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박 신기루 ‘캥거루 온천랜드’ 추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20 09:15:37
  • 호수 1423호
  • 댓글 1개

그린벨트에 호텔 짓고 온천 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워너비그룹이 충남 공주서 온천 개발 중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해당 지역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투자자들 사이서 온천이 그린벨트 지역이라고 소문나자 유튜브 등 홍보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지금은 워너비그룹의 자회사 이름을 투자자들에게 말하지도 않고 바꾸는 중이다.

재단법인은 일정한 목적에 의해 모여진 재산으로 구성된다. 설립자가 생전에 재산을 내놓은 경우, 그 재산은 법인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법인의 것(소유)이 된다. 재단법인은 모두 비영리로, 민법 제32조에 따라 재단법인을 만들려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비영리 재단법인은 목적사업에 대해 개인·법인 등에 기부금을 받아 사업에 사용한다. 이처럼 재단법인은 기부금을 받기 때문에, 공익법인으로서 회계 등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문체부에
없는 조직

워너비그룹에서도 재단법인을 운영한다. 워너비그룹 전영철 대표이사가 캥거루재단을 2019년도에 설립했고 회장을 맡고 있다. 전 대표이사는 각종 미디어와 워너비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워너비그룹 설립 목표를 발표했다. 

워너비그룹 홈페이지에는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워너비그룹의 설립 목적은 약한 이웃인 소리 없이 울고 있는 위기가정 청소년을 품기 위함이다. ‘자생적 복지 시스템’이 곧 워너비그룹이 추구하는 것이기에 지주회사인 워너비데이터㈜의 모든 지분과 수익 배당은 복지재단에 예속돼있다”고 적혀있다.


즉, 워너비그룹의 수익은 고스란히 캥거루재단에 소속되는 셈이다. 캥거루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나온다.

캥거루재단 인사 글에는 “캥거루재단은 ‘약한 이웃(위기가정 청소년)을 품고 점프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9년부터 시작됐다. 이제야 그 기틀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어느 날 방과후 초등학교 운동장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엄마가 식당에 다니는 편모 가정 아이였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가지 못해 학교 운동장에 있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캥거루재단은 이런 아이들을 위해 2009년부터 학원, 피자집, 미용실 등으로부터 생활 콘텐츠를 기부받아 아이들에게 제공했다. 16개 교육청과 연계해 1만3000여명의 아이들 명단을 받았고, 지역 목회자 3500명을 지부장으로 선정해 아이들을 돌보도록 했다”.(중략) “캥거루재단은 고정 지출이 짜여 있는 정부자금과 지자체 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캥거루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아무쪼록 귀하의 관심과 후원이 더해져 소리 없이 울어야 하는 아이들이 활짝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후원을 촉구했다. 

이 같은 캥거루재단의 움직임은 박순선 캥거루재단 이사장과 전 대표이사의 인터뷰서도 나온다. 이 영상은 워너비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있다.

충남 공주시 온천리 개발 추진
알고 보니 불법 다단계 워너비

전 대표이사는 “워너비그룹은 기존 기업과 다른 사회운동을 하는 그룹이다. 한국에는 위기가정 어린이가 50만명이 있다. 이런 아이들을 지역사회가 잘 교육하고 보살펴야 한다”며 “우리 기업은 이런 아이들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회사 수익으로 아이들이 상처 없이 자라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워너비그룹은 캥거루재단을 위해 존재하는데 운영비가 많이 든다. 처음 신생된 법인은 정부나 지자체가 예산을 내려주지 않고, 주더라도 1억원 이내로 준다”며 “그런데 우리를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불법’ 다단계가 아니다. 다단계는 투자자를 버리고 도망쳐서 문제인데, 우리는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피해자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 역시 전 대표이사와 비슷한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박 이사장은 “워너비그룹은 설립 목적 자체가 자생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외부 지원금이 없어도 돌아가는 것인데 안티 세력이 많이 생겼다”며 “취지를 왜곡해서 전달한다. 내가 너무 속상해서 하나님께 ‘하나님, 이건 아니잖아요. 이럴 수는 없잖아요’라고 기도했더니 예수님도 핍박받으시고 오해받았는데, 내가 이런 일을 당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당연한 절차다. 어떤 사람은 우리 취지가 너무 대단하고 세계적인 일이라고 하거나 사이비라더라. 새벽예배 때 기도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고 힘을 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워너비 수익
캥거루재단으로

이들 주장을 종합해보면 캥거루재단 운영은 워너비그룹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의아스러운 점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허가한 비영리법인에 ‘캥거루재단’이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자인 전영철, 박순선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워너비그룹은 온천 개발을 홍보했다.

최근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워너비그룹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에는 “현재 온천랜드는 850까지 파 내려가고 있고 곧 온천수가 터지면 대박이다. 땅을 지하 1000m 파고들어 가면 35도 온천수가 나오는 것을 100% 확신한다. 150m에서 20도 온천물이 나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빨간 흙이 나오면 35도 온천이 나오는데, 이미 빨간 흙이 나왔다고 한다. 그럼 호텔을 지을 수 있다.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유황 온천이 나오도록 기도해달라. 온천수가 하루에 4000t 나올 것으로 보인다”는 글도 있었다.

워너비그룹이 홍보 중인 온천은 ‘충남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산21-번지’에 위치한다. 이름은 캥거루 온천랜드다. 워너비그룹은 이곳의 5만평 중 1만평을 우주와 같은 모양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당시 올라온 설명에는 “돔 형태의 글램핑이 현재 30동 지어져 있고, 기타시설 등 온천수를 활용한 국제급 글램핑장이 공사 중”이라며 “계룡산 준령에 세계 최초 온천수를 활용한 국제급 글램핑장이 들어서는 경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룡산 동쪽 준령으로 금강을 휘감아 도는 천혜의 요지에 세계 최초로 예상되는 우주형 글램핑장을 캥거루재단이 설립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준공률은 98%로 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곳은 백제시대부터 온천이 있다고 해서 마을 이름이 온천리로 불리는 곳”이라고 했다.

“곧 터진다”
이상한 소문


아울러 “캥거루 온천랜드는 캥거루재단이 품어 함께 뛰는 아이들에게 치유와 힐링 공간 겸 호연지기를 다지는 산촌 학교가 될 것이다. 워너비그룹을 위해 열정을 다하는 임직원들에게는 재충전의 장소로, 지역 시민들에게는 여가 선용의 장으로 긴요하게 활용되기를 바라고 있다. 자연과 온천이 만나는 최적의 힐링 장소인 캥거루 온천랜드에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워너비그룹 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이들은 “캥거루 온천랜드, 꼭 대박날 겁니다” “캥거루 온천랜드 오픈하면 빨리 가족들과 체험하러 가고 싶다. 선한 기업이 선한 일만 하니까 정말 좋다. 우리 모두 워너비그룹을 응원한다” “캥거루 온천랜드는 전 대표이사의 작품이다. 레저공간까지 준비하는 탁월함에 놀랐다. 펑펑 쏟아지는 온천수에서 수영을 즐기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뻥 날아갈 것 같다” “워너비그룹을 제대로 알고 쭉 가다 보면 머지않아 엄청난 기업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린 워너비그룹에 탑승한 행운아들”이라는 등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직접 온천랜드에 방문한 듯 블로그에 글을 올렸고, 전 대표이사는 언론에 나와 온천랜드를 홍보했다. 앞서 언급했듯 캥거루 온천랜드 글램핑 수영장 돔 하우스는 지난 2월28일에 준공했고, 향후 모든 개발을 마치게 되면 동학사 주변은 중부권 최고의 글램핑 온천랜드가 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말한 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 결과, 워너비그룹이 말했던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산21-1번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인 곳이었다. 

개발제한구역 안에는 건축물의 신·증축, 용도변경, 토지의 형질 변경, 토지 분할 등의 행위가 일체 제한하며, 개발제한구역 지정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서 국민 생활의 편익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로 허가권자의 승인이나 허가받을 경우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


“개발 허가 수리된 사항 없다”
투자자 유혹 홍보 돌연 중지

그렇다면 캥거루 온천랜드는 어떤 상황일까? 이에 대한 해당 지자체인 공주시의 공식 답변이 나왔다. 민원 내용은 ‘캥거로온천에 대한 사실관계 문의’로, 공주시는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산21-1번지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현재 이곳에 대한 허가 신청이나 허가 수리된 사항은 없다. 공주시 반포면 온천리 산21-1번지 인근인 반포면 온천리 2-4번지에선 야영장 시설사업으로 허가받아 공사 중이다. 온천 개발이 아닌 음용수를 위한 지하수 개발(관정파기) 허가를 받았음을 안내해드린다.”

이런 상황임에도 워너비그룹은 온천랜드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홍보했다.

워너비그룹 투자자 A씨의 “캥거루 온천랜드는 개발제한지역이라 온천수를 개발하는 게 아닌, 일반 음용수 지하수를 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룹 카톡 상담센터는 “그린벨트가 해제돼 공사 중이며, 온천수를 개발하는 것이 맞고, 현재 900m까지 파고 들어가고 있다. 앞으로 100m만 더 파면 좋은 소식이 들릴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올라오자, 돌연 워너비그룹은 모든 캥거루 온천랜드 홍보 유튜브 자료들을 삭제했다. 다만, 전 대표이사의 언론 인터뷰 자료는 여전히 남아 있어, 워너비그룹이 캥거루온천으로 투자자를 모았다는 사실은 존재한다. 한 언론 매체는 워너비그룹의 캥거루 온천랜드를 두고 ‘노아의 방주’에 비유하기도 했다.

워너비그룹은 현재 또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 대표이사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블록체인사업인 ‘워너비체인소프트’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취재에
묵묵부답

한때 해당 업체에 투자했다던 B씨는 “불과 며칠 전까지 ‘워너비체인소프트’ 홈페이지 이름이 ‘에인트체인소프트’로 변경됐다. 대표 이름도 똑같고, 홈페이지 내용도 똑같은데 회사명만 바뀐 것”이라며 “워너비그룹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여전히 ‘워너비체인소프트’에 투자했다고 알고 있다. 회사명이 왜 바뀌었는지 아무도 모르고, 설명도 없다. 워너비그룹 단톡방에도 회사명이 바뀐 것을 한 번도 알린 적 없다”고 지적했다.

<일요시사>는 워너비그룹 홍보팀에 “캥거루 온천랜드의 땅이 그린벨트라고 들었다. 확인 부탁한다” “워너비체인소프트 이름인 에인트체인소프트로 바뀐 이유가 궁금하다” 등의 내용을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워너비그룹 충격 실체’ 보도 후…
<일요시사>에 보낸 수상한 이메일

지난 6일 <일요시사>는 ‘불법 다단계 워너비그룹 충격 실체’를 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워너비그룹 대표이사가 한 교단의 목사며, 교회를 통해 워너비그룹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워너비그룹은 금융감독원이 불법 자금모집 업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기사 보도 이후인 지난 10일, 워너비그룹은 <일요시사>에 메일을 보냈다.

아래는 해당 메일 전문.

“워너비 그룹 홍보팀에서 문의사항이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렸습니다. 기자님께서 2023년 4월6일에 작성하신 저희 기업 관련 기사 잘 봤습니다. 연락드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기자님께서 사실에 근거해 작성하신 기사 글에 관해 약간의 수정이 가능하신지 여쭙고 싶고, 우리 그룹 차원에서 <일요시사>를 통해 광고 진행 가능 여부를 문의드리기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기사 정정 요청이나 기사에 대한 반박을 하기 위해 연락을 드린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광고 관련 부분을 편하게 생각해 주시고 회신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