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와 시간을 특정해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거나 폭탄 테러를 하겠다는 글을 SNS에 게재하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예고는 허위나 거짓이거나 장난으로 판명되기 일쑤지만, 단순 장난으로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일단 범죄 예고 글에 대응하는 동안 엄청난 자원의 낭비가 초래된다. 허위 범행 예고는 불안과 공포를 동반하기 때문에 공권력이 투입되지 않을 수 없고, 그만큼 자원이 낭비되고 치안과 소방의 공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 무고한 사람이 생명·재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이 같은 사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분당 서현역 사건과 신림역 사건을 계기로 당국에서도 범죄 예고 글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아직은 법제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마련됐다고 보긴 힘들다.
문제는 범행 예고 글이 마치 테러범이 노리는 것처럼 대중들에게 공포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적용 가능한 범죄 혐의로 ▲살인 예비죄 ▲협박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 등을 고려한다지만, 법리적으로 적용이 만만치 않다.
행위의 심각성에 비해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리는 것도 어렵다.
살인 예비죄는 살인 예고에 해당되는 구체적인 내용이 존재하고 흉기를 실제로 구입, 준비하는 등 물리적인 행위가 있어야 하나 대부분의 예고 글들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협박죄는 중요한 전제로서 상대가 특정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나마 적용 가능성이 높은 것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인데, 이는 범행 예고 글로 경찰력이 동원된다면 적용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범행 예고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예고로 인해 경찰관 120여명이 출동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해당 경찰서는 어쩔 수 없이 치안 공백을 드러냈을 것이다.
이런 유형의 범죄가 빈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현행법과 제도의 미비로 허위 범행 예고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해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 동기를 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에 대한 강력한 대응의 필요성은 유사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112, 119로 허위 신고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속출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됐지만, 당국에서 엄중한 처벌을 내리자 몰라보게 개선됐다고 한다.
이처럼 살인이나 흉기 난동 예고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한다면 범행 동기는 억제될 것이다. 국가 자원이 투입됐다면 출동 경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구상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할 것이다.
더 확실한 방안은 지난해 법무부에서 추진하다 이루지 못한 공중 협박죄와 같은 개념의 법제를 마련해서 강력 대응을 위한 법적 장치를 갖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살인이나 흉기 난동 예고가 더 이상 장난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이윤호는?]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