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 타는’ 경계선 지능인의 삶

지적장애인보다 많은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떤 사람은 삶 자체가 외줄에 서 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속할 수 없는 경계 위에 놓인 인생이다. 남들은 한두 번에 쉽게 해내는 일도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야 하는 고단한 삶에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경계선 지능인’의 일상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다른 사람은 손쉽게 하는 단순 업무가 도무지 손에 익질 않는다. 몇 번을 들어도 처음 듣는 것처럼 생소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도와주던 주변 사람도 이제는 지친 기색이다. ‘일머리가 없다’는 수군거림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남들과 어떤 부분서 다른 걸까?

늦었지만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지수(IQ)가 71~84에 해당하면서 인지·정서·사회 적응 능력이 낮은 사람을 뜻한다. 현재까지 경계성 지능인의 수를 파악한 국가통계는 없다. 다만 전체 인구의 약 13.6%가 70~85의 지능지수라는 정규분포도에 따라 약 700만명(지난해 5월 인구 기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경계선 지능인의 현황과 향후 과제> 자료에 따르면 학급별 인원이 30명일 경우 아동과 청소년 3~4명은 경계선 지능인일 가능성이 있다. 경계선 지능인은 지능지수 70 이하에 해당하지 않아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장애정도판정 기준에서는 지능지수 70 이하를 지적장애로 분류한다. 

다시 말해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중간 지점에 걸쳐 있다. 의사소통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는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학습이나 사회생활서 다른 부분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는 학습능력이 떨어져 학업성적이 좋지 못할 수 있고 성인이 돼서는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거나 직장서 업무능력으로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전체 인구서 지적장애인의 비율은 0.38%(2017년 기준), 18만7300명(추정)이다. 추정치만 놓고 봤을 때 전체 인구서 경계선 지능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적장애인보다 훨씬 큰 셈이다. 문제는 경계선 지능인의 위치가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 ▲조기진단 시스템 마련 ▲특성에 맞는 교육 ▲자립을 위한 지원 등 경계선 지능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대해 언급했다. 또 이를 위해 경계선 지능인의 생애주기별 특성과 복지 욕구를 반영해 전반적인 지원을 규정한 법률 제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통계 없어 700만명 추정
하반기, 정부 차원 첫 실태조사

이어 “전체 인구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계선 지능인이 제도적 지원 밖에서 계속 방치된다면 사회적 비용 또한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므로 국가적 차원서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경계선 지능인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가적 지원체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현황 파악, 실태조사, 법안 발의 등의 방식으로 경계선 지능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7월 ‘경계선 지능인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종합 대책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계선 지능인이 교육, 고용, 사회 참여, 가정생활 등 일상생활의 각 영역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파악하는 조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경계선 지능인에게 필요한 정책 수요도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학령기 경계선 지능인을 파악하기 위한 학부모용 경계선 지능 선별도구도 개발한다. 매년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생 정서 행동 특성 검사’와 연계될 예정이다. 검사는 학부모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 실시된다. 연구를 거쳐 2026년에 시범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성인기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직업 훈련 과정 설계, 실적 관리 등 전 과정서 한국폴리텍대학,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청년지원센터 등 관계기관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또 경계선 지능인과 부모·가족을 위한 자조 모임, 소모임, 동아리 활동을 지원해 대인관계 형성과 사회적 기술 함양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홍보·캠페인도 추진한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경계선 지능인 지원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계선 지능인의 진단·교육·고용·자립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통 구직활동 어려움
직장선 업무능력 지적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경계선 지능인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방식이 상이하고 아예 조례가 없는 지자체도 많은 상황이다.

또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정의도 통일된 상태가 아닌 것을 지적했다. 안 의원은 법안서 경계선 지능인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발달장애인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인지능력 등의 부족으로 학습과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지자체가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교육과 자립 등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했다. 

안 의원은 “경계선 지능인은 충분히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인적자원인데 사회복지사 사례 관리 등 사회서비스 지원이 부족해 고용과 자립이 힘든 상황”이라며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경계선 지능인의 인적자원을 활용하지 못한 채 복지의존자로 방치할 경우 복지 비용만 폭증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도 지난달 21일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허 의원의 법안에는 경계선 지능인의 생애주기별 특성과 수요에 따른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센터를 통한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허 의원은 21대 국회서도 경계선 지능인 지원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허 의원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던 내용의 상당 부분이 7월에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지원대책에 반영된 것을 반갑게 생각한다”며 “정책이 현실에 온전히 구현돼 삶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하려면 정부 행위의 근거가 될 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이어 “경계선 지능인은 충분한 반복학습과 보조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면 상당수가 충분히 자립할 수 있지만 너무 오래 방치돼 왔다”며 “일시적인 혜택으로 끝나는 지원이 아닌 삶의 모든 과정 내내 동행하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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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