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꺼낸 ‘법 왜곡죄’ 노림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01 09:16:39
  • 호수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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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사의 ‘그때 그 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과거 박근혜정부 당시 최순실 특검의 법 왜곡 행위로 이득을 봤던 쪽은 민주당이었다. 법 왜곡 행위는 삼성 재판을 통해 다수 드러났고,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10일, 이건태 의원을 대표로 내세워 이른바 ‘법 왜곡죄’로 통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 왜곡죄는 ‘검사가 수사·공소 등을 할 때 법률을 왜곡해 적용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그룹과 북한에 800만달러를 보내는 것을 공모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1심서 징역 9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방탄법?

이 부지사 측은 “재판이 대단히 검찰 친화적인 방향으로 편파 진행됐다”며 반발했고, 민주당은 제20대 국회부터 계속 발의됐던 법 왜곡죄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법안서 규정하는 법 왜곡 행위는 ▲고의적인 수사 해태 및 불기소 ▲증거은닉·조작·불제출 ▲증거 해석·사실인정·법률 인정 왜곡 등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최순실 특검은 각종 증거조작을 저질렀다가 재판을 통해 드러났던 바 있다. 특검 수사에 출석했던 일부 참고인들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특검 진술을 뒤집으면서 “조서에 진술이 누락돼있다” “검사가 내 명의의 진술서를 직접 작성했다” 등의 주장을 했다.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은 2017년 6월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해석에 대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의견을 말한 적 없는데도, 진술조서에는 직접 말한 것으로 나왔다”고 증언했다.

이튿날에는 김모 당시 환경부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고, 김 사무관 명의로 특검에 제출됐던 진술서는 김 사무관이 파견검사와 나눈 문답을 토대로 파견검사가 직접 작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 사무관은 법정에 출석해 “진술서를 작성할 때에는 특검서 조사받고 있었고, 검사가 질문하면 제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며 “검사는 문답한 내용과 제가 진술했던 내용을 종합해 진술서 형식으로 작성한 후 서명날인을 시켰다”고 증언했다.

14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남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은 “특검서의 참고인 진술은 특검이 보여준 처음 보는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의견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20대 국회부터 연이어…다시 발의
검사가 법률 왜곡해 적용 시 처벌

16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은보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서운했다”며, “특검이 참고인 진술조서에서 ‘서운했다’는 진술을 누락했다”고 증언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 부분은 진술을 시작하기 전에 김영철 파견검사(현 서울북부지검 차장)에게 말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27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채모 전 국민연금공단 팀장은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얼른 안 불면 옷 갈아입고 조사받을 수도 있다. 구치소는 춥다.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장시호씨가 운영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된 뇌물거래 의혹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쳐 이 부회장에게 금전을 요구할 목적으로 사업기획안이 작성됐다”며 “기획안은 2015년 7월25일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측으로부터 받아가서 박 전 대통령을 거쳐 단독면담서 이 부회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행정관의 통화기록과 삼청동 대통령 안가 차량 출입기록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전 11시7분 신사동에 있었지만, 이 부회장은 11시8분 삼청동 안가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이 근거를 토대로 “불상의 방법으로 기획안이 삼성 측에 전달됐다”고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이 기획안을 직접 수령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의 수사4팀장이었고, 삼성 관련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파견검사들도 두루 요직을 거쳤다. 현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신자용 대검 차장,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파견검사였다.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조상원 검사도 파견검사를 거쳤다.

민주당은 법정서 밝혀졌던 특검의 증거조작 상황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의 법 왜곡죄 발의를 놓고,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법사위 회의서 “범죄 혐의가 명백함에도 이를 고의로 간과한 검사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검찰이 의도적으로 불리한 증거만을 제출하는 등 증거은닉이나 불제출 행위 역시 법 왜곡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정서 드러난 최순실특검 증거조작 백태
독일·덴마크·스페인도…미국은 유명무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도 “법 왜곡죄는 독일·스페인·러시아 등에서도 존재하고, 검찰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과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법률 적용이 왜곡됐는지 판단할 주체가 애매하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방탄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검찰 수사와 기소권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위험이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장동혁 의원도 “검사가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에 해당하고, 증거은닉·조작 등은 다른 범죄 구성 요건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9년 6월 발간한 <형사사법 분야의 법 왜곡 방지를 위한 입법정책>에 따르면, 독일 형법에 규정된 법 왜곡죄에는 검사가 법적용을 위해 사실관계를 조작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독일에서는 대체로 구 동독 지역의 법관과 검사를 대상으로 적용됐다.

스페인·덴마크 형법도 고의·중과실로 법정된 형사 절차를 준수하지 못했을 때에는 처벌한다고 규정돼있다. 미국은 명목상으로는 검사의 법률왜곡 행위를 징계할 수 있지만,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연방검사의 부적절한 행위가 201건이 적발된 것에 반해 징계는 단 1건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및 기소 과정서 발생하는 각종 위법행위는 통상 윗선이나 정치권 등의 유도나 지시가 아울러 거론되는 정황이 있다는 점으로 비춰볼 때 “이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올 우려도 있다. 위 사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법 왜곡행위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정황들도 있기 때문에, 그 우려를 흘려 넘기기만은 어려워 보인다.

검사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거론되고 있지만, 법안에는 ‘사법경찰관 및 기타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법 왜곡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은 “경찰관의 고문·폭행·자백 강요가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대표적인 사건이다. 특히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경찰관들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을 경찰서 인근 모텔로 끌고 가 폭행하면서 자백을 강요한 사건이었다.

엇갈린 반응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논쟁보다는 잘못된 수사관행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보면서 왜곡된 법 집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직·간접을 불문한 고위급이나 상급자의 유도·지시·압박 등에 의한 법 왜곡죄까지 검토해야 법안 발의의 진정성이 담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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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