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꺼낸 ‘법 왜곡죄’ 노림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0.01 09:16:39
  • 호수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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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사의 ‘그때 그 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과거 박근혜정부 당시 최순실 특검의 법 왜곡 행위로 이득을 봤던 쪽은 민주당이었다. 법 왜곡 행위는 삼성 재판을 통해 다수 드러났고,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10일, 이건태 의원을 대표로 내세워 이른바 ‘법 왜곡죄’로 통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 왜곡죄는 ‘검사가 수사·공소 등을 할 때 법률을 왜곡해 적용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쌍방울그룹과 북한에 800만달러를 보내는 것을 공모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1심서 징역 9년6월형을 선고받았다.

방탄법?

이 부지사 측은 “재판이 대단히 검찰 친화적인 방향으로 편파 진행됐다”며 반발했고, 민주당은 제20대 국회부터 계속 발의됐던 법 왜곡죄 법안을 다시 발의했다. 법안서 규정하는 법 왜곡 행위는 ▲고의적인 수사 해태 및 불기소 ▲증거은닉·조작·불제출 ▲증거 해석·사실인정·법률 인정 왜곡 등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최순실 특검은 각종 증거조작을 저질렀다가 재판을 통해 드러났던 바 있다. 특검 수사에 출석했던 일부 참고인들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특검 진술을 뒤집으면서 “조서에 진술이 누락돼있다” “검사가 내 명의의 진술서를 직접 작성했다” 등의 주장을 했다.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은 2017년 6월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해석에 대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의견을 말한 적 없는데도, 진술조서에는 직접 말한 것으로 나왔다”고 증언했다.

이튿날에는 김모 당시 환경부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고, 김 사무관 명의로 특검에 제출됐던 진술서는 김 사무관이 파견검사와 나눈 문답을 토대로 파견검사가 직접 작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 사무관은 법정에 출석해 “진술서를 작성할 때에는 특검서 조사받고 있었고, 검사가 질문하면 제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됐다”며 “검사는 문답한 내용과 제가 진술했던 내용을 종합해 진술서 형식으로 작성한 후 서명날인을 시켰다”고 증언했다.

14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남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은 “특검서의 참고인 진술은 특검이 보여준 처음 보는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의견이 많았다”고 증언했다. 

20대 국회부터 연이어…다시 발의
검사가 법률 왜곡해 적용 시 처벌

16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은보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아 서운했다”며, “특검이 참고인 진술조서에서 ‘서운했다’는 진술을 누락했다”고 증언했다.

정 부위원장은 “이 부분은 진술을 시작하기 전에 김영철 파견검사(현 서울북부지검 차장)에게 말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27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채모 전 국민연금공단 팀장은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 ‘얼른 안 불면 옷 갈아입고 조사받을 수도 있다. 구치소는 춥다. 피의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장시호씨가 운영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된 뇌물거래 의혹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거쳐 이 부회장에게 금전을 요구할 목적으로 사업기획안이 작성됐다”며 “기획안은 2015년 7월25일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측으로부터 받아가서 박 전 대통령을 거쳐 단독면담서 이 부회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전 행정관의 통화기록과 삼청동 대통령 안가 차량 출입기록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전 11시7분 신사동에 있었지만, 이 부회장은 11시8분 삼청동 안가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이 근거를 토대로 “불상의 방법으로 기획안이 삼성 측에 전달됐다”고 판단하면서 “이 부회장이 기획안을 직접 수령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의 수사4팀장이었고, 삼성 관련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파견검사들도 두루 요직을 거쳤다. 현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신자용 대검 차장, 양석조 대검 반부패부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파견검사였다.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조상원 검사도 파견검사를 거쳤다.

민주당은 법정서 밝혀졌던 특검의 증거조작 상황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의 법 왜곡죄 발의를 놓고,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법사위 회의서 “범죄 혐의가 명백함에도 이를 고의로 간과한 검사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검찰이 의도적으로 불리한 증거만을 제출하는 등 증거은닉이나 불제출 행위 역시 법 왜곡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정서 드러난 최순실특검 증거조작 백태
독일·덴마크·스페인도…미국은 유명무실

같은 당 김용민 의원도 “법 왜곡죄는 독일·스페인·러시아 등에서도 존재하고, 검찰이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과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법률 적용이 왜곡됐는지 판단할 주체가 애매하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방탄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며 “검찰 수사와 기소권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위험이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장동혁 의원도 “검사가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에 해당하고, 증거은닉·조작 등은 다른 범죄 구성 요건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19년 6월 발간한 <형사사법 분야의 법 왜곡 방지를 위한 입법정책>에 따르면, 독일 형법에 규정된 법 왜곡죄에는 검사가 법적용을 위해 사실관계를 조작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독일에서는 대체로 구 동독 지역의 법관과 검사를 대상으로 적용됐다.

스페인·덴마크 형법도 고의·중과실로 법정된 형사 절차를 준수하지 못했을 때에는 처벌한다고 규정돼있다. 미국은 명목상으로는 검사의 법률왜곡 행위를 징계할 수 있지만,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연방검사의 부적절한 행위가 201건이 적발된 것에 반해 징계는 단 1건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 및 기소 과정서 발생하는 각종 위법행위는 통상 윗선이나 정치권 등의 유도나 지시가 아울러 거론되는 정황이 있다는 점으로 비춰볼 때 “이에 대한 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올 우려도 있다. 위 사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법 왜곡행위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정황들도 있기 때문에, 그 우려를 흘려 넘기기만은 어려워 보인다.

검사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거론되고 있지만, 법안에는 ‘사법경찰관 및 기타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자의 법 왜곡행위’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은 “경찰관의 고문·폭행·자백 강요가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대표적인 사건이다. 특히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경찰관들이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을 경찰서 인근 모텔로 끌고 가 폭행하면서 자백을 강요한 사건이었다.

엇갈린 반응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논쟁보다는 잘못된 수사관행을 총체적으로 되짚어보면서 왜곡된 법 집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직·간접을 불문한 고위급이나 상급자의 유도·지시·압박 등에 의한 법 왜곡죄까지 검토해야 법안 발의의 진정성이 담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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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