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VS 헌재 30년 충돌 속사정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08 10:09:11
  • 호수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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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배분 놓고 힘겨루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맞서 야당이 거부권 행사 제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헌법 사안을 법률안으로 발의하자 법무부와 법제처는 ‘위헌’이라고 반대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권한 배분이 헌법이 아닌 법률에 규정된 이후 30년째 충돌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수석부대표와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지난 9월7일 대통령 재의요구권(법률안거부권, 이하 ‘거부권’) 관련 법안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법안에는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법안 등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해충돌

법안서 설명하는 이해충돌은 ▲공직자의 직무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관련 사안 ▲본인·배우자·4촌 이내 혈족과 인척의 범죄 혐의 관련 사안 ▲그 외 중대한 이해충돌 가능성이 인정되는 사안이다.

아울러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자제’를 요구하면서 ▲명백한 헌법 위반 ▲중대한 재정적 부담 ▲집행 불가능이 명백한 법률안 ▲그 외 명백하게 중대한 공익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법률안이라는 거부권 행사 기준을 설정하고, 소명 의무를 부여했다.

정부는 같은 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국무회의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2년4개월여 동안 총 24회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승만정부가 총 45회의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장면 내각 8회 ▲박정희정부 5회 ▲노태우정부 6회 ▲참여정부(고건 권한대행 포함) 6회 ▲이명박정부 1회 ▲박근혜정부 2회 등 옛 정부들이 10회 이내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문민정부·국민의정부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국민주당과 정치적으로 결별했고, 제헌의회부터 제3대 의회까지는 무소속 의원이 많았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가 잦았다. 자유당이 원내 다수당이 된 시점은 제3대 의회였다.

윤 대통령도 취임 이후 줄곧 여소야대 정국을 직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줄곧 여소야대 정국을 직면했지만,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당은 특별법 발의로 맞서고 있다.

야, 대통령 거부권 제한 발의
정부 “위헌”…그 이유는?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본인·배우자·친인척·측근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안에 거부권을 사용하는 것은 법안의 지적대로 이해충돌 가능성이 크다. 측근 관련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최도술·이광재·양길승 특검법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례가 있었다.

국회 운영위의 검토보고서에도 “공직자는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안 경우 신고·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제5조 규정을 언급했다.


법률 형식으로 거부권 행사를 제한시키려는 발상에 대해서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법무부와 법제처는 이미 국회 운영위에 “헌법에는 거부권 행사에 대한 제한 규정이 없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법률로 침해하기 때문에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국회 운영위의 검토보고서에도 “헌법 사안이므로 개헌 시 논의하는 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담겨있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규정돼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절차는 법률에 위임할 수 있다’는 위임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상 내용과 절차를 법률에 위임한 사안은 ▲사면권 ▲계엄 선포 ▲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관의 연임 규정 등이 있다. 위임 규정이 없는데도 법률로써 헌법 사안을 제한하려고 한다면, 위헌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2015년 6월 “시행령이 법률 제정의 취지에 맞지 않으면, 국회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참여했기 때문에, 특별법으로 헌법 사안을 제한하려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모순일 수도 있다.

헌법에 규정해야 할 사안을 법률로 제정해 기관의 큰 충돌을 초래한 사례는 대법원·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재판소원 관련 충돌이 있다. 사법부 최고기관의 위상을 두고 갈등 중인 두 기관은 한정위헌·재판소원을 놓고 1997년 이후 총 3회에 걸쳐 직접 충돌했다.

특별법으로 헌법 사안 제한?
제정 추진 모순 지적도 제기

헌재는 1987년 9차 개헌 이후 설치됐고, 헌법소원 제도도 그때부터 운용됐다.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의 2017년 7월26일 <법률저널> 기고 칼럼에 따르면, 9차 개헌 이후 대법원은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이 경우 헌재가 사법부 최고기관이 된다. 대법원은 헌법이 아닌 헌법재판소법을 통해 ‘헌법소원서 재판 배제’를 관철했다고 한다.

하지만 헌재는 1997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는 재판을 취소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후 대법원과 헌재는 “A를 B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한정위헌 결정의 인정 여부와 재판소원을 놓고 갈등을 이어갔다.

한정위헌은 헌재의 위헌결정 효력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에 명시되지 않은 재판 형식이고, ‘법령 해석·적용 기준’을 마련하는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형식이다. 

대법원은 1996년 4월 “한정위헌은 헌재의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대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면서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을 무시한 판결을 제시했다. 그러자 헌재가 한정위헌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는 사태가 1997년 1회·2022년 2회 등 총 3회에 걸쳐 발생했다.

이 갈등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 농단 의혹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사안도 헌재와의 다툼이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재판소원 허용’을 공개적으로 국회에 요구했던 박한철 당시 헌법재판소장 비난 기사를 대필해 특정 법률 전문지에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는 개헌 당시 두 기관의 갈등을 예상치 못한 채 헌법에 명확한 권한 배분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고 볼 수 있다. 당사자가 뒤늦게 갈등의 씨앗을 깨닫고 차선책으로 법률에 담았지만, 갈등을 봉쇄하지는 못했다.

헌법과 법률은 무게감부터 다르다. 헌법개정안은 재적 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되지만, 법률은 재적 과반수 출석·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따라서 법률 위임 규정이 없는 헌법 사안을 법률로 제한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효력 갈등

<일요시사>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 의원 측과 황 의원 측에 ▲위헌 가능성 ▲한정위헌·재판소원 관련 대법원·헌재의 갈등에 대해 문의했다. 두 의원은 지난 9월30일부터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규탄하는 천막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김 의원 측과는 연락이 닿았으나 답변하지 않았고, 황 의원 측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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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남은 윤 레이스, 보이지 않는 돌파구

절반 남은 윤 레이스, 보이지 않는 돌파구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임기 반환점서 야심 차게 던진 승부수가 혹평으로 막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례 없는 솔직함을 보여줬지만 국민이 원했던 방향과는 달랐던 모양새다. 남은 임기는 2년 반. 출구도 퇴로도 꽉 막힌 길목서 바라본 결승선은 아득하기만 하다. 지난 몇 주 동안 용산은 그야말로 지뢰밭을 걸었다. 날마다 새로운 의혹이 추가되는 ‘명태균 게이트’에 지지율은 20%대 안팎을 맴돌았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탄핵소추안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계속되는 당정 갈등과 영부인 리스크는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조차 흔들었다. 윤 대통령이 대대적인 쇄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정 동력 상실은 물론 보수 궤멸, 더 나아가 2016년 탄핵 정국이 되풀이될 것이란 위기감마저 맴돌았다. 이번엔 다를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용산의 아픈 부분을 직격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의 속 보이는 음모와 선동을 막기 위해선 변화와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한 녹음이 공개된 건 국민들께 죄송스러운 일이고 국민 실망은 정부·여당의 큰 위기”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은 정치 브로커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 차원서 당당하고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국민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힌 뒤 사과를 비롯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이른바 ‘명태균 녹취록’을 공개한 지 나흘이 지난 시점이다. 그동안 한 대표는 녹취록에 대한 질문에는 에둘러 대답을 피했다. 대신 국민의힘 중진 의원과 만나 여러 차례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중진을 설득해 용산에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녹취록에 대한 입장 발표를 무한정 미룰 수 없으니 용산과 물밑으로 소통하며 발언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날 한 대표는 전면 개각도 요구했다. 그는 “적어도 이번 사안의 경우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가 아니다.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쇄신과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개각을 단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과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를 즉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 상황서 머뭇거리면 공멸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보도가 난 건 이날 늦은 저녁이었다. 현재 상황이 임기 반환점을 돌아 연말까지 이어지면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예정보다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의견을 일부 수렴했다고 봤지만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난 자리서 “대대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당 차원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윤 대통령을 움직인 배경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허리 숙였지만…‘김건희 대변인’ 비판만 국회 특검은 삼권분립 위반? 자기모순 논란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임기 절반을 사흘 앞둔 7일, 회견을 통해 김 여사 문제와 명태균씨 관련 논란 등 민감한 사안을 정면 돌파할 것이란 이야기가 들려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8월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이는 약 20분 이상 국정 성과 위주의 담화를 발표한 뒤 정치·외교·사회·경제 등 분야를 나눠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견에는 시간이나 질문 분야, 개수 등에 제한 없이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답하는 그야말로 ‘끝장 회견’을 통해 고꾸라지는 지지율을 반등할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여사에 대한 솔직한 입장이 나올지, 그에 따른 대국민 사과가 이뤄질지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회견을 통해 각종 의혹에 대한 오해를 풀고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면 집 나간 TK 민심은 물론 국정운영까지 정상궤도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회견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이 강조된 메시지를 기대했다. 이번 회견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과 당정 관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5월, 8월 대국민 담화처럼 ‘안 하느니만 못한 기자회견’이 된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6년 대국민 담화가 또다시 소환됐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지던 때 당시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기자회견서 민심을 되돌리는 데 실패한 날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2분 남짓한 시간에 준비한 사과문만 낭독한 뒤 퇴장했으며, 취재진 질문도 받지 않았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았다”면서도 추가 의혹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까지 추락했다. 민심을 확인한 청와대에서는 부랴부랴 특검 수사를 비롯한 개헌을 제시했지만 이미 탄핵의 강을 건넌 뒤였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 마련된 단상에 섰다.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에 앞서 “지난 2년 반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다. 국민 여러분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겠지만 제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며 “그런데 제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파격적? 뭐 하러… 이어 “민생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기도 했고,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며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자리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 변화’를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남은 2년 반은 민생의 변화를 최우선에 둘 것”이라며 “그동안은 잘못된 경제기조, 국정기조를 정상화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남은 2년 반은 국민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밝혔다. 해결이 시급한 의료개혁 역시 “국민께서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차분하고 꼼꼼하게 추진해 나가겠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대국민 담화를 마친 윤 대통령은 곧바로 취재진들의 질의를 받았다. 먼저 ‘대선 이후에도 명씨와 소통을 이어갔는지’를 묻는 말에 윤 대통령은 “명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선 이후)축하 전화를 받고, 어쨌든 명씨도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대변인 입장에서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고 얘기하기는, 그러니까 ‘사실상 연락을 안 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자기(명씨)가 나한테 문자를 보냈을 수가 있다. 그런데 답을 안 하면 소통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거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자신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부탁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 다음으로 김 여사에 대한 질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 여사가 명씨와 주고받은 연락’에 대한 질문에는 “일상적인 것(연락)들이 많았고 (연락은)몇 차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가 아내 휴대폰을 보자고 할 수는 없는 거라 제가 물어봤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취임하면 그 전하고는 소통 방식이 좀 달라야 한다’고 이야기하니까 본인(김 여사)도 ’한 몇 차례 정도 문자나 이런 걸 했다‘고는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하실 생각이 있나’라는 물음에는 “(김 여사)본인도 어찌 됐든 자신을 의도적으로 악마화하거나 가짜 뉴스로 침소봉대해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그런 억울함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어쨌든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리고 (국민들이) 속상해하시는 것에 대한 그런 미안한 마음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어, 저에게도 ‘괜히 임기 반환점에 그동안의 국정 성과 이런 얘기만 하지 말고 사과를 좀 하라’(말했다)”고 설명했다. 임기 반환점 찜찜한 뒷끝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는 선을 그었으며 특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기본적으로 특검을 국회가 결정해 임명하고 방대한 수사팀을 꾸리는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내각 및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서는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서 제가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 면모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이어 “늘 기조를 갖고 일관되게 가야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적재적소의 적임자를 찾아서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매듭 지었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서 이번 담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이목이 쏠렸다. 여권에서는 “솔직한 답변이었다” “겸허히 사과했다” 등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야당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끝내 국민을 저버리고 김 여사를 선택했다”고 직격했다. 조 대변인은 “140분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은 알맹이 없는 사과, 구질구질한 변명, 구제불능의 오만과 독선으로 넘쳐났다”며 “김 여사 문제 해결은 전면 거부했으며 김 여사를 지키려 특검 제도마저 부정했다”고 지적했다. 브리핑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선 “이번 회견은 마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 박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서 ‘최순실은 어려웠을 때 나를 도왔던 사람’이라고 말한 것과 데자뷰가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내용을 자세히 못 봐서 입장을 말씀드리기 이르다”면서도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국민께서 그렇게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힘만 빠지는 여 기회 노리는 야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도 “이번 기자회견으로 사실상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은 끝이 났다. 국민께서 준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황 원내대표는 “마지막 기회는 지나갔다. 이제 민심의 태풍을 그대로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 탄핵만이 해답”이라고 소리 높였다. 개혁신당은 “변화 없는 돌림노래”, 새로운미래는 “부부의 절절한 사랑을 과시하기에 바빴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은 방어에 나섰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 모든 것이 본인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라며 겸허히 사과하셨다”며 “앞으로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 쇄신 의지와 당정 소통 강화에 대한 의지도 뚜렷이 밝히셨고 인적 쇄신도 적절한 시점에 하시겠다는 의사를 피력하셨다”고 설명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 이상 지지율이 하락하는 걸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기자회견 중간중간마다 탄식이 나오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나마 남아 있는 집토끼는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이 뜰락 말락 하는 지지자는 또 다른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여당은)오는 15일, 25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결과로 승부를 보려 하는데 반사이익으로 얻은 지지율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이번 기자회견이 앞으로의 분수령이라고들 해석하셨다. 변화와 쇄신이 키워드였는데 결국 국민께서, 특히 이탈한 보수층이 이를 얼마나 진정성 있게 평가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남은 2년 반 동안 국정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등을 돌린 TK 지지층을 다시 끌어들이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악재가 켜켜이 쌓이고 있지만 용산이 즉각 대응하지 않거나 거짓 해명으로 스텝을 꼬아 보수 지지층의 적잖은 실망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반응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여론에 대한 반응성이 높아져야 지지율이 올라가고, 지지율이 올라야 개혁을 할 수 있다”며 “지금은 거꾸로 가는 상황이다. 개혁의 가장 중요한 동력은 여론의 지지인데 지금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도 멀었다 신평 변호사 역시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번 회견서 윤 대통령은 평소 인품대로 아주 솔직 담백한 말을 했다”며 “고강도의 대책이 나오기를 바라는 분도 분명히 계셨을 테지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대한 여러 가지 일화를 꺼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정 쇄신과 앞으로의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과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며 “국정운영이 답답한 때도 있다. 조금 더 긴밀히, 그리고 국민의 심기를 살피면서 해나가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되도록 많은 소통을 하고 또 나아가서는 협치까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