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온스 황태자 존재감 키우기

대관식 준비 끝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휴온스그룹 후계 구도의 무게추가 장남 쪽으로 기울고 있다. 수년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부친을 대신해 장남이 눈에 띄게 존재감을 키운 양상이다. 부친과의 지분율 격차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남은 숙제다.

지난달 초 휴온스그룹은 하반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의 장남인 윤인상 휴온스글로벌 전략기획실장이 휴온스글로벌과 휴온스에서 상무이사에 올랐다는 점이다.

확고한 위상

1989년생인 윤 상무는 윤 회장의 장남이다. 2018년 휴온스에 입사해 로컬사업본부, 마케팅실, 개발실 등을 거쳐 미래전략 수립 업무를 담당하는 전략기획실 실장을 맡았다. 2022년 7월 휴온스 부장에서 휴온스글로벌 이사로 승진했고, 지난해 3월 휴온스글로벌 사내이사에 등재됐으며, 지난 3월에는 휴온스 기타비상무이사에 올랐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를 계기로 휴온스그룹에서 장남 승계 구도가 확고해졌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윤 회장의 세 아들 중 윤 상무만 사내이사에 올랐을 뿐 아니라, 그가 보유한 지주회사(휴온스글로벌) 주식량이 동생들을 웃돌기 때문이다.

윤 상무는 2009년 6월 휴온스 보통주 794주를 장내 매수하면서 주주명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2010년 11월 윤 회장이 휴온스 주식 7만300주씩을 삼형제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늘렸고, 2011년과 2012년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를 통해 보유 주식을 확대했다.


윤 회장 슬하의 삼형제(윤 상무·윤연상·윤희상)는 휴온스가 2016년 사업회사(휴온스)와 존속지주회사(휴온스글로벌)로 인적 분할된 이후부터 휴온스글로벌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윤 상무는 지분율 4.16%(52만4594주)로 윤 회장(지분율 43.84%, 553만3011주)에 이어 2대 주주에 등재된 상태며, 연상씨와 희상씨의 지분율은 각각 2.74%(34만5585주), 2.54%(32만506주)다.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휴온스그룹이 윤 상무가 중심이 된 오너 3세 경영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단 윤 상무가 언제쯤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로 올라서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지주사 상무이사 선임
부친 지분 흡수 어떻게?

휴온스글로벌은 2022년 3월부터 송수영 대표이사가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체제를 가동 중이다. 휴온스글로벌이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건, 윤 회장이 그룹 정기 인사를 거쳐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다. 윤 회장은 2022년 4월이 돼서야 그룹 정기 인사를 거쳐 회장으로 취임했다.

대신 윤 회장은 휴온스글로벌 대표이사직을 내려놨는데, 윤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건 25년 만이었다. 

다만 윤 상무가 완벽하게 후계자로 자리매김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윤 상무가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이 윤 회장과 비교해 1/10 수준이라는 게 부담이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윤 회장이 보유한 휴온스글로벌 주식의 가치는 1371억원에 달한다. 

향후 주식 증여를 감안하면 휴온스글로벌이 현금배당 규모를 확대 수순을 밟을지 지켜볼 일이다. 휴온스글로벌은 최근 3년간 ▲2021년 59억원 ▲2022년 61억원 ▲지난해 64억원 등 연평균 60억원대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지분법 평가에 따라 일시적으로 순이익이 급감한 2022년을 제외하면 배당성향은 10% 중반대를 나타냈는데, 이는 30% 안팎을 형성하는 상장사 배당성향 평균치와 비해 낮은 축이다.


윤 상무가 대표이사를 수행 중인 ‘휴노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2008년 1월 설립된 휴노랩은 윤 회장 슬하의 삼형제와 윤 회장의 부인인 김경아가 이사진에 등재된 사실상 오너 가족회사다. 윤 상무는 지분 26.62%를 보유한 휴노랩 최대주주다.

이 회사는 IT서비스 및 치료용 의료기기 사업을 영위하지만, 최근 들어 별다른 사업 성과는 없었다. 그럼에도 휴노랩은 2022년 말 기준 총자산 243억원에 자기자본이 226억원이나 되는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미디어 데이터 유통업체 비플라이소프트의 지분 1.24%, 밀키트 제조업체 푸드어셈블 지분 6.01%를 보유 중이다. 

남은 과제는?

일각에서는 휴노랩이 휴온스글로벌 주식을 늘려 윤 상무의 지배력을 보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휴노랩이 보유한 휴온스글로벌 지분은 0.55%(7만4628주)에 불과하지만, 추가 주식 매입에 나설 경우 윤 상무가 간접적으로 수혜를 누리게 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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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단독] 분당보건소 부지 올스톱 비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펜스로 둘러쳐진 땅에는 드문드문 잡초만 나 있었다. 입구 쪽의 주차 차단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사거리 주변서 이 땅만 ‘이가 빠진 듯’ 공터 상태다. 누가 봐도 ‘목이 좋다’는 말이 나올 법한 위치지만 오늘도 텅 비어있다. “원래 보건소가 들어오기로 했어요. 그전에는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 청사)가 있었고요. 노인분들이 휠체어 타고 다니면서 편의시설을 이용하고 그랬어요.” 한 성남시민이 텅 빈 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는 대기업 사옥, 오른편으로는 상가, 뒤편으로는 아파트가 자리한 이른바 ‘노른자위 땅’이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도를 확인한 뒤 “완전 정자동 메인이네. 부르는 게 값일 것”이라고 했다. 앞 뒤 양 옆 꽉꽉 찼는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3번지 일원 2832㎡(약 854평) 규모의 땅. 원래 성남시 소유의 땅이었다가 용도변경을 거쳐 기업에 매각됐다. 성남시가 ‘기업 유치’를 목적으로 부지의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한 시기는 2015년이다. 2020년 성남시 판교에 있는 한 기업이 4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문제는 그걸로 끝이었다는 점이다. 올해 6월에 이르도록 건물 건립을 위한 삽 한 번 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2022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사가 어려웠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그 이후에도 해당 부지는 여전히 공터로 남아있다. 한 성남시민에 따르면 주차장으로 사용된 적이 있을 뿐 공사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성남시는 정자동 163번지에 보건소를 세우려 했다. 그러다 2015년 11월16일 성남도시관리계획에 의거해 공공청사 부지서 중심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성남시는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토지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수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 2016년 1월21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216회 경제환경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한 시의원이 “정자동에 있는 공공청사 부지를 매각해서 업무 단지로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라고 질문하자 성남시 회계과장은 “고용도 창출하고 시 재정의 효율성도 증대시키고, 실제로 보면 기업체가 유치됨으로써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성남시의회는 2016년 1월과 3월, 5월에 ‘정자동 163번지 기업 유치를 위한 매각’ 안건을 두고 질의와 토론을 진행했다. 두 번의 부결 끝에 2016년 5월24일 안건이 가결됐다. 당시 경제환경위원회 위원장은 “매각 대금이 지역주민들께 일정 부분 투입될 수 있도록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말한 뒤 안건 가결을 선포했다. ‘부르는 게 값’ 노른자위 땅 보건소 부지였다가 용도변경 성남시는 2017년 5월2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부지의 매각을 공식화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성남시는 첨단산업육성위원회를 열어 해당 부지에 기업 유치를 위한 공모 지침과 평가 기준을 확정한 뒤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모집 공고’를 냈다.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는 211억원(㎡당 745만원), 감정평가액은 376억원(㎡당 1329만원)이라고 밝혔다. 당시 해당 부지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들어선 상태였고 정자1동 행정복지센터(임시청사)는 그해 9월 분당정자 청소년 수련관으로 옮긴다고 했다. 성남시는 부지 매입 자격을 ▲제조업의 연구시설 ▲벤처기업 집적 시설 ▲문화산업 진흥시설 등으로 제한했다. 지식산업, 전략산업, 벤처기업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성남시는 “성남하이테크밸리, 판교테크노밸리, 분당벤처밸리 등 3대 산업집적지와 한 축을 이뤄 도시 균형발전과 첨단사업 고도화에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부지 매각과 관련해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접수는 그해 7월17일부터 21일까지 닷새 동안 이뤄졌다. 성남시는 공급 신청서, 기업 현황, 사업 계획, 입찰 계획 등을 작성해 성남시 창조산업과에 직접 방문해 제출하라고 고지했다. 8월 중에 개발 방향 이해도, 사업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고 득점 기업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뒤 협상을 거쳐 매매계약을 체결한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의회서도 지역 기여 강조 성남시는 ▲기업 현황(정량 300점) ▲사업 계획(정성 500점) ▲토지 가격(200점) 등 총 1000점 만점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현황의 경우 규모와 재무 상태로 구분해 각각 70점, 230점을 배점했다. 사업 계획은 사업 평가(200점), 건축 운영(150점), 지역 기여(150점) 등 세 분야로 나눴다. 2018년 4월 성남시는 드림시큐리티가 제안한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설치 사업 계획이 시 첨단산업 육성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드림시큐리티는 핀테크 서비스와 FIDO 기반의 생체인증 기술,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과 암호를 개발하는 연구·개발 중심의 IT 벤처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남시와 드림시큐리티 간의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에 따르면, 드림시큐리티 측에서 매입을 철회했다. 이후 재차 공모 절차를 거쳐 ㈜마이다스아이티가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회사 소개서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공학기술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보급 및 구조 분야 엔지니어링 서비스와 웹 비즈니스 통합 설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20년 2월14일 424억원에 해당 부지를 샀다. 당시 성남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마이다스아이티는 1114억원을 들여 연면적 3만963㎡, 지상 15층, 지하 5층 규모의 벤처기업 집적 시설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4개 이상의 벤처기업이 입주하고 판교제1테크노밸리에 있던 마이다스아이티 직원 600명이 모두 옮겨온다고도 덧붙였다. 삽 한 번 안 떠 시민 의문 제기 그러면서 “마이다스아이티는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창업보육 지원, 커뮤니티 공간 조성, 청소년 자인씨앗학교를 운영하고 주말에 주차장(240면)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자리 매칭·치매 예방·스마트 제조혁신 등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관련 기관에 무상 지원하고 지역 주민 고용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고 했다. 성남시가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서 150점을 배점한 ‘지역 기여’ 관련 부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는 공사 완공 시점으로 2023년을 언급하면서 조감도도 공개했다. 당시 성남시 관계자는 “정자동 163번지 부지는 분당벤처밸리 내 벤처기업 육성촉진지구고 인근엔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등 첨단지식산업 업체가 대거 포진해 벤처기업 집적 시설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며 “아시아실리콘밸리 조성의 한 축이 돼 자족 기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지 매각 이후 5년이 지났다. 매각 전인 2019년 12월부터 주민 자율 주차장(90면)으로 사용되던 것도 이제는 운영되지 않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세운 ‘개발 부지 안내문’이 세워져 있을 뿐이었다. 안내문에는 ‘본 지역은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개발될 예정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연구/업무 공간 ▲자연주의 인본 경영 공간 ▲시민 행복 공간 등이라고 쓰여 있다. 한 성남시민은 “주민 편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다가 기업에 매각된 이후 계속 비어있다. 성남시가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시기로 따지면 8년, 마이다스아이티가 땅을 산 시기로 보면 5년째 땅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성남시에서 어떤 제재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사정은 둘째치고 성남시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판교 벤처기업 매입 “구체적인 내용 안내 어렵다” 성남시의회가 2020년 10월16일 진행한 경제환경위원회 제4차 회의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문제가 언급됐다. 매각 이후 8개월이 흐른 시점이다. 당시 한 시의원은 “빨리빨리 언제까지 안 되면 계약위반으로 통보해야 한다. 확인해야 한다”며 “계약위반이 될 수 있는 사항은 꼼꼼히 따져서 빨리빨리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남시 아시아실리콘밸리 담당관이 “지금 그곳은 설계 단계다. 주차장 사용 문제는 확인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시의원은 “우리가 정해진 규칙대로 (첨단산업)육성위원회에서 심의했던 내용대로 계약위반이 아닌지 우리가 따져야 하는 거고…(중략)…우리한테 제출한 계획대로 이행을 안 했을 경우 계약위반으로 취소할 수도 있다고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회의 이후 성남시의회서 정자동 163번지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설계 변경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협약서에 공사 시점에 대한 부분이 있긴 하다. 다만 그 부분에 단서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이다스아이티서 단서 조항을 통해 공사 기간을 연장해 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올해 상반기 중에 착공하는 것으로 얘기가 나왔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부연했다. 공사 지연에 대한 성남시 대응을 묻자 “더 이상 저희도 같은 사유로는 연장을 안 해주려는 상태”라면서도 “성남시 차원서 마이다스아이티 측에 법적으로 공사를 재촉하거나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사항이 명확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시 직무유기? 제재 못한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해당 부지에)사옥을 지을 예정”이라며 “사옥을 처음 세우는 것이다 보니 잘 짓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시 보도자료에 언급된 부분(지역 기여 관련)이 설계에 포함돼있는지는 답하지 않았다. 홍보팀 관계자는 <일요시사>의 추가 질문에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안내가 어려운 점 양해를 부탁한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