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재벌가 신(新)혼맥 [제6탄] 이혼남녀 X파일

씻을 수 없는 상처 ‘파란만장 웨딩잔혹사’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은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사돈’이란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그들만의 성’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 물론 재벌가문은 정·관계 및 학계 쪽으로도 거대하고 강력한 연줄망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세 확장을 위해 권력층과의 정략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전략적 통혼을 통해 최고의 부와 명예, 권력을 한 손에 쥘 요량에서다. 5년 전인 2004년 시사지 최초로 재벌가 혼맥을 집중 해부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09년 새해를 맞아 새 식구를 포함한 재벌가 신 혼맥을 유형·테마별로 새롭게 재구성해 봤다.



어느 가정이든 숨기고 싶은 가족사가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이혼은 언급조차 꺼려지는 아픔이다. 재벌가도 예외는 아니다. 총수 일가의 파경은 ‘치명타’나 다름없다. 일단 노출되면 집안은 물론 기업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혼 경력을 숨길 수 있다면 끝까지 감추는 게 상책인 이유다.

당연히 해당 그룹은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한다. 오너 가족의 개인사란 까닭으로 언급 자체를 극도로 꺼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한 재벌가 사람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재벌가의 파경 사례는 연예인을 식구로 받아들인 집안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자본의 권력인 재벌과 대중의 우상인 스타의 결혼은 대중의 호기심을 끌며 숱한 화제를 뿌린다. 

1971년 결혼한 고 장강재 전 한국일보 회장과 인기 여배우 문희 씨를 시작으로 2006년 8월 백년가약을 맺은 범 현대가의 정대선-노현정(전 KBS 아나운서)에 이르기까지 재벌과 스타의 만남은 그때마다 신선한 충격을 주는 최고의 화두로 떠올랐다.

물론 이들은 대부분 아무런 잡음 없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과 바늘’로도 불리는 두 부류간 결합이 순탄치 않거나 서슴없이 갈라선 ‘막장 커플’도 적지 않다.


조규영 중앙산업개발 회장은 1970∼80년대 장미희, 유지인 씨와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의 주역인 청순 미녀 정윤희 씨를 아내로 맞았다. 그야말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문제는 조 회장이 유부남 상태에서 결혼이 진행됐다는 사실. 본부인과 이혼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에서 정씨와 교제를 시작한 것이다. 

결국 1984년 조 회장의 부인이 두 사람을 ‘간통’으로 경찰서에 고발했고 정씨는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다. 당시 ‘유부남과의 불륜’이란 비난이 쏟아졌고 정씨는 이를 계기로 연예계를 완전히 떠났다. 이들은 현재 주변의 걱정과 달리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은 ‘두 번 이혼, 세 번 결혼’이란 이력을 갖고 있다. 모두 스타와의 인연이었다. 최 전 회장의 첫 번째 배필은 1960년대 유명한 육체파 여배우였던 김혜정 씨다. 그는 1976년 이혼 뒤 ‘펄시스터즈’ 멤버였던 배인순 씨와 재혼했지만 1998년 다시 이혼 후 KBS 아나운서 출신 장은영 씨와 결혼했다.

배씨는 2003년 자서전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 잔>에서 최 전 회장의 사생활을 공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 책에 따르면 배씨는 22년간의 결혼생활 내내 시부모와 불화를 겪는 등 재벌가 안주인으로서 삶이 순탄치 않았다. 특히 최 전 회장의 외도 경력까지 폭로한 배씨는 “만약 후배 연예인이 재벌과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면 적극 말리겠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

에스콰이어그룹 일가 2세 이정 씨와 인기 절정이던 황신혜 씨는 1987년 결혼했지만 9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황씨는 이듬해 3살 연하의 사업가와 재혼했지만 2005년 또 다시 이혼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채승석씨도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SBS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한 한성주 씨와 1999년 결혼했지만 성격 차이를 이유로 5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외아들 정용진 부회장에게도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 바로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고현정 씨와의 결혼과 이혼이다. 


정 부회장은 1995년 고씨와 결혼했지만 8년6개월여 만인 2003년 이혼했다. 법원에 제출한 이혼사유는 ‘성격 차에 따른 가정불화’였다. 이들의 만남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이혼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의 화제를 낳았다.
정용진-고현정 못지않게 세간의 시선을 끈 만남과 이별은 홍승표 전 계몽사 회장과 역시 미스코리아 출신의 탤런트 오현경 씨다. 오씨는 1998년 ‘O양 비디오’가 유포되면서 연예계를 떠났고 2002년 홍 전 회장과 극비리에 결혼식을 올렸으나 4년 만인 2006년 갈라섰다.

재벌과 스타의 이혼은 결혼만큼 화제를 뿌린다. 재벌가는 물론 연예인들이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탓이다. 결혼에 이은 이혼 소식이 빠짐없이 세상에 알려지는 이유다.

그러나 재벌가에서 ‘끼리끼리’은밀하게 이뤄지는 ‘그들만의 혈맹관계’는 외부로 잘 노출되지 않는다. 이혼 또한 마찬가지다. 대부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조카이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과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간 파경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전 사장은 연극배우 윤석화 씨와 재혼했다. 이 부회장은 독신생활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가에선 이병철 창업주의 3녀 순희 씨가 김규 전 서강대 교수와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시 결합해 잘 살고 있다는 후문이다.

롯데가에서도 이혼한 로열패밀리가 한둘이 아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1967년 대구의 유지였던 장오식 전 선학알미늄 회장과 결혼, 1남3녀(재영-혜선-선윤-정안)를 뒀다. 신 사장은 이런 인연으로 선학알미늄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해 1973년까지 이사로 재직했다.

그러나 신 사장은 그리 만족할 만한 결혼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는 1979년 장 전 회장과 이혼하면서 회사를 롯데쇼핑으로 옮겼다. 장 전 회장은 재혼했다가 다시 이혼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4년 막내딸 정안 씨와 국제변호사인 이승환 씨의 결혼식에 장 전 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화·성격 차이로” 총수일가 파경 비일비재
베일 속 은밀한 만남…이별도 극비리 마무리

신 사장은 현재 혼자 살고 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장남 재영 씨와 장녀 혜선 씨도 결혼에 실패해 독신으로 지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공교롭게도 신 사장의 차녀 선윤(호텔롯데 상무) 씨도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결별 시점과 사유에 대해선 알려진 바 없다. 그의 전 남편이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게 전부다.

선윤 씨는 2007년 양성욱 아우디코리아 상무와 전격 재혼했다. 외할아버지인 신 회장의 각별한 총애를 받고 있는 선윤 씨는 어머니 신 사장의 뒤를 이어 롯데쇼핑의 ‘후계자’로 점쳐졌다. 하지만 선윤 씨는 지난해 4월 호텔롯데 마케팅부문장에서 돌연 물러나 사임 배경을 놓고 갖가지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경주 씨는 광명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장남 광태훈 씨와, 김수근 삼양그룹 창업주의 장녀 상경 씨는 아폴로 박사로 유명한 조경철 씨와 각각 결혼했지만 가정불화로 헤어졌다. 고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의 장남 석원(전 쌍용그룹 회장) 씨는 첫째 부인과의 결혼에 실패, 1981년 박문순(성곡미술관장) 씨와 재혼했다. 


재벌가와 정·관계 집안간 결합이 이혼으로 끊기는 경우도 많다. 류찬우 풍산그룹(옛 풍산금속) 회장의 장남 류청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 근령 씨와 1982년 결혼했다가 불과 6개월 만에 헤어졌다. 근령 씨는 지난해 10월 14세 연하인 신동욱 백석문화대 교수와 재혼했다.

고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의 차남 동보(전 코오롱TNS 회장) 씨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장녀 예리 씨도 한때 부부였지만 성격 차이로 갈라섰다. 양 가문은 이로 인해 급속도로 냉랭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도 사돈관계를 원만히 유지하지 못했다. 박 명예회장의 4녀 경아 씨와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는 1988년 결혼했으나 불화를 견디다 못해 2년5개월 만에 이혼했다. 

재용 씨는 두 번째 아내인 최모씨와 결혼생활을 하다 2007년 2월 또다시 갈라선 뒤 같은 해 7월 탤런트 박상아 씨와 세 번째 결혼을 올렸다. 박 명예회장은 막내딸에 이어 1984년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과 혼인한 차녀마저 2002년 파경하는 아픔을 겪었다.

무엇보다 재벌가에서 간간이 터지는 ‘황혼 이혼’소식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2006년 부인 박모씨와 합의 이혼했다. 박씨는 2005년 8월 강 회장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위자료 53억원 등을 요구하는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실 강 회장 부부는 오래 전부터 상당기간 별거했을 만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강 회장의 파경은 당시 79세였던 나이는 물론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와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했다. 주변인들은 “강 회장이 사업은 성공했지만 가정은 실패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사건은 강 회장과 배다른 자식 간 갈등이 증폭되는 계기가 됐다. 강 회장은 슬하에 5남4녀를 두고 있는데 이중 장·차남만 박씨의 자녀다. 나머지는 후처 최모씨와 사이에서 태어났다. 강 회장이 박씨 소생인 장·차남을 배제하고, 배다른 3·4남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후계구도 정비에 나섰고 이 일은 동아제약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의 황혼 이혼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이 회장의 나이는 77세였다. 그의 부인 신모씨는 2000년 무려 1000억원의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 조정신청을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국내 이혼 위자료로 사상 최고의 액수였다.

“남편의 외도와 구타를 참을 수 없었다”는 게 신씨의 주장. 이 회장은 이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그룹 측은 “이 회장이 사재출연을 반대하는 가족들과 마찰 끝에 부인에게 이혼을 당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이 회장은 평생 모은 재산 6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한 바 있다. 이 소송은 신씨가 5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마무리됐다가 8년 만인 2007년 재결합해 세상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창업 1세대 ‘세컨드 스토리’

십중팔구 아슬아슬 ‘양다리’

‘정주영, 이원만, 이병철…’ 창업주 대부분 애첩 관리

재벌그룹을 일군 창업주 치고 ‘애첩’을 곁에 두지 않은 사례는 드물다. 아슬아슬한 ‘양다리’를 걸치다 이른바 ‘세컨드’로 들인 경우는 창업 1세대에 집중되고 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한국에 부인이 있었지만 일본에서 일본인과 결혼해 2명의 자녀를 더 뒀다. 이 창업주는 모두 10명의 자녀가 있는데 이중 8명(3남5녀)만 본처인 고 박두을 씨의 소생이다. 나머지 4남과 6녀는 이 창업주가 일본을 드나들면서 만난 일본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도 한국인 첫 번째 부인 고 노순화 씨와 결혼해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을 낳았다. 이를 모른 채 1941년 일본으로 건너간 신 회장은 1952년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씨와 사이에서 동주-동빈 두 아들을 얻었다. 

시게미쓰 씨는 당시 일본 외무성 대신의 여동생이었다. 이런 탓에 배다른 남매인 신 사장과 신동빈 부회장의 갈등설은 호사가들의 단골 메뉴다. 여기에 신 회장은 미스롯데 출신인 서미경씨와 사이에 두 딸을 더 두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 이맹희 씨는 혼외 아들을 뒀다. 2006년 대법원은 뒤늦게 나타난 아들이 이씨를 상대로 제기한 친자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내렸다. 

2007년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배다른 자녀인 두 자매가 100억원의 추가 상속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각각 20억원씩 더 챙겼다. 고 이원만 코오롱그룹 창업주도 미국에 혼외 아들을 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고 최준문 동아그룹 창업주도 아슬아슬한 양다리를 걸쳤다. 최 창업주는 4명의 부인 사이에 모두 7명의 자식을 뒀다.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 3남매를, 둘째 부인과의 사이에 1명을 낳았다. 그 뒤로도 셋째 부인 사이에서 딸 둘, 넷째 부인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더 낳아 호적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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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