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단독 보도> 워너비 다단계 수사 내막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08 11:40:18
  • 호수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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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걸렸는데 또 거짓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일요시사>가 세 차례에 걸쳐 단독 보도했던 워너비데이터㈜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해 워너비데이터㈜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한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대부분 고령이라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이후에도 ‘잘못된 기사’라며 여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워너비데이터㈜가 다단계 판매 조직을 운영해 하위판매원 모집 자체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지급한 행위, 가입비 또는 샘플 구입비 명목으로 판매원에게 금품을 징수한 행위 등에 대해 시정명령(행위중지명령, 향후금지명령, 공표명령) 및 영업정지 명령을 부과해 법인 및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워너비데이터
진짜 실체는…

고발 이유로는, 워너비데이터㈜는 상위 가입자가 특정인을 자신의 하위 가입자로 권유하는 모집 방식을 갖고 있고, 가입 단계가 3단계 이상이며, 모집 실적 및 거래 실적에 따른 추천수당 등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등 다단계 판매 요건을 갖췄다.

이 같은 다단계 판매조직을 이용해 워너비데이터㈜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을 판매하면서 신규판매원이 샘플구입비 명목의 가입비 11만원을 납부하면 가입비 70%를 추천인에게 지급했다.

하위판매원은 샘플구입비의 70%를 장려금으로 지급하는 등 하위판매원 모집 자체에 경제적 이익을 지급했다.


아울러 워너비데이터㈜는 신규 판매원 가입 조건으로 가입비 11만원을 부과했고, 판매원의 총 수익 30%를 샘플(판매 보조 물품)을 구매하도록 의무를 부과해 가입비, 판매 보조 물품, 개인 할당 판매액, 교육비 등 그 명칭이나 형태와 상관없이 10만원 이하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준을 초과한 비용을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하위판매원 모집 자체에 대해 경제적 이익을 지급한 행위, 가입비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징수하는 행위 등 방문판매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 영업정지, 검찰 고발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한 것으로 관련 업계 전반의 경각심을 높이고 소비자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다단계판매 분야서의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법 다단계 영업행위 등 법 위반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법 사항을 적발할 경우 엄중 제재할 계획이다”라고 발표했다.

공정위 영업정지 명령…검찰 고발
피해자 대부분 고령 “인지도 못해”

<일요시사>는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워너지데이터㈜를 지난해 4월부터 세 차례 단독 보도 한 바 있다. 우선 해당 업체는 이미 지난해 2월10일 금융감독원이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면서, 플랫폼, NFT 투자 등을 통해 고수익이 가능하다고 유혹하는 불법 자금모집 업체를 주의하세요!’라는 보도자료로 경고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이 말하는 불법 자금모집 업체가 워너비데이터㈜다. 문제는 이런 금융감독원의 경고에도 불가하고 다단계 모집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해당 업체의 대표가 기독교 한 교단의 담임목사며 이 교회의 목사·권사·장로가 업체에 깊숙하게 개입돼있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자신은 보증금 2000만원, 월 70만원에 사는 빈털터리라고 주장하는데 회사에 돈이 있어 주주들을 설득해 12억원을 기부했다. 자신은 하나님이 주신 감동으로 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대표는 자신의 선의를 알아달라고 하는데 워너비그룹은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광고에만 50억원을 썼다고 하고, 투자 회원만 40만명이라고 자랑했다”고 증언했다.

이 관계자는 “2021년 교단서 문제를 일이켜 제명된 김모씨가 ○○교회 건축대금 3억5000만원을 빼돌려 몰래 투자한 회사가 C3W다. 당시 ○○교회 장로가 추궁해 대표이사는 차용증을 써주기도 했다. 결국 C3W는 사기로 판명 났다”고 과거 행적을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감독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워너비데이터㈜가 회원을 계속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교회라는 집단의 힘이 컸다.

대표가
빈털터리?

결국 해당 교단은 총회장 목사의 명의로 “최근 교단 목회자와 교회(성도)를 대상으로 금융(폰지)사기에 대한 접근이 있어 유의‧당부드린다. 일부 교단 기관에 거액의 후원금을 기부하는 등 모 그룹의 행태가 문제가 돼 후원금을 반환하는 등의 혼란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금융사기 주의보를 발표했다.

이어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들도 깊이 개입돼있어 적극적인 피해 예방을 위해 거리를 둘 것을 요청한다. 금융사기의 특성상 뒤늦게 피해자가 나타나고, 피해자가 소송까지 가는 일이 쉽지 않아 사전에 대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회원 중 한 명은 “(해당 업체가)소리 없이 우는 아이들을 돕는다는 취지가 너무 좋아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이사직급을 가졌다. 빵 공장서 주야로 12시간 교대근무 해서 희망이 없었는데 희망을 밝혀준 워너비그룹에 크게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오늘은 주일이라 교회서 예배를 드렸다. 목사님이 기도할 수 있는데 왜 걱정하냐는 대목이 꼭 내 이야기 같아서 많이 울었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워너비데이터㈜ 관련 첫 번째 기사를 보도한 뒤 ‘<단독> 대박 신기루 ‘캥거루 온천랜드’ 추적’ 기사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엔 워너비데이터㈜가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충남 공주서 온천 개발 중이라고 홍보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캥거루재단은 워너비데이터㈜에 속해 있는데, 인사글에는 “캥거루재단은 ‘약한 이웃(위기가정 청소년)을 품고 점프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9년부터 시작됐다. 이제야 그 기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느 날 방과후 초등학교 운동장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만났다”며 “16개 교육청과 연계해 1만3000여명의 아이들 명단을 받았고, 지역 목회자 3500명을 지부장으로 선정해 아이들을 돌봤다”고 소개했다.

온천도
거짓말

공주 온천 개발 홍보는 워너비데이터㈜와 캥거루그룹이 동시에 홍보하고 있었다. 당시 워너비그룹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는 “현재 온천랜드는 850m까지 파내려가고 있고 곧 온천수가 터지면 대박이다. 땅을 지하 1000m 파고들어 가면 35도 온천수가 나오는 것을 100% 확신한다. 150m에서 20도 온천물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워너비그룹은 “계룡산 동쪽 준령으로 금강을 휘감아 도는 천혜의 요지에 세계 최초로 예상되는 우주형 글램핑장을 캥거루재단이 설립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준공률은 98%로 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곳은 백제시대부터 온천이 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온천리로 불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이들은 “캥거루 온천랜드, 꼭 대박 날 것 같다” “캥거루 온천랜드 오픈하면 빨리 가족들과 체험하러 가고 싶다. 선한 기업이 선한 일만 하니까 정말 좋다. 우리 모두 워너비그룹을 응원한다”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당시 <일요시사> 단독 취재 결과, 워너비그룹이 언급했던 온천랜드의 주소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곳이었다. 공주시는 “캥거루 온천랜드를 개발 중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해당 장소는 야영장 시설사업으로 허가받아 공사 중”이라면서도 “온천 개발이 아닌 음용수를 위한 지하수 개발(관정 파기) 허가를 받았음을 안내해 드린다”고 답했다.

결국 워너비데이터㈜의 홍보 내용 자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거짓말로 회원을 유치하고 있었던 것이 드러난 셈이다. <일요시사>는 전화와 메일을 통해 수차례 워너비데이터㈜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단 한 차례도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이후 워너비데이터(주)로부터 아래와 같은 수상한(?) 메일이 날아왔다.

“워너비 그룹 홍보팀에서 문의사항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린다. 기자님께서 2023년 4월6일에 작성하신 저희 기업 관련 기사 잘 봤다. 연락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기자님께서 사실에 근거해 작성하신 기사 글에 관해 약간의 수정이 가능하신지 여쭙고 싶다”며 “우리 그룹 차원에서 <일요시사>를 통해 광고 진행이 가능한지 문의드리기 위해 연락했다. 기사 정정 요청이나 기사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해 연락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광고 관련 부분을 편하게 생각해 주고 회신하길 부탁드린다.”

‘교회 목사’가 대표라고?
다단계 판매요건 100% 만족


<일요시사> 기사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워너비데이터㈜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에게 계속 거짓으로 홍보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 논현빌딩의 옥외광고를 통해 “<ABC> <FOX> <야후파이낸스> 외 370여개 전 세계 보도! <중앙일보> 외 100여개사 국내 언론 보도! 전 세계 사회적 가치 경영을 통한 전문 경영 확대 예고. WANNABE GROUP”이라고 광고했는데, 이마저도 전부 거짓말이었다.

실제로 <ABC> <FOX> <중앙일보>에는 워너비그룹의 사회적 가치 기사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중앙일보>는 워너비그룹 다단계 사기 의혹에 대한 기사를 냈다. 워너비그룹 홍보 기사가 실린 곳은 <중앙일보>가 아니라 <미주중앙일보>였는데, 이를 교묘하게 속인 것이다.

공정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워너비그룹㈜는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워너비그룹㈜의 전모 회장이 공정위 결정에 대해 반박 입장을 내놨다.

전 회장은 지난 2일, 공정위의 제재 결정이 나오자 회원들의 단체 메신저에 “공정위의 결정은 잘못이고 무의미하다”며 “변호사가 바로 이의신청을 넣었기에 3개월 안에 재심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경찰이 1년간 우리를 압수수색하는 등 모든 조사를 다 하고 있기에 공정위의 고발은 뒷북치기다. 공정위 심의는 행정소송서 뒤집히는 경우는 자주 일어난다”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경찰도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증거의 조합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쪽 주장에만 맞아서는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 안 주고
끝까지 발뺌

아울러 “합법적으로 틈틈이 수백억원을 배당받아 챙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저는 재산도, 통장에 돈도 없고, 숨겨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금융감독원의 경고 이후에도 회원들에게 비슷한 해명을 내놨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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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