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도 나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흔들기

역대급 성적 내고 욕받이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수들의 활약으로 생긴 빛이 체육계의 어두운 이면을 끄집어냈다. 훤히 드러난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하지만 ‘고인물’ 인사들은 버티기에 돌입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비판과 질타에도 자리를 지키겠다며 발버둥 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현주소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서 열린 현안질의 현장은 ‘축구협회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 회장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정 회장과 홍 감독은 쏟아지는 질타에도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청문회급
집중 질타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축협 사유화, 주먹구구식 행정 등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동네 계모임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정관에 따라 움직이는데 축구협회는 이보다 못한 조직”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정 회장의 답변 중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4선 도전’ 여부였다. 2013년부터 축협 회장을 맡아온 정 회장은 올해로 세 번째 임기를 마친다. 공개적으로 4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은 없지만 지난 5월, 정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선출, 축구 외교무대에 복귀하면서 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이날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문성 해설위원이 “정몽규 체제는 끝나는 게 맞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내는 등 정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심사숙고 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4선 도전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물음에도 “앞으로 잘 생각해서 현명하게 결정하겠다”며 “다 열어놓고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축협 인사들의 발언에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축협 운영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도 자리만은 보전하려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해설위원의 “국민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 현안질의 현장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6년 통합 회장 선출
재선 거쳐 3선 노린다?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이 축협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반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체육 종목단체를 아우르는 대한체육회 역시 축협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이날 현안질의서도 축협의 파급력에 가려졌을 뿐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에 대한 날 선 비판과 의혹 제기가 쏟아졌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파리올림픽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배경에 대한체육회가 있다는 한탄이 들린다. 우리나라는 최소 규모로 출전한 이번 파리올림픽서 역대 최다 타이인 13개 금메달을 따내며 종합순위 8위를 차지하는 등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초기 목표였던 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하지만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체육계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배드민턴, 사격 등 파리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거둔 종목서 나타난 협회의 민낯은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축협, 배드민턴협회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문체부는 지난 10일, 중간발표서 배드민턴협회의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후원사로부터 장부 기입 없이 후원물품을 추가로 받은 부분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배드민턴협회는 “문체부가 협회 정책과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보기보다는 단편적인 내용으로 협회와 조직을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근거 없이 개인을 횡령, 배임으로 모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비쳤다. 

문체부는 ‘윗선’인 대한체육회에도 칼을 들이댔다. 이 과정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의 3선 도전이 얽히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뒷전된 영광
드러난 민낯

지난 12일 문체부는 감사원에 대한체육회 운영 전반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대한체육회의 ▲부적절한 파리올림픽 참관단 운영 ▲후원사 독점공급권 계약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과도한 수의계약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일방 취소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 운영 ▲특별보좌역·위촉자문위원 및 대한체육회 자체 예산의 방만한 사용 ▲보조사업 관리 부실 및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역시 “대한체육회 중심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언급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문체부가 8년 동안 이어진 이기흥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며 “체육계를 퇴행시킨 8년”이라고 이 회장 재임 시기를 비판했다. 

이 회장은 2016년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유효표 892표 중 294표를 얻어 213표를 획득한 장호성 당시 단국대 총장을 81표 차로 따돌렸다. 통합 직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을 지낸 이 회장은 1997년 대한근대5종연맹 고문을 시작으로 체육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대한카누연맹회장, 세계카누연맹 아시아대륙 대표, 대한수영연맹회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대한체육회 예산은 4150억원에 달했고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모두 담당하는 통합 체제의 초대 수장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또 임기 내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예정돼있어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됐다.

압도적 지지
재선 성공


이 회장은 4년 뒤 열린 선거서 초선 때보다 많은 표를 획득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2021년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41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서 이 회장은 절반에 육박하는 46.4%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총 1974표 중 915표를 얻었다. 첫 선거와 비교해 득표율이 13%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구타 사건 및 지도자와 동료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철인 3종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상태였다. 능력과 도덕성에 있어 자격미달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체육계는 이 회장에게 ‘4년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표를 던졌다.

그로부터 4년 뒤 이 회장의 두 번째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난다. 이 회장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3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체육회의 체육단체 임원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이 회장의 3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임시 대의원총회서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 등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현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 후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3선 이상 연임을 원하면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현재 연임 조항으로 임원 구성이 어렵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하지만 체육회 안팎서 이 회장의 3선을 위해 정관까지 개정하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날 총회에서는 현 체육회장은 정관 적용서 제외하기로 수정 의결했다. 정관 개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문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유 장관은 대한체육회의 정관 개정안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임원의 임기 연장을 허용하는 현재 시스템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권한을 체육회장이 갖고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현재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 15명은 모두 이 회장이 임명했다.

자기 사람 심어둔 스포츠공정위
‘셀프 연임’ 논란 장관은 ‘반대’

다시 말해 이 회장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임기 연장을 신청할 경우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심의를 받는 일이 발생한다.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지난 24일 문체부 현안질의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임기 연장 심의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김병철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 동안 이 회장의 특별보좌관직을 수행하면서 급여를 받았다. 이후 스포츠공정위원장으로 임명해 (이 회장의)연임을 결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위원장은 내가 임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후보 추천위원회가 있다. 정부하고 협의한 뒤 승인을 받아 임명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 장관 역시 그 부분을 문제 삼았다. 유 장관은 “(체육회장 연임 승인)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공정위원회처럼 연임을 최종 결정하는 기관의 승인이 필요하면 체육회, 문체부와 관계없는 기관에 위탁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특별보좌관을 꽤 하다가 위원장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회장과의)관계를 보면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 특별보좌관이라는 것은 어드바이저 역할과 체육회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나의 사적인 업무를 돕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가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운영 등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운영에 대한 문체부의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체육회 역시 ‘맞불’로 대응하는 등 두 기관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감사 청구 직후 ‘문체부의 위법 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필요한 절차에 따라 감사원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랑
맞장 뜬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1월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서 문체부 공익감사 청구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당시에는 요구사항을 보고하는 취지였다면 이번에는 실제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생활체육 예산의 지방자치단체 이관 ▲사업예산 집행 과정에 과도한 개입과 고의적인 사업 승인 지연 ▲체육단체 간 업무중복과 갈등에 따른 비효율성 발생 원인 제공 등을 문제 삼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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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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