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4파전 한동훈 고사 작전

“셋이 왕따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인기는 높은데 이렇게 외로울 수가 없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야기인데, 과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출마한 직후가 떠오른다. 보수의 심장의 큰 인물들은 만나주지도 않는다. 분명히 1위를 질주 중인데 너무 많은 견제를 받고 있다. 이대로 괜찮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기댈 구석이 없다. 그를 향한 민심이 가장 뜨겁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당 안팎으로의 견제 세력이 너무도 많은 탓이다. 최근 한 전 위원장은 2박3일 일정으로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대구·경북(TK)을 찾았다. 

혼자서만 
다른 노선

이번 전당대회서 영남 민심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TK 지역은 국민의힘 최다 책임당원 40%를 보유 중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비율이 기존 100%서 80%로 변경됐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7일, 대구시 달서병, 달서을, 달성군, 수성갑 지역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이튿날에는 부산 지역을 찾아 국민의힘 핵심 지역 공략에 나섰다. 

부산서 한 전 비대위원장의 인기는 상당히 높다. 하지만, 이들 조직을 쥐고 있는 핵심 세력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거절 의사를 내비치면서 한 전 비대위원장만 머쓱해진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홍 시장은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타격했던 바 있다. 그는 한 비대위원장에 대해 “국정 농단 정치 수사로 한국 보수우파 진영을 궤멸시키기 위해 무자비하게 망나니 칼날을 휘두른 사람”이라며 “그 시절을 화양연화라고 막말하는 사람이 당 대표를 하겠다고 억지 부리는 것은 희대의 정치 코미디”라고 맹폭했다.


이렇게 두 사람의 면담은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무위에 그쳤다. 게다가 최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만남도 끝내 무산됐다. 캠프 측은 조율 과정서 일정상 변수가 생겨 다시 정하겠다고 했으나 정가에선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이 지사 역시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던 탓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에 반감을 드러낸 영남권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대다수 TK 의원들은 물밑서 한 전 비대위원장을 돕고 있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실제로 한 전 비대위원장 캠프에는 영남권 의원들이 다수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진우·김형동·우재준 의원 등이 합류했다. 문제는 TK 의원들의 지원을 극대화시킬 방안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당규가 있는 탓에 대놓고 표현하기 어렵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영남서 민심만 얻고 돌아오게 될 경우, 그다지 좋은 소득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중요한 것은 당원들의 마음(당심)인데, 다른 당권주자들은 잇따라 홍 시장과 만남을 가지며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영남권 수장들 연일 공격 개시
당권주자 후보들 일제히 맹폭

정가에선 홍 시장이 한 전 비대위원장과 만남을 거절한 이유는 자신의 잠재적인 대권 경쟁자로 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사실상 국민의힘서 윤석열 대통령의 차기 대선후보로 홍 시장이 나서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 시장은 최근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져왔다. 

4·10 총선 직후에도 윤 대통령과 만남을 가지며 전체적인 국정 방향 등을 논의하며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홍 시장이 일종의 보강재 역할을 하는 게 가능하다. 홍 시장을 통해 강한 메시지, 화법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을 때리며 반 한동훈 연대를 구축하려는 모양새다. 


당원들에게 반한 감정을 심어줄수록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내 지지율은 흔들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을 향한 반감도 늘었지만, 조직적인 당원의 표심은 한 인물로 좌지우지 되지 않기 마련이다. 

특히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당심에는 불안감이 상당수 내재돼있다. 그는 당권 출마 과정서 “채 해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종결 여부를 특검 발의 여부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실상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노선과 차별점을 둔 셈이다. 

당시의 발언은 당내 지지자들 사이서 상당한 반발을 일으켰다. 일부 지지자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배신자라고 칭하게도 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채 해병 특검법까지 노선을 달리한 이유는 반사이익 때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작아질수록 커지는 게 그다. 자신만의 길을 만든 이유는 당내 전선을 친윤(친 윤석열), 비윤(비 윤석열), 반윤(반 윤석열)이 아닌 친한(친 한동훈)과 반한(반 한동훈)의 구도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분석된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두고 ‘절윤’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앞서 친윤 세력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지속적으로 공격을 가했다. 이들은 압박은 거셌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선언에 대해 옳지 않다며 견제했고, 총선 패배의 책임이 크다며 지속적으로 패배한 수장임을 강조했다.

연합으로
원팀 구성?

다른 당권주자들도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앞서 당권 도전을 선언했던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한결같이 한 전 비대위원장이 출마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로를 견제하기보다는 1등을 달리고 있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채 해병 특검법의 경우, 모두 반대 의견이 강하다. “다 꺼져가는 특검에 다시 불을 붙였다”(나 후보) “채 해병 특검법 수정은 위험한 발상”(원 후보) “윤 대통령과 의도적인 각 세우기”(윤 후보) 등 날을 세웠다. 이들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어깃장을 놓으면서 반발효과로 당내 세력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들 역시 영남을 찾으며 본격적으로 보수의 심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나 후보는 경남 및 부산 울산을 훑으며 박완수 경남도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등과 만났다.

원 후보도 부산을 찾아 당원들의 지지세를 끌어모았다. 박 시장을 만난 자리에선 “부산을 팍팍 밀겠다”는 공약도 내세웠다. 이렇듯 대부분의 당권주자들이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며 1등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이들의 목표는 1차 투표서 한 전 비대위원장의 과반을 저지하는 것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과반에 실패한다면 결선투표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일각에서는 나원(나경원-원희룡) 연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나원 후보의 지지율도 동반 상승 중이다. 범 친윤의 지지를 받는 두 후보가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꺾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두 후보의 지지 세력은 일정 부분 겹치며 갈 길이 급한 만큼 서로를 견제하기도, 우호적으로 나서기에도 애매하다. 압도적인 1강인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딱히 달리 방법이 없다. 이런 탓에 연대를 통해 지지층을 하나로 규합하는 게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이냐
비윤이냐

이와 관련해 원 후보는 “어떤 길이든 시간이 많다”며 “홍준표 대구시장도 잘 협력하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해당 발언은 연대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읽힌다. 반면, 나 후보는 원 후보와의 연대설에 대해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연대설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오직 우리 당원, 국민과 연대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둘의 연대설은 충분히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사안임은 분명하다. 한 전 비대원장도 나원 연대설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물론, 연대에는 득실이 모두 존재한다.

연대를 통해 친윤, 비윤 당원을 끌어모을 수도 있지만, 친윤의 협력을 거부하는 나 후보에겐 다소 치명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후보가 연판장 사태를 잊었다고 했지만, 지난 전당대회서 불출마했던 기억은 여전히 남아있다. 

나원 연대설과 함께 힘을 받는 게 바로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참전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당 대표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안철수 의원을 무너뜨렸다. 당시 후보로 나섰던 김기현 의원은 5위에 머물렀으나, 당시 정무수석이 전면에 나서면서 급반등을 시작했다.


결국 김 의원은 대통령실을 등에 업고 과반을 넘기며 당 대표 당선을 확정지었다. 아직까지는 잠잠한 모양새지만 전당대회(오는 23일)가 점점 다가오면서 개입할 여지도 간과할 수 없다. 이미 윤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이 등을 돌려버린 이상 대통령실에서는 그의 당선을 달갑게 여길 수 없다.

현재 대통령실이 물밑서 미는 후보는 원 후보인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개입하면 모르는 싸움
‘나·원 연대’ 최대 변수 중 하나?

한 전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개인기’로 돌파구를 찾아야만 한다.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작은 실수 하나, 리스크 하나에도 사방서 거센 공격이 불가피하다. 살아남으려면 친윤을 완전히 포기해야 가능하다. 당내 친윤 세력에 대한 반발도 상당수 있는 만큼 반윤 당심을 끌어모아야 한다. 

수도권서 표를 쓸어 담고, 영남서 절반 정도만 챙긴다면 1차 투표만에 결론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자신의 능력이 당내서 통한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힘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2대 총선서 그의 개인기는 완전히 먹혀들지 않았다. 

개헌 저지선인 야당 200석을 간신히 막아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번만큼은 ‘혈혈단신 장수’의 모습을 보여줘야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다.

만약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잡게 될 경우, 윤 대통령은 고난의 시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원 후보를 물밑 지원한다고 해도 한 전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때리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추후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국민의힘 내에서 세력을 늘릴 수 있겠느냐는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총선서 영남 지역을 싹슬이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정권 붕괴 시 한 전 비대위원장도 좋을 리 없으며, 검사 출신의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민심이 검사 출신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면 바로 
매장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전 비대위원장은 혼자 가는 길을 친윤, 대통령실, 다른 당권주자들과 싸우고 있다. 여기서 승리하면 단번에 대권주자로 발돋움하는 게 가능해진다”면서도 “당권을 잡지 못한다면 상상 이상의 타격을 받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선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힘 선관위 “러닝메이트 괜찮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의 동시 출마인 ‘러닝메이트’ 방식과 의원실 보좌진 파견에 행위가 당헌·당규에 따라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권성동 의원과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보좌진 파견과 러닝메이트 제도가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사실상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국토부 전 장관을 겨냥한 셈이다. 

현재 한 전 비대위원장 캠프에는 의원실 보좌진이 급파돼있다.

장동혁·진종오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당헌·당규상 선거운동은 당선되게 하거나 하지 못하도록 위한 행위”라며 “선거운동과 관련해서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자, 당헌·당규상 할 수 없는 선거운동만 명시돼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입후보자는 선거운동이 가능한 만큼 러닝메이트를 표방해 본인 및 타 후보를 당선토록 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줄 세우기가 가속화됐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차>

<기사 속 기사>컷오프 3인방 항변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김소연 변호사,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컷오프시켰다.

선관위는 “후보 신청자가 제출한 서류 및 이력을 확인해 부적격 기준 해당 여부, 국민 눈높이 등을 중심으로 심사했다”고 밝혔다.

세 후보가 여러 논란이 발생했다는 측면서 당 선관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컷오프된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를 예로 들어 “나를 탈락시킨 근거가 선출 규정 제13조 제7호에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 컷오프 제도 도입 여부 및 심사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는 규정에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선이 확실한 특정 후보를 지목해 경선서 하는 것은 사실상 정적 죽이기”라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야권에 선명한 발언을 할 인사를 일부러 찍어내 탈락시켰다는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선관위의 결정에 당권주자인 나경원 후보도 “김 전 최고위원의 소식은 안타깝다”며 “당원과 국민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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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