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분가 이후…초라한 창업 성적표

만만찮은 홀로서기…잘 쳐줘야 ‘1무3패’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재벌 총수가 모든 특권을 뒤로한 채 창업의 길에 올랐다. 자신의 힘으로 꿈을 일구겠다는 일념으로 내디딘 첫 발이다. 아직까지는 성과랄 게 없다. 스타트업이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변변치 못한 성적표는 가려지지 않는다.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평가해봐야 ‘1무3패’에 불과하다. 

2018년 11월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열린 ‘성공 퍼즐 세션’은 생각지 못하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션 종료 직전 느닷없이 연단에 오른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앞으로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덕분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해당 발언은 단순 해프닝이 아니었다. 이 명예회장은 사임 표명 직후 사내 인트라넷에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는 취지로 글을 올려 경영 은퇴 결정을 재확인시켰다.

충만했던
의지

물론, 이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게 총수 자리에서 내려왔음을 뜻한 건 아니었다. 지주사인 ㈜코오롱 대표이사직을 이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부회장과 전문경영인 안병덕 부회장이 맡고 있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까지도 이 명예회장을 ‘동일인’으로 등록한 상태다.

이 명예회장의 실질 지배력이 여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총수 꼬리표는 떼지 못했지만, 그룹과 선을 그은 채 창업의 길을 걷겠다는 이 명예회장의 의중은 확고했다. 그리고 이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자취를 감춘 지 1년여가 흐른 이후부터 그가 직접 출자한 스타트업이 순차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누리집에 등록된 최근 5년(2020년~2024년 5월) 코오롱그룹 소속 기업 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 명예회장 일가에서 지분 100%를 보유했던 비금융 국내 법인은 ▲더블유파트너스 ▲인유즈 ▲메모리오브러브 ▲어바웃피싱 ▲비아스텔레코리아 등 총 5곳으로 확인된다.

‘더블유파트너스(2010년 10월 설립)’를 제외한 4곳은 이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직접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코오롱그룹 계열사로 등록된 바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과 동일인의 친인척(배우자,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 등이 30% 이상 지분을 보유했거나 지배력을 행사하는 법인은 계열 편입 대상이 된다.

다만 이 명예회장이 만든 대다수 스타트업은 사실상 궤도 안착에 실패한 모양새다. 원활한 운영은커녕, 생존을 위협받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 노출된 양상이다.

엇비슷한
내리막

‘인유즈’는 이 명예회장의 창업 프로젝트가 첫 결실을 맺은 사례였다. 이 회사는 이 명예회장이 전액 출자한 자본금 1억원을 밑천 삼아 2019년 12월 ‘아르텍스튜디오’라는 상호로 설립됐고, 항균 소재 마스크 및 가정용품 소매업에 주력했다.

이 명예회장의 창업 의지가 발현됐다는 상징성과 별개로, 기초체력이 허약했던 인유즈는 초창기에 내부거래로 연명했다. 2020년 거둔 매출 7억600만원 중 66.01%에 해당하는 4억6600만원을 그룹 계열사에서 끌어왔다는 게 이를 뒷받침한다.


이듬해와 2022년에는 내부거래 비중을 각각 17.17%, 0%로 낮췄을 뿐, 수익성을 반등시키지 못했다. 2020년 1억100만원이었던 영업손실 규모는 이듬해 코로나19 수혜에 따른 매출 확대에 힘입어 4300만원으로 줄었다가, 1년 뒤 3억4500만원으로 급격히 커졌다. 

이 명예회장은 단기차입 형태로 2020년 4월 3억원을 빌려주고, 세 차례에 걸쳐 상환 연장을 수락하는 등 인유즈에 투자를 감행했다. 2021년 10월과 지난해 12월에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10억9000만원, 지난해 2억5000만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유즈는 결국 해체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12월 임시주주총회에서 법인 해산 결의와 청산 절차 진행이 결정됐고, 지난 4월자로 청산 및 법인 소멸 작업이 완료된 상황이다. 이 명예회장이 인유즈 해체 직전까지 투입한 자금은 설립 당시 자본금 1억원을 포함해 총 14억4000만원에 달한다.

벌인 사업 적자 수렁
곳곳에서 폐업 속출

2021년 5월 설립된 ‘메모리오브러브’ 역시 인유즈와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업싸이클링 의류 제품을 대표 품목으로 등록한 이 회사는 이 명예회장 일가에서 소유한 가족회사 개념이었다. 설립 당시 자본금 5억원 중 70%를 이 명예회장이 투자하고, 슬하의 3남매(이규호 부회장·이소민씨·이소윤씨)가 각각 10%씩 출자한 구조였다.

메모리오브러브는 매출이 전혀 없는 가운데 운영비용이 발생하면서 2021년 말 기준 영업손실 2억2900만원을 기록했다. 추가 자금의 필요성이 부각되자 이 명예회장은 ▲1억5000만원(2022년 9월) ▲5000만원(2022년 12월) ▲5000만원(지난해 1월) ▲5000만원(지난해 2월) ▲5000만원(지난해 3월) 등 총 5차례에 걸쳐 3억5000만원을 빌려줬다.

이 같은 노력에도 메모리오브러브는 폐업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초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해산을 결의했고, 같은 달 말 청산 절차를 밟았다. 메모리오브러브가 영위했던 플랫폼 사업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도받았는데, 당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친환경 패션 플랫폼 사업 활성화 및 사업 시너지 발휘를 위함이라고 양도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라도
살릴까?

‘어바웃피싱’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축이다. 2021년 5월 자본금은 5억원을 밑천 삼아 설립된 이 회사는 메모리오브러브와 마찬가지로 이 명예회장 일가에서 소유한 가족회사였다. 최근까지 발행주식 중 70%를 이 명예회장, 나머지 지분 30%를 슬하의 3남매가 10%씩 나눠 갖고 있었다.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어바웃피싱은 낚시 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낚시 관련 커뮤니티 서비스에 주력했지만, 이후 낚시터 정보제공, 예약서비스, 용품 판매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는 분위기다.

이 명예회장 일가는 지금껏 4차례에 걸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어바웃피싱에 투자 의지를 내비쳐왔다. 설립 당시 5억원이었던 어바웃피싱 자본금은 35억원으로, 발행주식은 100만주에서 700만주로 증가한 상황이다. 

이 명예회장은 측면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이 명예회장이 어바웃피싱에 대여한 금액만 해도 ▲2022년 9월 3억원 ▲2022년 12월 1억원 ▲지난해 12월 3억원 ▲지난해 12월 9000만원 ▲지난 1월 7000만원 등 총 7억1000만원이다. 자금 사정이 넉넉해진 어바웃피싱은 ‘어바웃피싱 베트남법인’을 운영할만한 여력을 갖춘 상태다.


다만 수익을 내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한 분위기다. 어바웃피싱이 최근 3년간 거둔 매출은 ▲2021년 0원 ▲2022년 7200만원 ▲지난해 5억6000만원 등 연평균 2억11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21년 2억원 ▲2022년 10억880만원 ▲지난해 26억5800만원 등 급격히 커지는 추세다. 수익성이 발목을 잡은 것도 모자라 지난해 말 기준 총자본(-4700만원)이 자본금(35억원)을 하회하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어바웃피싱 주주 구성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11일 이 명예회장은 보유주식 490만주 중 350만1주를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출신인 송동현 어바웃피싱 대표이사에게 넘겼다. 기존 70%였던 이 명예회장의 지분은 20%로 낮아진 반면 송 대표는 지분 50%+1주 확보와 함께 어바웃피싱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불편한
현실

‘비아스텔레코리아’는 이 명예회장이 창업한 스타트업 중 막내 격이다. 이 명예회장이 출자한 자본금 3500만원을 토대로 2022년 1월 출범했고,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비아스텔레코리아는 설립한 지 2년 넘도록 종업원은 1명에 불과하고, 사업성과는 ‘0’에 수렴한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 없이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1400만원씩 기록했고,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사업목적을 늘리면서 기존 식품업은 물론이고 컨설팅, 서비스용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됐지만, 출범 이래 지금껏 별다른 자본유입 흐름은 목격된 게 없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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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