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 노트’ 쥔 이재명 풀어야 할 용산 방정식

‘시간을 편으로’ 급할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2기’가 순조롭게 출범했다. 192석을 등에 업은 채 용산을 향해 거칠게 노를 저을 일만 남았다. 상대는 이미 한 번 겪어봤다. 대권주자로 쑥 발돋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앞으로 어떤 관계도를 그려나갈지 이목이 쏠린다.

불볕더위보다 더 뜨거운 열기 속 8·18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당대회가 그 끝을 알렸다. 이재명 신임 당 대표는 85.40%라는 압도적인 지지 속 연임에 성공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굳혔다. 그동안은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신중을 가했지만 이제는 두려울 게 없다. 몸풀기에 돌입한 이 대표가 여의도 1선서 다시 뛸 준비를 하고 있다.

대화가
필요해

당이 재정비를 마치는 대로 이 대표는 그동안 밀려 있던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다. 당의 선두서 메시지를 내고 정부여당을 압박하며 쌓여 있는 현안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도 영수회담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드러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당 대표 후보 방송 토론회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참 많습니다만, 그중에도 절박한 과제가 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한번 만나 뵙고 싶다”고 답했다.


악화된 경제 상황과 꽉 막힌 정국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다음 날인 7일에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다시 한번 운을 띄웠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며 “현재 위기는 윤석열정부 혼자의 힘으로는 돌파가 어렵다. 여야가 ‘톱다운 방식(하향식)’의 논의를 통해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후 검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꽉 막힌 정국서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가 잡혀야 이를 토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에서다.

여권에서는 영수회담 제안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가졌지만 ‘대통령 망신주기’가 목적이었냐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이 대표는 대통령 집무실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를 말리며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서 왔다”며 상의 주머니서 종이 뭉치를 꺼냈다. 이후 이 대표는 A4용지 10장 분량의 글을 18분 동안 읽어 내려가며 윤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여당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두고 “기삿거리가 될 것을 알고 미리 준비한 퍼포먼스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미 (이 대표에 대한)신뢰가 깎였다. 만약 이번에 영수회담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또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니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불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대표의 소통을 미루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을 두고 용산이 딜레마에 빠졌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뒷받침하지 않는 상황서 ‘불통 정치’라는 꼬리표까지 달 수 없으니,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도전장인 셈이다.


영수회담 띄워도 미지근한 반응
윤과 미묘한 ‘한 카드’ 어떻게?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손에 쥔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영수회담과 마찬가지로 여권 당 대표는 무시한 채 곧바로 대통령 옆에 서려는 의도가 뻔하다는 지적이다.

회담 후 손에 넣을 실익도 문제다. 영수회담 직후 대통령실은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고 호평한 반면 민주당은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평가절하했다. 또다시 ‘하나 마나 한 빈손 회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면 윤 대통령에게 뼈아픈 실점이 된다.

2차 영수회담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서 이 대표가 얼마나 빠르게 만남을 약속받고 안건을 상정하는지가 성공의 지표로 떠오른다. 지금처럼 22대 국회가 꽉 막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서 이 대표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그것만으로도 대권주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관계도 눈길을 끈다.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듯 아닌 듯 아슬아슬한 줄타기 중인 한 대표를 민주당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야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잠재적 우리 편’일지 아닐지 지켜보는 분위기 같다”며 “(한 대표는)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윈윈 전략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대표가 ‘윤석열’ ‘한동훈’ 두 장의 카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게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22대 국회는 개원식도 하지 못했을 만큼 최악이라는 평을 받는다. 개원한 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았지만 특별법을 비롯한 각종 쟁점 현안이 몰아쳤다. 여기에 밤을 꼬박 새우는 필리버스터가 몇 날 며칠 이어지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어렵사리 법안을 상정하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이를 반대하면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애태우는
밀당 전략

지난 13일에는 정부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이하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안건을 의결하면서 여야가 다시 한번 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5만원 지원법은 이 대표가 지난 4·10 총선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인 만큼 민주당으로서는 크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25만원 지원법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부가 1인당 25만서 3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소 12조8000억원서 최대 17조9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물가와 금리를 상승시켜 오히려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법안 공포 후 3개월 안에 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고 규정하고 지원금 지급 대상과 액수, 지급 시기까지도 규정하고 있다”며 “재정 상황과 지급 효과 등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인데 그런 재량을 박탈하고 입법부가 행정의 세부 영역까지 강제하며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전당대회서 이 대표는 ‘먹사니즘’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이 25만원 지원법에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서 이 대표가 맞서 싸울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한 것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25만원 지원법이)‘표퓰리즘’이라고 욕하는 사람은 분명 있겠지만 돈을 준다는 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겠느냐”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시기가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이다. 이 대표가 매번 강조하는 ‘민생’이라는 키워드가 오히려 돋보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 여야가 비쟁점 법안 처리에 합의롤 보겠다고 밝히면서 마침내 숨통이 트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양당이 각 상임위원회서 쟁점 요소가 없는 합의 법안을 통과시켜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날 국회에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한 간호법 제정안과 이른바 ‘구하라법’(민법 개정안) 등 3건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빨간불?
주황불?

그럼에도 곳곳에 깔린 뇌관을 피할 수 없다. 오는 20일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서 윤 대통령을 겨냥한 ‘마약 수사외압 의혹 청문회’가 열린다. 운영위원회는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과 국민권익위원회 간부 사망 사건 등에 대한 질의를 벼르고 있다.


국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전부터 ‘N차 청문회’를 진행하며 이진숙 신임 방통위원장에 대한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거칠어진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는 건 거대 야당의 수장인 이 대표인 만큼 그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때와 다소 힘을 빼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가가는 이른바 ‘밀당 전략’을 사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시된다. 정부여당과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서 어떤 식으로 화합을 조율하고 메시지를 내는지에 따라 이 대표의 리더십이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2주간 중단됐던 전국 법원의 재판이 다시 시작되면서다. 멈춰있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시계가 다시 흐르는 만큼 ‘방탄 국회’ 논란이 불거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이 대표를 피의자로 보고 “협상 테이블에 함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던 지금 시점서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다면 이 대표는 다시 한번 휘청일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 대표의 재판을 재개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등 3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 재판은 지난 13일 재개돼 주 1∼2회씩 진행된다.

이 중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일은 이미 정해진 만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초읽기에 들어섰다.

‘사법 리스크 암초’ 마주한 민주당
명심 경쟁 뒤로하고 중도층 챙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은 다음 달 6일로 예정돼있다.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재판 역시 다음 달 30일 결심공판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대체로 결심공판을 마친 뒤 한 달 이내에 선고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르면 10월 중에는 유·무죄가 가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지만 그만큼 무뎌지기도 했다. 불체포특권 표결 등 법원의 문제가 국회로 넘어올 때마다 당에 분열이 일고 갈등이 터졌다.

그러나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곤 했다. 게다가 지금처럼 당이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상황에서는 적어도 당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는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사법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9월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한 차례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피의자의 상황과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번 전당대회서 ‘명심’은 충분히 확인했으니 이제는 ‘중도층’으로 국면전환을 할 때다. 전당대회 경선 과정서 이 대표가 종합부동산세 재검토와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소신을 밝힌 것 역시 중도층을 염두에 둔 ‘우클릭’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1대 국회서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 연금개혁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협치’ ‘화합’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강경 노선만 보인다는 평이다. 토론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정쟁만 남았다. 탄핵과 윤석열정부 조기종식을 암시하는 현수막이 즐비한 국회처럼 여야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서 이 대표는 한 대표와 용산을 상대로 정치력을 키우면서도 중도층을 포섭해 당내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막중한 책임감을 도맡은 셈이다.

산적한
과제들

이 대표 앞에 새롭게 놓인 과제 중 대부분은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들이다. 구체적인 틀조차 잡히지 않은 영수회담 성공 여부가 이재명 2기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시되는 이유다. 새로운 지도부로 출범한 이 대표가 용산을 상대로 포용의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용산 역시 이에 화답할지 지켜봐야 한다. 어느 쪽이 됐든 꽉 막힌 정치에 갈증을 느끼던 국민에게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일 것이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회전’ 여야정 협의체

여야가 비쟁점 민생 법안 처리에는 뜻을 모았지만 여야정 협의체 구성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8월 초 여야는 정부와 함께 민생 정책을 논의할 협의체 구성을 위해 실무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로부터 약 3주가 지났지만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오히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갈등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의체 구성 전제는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이라며 영수회담을 제안한 반면 국민의힘은 “아무런 조건과 단서 조항 없이 구성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실은 여야정 협의체든 영수회담이든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합을 맞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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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