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지는’ 서울시교육감 후보 열전

시민 관심없는 그들만의 리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교육감 선거가 또다시 ‘그들만의 리그’가 되게 생겼다. 안 그래도 유권자의 관심도가 낮은데 더욱 외면받는 모양새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진영의 단일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한 상황이다. <일요시사>가 다음 달 16일로 예정된 교육감 선거 후보들을 조명했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날 판결로 조 전 교육감은 직을 상실했다. 공직선거법과 지방자치교육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바로 직을 잃는다.

정책 없고

조 전 교육감은 재선을 앞둔 2017~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서울지부로부터 전교조 출신 퇴직 교사 5명에 대한 특별채용을 요구받고 내부의 강한 반대에도 채용을 강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특별채용을 담당한 장학관과 심사위원들에게, 내정자들에게 고득점을 주라고 지시하는 등 부당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교육감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서 ‘1호 사건’으로 정해 관심을 모았다. 당시 공수처는 조 전 교육감을 수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2021년 12월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교육감은 “과거 부당하게 해직된 교사를 다시 채용한 것일 뿐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1·2심 재판부 모두 조 전 교육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1심은 “조 전 교육감이 권한을 남용해 교원 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훼손됐다”고, 2심 역시 “(전교조에 대한)사적인 특혜나 보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조 전 교육감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날 대법원은 국가공무원법·교육공무원법과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대해 조 전 교육감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2건도 각하·기각했다. 

조희연 유죄 확정 보궐선거
보수·진보 단일화 일부 진행 

앞서 조 전 교육감은 경력 경쟁채용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도록 한 당시 교육공무원법 제12조 1항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또 직권남용죄에 대한 위헌성을 가려달라는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진행했다. 

대법원은 교육공무원법에 대해 “법률조항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에 의해 보충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포괄위임금지 원칙,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직권남용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교육감 최초로 3선에 성공한 조 전 교육감이 임기를 2년가량 앞두고 불명예 퇴진하면서 다음 달 새 교육감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가 열린다. 문제는 직선제 도입 이후 교육감 선거에 붙은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이 이번 보궐선거로 더 짙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교육감은 1991년까지 대통령이 임명하다가 간선제가 도입되면서 2006년까지 교육위원회나 선거인단이 뽑는 방식으로 선출됐다. 그러다 금권선거, 파벌선거 등 간선제의 부작용이 분출되면서 2007년부터 직선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교육 대통령’으로 불리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히 낮았다. 


그러다 보니 교육감 선거는 ‘인지도 싸움’으로 흘러갔다. 그 결과 정책은 사라지고 상호비방 등의 ‘이전투구’만 남았다. 또 중립성을 위해 정당의 공천 없이 선거가 진행되도록 했지만 사실상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치러지는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진보, 보수 후보가 난립해 매번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는 점도 교육감 선거의 폐단으로 여겨졌다.

이번 선거 역시 그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양새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은 단일화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감중도우파후보단일화통합대책위원회(이하 통대위)’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 조전혁 전 의원이 단일화 후보로 추대됐다고 발표했다. 

통대위는 조 전 의원,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등 3명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조 전 의원이 후보로 결정됐다. 앞서 경선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결과에 불복한다고 밝혔던 안 전 회장과 홍 교수가 승복하면서 보수진영은 일단 단일화에 성공했다. 

‘깜깜이’ 오명 벗을까?
누군지…인지도 싸움

하지만 통대위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또 다른 보수 후보인 김영배 성결대 교수가 변수로 떠올랐다. 조 전 의원은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던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가 이번에는 극적으로 성공했다”며 “그만큼 서울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교수와 끝까지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 지난 26일 조 전 의원은 김 교수와 통합을 발표했다.

진보진영에서는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경선을 진행했다. 앞서 추진위는 1차 추진위원 투표를 거쳐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과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서울 오류중 교장 등 3명의 후보를 선출했다. 

관심을 모았던 곽노현 전 교육감은 1차 경선에서 탈락했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다가 2012년 선거법 위반 판결이 확정돼 직을 상실했다. 그런 와중에 이번에 재차 출마에 나서면서 진보 교육계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이어 추진위는 지난 25일, 1차 추진위원 투표 50%와 2차 여론조사 결과 50%를 합산해 최종 단일후보로 정 교수를 선정했다. 정 교수는 추진위에서 진행한 1·2차 경선의 추진위원 투표(21~22일)와 일반 여론조사(24~25일) 결과를 각각 50대 50 비율로 합산한 결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진보진영에서도 단일화를 위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지도 대결


이번 보궐선거는 대선, 총선 등과 함께 치러지지 않아 낮은 투표율이 예상된다. 실제 과거 대형 선거와 같이 진행하지 않은 교육감 보궐선거의 투표율은 30%에 못 미쳤다. 여기에 보수, 진보진영에서 단일화에 실패해 여러 명의 군소 후보가 나올 경우 투표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인지도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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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