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해결책부터 내놓는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특검 추천권 변협에 주자”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22대 국회를 이끌 300명의 국회의원이 정해졌다. 여의도에 갓 입성한 초선 의원들은 저마다의 포부를 안고 국회 문턱을 밟았다. 개혁신당은 ‘한국의 희망’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3명의 국회의원을 탄생시켰다. <일요시사>가 만난 아홉 번째 주자는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이 국회에 입성했다. 사실 천 의원의 총선 도전기는 험난했다. 시시각각 변화는 상황에 따라 그의 운명이 갈렸을 정도다. 현재는 개혁신당의 원내대표로서 활동 중이다. 최근 그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진전 없는 협상에 중재안을 던지며 해결책을 제시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일요시사>가 순천밖에 모르는 ‘순천 바보’ 천 의원을 만나 정치 현안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됐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을 텐데, 소회를 밝힌다면?

▲너무 분주하다. 국회의원 입법 총량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물론 개혁신당은 마구잡이 입법이 쉽지 않지만 동료 국회의원들이 양적으로 많은 일을 하는 데 집중돼있다. 그러다 보니 질적으로 깊이 있는 이슈 레이징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분명 국회의원은 바쁜 직업인데 성과가 왜 잘 안 나오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입법 실적이라는 게 건수로 평가되고, 세미나 같은 게 꼭 필요한가 싶을 것을 의무적으로 하는 게 많이 보인다.

-1호 법안으로 염두에 둔 게 있나?

▲무엇이 1호인지가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여러 가지를 생각 중이다. 저출산 대응에 관해서다. 결혼과 출산 정책적인 장벽 내지는 불이익이 있다. 이런 부분에 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이와 함께 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수정안 내지는 중재안 발의가 조금 더 이뤄지지 않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고민도 든다. 


-채 상병 특검법의 문제는 무엇인가?

▲사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제안한 안도 어마어마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민의힘에서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독소 조항이라고 하면서 발을 빼려고 한다. 대표적인 부분이 특검 추천권과 대국민 보고(언론 브리핑)다.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특검 추천권을 정당이 개입하지 않는 형태로 바꾸고 싶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에 제3자를 언급했다. 대법원장의 임명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데, 차라리 ‘대한변호사협회’에 맡겨 버리는 게 깔끔하다고 본다. 대한변협은 정치적 집단도 아니고, 대통령의 임명권과도 상관없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언론 대국민 보고의 경우 지금까지 특검서 많이 해왔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상황서 언론 브리핑을 줄여버리는 형태로 바꿔 국민의힘의 핑곗거리를 줄여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국 개혁신당의 주목도가 높아야 이런 부분도 힘을 받을 텐데 지금 개혁신당에게 필요한 것은?

▲어려운 지점이지만 개혁신당의 일원으로서 서두르거나 오버하지 않아야 된다. 일각에서는 미치광이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하는데 하지 않으려고 한다. 천천히 가겠다. 튀려고 하면 당장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은 그런 당이 아니다. 국민이 느끼는 감정선보다 과하게 오버하지 않는 정당이 되려고 노력 중이다.

당은 길게 놓고 봤을 때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개혁신당이 찬성하는 법안이라면 믿을만하다, 개혁신당의 메시지라면 합당하다’는 신뢰를 보내주시리라 생각한다. 이런 일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절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민의 관점서 사안을 보고 메시지를 낼 계획이다. 


-여당서 이탈표가 나와 200석을 넘겨 특검법이 통과될 수 있다고 보나?

▲쉽지는 않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법을 찬성하며 여러 조건을 달았던 부분을 비판한다. 다만 국민의힘 내에서 유력한 인물 중 한 명이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이 되도록 하는 경험을 여야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입법부가 똘똘 뭉쳐 행정부에 맞서는 경험이 쌓이면 김건희 여사 특검법 논의에 관해서도 여야가 타협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훨씬 더 수월해진다.    

-지금 거대 여야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국민의힘은 뭘 해야 하는지 모른다. 뭘 할지가 명확하면 대통령과 맞지 않아도 정당 자체적으로 아젠다를 끌고 갈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 용산의 해바라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만 눈에 보인다. 민주당은 하고 싶은 부분을 개딸(개혁의 딸)에게 많이 의탁해 놨다. 사실 둘 다 비슷하다. 

“거대 여야 명분 쌓기 멈춰야”
“입법부 뭉쳐서 행정부 맞서야”

-상임위 배정이 상당 기간 완료되지 못했다. 협상이 연속적으로 결렬돼 왔는데…민주당은 양보하지 않고, 국민의힘은 아예 보이콧하며 특위를 꾸렸다. 

▲국민의힘이 반드시 체념하고 들어온다고 봐 왔다. 민심의 역풍이 두려울 수밖에 없는 구도다. 범야권의 독주는 비교적 역풍이 적다. 내가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다면 앞으로 한 석이라도 많은 정당이 독식하자고 역으로 제안을 했을 것 같다. 민주당이 거기에 동의하냐는 승부수를 던졌어야 한다.

실제로 민주당 몇몇 의원은 언론 인터뷰서 이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윤석열정부 핑계만 대놓고 룰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부분에 관해서는 명확한 답을 듣기 어려웠다.

-지지자에게 욕먹지 않는 정치를 하려는 의원들이 늘었다. 이유는?

▲이유는 많다. 개딸은 민주당 경선서 나름대로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듯 보인다. 민주당 박용진 전 의원의 경우 개딸에게 밉보여 살아나지 못했다. 결국 비주류 이른바 수박으로 불리는 인물들은 어떤 의미서 당원을 모야 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다만 주류 세력은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휘둘리지 않고, 이끌고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극성, 열성 지지층은 늘 필요하지만 과거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여의도 광장에 100만명이 모여도 지지층에 끌려다니지 않았다. 오히려 지지층을 설득하고, 끌고 가는 정치적인 힘이 있었다. 최근 한국 정치에는 큰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 거의 보이지 않아 아쉽다.

-정치적 고향이 순천이다. 다음 총선은 순천서 도전하나?


▲최우선 목표는 순천서 당선되는 일이다. 원래는 총선도 순천서 출마할 거라고 생각하며 준비해 왔다. 사실은 김종인 위원장의 차출이 있어 비례대표로 선회하게 됐다. 다만 개혁신당의 순천 당협위원장이 되기 때문에 순천서도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순천이 좋은 이유는?

▲이렇게 말하면 팔불출 같은 느낌이 들겠지만 정치적 고향으로서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데 정말 너무 많은 사랑을 받은 도시다. 인지도를 빨리 높이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대구가 고향인 젊은 정치인이 전라남도 순천에 도전하는 자체가 나름의 서사가 됐다. 이런 고려 외에도 순천은 유권자 수준이 굉장히 높은 곳이다.

과거를 살펴보면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 통합진보당 김선동 전 의원이 선출되기도 했다. 무소속 시장도 틈만 나면 나온다. 유권자가 경쟁력을 봐주는 도시다. 내게 희망을 갖고 도전할 명분을 만들어주신다. 순천은 전남서 가장 큰 도시기도 하지만 도농 복합이라 지역정서를 익히기에도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관점을 형성하는 곳이라 좋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회서)명분쌓기를 멈췄으면 좋겠다. 민주당은 국민과 상관없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프레임을 만들고 싶어한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독주라는 프레임에 따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싶어한다. 이게 국민 입장에서는 무슨 상관이 있겠나? 이런 행동을 멈추고 일이 진행되도록 타협안과 중재안을 만드는 일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데 그럴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개혁신당은 여야와 다르게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발견해 성과를 내는 의정활동을 하겠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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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