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뉴진스 엄마’ 민희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4.29 11:19:03
  • 호수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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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볼모로 밥그릇 싸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모회사 하이브와의 대립각 속에서 “뉴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부정 여론에 휩싸였다.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쏘스뮤직 출신으로 드러나면서다. 앞서 하이브는 뉴진스 프로듀서 민희진에 대해 경영권 탈취 시도 의혹을 제기했다. 민희진은 갈등의 본질이 하이브 신생 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라고 받아쳤다.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ADOR)와 모 회사인 하이브(HYBE) 간의 분열 사태는 봉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어도어는 하이브와의 경영권 갈등 관련 감사 질의서 시한인 지난 24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어도어 측은 “하이브가 제기한 경영권 탈취 모의 등 사실관계를 묻는 감사 질의서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빼앗기?
베끼기?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각 조직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의 부작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2022년 그룹 뉴진스를 탄생시킨 민희진은 직접 멤버 5명의 캐스팅부터 트레이닝·음악·퍼포먼스·매니지먼트 시스템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진스 엄마’ 민희진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소녀시대를 최고의 걸그룹으로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2002년 SM에 공채로 입사한 민희진은 그룹 소녀시대, 샤이니, 레드벨벳, 엑소 등의 콘셉트 제작을 담당해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17년 SM 등기이사가 됐다.


2000년대 초 SM에 신입사원이었던 그는 소녀시대의 그룹명이 정해지자 당시 SM 총괄 프로듀서였던 이수만에게 콘셉트에 대해 직접 프레젠테이션했다는 후문이다.

소녀시대 ‘Gee’의 스키니진, 레드벨벳 ‘빨간맛’ 등은 모두 민희진의 손에서 탄생했다. 잘나가던 민희진은 등기이사 승진 약 2년 만인 2018년 말 SM서 퇴사했다. 번아웃 증후군 때문이라고 밝힌 그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20~30대를 일에 바쳤다고 생각한다”며 “자학과 자기 검열이 너무 심했다”고 털어놨다.

2019년 하이브의 CBO(최고브랜드관리자, Chief Brand Officer)로 돌아온 민희진은 하이브 신사옥 공간 디자인까지 맡을 정도로 감각을 인정받았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CEO)의 연봉 5억900만원보다 많은 5억2600만원 연봉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4대 기획사 중 연봉 5억원 이상을 받은 유일한 여성이었다.

이후 민희진은 하이브 자본으로 2021년 11월 레이블 어도어를 설립한 뒤, 2022년 그룹 뉴진스를 탄생시켰다. K팝 업계서 수십년간 내공을 쌓은 민희진에 대한 기대감은 있었지만, 뉴진스의 데뷔 후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뉴진스는 명품 브랜드 구찌, 디올 등의 홍보모델로 발탁될 정도였다. 이외에 스마트폰, 금융 등 전 분야의 광고까지 휩쓸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뉴진스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행복은 길지 않았다. 뉴진스 흥행 2년 만에 민희진은 ‘경영권 탈취 의혹’에 휘말리며 반역자로 몰린 상황이다.

뉴진스 멤버 전원 쏘스뮤직 출신
“네꺼? 내꺼!” 박 터지는 집안싸움


앞서 민희진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제가 가진 18%의 지분으로 어떻게 경영권 탈취가 되겠느냐”며 “80% 지분권자인 하이브 동의 없이 어도어가 하이브로 독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일을 도모했다는 하이브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갈등의 본질은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인 빌리프랩(BELIFT LAB)이 지난 달 데뷔시킨 걸그룹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라는 주장을 내놨다.

지난 22일 어도어 측은 “뉴진스가 이룬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아일릿을 뉴진스의 아류라고 표현했다. 이어 “어도어는 하이브나 빌리프랩 등 어느 누구에게도 뉴진스 성과를 카피하는 걸 허락하거나 양해한 적이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의 프로듀싱을 맡았다”며 “하이브가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성공한 문화 콘텐츠를 아무 거리낌 없이 카피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최근까지 민희진이 밝힌 입장은 경영권 욕심보다 스스로 지켜온 ‘독립성’ ‘독창성’을 하이브가 해치고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민희진은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은 각 레이블이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한 체제이지, 계열 레이블이라는 이유로 한 레이블이 이룩한 문화적 성과를 다른 레이블들이 따라가는 데 면죄부를 주기 위한 체제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떻게 어도어의 이익을 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어떻게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도가 있다고 보인다”고 토로했다.

멀티 레이블
구조적 결함

일각에선 민희진이 온전한 ‘뉴진스 엄마’가 아니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뉴진스 멤버 전원은 쏘스뮤직 소성진 대표가 발굴했다는 것이다. 

먼저 뉴진스 멤버 민지가 쏘스뮤직에 입사한 건 2017년이고, 하니는 2019년에 들어왔다. 빅히트와 쏘스뮤직이 주최한 글로벌 오디션에 합격한 것이다. 해린과 다니엘은 2020년 연습생 계약을 맺었다. 마지막 주자는 온라인서 발굴한 혜인이 오디션을 통과해 쏘스뮤직과 도장을 찍었다.

이들 모두 2021년 하반기까지 쏘스뮤직서 연습생으로 지냈다는 결론이다. 

민희진이 하이브로 이적한 시기는 2019년이다. 그의 롤은 브랜드 총괄 CBO. 하이브 관계사 전반에 대한 브랜드를 지휘하는 역할이었다. 민희진은 쏘스뮤직 데뷔조를 준비해야 했지만 독자적인 레이블의 수장을 원했고, 어도어 탄생의 배경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훗날 민희진은 쏘스뮤직서 연습생을 선발했고, 현재 뉴진스 멤버를 구축했다. 대신 쏘스뮤직에는 그동안의 트레이닝 비용을 전달했다. 민희진이 뉴진스를 만든 건 맞지만, 뉴진스 멤버는 쏘스뮤직서 발굴한 인재로 골랐다는 것이다. 

민희진의 보상도 재조명됐다. 하이브 이사회는 2023년 1분기,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대신, 어도어의 주식(구주)을 저가에 살 수 있게 했다. 민희진은 어도어 지분 18%(57만 3,160주)를 보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민희진이 주식을 받았을 당시 어도어는 적자 기업에 비상장사였다. 2022년 매출은 186억원, 영업적자 40억원이었다. 민희진이 스톡옵션을 받았다면, 취득 시점에 45%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 하지만 적자기업 주식을 받음으로써 세금도 아꼈다. 이를 통해 민희진이 하이브 시스템의 수혜자라는 해석도 나왔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민희진과 측근 A씨가 투자자를 유치하고자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 하이브의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는 이유로 감사에 착수했다. 또 A씨가 어도어 독립에 필요한 비공개 문서와 영업비밀 등을 어도어 측에 넘겨줬다고 의심했다.

조금만 
잘나가면···

하이브는 확보한 전산 자산 등을 토대로 필요하다면 법적 조처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날 하이브는 본사에서 어도어 측이 쓴 것으로 보이는 ‘빠져 나간다’는 의향과 해외 펀드에 주식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적힌 문건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해당 문건이 하이브가 감사의 명분으로 제기한 ‘경영권 탈취’의 물증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을 끌었다.

하이브는 문건 확보를 계기로 경영진 교체를 위한 주주총회 소집 절차에 속도를 냈다. 지난 23일 가요계에 따르면, 하이브가 전날 어도어 전산 자산을 확보하면서 찾아낸 문건은 최소 3개다. 이 문건은 민희진의 측근 A씨가 지난 3월23일과 29일 각각 작성한 업무 일지다. 23일자 문건에는 ‘아젠다’(Agenda)라는 제목 아래 ‘1. 경영 기획’ 등 소제목, 그 아래 ‘계약서 변경 합의’ 같은 세부 시나리오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문건에는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라는 항목으로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하는 대목과 내부 담당자 이름도 적시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G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P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로 보고 있다.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 투자청이나 사우디 국부펀드에 매각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 문건에는 또 ‘하이브는 어떻게 하면 팔 것인가’ 하는 문장과 또 다른 담당자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하이브를 모종의 방법으로 압박해 현재 80%인 하이브의 어도어 지분을 팔도록 하겠다는 고민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민희진이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 했다”는 비판 역시 ‘압박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하이브는 해석했다. 민희진은 최근 하이브 내부 면담 자리서 “아일릿도 뉴진스를 베끼고, 투어스도 뉴진스를 베꼈고, 라이즈도 뉴진스를 베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29일자 문건에는 ‘목표’라는 항목 아래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 ‘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문제를 제기해 하이브를 압박하고 궁극적으로 빠져나가는 방안이 정리된 문건”이라고 귀띔했다.

“경영권 탐낸 거 아니냐”
어쩌다···방시혁과 대립

결국 민희진 측은 지난 24일까지 기한이었던 하이브의 감사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으면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감사권 발동 관련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라고 규정하며 “모방 의혹에 대한 문제를 제기를 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경영권 탈취와 관련한 사실을 부인해 왔다. 

민희진은 하이브의 회사 정보자산 반납 요구에도 공식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당초 반납 시한은 지난 23일 오후 6시까지였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 측이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오는 30일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으며 대표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도 발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가요계에서는 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부작용이 드러났다는 해석도 내놨다.

지난 2005년 2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 설립된 하이브는 소속 그룹 방탄소년단로 금자탑을 세웠다. 이 과정서 쏘스뮤직(2019년), 플레디스(2020년), 이타카 홀딩스(2021년), 빌리프랩 지분 51.5%(2023년), QC 미디어 홀딩스·엑자일 뮤직(2023년) 등을 잇따라 인수해 멀티 레이블 체제의 기틀을 잡았다.

이는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 방식 운영보다 더 많은 가수와 음악을 동시다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브가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이 잠시 멈춘 2022년 이래 르세라핌, 뉴진스, 아일릿 등 신인 그룹을 짧은 기간에 대거 데뷔시킬 수 있던 것도 멀티 레이블 체제의 덕이 컸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일부 레이블 대표가 독자 행보를 도모할 수 있다는 약점도 드러났다. 하이브가 80%라는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한 레이블 어도어서 잡음이 빚어졌다는 사실은 단순 ‘지분 문제’ 이상의 구조적 결함을 지녔다는 것이다. 

하이브와 어도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각각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결국
법정으로?

문화계에서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이 결국 양측의 법적 대응을 통해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어도어 측이 하이브가 요구한 이사회 소집을 거부할 경우 하이브는 곧바로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가처분 신청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판단은 통상 2개월여 소요된다. 이어 현재 양측이 맞부딪히고 있는 쟁점들에 대한 소송전이 열리고 상급심까지 가게 되면 분쟁이 끝나는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고발당한 민희진, 왜?

어도어 경영진을 상대로 감사를 펼친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지난 25일 하이브는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 대해 감사를 진행한 결과 문건과 경영권 탈취 계획 등이 담긴 메시지앱 대화록 등의 정보자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하이브는 정보자산에 담긴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민희진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민희진은 어도어 부대표 등 경영진에게 “하이브가 보유 중인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실제 하이브가 이날 공개한 민희진과 부대표가 나눈 메시지앱 대화록에는 ▲2025년 1월2일 풋옵션 행사 엑시트(Exit) ▲어도어는 빈 껍데기 됨(권리침해소송 진행) ▲재무적 투자자를 구함(민 대표님+하이브서 어도어 사오는 계획) ▲하이브에 어도어 팔라고 권유 ▲ 적당한 가격에 매각 ▲민 대표님은 어도어 대표이사+캐시 아웃(Cash Out)한 돈으로 어도어 지분 취득 등 경영권 탈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하이브는 지난 22일부터 감사를 실시해 ‘하이브의 죄악’ ‘프로젝트 1945’ 등 경영권 탈취 계획 내용이 담긴 여러 문건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하이브는 감사를 통해 얻은 물증을 근거로 민희진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키로 한 것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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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