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형수 대부’ 삼중 스님

재소자에 평생을 바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재소자 포교와 사회 적응을 지원해 온 삼중 스님이 지난 20일 세수 82세 법랍 66년으로 원적에 들었다. 60여년간 재소자와 함께하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 삼중 스님은 무기수, 사형수 등의 교화 활동에 힘썼다. 사형 집행 현장을 마지막까지 지키며 ‘사형수의 대부’로도 불렸던 삼중 스님은 재소자 포교에 진력했다.

60년 가까이 사형수들의 교화에 힘써 온 ‘사형수의 대부’ 삼중 스님이 지난 20일 오후, 경주의 한 병원서 만성신부전증으로 투병하다 입적했다. 세수 82세, 법랍 66년. 삼중 스님은 심부전증으로 인해 이틀에 한번 혈액투석을 하면서도 재소자들을 위한 전법·교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투병 생활
교화 활동

지난 1942년 서울 서대문형무소 뒤편 단칸방서 태어난 그는 6·25 전쟁이 일어나자, 홀어머니 밑에서 피란 생활을 했다.

이후 1958년 경남 합천 해인사를 찾아 주지 청담 스님에게 “왜 중이 되려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세상서 가장 착한 사람이 되고 싶고, 죽음이 없는 영원한 인생을 찾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여기서 경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화엄사, 용연사, 자비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스님은 특히 소외된 이들의 생활 현장서 함께하는 동사섭 수행을 실천했으며 무기수, 사형수 등의 교화 활동에 힘썼다. 생전 인연을 맺은 사형수만 수백명에 이른다. 


삼중 스님은 지난 1967년부터 대구교도소를 시작으로 재소자 교화 활동을 펼쳤다. 당시 교도소는 목사와 신부들이 선교해 왔으나 스님은 전무했던 시절이었다. 대구교도소서 법사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스님은 곧바로 달려가 법사 직을 수락하고 교화 활동을 진행했다. 

재소자들과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점점 진지해지는 표정을 보고 ‘이제 이들을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스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사형수로 이어졌다. 거물 간첩을 시작으로 사형수들에게 법문을 전하는 일을 했고, 모두 500여명의 사형수와 만났다. 

세속에서는 죄를 지어 사형이라는 중형을 받았지만, 스님의 눈에는 모두 부처로 보였다. 그는 사형수를 상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사형 집행 현장을 지켜보기도 해 ‘사형수의 대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삼중 스님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며 형벌 체계의 불평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사형이라는 제도 자체를 없애도록 국회서 법을 고쳐야 한다”면서 대신 종신형을 법정 최고형으로 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중 스님은 한국이 25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지만 “법무부 장관이 명령하면 집행이 재개될 수 있다”며 “제도적으로 사형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형수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고 이들이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기 힘들기 때문에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힘 있는 사람들은 대단한 변호사를 선임하니 그런 허망한 일을 안 당한다”고 지적했다. 


투석 중에도 교화 활동
맺어진 인연만 수백명

사형 집행 현장을 여러 번 지켜본 삼중 스님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돈이나 권력으로 잘 마무리해서 교도소에 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이 없어서 작은 실수를 하고도 엄청난 형벌을 받는 사람이 지금도 있다”며 한국 사회의 형벌 체계가 강자에게 관대하고 약자에게 가혹하다는 인식을 강조했다. 

서진 룸살롱 살인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인 서울목포파 고금석이 삼중 스님을 만나 참회한 대표적 사형수였다.

고금석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참회하며 수감 생활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형 집행 전까지의 짧은 생을 나눔에 썼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의 아이들을 위해 영치금을 써달라고 보내주는가 하면, 형 집행 후에는 신체 일부를 기증하기도 했다. 

서진 룸사롱 살인 사건은 지난 1986년 서울 강남 조직폭력배 간 다툼으로 8명이 잔인하게 살해되거나 중상을 입은 사건이다. 고금석은 유도 대학 출신으로 친한 선배들을 쫓아다니다 엉겁결에 싸움에 휘말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험상궂은 외모나 잔인한 범행 수법과 달리 감옥에서는 3년간 매일 삼천배와 참선 등을 하며 교도소 내에서는 ‘선사’ ‘스님’ 등으로 불렸다. 또 자신의 영치금을 털어 산골 어린이를 돕는 선행도 베풀었다. 이런 고금석을 삼중 스님은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삼중 스님의 손에는 지금도 그가 만들어준 염주가 끼워져 있다. 지금은 오랜 시간이 지나 글씨가 닳아서 잘 안 보이지만 염주에는 고금석이 평소 좋아하던 경구들이 새겨져 있다고 말한다. 

삼중 스님은 고금석이 사형수로서는 기록에 남을 만한 삶을 살았다고 했다. 독실한 불자로 어려운 재소자를 도와가며 자신의 죄를 참회했다는 것이다.

삼중 스님은 “지금까지도 여생을 이렇게 보낸 사형수는 본 적이 없다”며 “자신의 죄를 받아들였고, 사소해도 타인을 위한 일이라면 스스로 나서고 나누고 싶어 했다”고 회고했다. 

삼중 스님은 한국인 차별에 항거해 야쿠자를 사살하고 일본 교도소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재일동포 김희로의 석방 운동을 펼쳐, 석방과 귀국에 기여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1980년대부터 일본 교도소서 교화 활동을 시작했다. 이 과정서 한국인 차별에 격분해 일본인 야쿠자를 살해한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재일교포 김희로를 만나 사정을 듣고 그의 구명운동을 펼쳤다. 

사형제 폐지
재소자 구제


삼중 스님의 10년간의 구명운동으로 김희로는 지난 1999년 석방돼 국내로 돌아왔다. 또 일본서 교화 활동을 하는 스님들과 교류하며 200여차례 일본을 오가며 한일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김희로 사건은 지난 1968년 2월 일본 시즈오카현 시미즈시의 클럽 밍크스서 터졌다. 야쿠자는 빌려 쓴 돈을 갚으라며 협박한 뒤 김희로에게 “조센징, 더러운 돼지새끼”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어린 시절부터 일본서 살아오면서 온갖 차별과 모멸을 받아온 그는 이 한마디에 큰 분노를 느꼈다. 김희로는 갖고 있던 엽총으로 시즈오카현 야쿠자 두목과 그 부하를 사살했다. 

살해 후 그는 현장서 45km 떨어진 시즈오카현 스마타쿄의 후지노미 온천여관으로 달아나 여관 주인과 투숙객 13명을 인질로 잡고 장장 88시간의 인질극을 벌였다. 김희로는 이를 재일교포의 차별 문제를 부각하는 기회로 최대한 활용 했다. 당시 사건은 일본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그의 인질극과 주장이 TV와 신문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으며 쉬쉬하던 재일교포의 인권과 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그의 투쟁은 사건 나흘째에 기자로 위장한 수사관에 의해 전격 체포되면서 막을 내렸다. 체포 당시 김희로는 혀를 깨물어 자결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구마모토 형무소서 24년을 복역했다. 


삼중 스님이 교화를 위해 일본을 드나들던 중 그의 절절한 사연을 듣고 발벗고 석방 운동에 나섰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김희로의 석방 운동을 시작했다. 

1990년 10만명 서명을 시작으로 김희로의 가석방을 위한 서명운동 결과를 모아 세 차례 일본 규슈 갱생보호위원회와 일본 법무성에 보냈다. 수만명의 서명이 담긴 석방 청원서는 효력이 있었다. 

김희로의 석방을 구체화한 것은 1998년부터였다. 삼중 스님은 일본 법무성이 요구하는 신원인수보증서를 구마모토 형무소에 제출한 데 이어 김희로로부터 고국행 의사를 구두로 받아냈다. 이 같은 김희로의 귀국 의사는 이후 석방 절차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김희로는 1999년 6월7일과 7월16일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정부에 출옥 후 한국으로 가되 일본을 비방하지 않으며 오로지 삼중 스님의 뜻에 따르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했고, 이를 검토한 일본 정부가 석방을 최종 결정함으로써 그의 ‘31년 전쟁’이 일단락됐다. 

삼중 스님은 1980년대 초 대구 시립희망원서 장애인과 부랑자들을 돌보던 최소피아 수녀에게도 부처님오신날 거리서 모금한 성금 40만원을 전달하는 등 종교의 벽을 넘는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종교에 몸담았지만 끊어질 듯 말 듯했던 두 사람의 인연은 40년 가까이 이어졌다. 

삼중 스님이 최소피아 수녀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1980년대 초다. 그는 시립희망원서 일하는 최소피아 수녀의 이야기를 접하고서 그해 부처님오신날 거리서 모금한 성금 40만원을 전달했다.

불심으로 모은 돈을 왜 다른 종교에 보내느냐는 말도 나왔지만 좋은 일에 보태는 것을 가리지 말자는 삼중 스님 의견에 뒷말은 없었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됐다. 스님은 최소피아 수녀를 만나러 희망원을 종종 찾았는데 누군가 피부를 잡아 뜯어놓은 듯 그의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인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억울한 사연
도움의 손길

당시 희망원 시설에는 지체·정신 장애를 함께 지닌 중복 장애인들이 많았다. 주사 하나 놓기 쉽지 않은 상황서 얼굴이 긁히고 잡히는 일이 많아지며 상처가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했던 것이다.

삼중 스님은 “얼굴에 그렇게 상처를 입고서도 또다시 주사를 놓으러 방으로 향하는 수녀님을 보니 내가 정말 정신적으로 깊이 반했다”고 떠올렸다. 

삼중 스님은 교도소 재소자 교화 일을 하며 언론을 통해 얼굴이 많이 알려졌지만 최소피아 수녀는 희망원 봉사를 하는 동안에도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렸기 때문이다. 

한번은 삼중 스님이 언론사 기자를 불교청년회 회원으로 속이고 최소피아 수녀를 취재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가 기사가 크게 퍼지는 바람에 둘 사이가 급격히 틀어져 버렸다. 선의로 도와주려 했던 일이 큰 오해를 받게 된 것이다.

최소피아 수녀는 자신이 한 일은 하나님에게 보고하는 것이지,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리는 것은 아니라며 스님을 나무랐다고 한다.

당시 삼중 스님은 “수녀님이 화를 많이 냈다”며 “최소피아 수녀도 이런 일이 있고 나서 10년가량 나와 거리를 뒀다”고 말했다. 

연락해도 외면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삼중 스님이 시설 설립에 어려움을 겪던 최소피아 수녀에 적십자사를 통해 도움을 받도록 연결해 주면서 마음을 되돌릴 수 있었다고 한다. 

삼중 스님은 안중근 의사 유해 찾기 운동과 유묵을 찾는 데도 헌신했다. 아쉽게도 수십차례 중국을 방문했으나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본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 ‘경천’을 찾아내 이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전했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로마 교황청 바티칸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어려운 사람 그냥 못 지나쳐”
서진 룸살롱 고금석 참회 도움

삼중 스님은 살아생전 두 개의 염주를 지니고 있었다. 하나는 구명운동으로 풀려난 최씨가 과거 사형수 시절 ‘반드시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염원을 담은 염주고, 다른 하나는 앞서 언급한 고금석이 생전에 금강경 법문을 새긴 것이다. 두 사형수의 삶과 죽음이 스며 있다. 

삼중 스님과 최씨의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씨는 3인조 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서울구치소에 복역 중이었다. 이미 대법원서 사형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사형수 법문을 해온 삼중 스님은 그를 만났다. 최씨의 손에는 굵은 알의 염주가 들려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바람이 새겨져 있었다.

삼중 스님은 사형수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는 게 의아해 물어봤다고 한다. 최씨가 의연한 어조로 “스님, 저는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고 답하자 진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르게 두 명의 공범을 면회했다. 무기수였던 한 명의 공범은 이미 숨진 뒤였다. 나머지 한 명은 강도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했다. 

이 공범은 본인의 처지보다는 오히려 가족이 있는 최씨를 걱정했다고 한다. 이후 삼중 스님은 최씨를 믿고 구명운동을 시작했다. 변호사회 등의 도움으로 사건이 조작됐다는 의구심이 커졌다. 범행 현장은 숨진 피해자가 흘린 피투성이였지만, 최씨 의류에서는 혈흔은 발견되지 않았다.

옷을 태우거나 버린 정황도 찾지 못했다. 

사건 당일 최씨는 얼굴 상처로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범행 현장 답사를 온 것으로 의심되는 또 다른 3인조 중 붕대를 감은 이를 봤다는 직원은 없었다. 숨진 피해자의 상처도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최씨는 경찰의 고문에 허위 자백을 했음이 드러났다. 각계의 노력으로 최씨는 사형수서 무기수로 감형됐고, 결국 19년 만에 특사로 풀려나기에 이른다.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최씨는 복역생활에도 서예 등을 익혀 교정작품전에 출전, 입상하기도 했다. 최씨는 석방 후 자신을 고문한 형사를 찾아가 용서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삼중 스님을 40년 가까이 스승으로 모시고 근래에는 주 3회 투석 치료 때 병원에 동행하기도 한 재가자는 “어려운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스님이셨다”며 “억울한 사형수도 여러 명 살리셨다”고 삼중 스님의 활동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너무 존경했고 이런 분을 만난 것이 나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가르침 전파
약자 대변인

삼중 스님은 <길> <가난이 죄는 아닐진대 나에게 죄가 되어 죽습니다> <사형수 어머니들의 통곡> <그대 텅빈 마음 무엇을 채우랴> <사형수들이 보내온 편지> <사형수의 눈물을 따라 어머니의 사랑을 따라> 등 여러 책을 남기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세상에 전했다. 약자를 보살피는 여러 활동 등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종정표창, 대한적십자사 박애상 금상, 대통령 표창, 국민훈장 목련장 등을 수상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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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