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떠난 이유를 말하다 홍영표 의원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 사당”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새로운미래 홍영표 의원은 인천 부평서만 내리 4선을 지낸 인물이다. 누구보다 부평에 관해 깊고, 자세히 안다. 인터뷰가 있기 전에도 점심에만 5곳을 방문했다. 빡빡한 일정 탓에 점심은 선거사무소에 있는 호두과자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노인복지대학, 회사 방문 등으로 부평구서 홍 의원을 마주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다시 한번 부평서 ‘진짜 민주’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고 싶기 때문이다. 

“가짜 민주당을 떠나겠다.” 친문(친 문재인) 좌장으로 불리는 새로운미래(이하 새미래) 홍영표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당하자, 오랜 기간 몸담아왔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홍 의원은 최근 새미래로 들어와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준비 중이다. 진짜 민주당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일요시사>가 홍 의원을 만나 민주당을 탈당한 이유와 총선 전망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정이 쉼 없이 이어지는 것 같다. 지역 분위기는 어떤가? 

▲11시30분부터 인터뷰하기 위해 사무실에 오기 전까지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기업, 노인대학 개강식, 노래 교실까지 다녀왔다. 주민 한 분 한 분 손을 잡고 인사를 드렸다. 그래도  지역 주민께서 나를 많이 알아봐 주셔서 기쁘다. 예상한 것보다 반응이 괜찮다. (주민께서)내가 민주당 사천의 희생자로 알고 계신다. 부당하게 공천서 배제됐고, 억울하다는 심정을 느끼신 것 같다. 일단 동정론이 많다. 어떤 주민께서는 울먹이면서 (민주당이) 너무했다고 하신 분도 계신다. 

-민주당을 탈당했다. 새미래로 입당을 결정한 배경은? 


▲사실 민주당을 떠나는 일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경선만 했다면 따르고 승복했을 거다. 경선의 결과니까. 그런데 경선 기회마저도 주지 않았던 게 탈당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다. 국민은 윤석열정부의 무능, 특히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많이들 어려워하신다. 여전히 윤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주 강하기도 하다. 정권 심판을 위해서 민주당이 힘을 모았어야 했는데 실패한 상황이다. 조금만 잘했어도 민주당은 200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공천 배제가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인가?

▲공천 경선 과정서 드러났지만, 국민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은 총선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재명의 사당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당에서는 친문파와 반대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골몰해 왔다. 지금도 경선 결과를 보면 아주 치밀한 계획하에 비명을 숙청 중이다.

이 대표의 사병과 같은 사람들로 공천하고 총선서 승리하겠다고 외친다. 결국 이 대표의 방탄 정당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이 지점을 두고 좌시할 수 없었고, 국민도 함께 분노하고 계신다. 그래서 탈당을 결정했다. 

-새미래에 합류하는 것을 두고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자면 새미래는 국민의 바람과 같다. 윤정부의 검찰 독재와 이 대표의 사당화 심판을 넘어서서 한국 정치의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 새미래도 미흡한 게 많다. 그럼에도 새로운 정치의 시작점과 토대를 총선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합류하자마자 공동대표와 상임선대위원장이 돼 나와 김종민 의원이 책임을 지고 총선을 이끌어 가려고 한다. 

-민주당은 공천 시작부터 계속 분란이 발생해 왔다. 


▲항상 총선을 앞두면 정치에 불신 문제가 발생해 국민은 혁신을 요구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모든 것의 전제는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자기 희생이 필요했다. 측근이 불출마한다든가, 이 대표가 불출마하는 게 혁신의 시발점이다. 박지원, 정동영 같은 사람을 내세우면서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말에 어폐가 있다.

한국 정치의 적대적이고, 증오적인 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이언주 전 의원을 여전사라고 하면서 나 같은 사람을 쫓아냈는데, 당연히 분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선출직 평가서 하위 10%에 들었다. 나를 포함해 31명 중에 28명이 소위 말하는 비명이었다. 

-친명을 대거 공천한 이유는 무엇인가?

▲비명이 탈락하면 이제 누가 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을 텐데, 이 자리를 이 대표의 법적 리스크를 관리해 오던 변호사들이 많이 공천받았다. 심지어는 서대문의 경우 청년 전략 특구로 지정됐는데 동아 변호사가 공천을 받았다. 그는 정진상의 측근이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에서 경선했을 때 4등을 했는데, 성치훈 변호사가 탈락하면서 3인 경선을 하게 됐고, 다시 경선에 참여해 공천을 받은 인물이다. 민주당의 공천은 이 대표의 측근과 법률 리스크에 도움을 줄 사람을 대거 진출시키는 행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대표는 혁신이 있는 공천이라고 자평했는데… 

▲이 대표는 항상 그런 식이다. 인지 부조화가 있는 것 같다. 그럴 때 하얀색을 검은색이라고 우긴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너무 비일비재하다. 공천을 하기 전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다. 이 대표는 대선 승패가 결정났던 시간인 새벽 4시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 돌면서 패배의 원인과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렸다.

“이 대표 총선 승리 목적 아냐”
“반대 세력 색출·제거만 골몰”

이후에는 경기도 성남시를 떠나 인천시 계양구서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시장에 출마시켰다. 민주당은 예상했던 것보다 지방선거서 참패했다. 당 대표가 된 이후에는 윤정부가 정치검찰을 통해 이 대표를 향한 공격을 가하니 민주당은 리스크에만 집중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이 중도층 확장의 한계를 맞이한 때다. 체포 동의안이 압박해올 때는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해놓고, 부결시켜 달라고 말했다. 

-분란이 자꾸 발생한 이유 중 하나는 이 대표의 리스크를 빠르게 정리하지 못했던 부분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맞다. 민주당은 리스크서 빨리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윤정부의 정치 보복뿐 아니라 경제·외교 등 모든 분야서 해결할 문제가 많았는데, 시간 낭비가 많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중도 성향의 국민까지 민주당이 중도층으로 확장해야 선거서 이길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만 가지고 총선을 이길 수 없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영장이 기각되면서 리스크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던 사람들에게 윤정부와 싸우지 않았다고 프레임을 씌워 엄청난 공격을 가했다. 그게 바로 소위 말하는 수박론이다. 나 같은 경우는 ‘왕수박’으로 불렸다. 한 가지 확실하게 짚고 갈 것은 나는 윤정부와 싸웠다. SNS에도 여러 차례 누구 못지않게 윤정부를 향해 고쳐야 할 부분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는 기재위 소속 위원이다. 경제 분야에서 윤정부가 잘못한 부분을 지적해 왔다. 정치 검찰이 대기업과 민간기업에 취업한 부분도 밝혀냈다. 굉장히 이슈화됐었고, 끊임없이 노력해 왔는데, 좌표 찍기 프레임에 끝없이 공격받았다. 

-민주당을 탈당하며 가짜 민주당을 탈당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진짜 민주당은 무엇인가?

▲민주당의 역사는 70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던 가치와 노선이 있다. 내가 말한 가짜 민주당의 의미는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은 이재명의 민주당이다. 이 대표의 사당이 된 민주당, 오직 이 대표에게 충성하는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민주당의 현실이다. 이걸 누가 민주 정당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이런 부분이 공천과 경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개딸로는 선거 이기기 어려워”
“뚜껑 열면 30~40석 줄어들 것”

-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문제의식을 공감했다고 말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우선 총선 상황을 말씀드렸다. 윤정부의 무능과 민주당의 밀실, 비선, 사천 때문에 총선판이 나빠졌고, 어떻게 보면 민주당의 상황이 지금 실패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게 아닐까? 신당이 생기면서 과거 우리가 선거에 이기려면 야권 연대도 하고, 다양한 통합의 노력을 해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 왔다. 이 대표는 총선 승리가 목적이 아니다. 힘을 합쳐야 할 모든 개혁 진보 세력을 분열시키고 있다는 고민을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이 선거에 앞서 등판하리라 보는지?

▲전직 대통령이 선거에 전면으로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굉장히 제한적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의 총선을 전망한다면?

▲민주당은 21대 총선서 180석을 차지한 당이 됐다. 이 대표는 과반 151석을 차지하는 1당이 되겠다는데 나는 그 목표를 이루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22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110석에서 130석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 선거 판세에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과 충청권의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영남 지역도 민주당의 의석수가 많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지금 현재 의석보다는 30석~40석을 잃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충청도는 민주당이 총 28석 중 20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데, 비관적으로 보는 분들은 민주당이 6석을 차지하기도 어렵다고 예측하는 분도 있다. 특히 민주당의 경선 결과를 보면 노영민 전 비서실장 도종환 의원 등이 모두 탈락했다. 이 결과는 민심과 완전히 동떨어진 결과다. 이런 부분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새미래의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상승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은?

▲정리되지 않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지속된 게 문제다. 이제 막 당이 만들어졌는데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것들이 지지율을 답보 상태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다시 정비해서 반드시 새로운 미래를 그리겠다. 앞으로 각 지역서 후보가 뛰면 효과가 여론에 반영이 돼 지지율이 상승하리라 믿는다. 

-새미래에 현역 의원은 더 참여하나?

▲당을 떠나 탈당을 하거나, 결심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정치인에게는 지역구 문제와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많아 의원이 결단하는 게 쉽지 않다. 욕심을 부리지는 않겠다. 다만 새미래에 합류한 의원이 7명은 돼야 기호 3번을 받는다. 선거 번호도 총선서 하나의 변수다. 유권자가 봤을 때 이름없이 무소속으로 끝에 위치하면 관심을 주지 않는다. 지금 비례 정당만 50개에 이른다. 이번 선거는 특히 앞번호를 받아야 유리한 구도다. 

-부평을을 계속 지키고 있다. 스스로에게 부평을은 어떤 의미인가? 

▲처음 선거를 시작했을 때부터 4선 의원이 된 지금까지 부평을을 지켜 왔다. 이 지역은 내게 사천의 대표적인 희생자인데, 딛고 일어서서 승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선거운동을 해보니 해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부평 발전을 위해 내세울 공약은?

▲당 이름과 같은 부평의 새로운 미래 7가지, 지역을 키울 3대 핵심 프로젝트와 부평구민의 4대 염원을 담은 7·3·4 약속을 하겠다. 대표적으로 제3보급단 이전 예정 부지에 수도권 최대 과학, 음악과 같은 테마도서관 단지를 조성해 시민께 돌려줄 생각이다. 최근 문제가 많은 소아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천 제2의료원 설립 계획에 소아응급의료센터 설치를 반영하겠다.

방치된 청천 숭수도본부 부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을 카페, 동아리실, 소강당 등으로 구성되 교육문화복합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 밖에 ▲물길 잇기 ▲부평 제2아트센터 건립 ▲어르신 문화복지 바우처 시범 도입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을 대비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도 구성하겠다. 3대 프로젝트에는 부평 경제를 위한 ▲점프업 프로젝트 ▲군부대 이전 부지 대전환 프로젝트 ▲굴포천 물길잇기 프로젝트를 약속한다.

마지막으로 부평구민의 4대 염원인 ▲상동호수공원 변전소 건설 무산 ▲제1113공병단 복합시설 사업 계획의 상업시설 면적 확대를 추진 ▲경인선 철도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및 상부 개발 추진을 하겠다. ▲교육환경과 시설 개선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총선은 힘든 상황을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총선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대와 증오의 선동 정치만으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새미래가 다시 돌아보고, 국민을 편안하고 미래는 준비하는 게 목표다. 나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비전과 희망을 만들기 위해 선거에 참여하는 후보가 많았으면 좋겠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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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