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대통령의 사전 책임론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서 15개국 신임 주한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았다. 신임장 제정식은 파견국 국가 원수가 신임 대사에게 수여한 신임장 원본을 주재국 국가 원수에게 전달하는 행사다.

보도된 내용은 없었지만 아마 윤 대통령이 “잘 부탁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다음 날 22일 오후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식서 오동운 제2대 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때도 윤 대통령은 오 공수처장 부부와 악수를 나누고 배우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면서 “잘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에도 서울 한남동 관저서 국민의힘 비례대표 초선 당선자들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서도 윤 대통령은 “우리가 타협하지 말고 진짜 국민을 위해서 가야 한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을 꿋꿋이 추진하려고 한다”며 “많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두 번의 행사장에선 “잘 부탁한다”고 강조한 반면, 만찬장에선 부탁과 함께 처음으로 22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도 언급했다.

총선 참패와 관련해 “모든 것은 다 저의 잘못이다. 그냥 대통령 탓이라고 이야기를 하라”고 한 것이다.

언뜻 보기엔 윤 대통령의 책임지는 모습이 멋지게 보일 수 있겠으나 필자는 여기서 윤 대통령의 책임지는 모습이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직 수장의 경우 일을 다 망치고 난 후 책임은 당사자 스스로가 지는 게 아니라 법이나 여론이 던지는 책임을 겸허히 수용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윤 대통령 말대로 22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가 지겠다면 22대 총선서 나타난 여론의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일을 놓고 리더가 책임지려면 일을 다 망치고 난 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시작하기 전 일의 성패를 떠나 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22대 총선에 대한 책임 언급은 총선 전에 해야 했다는 말이다. 그리고 총선 후 실제 결과를 수용하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서 파견국 국가 원수의 친필 사인이 있는 신임장을 받으면서 신임 대사들에게 “각국 대표로 대한민국서 일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다 내가 책임질 테니 열심히 일해 달라”고 했어야 했다.

부탁만 한 게 아쉽다.

공수처장을 임명하면서도 부탁만 하지 말고 “고위공직자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되 혹시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이 시킨 거고, 대통령이 다 책임지겠다”고 했어야 했다.

그리고 국민의힘 비례의원 초선 당선자들과 만찬장에선 22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말하지 않고 총선 전 책임지겠다고 말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만찬장에 참석한 초선 의원들을 향해 ‘당정이 일하는 정부’ ‘일하는 여당’과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 완수를 목표로 나아가는 데 여러분이 일하다 잘못되면 “대통령이 시켜서 한 일”이라며, “다 대통령 책임”이라고 말하라고 해야 했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와 참모는 임기가 끝나면 감옥 갈 생각을 하고 일해야 그 조직이 건강하고 조직원이 행복할 수 있다.

임기 내내 임기 후 질 책임을 염두에 두고 조직 전체의 비전이 아닌 개인의 안전을 위해서 일한다면 그 조직은 비전이 없는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리더는 사후 책임은 생각도 하지 말고 사전에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존경하는 오동운 공수처장님, 현재 대한민국은 고위직에 대한 불신이 팽배합니다. 만약 공수처가 고위직을 엄정하게 수사해 권력형 부조리를 바로잡아준다면 그것은 모두 오 공수처장님의 공로입니다. 그러나 만약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모두 제게 있습니다. 만약 권력형 부조리 척결이 실패한다면 대통령의 명령이었다고 말하고, 임명장 이면에 제 친필로 쓴 이 내용을 모두 공개하시기 바랍니다. 2024년 5월 22일 대통령 윤석열.”

이 편지는 미국 대통령 링컨이 남북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게티즈버그 전투 때 마이드 장군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보낸 편지를 패러디한 것이다.

임명은 피임명권자보다 임명권자의 생각과 자세와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하다. 링컨이 마이드 장군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보낸 편지 내용처럼 임명권자는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은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해서 대통령에게 나라 일을 맡겼다. 대통령이 임명한 임명직에게 나라 일을 맡긴 게 아니다.

나라 일에 관해 잘했건 못했건 모든 책임은 다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은 피임명권자의 사소한 실수 하나까지도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래서 내각을 교체할 때도 새로운 개각이라는 프레임 이전에 철저한 반성과 함께 책임지는 프레임의 인식이 필요하다.

필자는 윤 대통령이 3년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잘못을 지적받을 때도 그 책임이 궁극적으로는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는 윤정부의 내각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잘못을 지적받을 때 그 책임이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대통령실은 명심해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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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