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일본도 살인사건 전말

75cm 칼날 마구 휘둘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서울 시내서 일본도로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스파이였다’는 이상한 진술을 하면서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도검 소지를 허가받았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경찰이 뒤늦게 도검류 검사 강화와 개정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은평구 아파트단지서 두 아들을 둔 아버지가 일본도에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 백모씨가 최근 1년 동안 총 7건의 경찰에 신고된 것이 알려지며 도검 소지 허가제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잔혹한 칼부림

서울 서부경찰서는 아파트 정문 앞에서 흉기를 휘둘러 같은 단지 주민인 남성 A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백씨를 긴급체포했다.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30분께 잠깐 담배를 피우러 나온 A씨를 날 길이 75cm의 일본도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백씨는 범행 전 골프 가방에 범행에 썼던 일본도를 넣은 채 아파트 단지 정문 근처를 수분 동안 배회하다 담배 피우러 나온 A씨를 마주치고 일본도를 들고 다가가 시비를 걸었고, A씨가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자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칼에 찔린 뒤 경찰에 신고하며 도망갔지만 백씨가 인도서 주차장 입구까지 따라가며 여러번 더 칼을 휘둘렀다고 한다. 백씨는 범행 직후 자기 집으로 도주했으나 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백씨는 “누군가 내 귀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며 “피해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현 정권서 보낸 스파이’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에 따르면 백씨는 당시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 게다가 백씨는 정신질환 관련 치료나 약물 복용 이력조차 없었다. 경찰은 백씨가 마약을 복용한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다만 그가 경찰의 간이마약검사를 거부한 만큼 경찰은 마약류 등 관련 압수영장을 신청하고 정신감정도 의뢰한 상황이다.

당초 백씨의 진술이 보도된 이후 백씨가 ‘심신미약’을 노리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 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말도 안 되는 진술로 심신미약 판정을 받은 선례가 존재한다”며 “다만 피의자의 진술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받는 경우가 흔한 것은 아니다. 정신감정 결과와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주민 따라가며 칼질
도검 허가 후 7번 경찰 신고당해

이 같은 예상과 달리 백씨는 오히려 심신미약이 아니라고 당당히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서울서부지법 이순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나는 멀쩡했고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취재진이 ‘일본도를 구매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샀다”고 답했다. 또 ‘미리 살해 계획을 세웠는가’라는 질문에는 “저는 나라를 팔아먹는 중국과 함께 팔아먹는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이 일을 했다”면서 “김건희 여사와 중국 스파이는 중국과 함께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래서 제가 이 일을 하게 됐고 저는 심신미약이 아니다”고 말했다.


‘마약 검사를 왜 거부했느냐’는 물음에는 “중국 스파이가 마약을 얘기하기 때문”이라면서도 “유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다”고 말히기도 했다. 

이런 모습에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일반적인 살인보다 가중처벌될 것이라고 봤다. 복수의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징역 15년 이상의 형을 예상했다. 한 변호사는 징역 25년 이상의 중형을 예측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일반적인 살인은 기본 10~16년이 양형기준으로 정해져 있다. 

법조계서 가중처벌을 예상한 이유는 백씨의 평소 행실과 관련이 있다.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백씨와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총 7건으로 집계됐다. 백씨는 지난 1월 경찰로부터 장식용 도검 소지 승인을 받았고 그 이후부터 그에 대한 경찰 신고가 끊이지 않은 것이다.

신고가 접수된 지역은 다양했다. 백씨가 거주하는 은평구뿐만 아니라 종로구서도 백씨 관련 신고가 들어왔다. 대부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시끄럽게 소란을 부리면서 시비를 건다’는 식이었다.

7건의 신고 가운데 도검과 직접 관련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백씨는 평소 일본도를 들고 다니면서 아파트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에게 칼싸움을 하자고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여왔다고 한다. 게다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백씨가)항상 신줏단지 모시듯 낚시가방 같은 걸 꼭 들고 다녔다’는 목격담이 올라오기도 했다.

낚시가방 안에 일본도를 가지고 다녔다는 취지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범인이 피해자를 도검으로 여러 번 찌르고 베며 잔혹하게 살해한 점과 장식용 도검을 갈아 흉기로 만든 점, 항상 도검을 갖고 다닌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보긴 힘들다”며 “물론 피해자 A씨를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것은 아닐 테지만 이런 점은 가중처벌의 가능성을 더 높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이 처단하려고” 장검 구입
장식용 도검 관리 곳곳에 구멍

일본도로 일어난 살인사건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경기 광주에서는 평소 ‘고령의 무술인’이라며 언론에 여러 번 소개되기도 했던 70대 남성이 101㎝ 길이의 일본도로 주차 시비가 걸린 50대 남성의 양쪽 손목을 절단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손목이 잘린 피해자는 과다출혈로 인한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지난 2021년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와 이혼소송을 준비하던 아내를 남편이 일본도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일본도 살인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도검 소지 허가 제도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총포화약법상 칼날 15㎝ 이상의 도검을 구입하려면 인근 경찰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신청인이 운전면허가 있다면 신체·정신 건강 검사서 등을 별도로 제출할 필요가 없다.


3년마다 소지 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총포와 달리 도검은 갱신 의무도 없다.

대신 경찰은 알코올·마약중독자나 정신질환자, 전과자가 도검을 소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년 6~8월 일제 점검을 진행한다. 소유주가 도검을 직접 경찰서에 들고 가 면담하는 방식으로, 경찰은 이때 도검 개조 여부나 소유주의 정신 건강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허가증 보유자 수가 너무 많아 연도를 쪼개 일부만 검사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느슨한 관리 탓에 칼부림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 같은 지적에 경찰청은 이달 31일까지 한 달간 전체 소지허가 도검 8만2641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도검은 칼날 길이 15㎝ 이상의 칼, 검, 창 등이다.

허가 이유?

신규 소지허가 절차도 강화한다. 신규 소지허가 시 적격 여부를 심사하고, 경찰서 담당자가 신청자를 직접 면담한다.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장을 위원장으로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아울러 신규허가 시 신청자의 정신질환 또는 성격장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총포화약법 개정도 추진한다. 허가 갱신 규정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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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