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상향’ 잘나가는 선물세트 보니…

30만원도 모자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추석 명절 동안 한시적으로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선물 가격 범위가 30만원까지 늘어나면서,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서는 추석선물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30만원으로 한도 상향된 기준에 맞춰 추석선물 세트를 내놓았다. 코앞으로 다가온 명절에 추석선물로 제일 잘나가는 품목은 무엇일까?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상’(청탁금지법) 선물 가격 범위가 추석 명절 동안 한시적으로 30만원까지 늘어났다. 이로 인해 도움받았던 가까운 거래처나 일하며 맺은 관계에 대한 감사 표시를 위한 추석선물을 구매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매 발길

유통업계에서는 30만원으로 한도가 상향된 기준에 맞춰 추석선물 세트를 준비해 할인행사나 판촉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늘어난 한도에 추석선물로 시민들에게 제일 잘나가는 품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요시사>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소재의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두 곳을 찾았다. 이날 찾은 백화점에는 판매 직원과 가격을 흥정하는 손님은 물론, 추석선물이 진열된 매장 주위를 둘러보는 사람들로 활기찼다. 

오후 3시께 찾았던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은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연휴를 대비해 명절 선물을 고르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가족 단위로 백화점을 찾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혼자인 사람도 눈에 띄었다. 


백화점 직원들은 판매 매대 앞을 지키면서, 앞을 지나가는 고객에게 한마디씩 말을 붙이며 상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주요 추석선물 세트 품목으로는 정육, 청과, 수산, 건강식품, 가공식품 등 각 코너로 나뉘어 있었고, 가격대는 5만원 안팎부터 30만원이 훌쩍 넘는 선물세트가 놓여 있었다. 

또 추석선물 세트로 제과나 디저트류 등 다양한 품목을 내놓은 매장들도 보였다. 백화점 직원들은 가장 판매가 잘 이뤄지는 가격대는 15~25만원 선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해당 백화점서 손님들이 제일 많이 몰린 곳은 다름 아닌 청과 코너였다. 추석선물 코너마다 둘러본 결과 청과 코너엔 다른 코너와 다르게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구매도 심심찮게 이뤄졌다. 

가격 범위 한시적 한도↑
실속 있는 선물세트 인기

해당 코너에서는 사과·배·샤인머스캣·망고 등으로 과일 선물세트가 구성돼있었는데, 특히 여러 가지 과일이 담긴25만원짜리 선물세트를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 한가지 과일 상품보다는 다양한 과일이 담긴 상품을 많이 선택했다. 

이날 만난 청과 코너의 한 판매 직원은 “어느 상품이 잘 팔리기보다는 20만원 가격대에 다양한 과일이 담겨있는 선물세트가 제일 잘나간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께 찾았던 신세계백화점도 롯데백화점처럼 추석선물을 구매하려 모인 손님들로 가득했다. 다만 청과 코너보다는 정육 코너와 가공식품 코너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육 코너엔 손님들이 줄지어 있어 지나가는 다른 손님들이 피해 가기 일쑤였다. 한우 세트는 10만원서 100만원대 이상으로 천차만별이었다. 다른 코너에 비해 높은 가격대였지만, 20만원대서 30만원 미만 한우 세트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

청과나 건강식품 선물세트와 비슷한 가격대라면 한우 선물세트를 선택한 것이다.

가공식품 코너를 찾은 한 손님이 판매 직원에게 ‘어느 게 잘나가냐’고 묻자, 판촉 직원은 ‘가격대가 어떻게 되냐’며 잘나가는 제품 몇 개를 추천했다. 손님은 스팸 세트와 통조림 세트 등을 구매하고 자리를 떠났다. 

가공식품 코너의 판매 직원은 “요즘 물가가 높다 보니 손님들이 가성비 있는 선물세트를 많이 찾는다”며 “가공식품 코너에서는 주로 5만원대에 실속 있는 세트를 대량으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선호하는 선물 1위는 과일
“20만원대 상품이 잘나가”

실제로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추석선물은 과일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전국 20세 이상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선물 구매 의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추석선물로 모든 연령대서 과일(43.8%)을 꼽았다. 뒤를 이어 건강기능식품(32.4%), 정육(39.5%), 가공식품(22.2%), 수산(12.5%), 생활용품(12.1%) 순으로 나타났다. 

추석선물 구입 시 가장 중시하는 기준 역시 ‘가성비’인 것으로 조사됐다. 선물세트 선택 기준을 묻는 질문에 전 세대서 ‘가성비(68.2%)’를 1위로 꼽았다.

가격 대비 품질을 중시하는 실속형 소비패턴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20대는 51.3%가 가성비를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선택했고 50대는 72.8%, 60대 이상은 78.0%로 조사됐다. 

또 고물가 속에서도 국민 10명 중 8명은 추석 명절 선물을 줄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56.2%가 ‘전년도와 비슷한 구매 금액을 지출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29.1%는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대한상의는 “고물가,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서도 추석 명절만큼은 기분 좋은 선물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의 명절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은 지난 2016년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세 번 개정됐다. 최초 5만원서 2018년 설날을 앞두고 10만원으로, 2022년 설날 직전에는 20만원으로, 올해 추석을 맞아선 30만원으로 상향됐다.


맞춤형 상품

청탁금지법상 설날·추석선물 기간은 명절 당일 전 24일부터 당일 후 5일까지다. 이번 추석(이달 17일)을 기준으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 한도가 평상시의 2배인 30만원으로 적용된다. 

한편, 농축수산물·가공품 선물 가액을 상시 3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농축수산물·가공품 선물 가액은 명절 기간에 평소보다 2배 상향하게 돼있다는 점이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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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