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등반대회 교훈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4.04.29 14:15:28
  • 호수 1477호
  • 댓글 6개

1970년대 후반 필자는 대학 내 산악회에 들어가 1년에 2회 정도 등반대회에 참가했다. 등반대회는 우리 대학 내 산악회만 참가하는 대회도 있었지만, 대부분 타 대학 산악회도 참가하는 대회였다.

등반대회는 주로 산 정상까지 어느 팀이 먼저 도착하느냐로 우승을 가렸기 때문에, 등반대회 일정이 정해지면 산 위로 올라가는 데 필요한 하체 근력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만 했다.

당시엔 산 정상서 등반대회가 끝나면 기념사진을 찍고 팀별로 자유롭게 하산했다.

최근에도 60대로 구성된 산악회에 들어가 1년에 한번 정도 등반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대학 다닐 때 등반대회와 달리 60대가 된 지금의 등반대회는 어느 팀이 산 정상까지 빨리 올라가느냐로 우승을 가리지 않고, 어느 팀이 산 정상을 찍고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먼저 도착하느냐로 우승을 가린다.

지난 주말에도 3개팀이 의정부 회룡역을 출발해 사패산 정상을 찍고 오는 등반대회가 있었다.


여느 때와 달리 지난 주말 등반대회에선 두 팀이 워낙 강해 우리 팀이 사패산 정상에 제일 늦게 도착했는데, 우리 팀이 종착지인 회룡역에는 다른 두 팀보다 먼저 도착해 우승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두 팀의 회원들은 하체 근력이 좋아 사패산 정상까진 잘 올라갈 수 있었지만, 관절이 좋지 않아 내려 올 땐 빨리 내려올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는 정상에 누가 빨리, 높이 올라가느냐로 우승을 정하는 프레임에 갇혀 있는 편이다.

도대체가 내려오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정상에 오른 사람도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데, 정상서 즐기기만 한다. 이는 우리 사회 성숙도가 높지 않다는 증거다.

젊다고 올라가는 것만 배우고, 늙었다고 내려오는 것만 배우는 프레임은 후진국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필자가 대학 다닐 때 등반대회가 산 정상에 누가 빨리 오르느냐가 아닌, 누가 빨리 출발지(도착지)로 돌아오느냐의 승부가 아닌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정치도 정상에 누가 빨리 올라가고, 그리고 누가 높이 올라가느냐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다. 


2022년 대선에선 국민의힘이 산 정상에 먼저 올라 우승했고, 지난 4·10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산 정상에 먼저 올라 우승했다.

그러나 종착지에 도착하는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은 정상서 하산하는 중이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정상에 도착한 지 얼마 안됐다. 민주당도 곧 내려와야 하는데, 너무 오래 머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선거서 이기기만 하면 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긴 후에도 잘해야 진정한 승자가 되는 시대가 됐다.

정당이 선거서 이기기 위해선 산 정상에 오를 때 힘을 키워야 하듯이 전력을 다해야 하지만, 이긴 후엔 산 정상서 내려올 때 유연성을 가져야 하듯이 타 정당과 함께 협치를 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2년 전 대선서 정상을 찍고 현재는 내려오는 중이다. 그런데 내려오는 유연성이 부족해 발목에 큰 부상을 당해 더디게 내려오는 느낌이다.

4·10 총선서 승리한 민주당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내려오는 연습을 잘해야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힘만 셌던 소련은 무너지고, 힘과 함께 유연성을 가진 미국은 밀어붙일 땐 강한 군사력으로, 그리고 양보할 땐 유연한 외교력으로 세계를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서 일어나는 모든 경쟁도 정상에 오르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하산하는 데까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진정한 승리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헬스클럽에 가보면, 근력을 키우는 운동기구만 가득했던 과거와 달리, 유연성을 키우는 운동기구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의 유명한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가 사업 초창기엔 쓸쓸한 해변에 초라한 나룻배 한 척과 낡아 빠진 노가 썰물에 밀려 흰 백사장에 제멋대로 널려 있는 그림을 사무실에 걸어놨는데, 그림 하단에 ‘The high tide will come(반드시 밀물이 밀려오리라)’는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필자는 카네기가 성공한 이후엔 그림 하단에 ‘The low tide will come (반드시 썰물이 밀려오리라)’는 문구로 바꿔 놓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봤다.


똑같은 그림이지만, ‘반드시 밀물이 밀려오리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그림은 카네기를 철강왕으로 만들었고, ‘반드시 썰물이 밀려오리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그림은 카네기의 부와 명예를 오랫동안 유지해줬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고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교훈적인 메시지는 많이 들어 잘 알고 있지만, 잘나가고 성공한 상황서 그 위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는 잘 듣지도 못했고, 잘 알지도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수십년간 노력해서 얻은 부와 명예를 한순간에 잃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민주당 당사에 ‘반드시 썰물이 밀려오리라(The low tide will come)’는 문구가 적혀 있는 그림을 걸어놓으면 어떨까? 그래야 2026 지선과 2027 대선서 승산이 있을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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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폴 적색수배’<br> 황하나 근황 포착

[단독] ‘인터폴 적색수배’
황하나 근황 포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마약 투약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은 황하나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해 1월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황씨를 형사 입건했다. 앞서 황씨는 2023년 9월, 영화배우 고 이선균을 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 등과 함께 내사를 받아왔다. 지난해 2월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간이시약 검사 등을 통해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했다. 수사를 받던 황씨는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마약과 성매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드러나자 태국에 있는 황씨를 검거하기 위해 인터폴 적색수배와 현지 영사 조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황씨는 지난 1년 사이 캄보디아로 이동했다. 유튜브 채널 ‘크라임넷’을 운영하는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소재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한국인 남성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태국으로 도주한 황씨는 자동차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현지인 N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있다. N씨는 태국 상류층을 뜻하는 ‘하이소(High-Society)’로 분류되는 유명인사다. 황씨의 지인이자 한국에서 모델 활동을 했던 여성 Y씨는 “(자신과 함께) N씨가 클럽, 유흥업소 등에서 황씨와 파티를 즐겼다”고 알려왔다. 태국에서 상위 10% 미만에 속하는 재벌인 하이소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파티를 즐길 뿐더러, 전관예우 등에 따라 현지 경찰의 수사가 어려운 대상이다. 황씨가 N씨의 비호를 받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Y씨를 비롯한 다수의 제보자는 황씨가 태국, 캄보디아 등을 오가며 성매매,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한국에 있던 Y씨 등을 불러 현지 남성과의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 황씨는 과거 방송인으로 활동했던 에이미(이윤지) 등 유명인들과 어울리며 여유로운 삶을 이어갔다. 현지 정보망에 따르면 황씨는 하이소들과 함께 했기에 경찰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하이소의 권력이 얼만큼인지 나타내는 실제 사례도 있다. 스포츠음료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의 뺑소니 사망사건이다. 오라윳은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술과 마약에 취해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후 도망쳤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로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 주장을 인정하고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오라윳은 불기소됐고, 이후 마약 복용에 따른 처벌도 면했다. 경찰 추적 중에도 호화 생활 동남아 오가며 ‘환락 파티’ 2022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마약법 개정으로 만료됐다고 현지 검찰총장실 대변인이 밝혔다. 1979년 제정된 마약법을 보면 코카인 불법 복용자는 6개월~3년 징역에 처하고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오라윳의 공소시효는 그해 9월3일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발효된 새로운 마약법에 따르면, 코카인 복용은 징역 1년에 공소시효는 5년이다. 이에 따라 오라윳의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는 자동 기각됐다는 것이다. 오라윳은 이를 틈타 해외로 도주했다. 불기소 결정 뒤 반정부 집회가 열릴 만큼 반발은 심했다. 결국 총리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검찰과 경찰의 조직적 비호가 있었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검·경은 뒤늦게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에 코카인 불법 복용 혐의도 추가했다. 하지만 오라윳의 행방은 묘연하다. 검찰은 경찰이 오라윳을 체포해 데려오기 전까지는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할 수 없다고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오라윳에게 남은 혐의는 과실치사뿐이며 공소시효는 2027년 9월3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황씨는 동남아로 도주하기 전 마약을 투약한 것과 더불어 지인에게 마약을 권하기도 했다. 황씨의 지인 J씨는 취재진과 전화 통화에서 “황하나가 나에게 좋은 거 있는데 해볼래?”라며 팔에 주사로 된 약물을 주입했다. 그는 “좋은 거라길래 설마 했는데,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게 됐다”며 “정신을 차려 보니, 주변에 주사기들이 놓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J씨는 “마약을 투약한 것 같다”고 경찰에 자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어 황씨는 지난해 3월19일 취재진과 통화에서 “술은 왜 마셔요? 마약이 더 좋은데”라며 “왜 기자들은 내 기사만 쓰는지 모르겠다. 다른 약쟁이들도 많은데, 좀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황씨의 아버지 황재필씨는 “딸이 적색수배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카카오 메시지를 읽었지만, 묵묵부답이다. 태국 재벌 ‘하이소’ 조력 “나 잡아봐라” 수사망 피해 한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로 전환된 황하나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적색수배가 내려진 황씨가 이번에 귀국하게 되면, 앞으로 1년 이상 태국에 재입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이자, 동방신기 출신 박유천의 전 약혼녀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 사람은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황씨는 2019년 11월 항소심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앞서 여러 차례 마약 투약으로 처벌받은 이력도 있다. 2015년 5~9월 자택 등에서 필로폰을 세 차례 투약했다. 2018년 4월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 없이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2021년 7월9일 재차 마약을 투약해 1심 판결로 추징금 40만원에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 마약 투약죄로 선고받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동종범죄 재범에 이종범죄까지 저지른 대가로 가중처벌을 받은 것이다. 당시 마약 혐의와 함께 2020년 11월, 시가 500만원 상당의 명품 신발 등을 훔친 혐의도 받았다. 기소된 이후 세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2021년 10월28일 2심 판결서 검찰은 황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구형했다. 황씨는 최후 진술에서 “휴대전화도 없애고 시골로 내려가 열심히 살고 제가 할 수 있는 성취감 느끼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보겠다”면서 “지난 3~4년간 수면제나 마약으로 인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제가 너무 하찮게 다뤘고 죽음도 쉽게 생각하며 저를 막 대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변론했다. 그해 11월15일 2심 판결서 재판부는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서 이동 이후 2023년 이선균 마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황씨를 포함해 총 8명이 마약을 투약한 단서를 포착하고, 일부는 형사 입건해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황씨는 내사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사 대상에 오른 인물 1명과 성명불상자 1명을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사실도 파악했다. 다수의 제보자들은 “황하나는 이선균이 협박당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선균을 협박해 금품을 뜯은 전직 영화배우 박모씨와 유흥업소 여종업원 김씨의 협박 행각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