3선 개헌을 반대했다. 구성원들은 중정서 혹독한 심문을 받으면서 ‘JP 대통령 추대 음모’를 추궁당했다. 김 전 총리는 결국 마음을 바꿔 3선 개헌을 지지했다. 

김 전 총리는 ‘최순실 게이트’ 정국이 이어졌던 2016년 11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서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김 전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제가 나세르입니까? 왜 자꾸 의심하십니까?”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내가 좀 의심도 해”라고 말했고, 김 전 총리는 인터뷰 도중 “(박 대통령이)‘했어’라 아니라 ‘해’라고 말했다. (의심을)계속 하고 있다는 말”이라면서 서운했던 기억을 회고했다.

가말 압델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은 총리로 재직했던 1954년 무함마드 나기브 대통령을 퇴출시키고, 스스로 대통령에 취임했다. 나세르 대통령은 1952년 왕정을 무너트린 자유 장교단의 쿠데타를 주도한 후 나기브 장군을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박 대통령이 김 전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 동원한 사람들은 ‘4인방’이었다. 4인방은 김성곤·김진만·백남억·길재호 민주공화당 의원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당내 대리인 격으로 JP계와 다퉜고, 3선 개헌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특히 김성곤 의원은 박 대통령의 셋째 형이자 김 전 총리의 장인인 박상희씨와 친분이 돈독했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과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당내 영향력이 커진 4인방은 1971년 항명 파동을 일으켰다. 당시 야당이었던 신민당은 “광주대단지 사건과 실미도 사건의 책임을 묻는다”는 취지로 오치성 내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국회 의석수 총 204석 중 공화당 소속은 113명이었고, 공화당은 ‘해임건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에, 부결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4인방은 10월2일 가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자 이후락 부장이 이끌던 중정은 이들을 연행해 고문을 가했고, 정계서 추방된다. “김성곤 의원은 콧수염까지 뽑혔다”는 이야기가 있다. 4인방이 정리된 것은 한국 정치에 큰 흔적을 남긴다. 공화당에는 더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에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박 대통령은 1972년 10월 유신헌법을 발표하고 제4공화국을 열었다.

문민정부에서는 이회창 당시 국무총리가 김영삼(YS)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 전 총리는 YS의 권유로 감사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청와대·기무사 등 어느 기관이든 법 규정에 따라 감사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권력기관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대권 도전했다
콧수염 뽑혔다

감사원은 먼저 대통령비서실부터 대대적으로 감사했다. 이어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후 비리에 연루된 노태우정부의 국방부 장관 2명과 해·공군 참모총장들을 적발했다. ‘평화의댐’ 비리 의혹을 근거로, 안기부에 대한 감사도 진행했다.

안기부가 감사원 직원들의 진입을 막는 등 감사를 거부하자, 이 전 총리는 “그대로 밀고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불과 10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이 상황은 5공·노태우정부에 대한 사정(司正)이었기 때문에, 문민정부에게도 유리한 흐름이었다. YS는 이 전 총리를 국무총리로 발탁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총리 취임 이후 시작됐다. 이 전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서 총리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통일원 장관 등 회의 구성원들은 총리의 직할이고, 총리의 승인을 받지 않은 회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전 총리는 자진사퇴 형식으로 사실상 경질됐다.

이 전 총리는 신한국당에 입당해 정치에 입문했고, 제15대 총선 선대위원장을 거쳐 당 대표로 지명됐다. 하지만 총리 재직 당시부터 시작된 갈등은 이 전 총리의 당대표 취임 이후 더욱 크게 불거졌다. 이 전 총리는 대표직서 사임하지 않은 채 대선에 출마했고, 김윤환 의원 등 민정계는 이 전 총리를 지원했다.

반면 민주계는 여러 후보들이 난립해 단일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전 총리가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YS는 암묵적으로 이인제 후보를 지원했다. 이 후보는 신한국당을 탈당해 국민신당을 창당한 후 신한국당의 표밭을 잠식했다. 이 전 총리는 제15대·제16대 대선에 출마했다가 연이어 낙선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크게 충돌했고, 이 충돌은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바꿨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은 2015년 2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당선 이전에 이미 결별했던 상황이었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외교 노선과 관련해 “청와대 얼라들이 외교하느냐”는 말을 해 파문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당시 친박(친 박근혜)계는 이주영 의원을 원내대표로 밀었지만, 유 전 의원은 경선서 이 의원을 물리쳤다. 유 전 의원은 취임 직후 박 대통령의 핵심 의제 ‘창조 경제’를 비판하면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폭주 기관차, 결국 헌정사 비극으로 
갈등마다 격노…이번도 같은 길 걷나

유 전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불과 5개월밖에 이어가지 못했다. 당시 여야는 정부가 법률을 침해하는 시행령을 국회가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통과시켰다. 이 합의는 유 전 의원이 주도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국민이 배신의 정치인을 심판해주셔야 한다”면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유 전 의원으로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서 야당의 여러 요구 조건 중 선택했던 사안이 국회법 개정안이었다. 그로서는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거래 조건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이게 왜 배신이냐”는 의문이 들 법했다.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그는 결국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유 전 의원은 당 대표가 된 적은 없다. 당시 당 대표였던 김무성 전 의원도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는 했지만, 유 전 의원의 대립각이 더욱 강하게 부각됐다. 김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이 물러난 후에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심번호 국민경선제에 대한 합의를 하면서, 박 대통령과 크게 각을 세웠다.

제20대 총선 국면에서는 공천 갈등 끝에 ‘옥새 런’ 사건을 일으켜 갈등을 증폭시켰다.

박정희·박근혜 부녀 대통령은 당내 견제 장치를 모두 제거한 후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다가 파국을 맞았다. 공화당과 유신정우회 모두 거수기 역할만 소화하면서, 중앙정보부장과 대통령경호실장이 2인자 자리를 놓고 갈등하던 중 아버지 대통령은 암살당했다.

딸 대통령은 비선 실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과 핵심 측근인 문고리 3인방(정호성·안봉근·이재만)에 의지해 국정을 운영하다가, 비선 실세의 존재 및 대기업에 대한 금품 갈취가 발각돼 탄핵당하는 비극을 맞이했다. 

탄핵안이 국회서 가결될 당시 새누리당은 원내 2당이었기 때문에 사태를 수습할 역량 자체가 없었다. 대기업에 대한 금품 갈취를 세상에 드러낸 언론은 보수언론 <조선일보>였다. 박 전 대통령과 <조선일보>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대통령이 폭주 기관차가 되면 그 끝은 결국 파국이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재직 시절 민주당 및 문재인정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결별했고, 정계 입문 후에도 이준석 전 새누리당 대표는 물론, 현재 한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논란도 정치 입문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견제 없앤 
정권의 끝

민주당은 현재 압도적인 원내 제1당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호불호와 찬반 여하를 떠나 ▲법 왜곡죄 ▲금융투자소득세 ▲거부권 특별법 등 정책 논제를 던지고 있다. 원외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통일 정책과 관련해 ‘두 국가론’라는 논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오로지 김 여사와 ‘윤·한 갈등’만 보인다. ‘웰빙 정당’이라는 놀림도 여전하다. 견제 장치를 날리기 위한 파국의 끝이 어땠는지는 헌정사에 빼곡하게 기록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연 현재와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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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