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도 나선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흔들기

역대급 성적 내고 욕받이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수들의 활약으로 생긴 빛이 체육계의 어두운 이면을 끄집어냈다. 훤히 드러난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하지만 ‘고인물’ 인사들은 버티기에 돌입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비판과 질타에도 자리를 지키겠다며 발버둥 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현주소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서 열린 현안질의 현장은 ‘축구협회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 회장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정 회장과 홍 감독은 쏟아지는 질타에도 자진사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청문회급
집중 질타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 축협 사유화, 주먹구구식 행정 등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유정 의원은 “동네 계모임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더라도 정관에 따라 움직이는데 축구협회는 이보다 못한 조직”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정 회장의 답변 중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4선 도전’ 여부였다. 2013년부터 축협 회장을 맡아온 정 회장은 올해로 세 번째 임기를 마친다. 공개적으로 4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은 없지만 지난 5월, 정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으로 선출, 축구 외교무대에 복귀하면서 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커졌다. 

이날 현안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문성 해설위원이 “정몽규 체제는 끝나는 게 맞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내는 등 정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심사숙고 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4선 도전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물음에도 “앞으로 잘 생각해서 현명하게 결정하겠다”며 “다 열어놓고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축협 인사들의 발언에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축협 운영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도 자리만은 보전하려는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해설위원의 “국민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지적이 현안질의 현장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6년 통합 회장 선출
재선 거쳐 3선 노린다?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이 축협뿐만 아니라 체육계 전반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체육 종목단체를 아우르는 대한체육회 역시 축협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이날 현안질의서도 축협의 파급력에 가려졌을 뿐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에 대한 날 선 비판과 의혹 제기가 쏟아졌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파리올림픽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배경에 대한체육회가 있다는 한탄이 들린다. 우리나라는 최소 규모로 출전한 이번 파리올림픽서 역대 최다 타이인 13개 금메달을 따내며 종합순위 8위를 차지하는 등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초기 목표였던 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하지만 환호는 오래가지 않았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내면서 체육계의 어두운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배드민턴, 사격 등 파리올림픽서 좋은 성적을 거둔 종목서 나타난 협회의 민낯은 충격적인 수준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축협, 배드민턴협회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문체부는 지난 10일, 중간발표서 배드민턴협회의 횡령‧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후원사로부터 장부 기입 없이 후원물품을 추가로 받은 부분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배드민턴협회는 “문체부가 협회 정책과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 실태를 보기보다는 단편적인 내용으로 협회와 조직을 일방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근거 없이 개인을 횡령, 배임으로 모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비쳤다. 

문체부는 ‘윗선’인 대한체육회에도 칼을 들이댔다. 이 과정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의 3선 도전이 얽히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뒷전된 영광
드러난 민낯

지난 12일 문체부는 감사원에 대한체육회 운영 전반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대한체육회의 ▲부적절한 파리올림픽 참관단 운영 ▲후원사 독점공급권 계약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과도한 수의계약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일방 취소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 운영 ▲특별보좌역·위촉자문위원 및 대한체육회 자체 예산의 방만한 사용 ▲보조사업 관리 부실 및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역시 “대한체육회 중심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언급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문체부가 8년 동안 이어진 이기흥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며 “체육계를 퇴행시킨 8년”이라고 이 회장 재임 시기를 비판했다. 

이 회장은 2016년 통합 대한체육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유효표 892표 중 294표를 얻어 213표를 획득한 장호성 당시 단국대 총장을 81표 차로 따돌렸다. 통합 직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을 지낸 이 회장은 1997년 대한근대5종연맹 고문을 시작으로 체육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대한카누연맹회장, 세계카누연맹 아시아대륙 대표, 대한수영연맹회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대한체육회 예산은 4150억원에 달했고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모두 담당하는 통합 체제의 초대 수장이라는 점에서 이 회장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또 임기 내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예정돼있어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됐다.

압도적 지지
재선 성공


이 회장은 4년 뒤 열린 선거서 초선 때보다 많은 표를 획득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2021년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41대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서 이 회장은 절반에 육박하는 46.4%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총 1974표 중 915표를 얻었다. 첫 선거와 비교해 득표율이 13%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구타 사건 및 지도자와 동료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철인 3종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상태였다. 능력과 도덕성에 있어 자격미달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체육계는 이 회장에게 ‘4년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에 표를 던졌다.

그로부터 4년 뒤 이 회장의 두 번째 임기는 올해 말로 끝난다. 이 회장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3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체육회의 체육단체 임원 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이 회장의 3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임시 대의원총회서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 삭제 등을 담은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현 체육회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 후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3선 이상 연임을 원하면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현재 연임 조항으로 임원 구성이 어렵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하지만 체육회 안팎서 이 회장의 3선을 위해 정관까지 개정하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날 총회에서는 현 체육회장은 정관 적용서 제외하기로 수정 의결했다. 정관 개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문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유 장관은 대한체육회의 정관 개정안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임원의 임기 연장을 허용하는 현재 시스템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권한을 체육회장이 갖고 있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현재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 15명은 모두 이 회장이 임명했다.

자기 사람 심어둔 스포츠공정위
‘셀프 연임’ 논란 장관은 ‘반대’

다시 말해 이 회장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임기 연장을 신청할 경우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심의를 받는 일이 발생한다.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지난 24일 문체부 현안질의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스포츠공정위원회의 임기 연장 심의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김병철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 동안 이 회장의 특별보좌관직을 수행하면서 급여를 받았다. 이후 스포츠공정위원장으로 임명해 (이 회장의)연임을 결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위원장은 내가 임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후보 추천위원회가 있다. 정부하고 협의한 뒤 승인을 받아 임명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유 장관 역시 그 부분을 문제 삼았다. 유 장관은 “(체육회장 연임 승인)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포츠공정위원회처럼 연임을 최종 결정하는 기관의 승인이 필요하면 체육회, 문체부와 관계없는 기관에 위탁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특별보좌관을 꽤 하다가 위원장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회장과의)관계를 보면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유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 특별보좌관이라는 것은 어드바이저 역할과 체육회의 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나의 사적인 업무를 돕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가 스포츠공정위원회의 구성, 운영 등에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운영에 대한 문체부의 공익감사 청구에 대한체육회 역시 ‘맞불’로 대응하는 등 두 기관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감사 청구 직후 ‘문체부의 위법 부당한 체육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필요한 절차에 따라 감사원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랑
맞장 뜬다

대한체육회는 올해 1월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서 문체부 공익감사 청구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당시에는 요구사항을 보고하는 취지였다면 이번에는 실제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하는 단계로 나아간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생활체육 예산의 지방자치단체 이관 ▲사업예산 집행 과정에 과도한 개입과 고의적인 사업 승인 지연 ▲체육단체 간 업무중복과 갈등에 따른 비효율성 발생 원인 제공 등을 문제 삼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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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