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라진’ 민생당 국고보조금 추적

100억원서 460만원만 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적 계산에 따라 만들어진 정당은 그 쓰임을 다하자마자 무너져 내렸다. 문제는 껍데기만 남은 듯한 정당에 끊임없이 ‘정당보조금’이라는 이름의 돈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다 쓰러져 가는 집처럼 보이는 곳의 이면엔 100억원에 가까운 ‘애먼 돈’이 존재했다. 과연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4‧10 총선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의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공천서 탈락한 정치인을 품기 위한 ‘제3지대’ 정당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선거 공학에 따라 정치적 계산으로 구성된 정당은 지속성이 짧다는 한계를 지닌다. 

창대한 시작
초라한 말로

실제 선거가 마무리되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은 다시 개편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서 국민의 외면을 받은 정당이 설 자리는 없다. 정치권의 관심은 물론 국민의 시야서도 빠르게 벗어난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선거서 제3지대 정당이 받아 든 결과다. 

2020년 2월24일 창당한 민생당도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민생당은 21대 총선을 2개월 앞두고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모여 만든 정당이다. 당시만 해도 현역 의원이 20명에 이르러 민주당,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이어 원내 제3 교섭단체였다.

하지만 총선서 지역구 후보 58명이 전원 낙선했고 정당 득표율은 2.71%에 그쳤다. 비례 배분 기준은 3%로 민생당은 21대 총선서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선거서 의석을 얻지 못한 정당의 현실은 암울했다. 창당 때부터 구심점이 됐던 주요 인사는 물론 실무진까지도 당을 떠났다. 21대 총선이 끝나고 한 달 만에 민생당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꾸렸다. 그리고 22대 총선을 한 달 앞둔 현재까지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열기 전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비상 상황서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구성되는 기구다. 4년에 가까운 비대위 체제는 그동안 민생당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비대위 기간 내내 제기된 민·형사상 소송이 40여건에 달했다. 

21대 총선 참패 이후 2020년 5월29일에 출범한 비대위는 민생당 당헌에 규정된 ‘2021년 상반기 전당대회 개최’를 지키지 못했다. 또 2021년 4월7일 열린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서 처참한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당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결국 이수봉 당시 비대위원장이 물러나고 이관승·김정기·황한웅(사무총장) 3명이 공동직무대행으로 지명됐다. 

21대 총선 직전 제3지대 등장
현역의원 20명으로 화려했지만…

이후 황 사무총장이 이탈하고 중앙선관위의 대표자 등록으로 이관승·김정기 공동직무대행 체제가 굳어졌다. 이·김 체제는 최소 올해 2월까지 유지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 사이 전당대회가 열리긴 했지만 당원자격 문제로 파행을 겪으면서 4년여의 비대위 체제가 공고하게 이어졌다.

2021년 8월 전당대회가 진행됐고 당시 서진희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 문제는 총선서 참패한 민생당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시도당을 축소하는 과정서 불거졌다. 앞서 총선 직후 발족한 비대위는 17개의 시도당을 7개만 남기는 일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때 해산된 시도당의 당원자격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는 정당법을 근거로 ‘시도당이 소멸하는 경우 해당 시도당의 당원이었던 사람은 당원자격이 상실된다’고 답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서 후보는 당시 소멸된 시도당 중 하나인 대전시당 소속이었다. 중앙선관위의 답변대로라면 서 후보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당시 민생당 당원이 아니었던 셈이다.


민생당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당원들은 해당 내용을 전혀 몰랐다. 민생당 선관위의 당선 무효 선언, 이·김 공동직무대행이 제기한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서 1, 2심 재판부가 원고(이관승, 김정기)의 손을 들어 주면서 당권 다툼은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그 결과 이 직무대행이 탈당한 지난 2월까지 3년8개월 동안 민생당은 ‘투톱’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 기간 동안 민생당에 지급된 정당보조금이다. 민생당은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원외정당이지만 21대 총선 이후에도 꾸준히 정당보조금을 받아왔다. 2020년 정당보조금은 총 907억원에 달했는데 20대 총선 임기 말까지 20석의 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한 민생당은 117억원의 정당보조금을 받은 바 있다. 

이후 민생당은 21대 총선서 참패했지만 정당보조금은 끊기지 않았다. 정당보조금은 2·5·8·11월에 분기별로 지급되는 경상보조금, 선거 때마다 주는 선거보조금을 통틀어 가리킨다. 중앙선관위는 총선 총 유권자 수를 근거로 보조금 총액을 산출한 뒤 의석수와 득표율 등에 따라 정당에 지급한다. 

민생당은 의석은 없지만 21대 총선 당시 득표율이 2% 이상(2.08%)이어서 보조금 총액의 2%를 배분받는다. 그 액수는 9억5000여만원에 이른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단 1명의 후보를 내고 선거보조금 9억3000여만원을 받았다. 현행법상 보조금 지급 대상인 정당은 후보를 한 명이라도 내면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당권 다툼
복마전

여기에 2022년 기준 37만여명에 이르는 당원이 내는 당비도 1년에 1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상보조금과 당비로 1년에 10억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선거보조금까지 20억원가량의 정당보조금을 받는 셈이다.

A씨는 “21대 총선 참패 이후 현재까지 비대위 기간 동안 수십억원의 정당보조금이 지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20대 국회서 받은 정당보조금까지 합치면 최소 80억원 정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민생당 재정 상황은 ‘파탄’에 가깝다. 당직자의 월급을 주지 못한 기간이 있을 정도였다. 분기별로 나오는 경상보조금으로 급한 불을 끄고 선거보조금으로 돌려막는 식이라고 한다. 실제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지난해 12월13일 기준 민생당 명의의 예금통장서 가용자금은 약 460만원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시도당에 일부 보내고 나면 중앙당이 쓸 수 있는 돈은 수십만원도 남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생당 당원을 비롯해 관계자들은 한때 100억원에 육박하던 자산이 불과 몇 년 새 완전히 쪼그라든 상황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한 민생당 당원이 이관승·김정기 공동직무대행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준비서면을 입수했다. 2021년 파행으로 치달은 전당대회 이후 재선거를 치르지 않는 공동직무대행에 대해 직무정지를 처분해 달라는 소송이다.

해당 서면에 따르면 이·김 공동직무대행은 “정치자금법상 경상보조금 총액의 30%는 정책연구소, 10%는 시도당, 10%는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5%는 청년정치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돼있다”며 “경상보조금 2억3000만원 중에서 중앙당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자금은 45%인 1억400만원에 불과하다. 월로 환산하면 3460만원 정도로 최소한의 활동비, 임대료, 관리비, 세금, 임금 등을 제하면 거의 남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항변했다. 

일각에서는 민생당 재정 고갈의 원인으로 이·김 공동직무대행을 꼽는다. 이들이 직무대행으로 재임하는 동안 예산 사용내역이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직무대행의 경우는 민생당 당원의 고발로 경찰 수사가 진행돼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석 없이도
1년에 10억씩

김 직무대행이 민생당 경기도당위원장을 겸임하면서 예산을 마구잡이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문제를 제기한 당원 B씨는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김 직무대행이 ▲조직활동비를 현금으로 받아 증빙 없이 사용했고 ▲조직활동비 일부를 배우자에게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차량을 구입하거나 사업장이 불분명한 업체서 현수막을 제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예산을 남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정치 인식조사 용역 ▲정책 연구 비용 등 용역비를 집행하는 과정서 업체의 사업장 주소가 불분명하거나 업체가 사라지는 등 의아한 대목이 발견됐다. 

B씨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민생당 경기도당서 지출한 내역은 최소 2억2000만원에 이른다. B씨는 김 직무대행과 당시 경기도당 회계책임자인 이모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부천원미경찰서는 ▲조직활동비 ▲청년정치 인식조사비 ▲2030 경제인식조사 용역비 등 명목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 등으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돼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2022년 상반기 예산 집행 내역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도당위원장 활동비를 증빙 없이 썼다는 의혹, 용역비를 과도하게 집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천경찰청은 활동비 관련한 부분은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정해 송치했고 용역비 관련 부분은 불송치했다. 용역비를 돌려받았다는 게 불송치의 근거였다. 

이·김 공동직무대행을 비롯해 총 5명이 ▲정당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사실도 확인됐다. B씨는 “이들은 회의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받아 가고 공당의 대표는 급여까지 챙겼다. 공당의 대표가 당무지휘권을 가지면서 자신의 급여를 결정하게 되면 도덕적 해이에 빠지고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도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급여를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씨는 민생당 내부도 문제지만 정당보조금을 지급하는 중앙선관위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당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사용내역에 대한 명확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앙선관위는 매년 2월 정당이 제출한 정당보조금 사용내역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 

총선 참패 원외정당 전락
비대위 체제로 3년10개월 

정치자금법 제28조(보조금의 용도제한 등) 4항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 위원과 직원은 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과 이의 지출을 받은 자, 그 밖에 관계인에 대해 감독상 또는 법의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보조금 지출에 대해 조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관위는 정당이 제출한 내역에 대해서만 조사한다. 법령에 맞게 정당보조금을 사용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정당보조금 사용에 관해서는 당에 재량권을 주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에서 김 직무대행을 비롯한 민생당 관계자를 고발한 건에 대해서는 “고발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민생당의 더 큰 문제는 제기된 의혹이 해결될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대법원은 이·김 공동직무대행이 민생당을 상대로 제기한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서 ‘선거무효’로 판단했던 항소심 판결을 뒤엎고 파기환송했다. 시도당 해산과 당원자격 소멸을 동일선상서 볼 수 없다는 내용이다. 당원자격의 소멸 여부는 당원에게 있다는 취지다.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의 1, 2심 판결을 비롯해 중앙선관위의 답변까지 뒤집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로 2021년 8월 전당대회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서 후보가 다시 민생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선관위서 서 후보를 대표로 등록하면 대표권을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대법원 판결이 지난달 29일에 나오면서 파기환송심 결과는 22대 총선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직무대행이 출마 선언을 했지만 민생당의 총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당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2% 이상의 득표율은 요원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내면서 받게 될 9억3000만원의 선거보조금 외엔 더 이상 민생당에 들어올 정당보조금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총선 이후 민생당이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민생당 당원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목적은 오로지 돈이었을 것”이라며 “선거보조금까지 전부 다 쓰고 당을 해산시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 후보가 대표권을 확보한다고 해도 빚만 남은 상태로 당을 넘겨받거나 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마지막 기회
당 해산되나

민생당 당직자는 “(내가 하는 말이)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선거무효 확인 청구 소송 관련해서는 당 차원서 낼 입장은 없다. 또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당이 당사자가 아닌 이상 개인이 대응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직무대행은 “2월에 탈당했다. 민생당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김 직무대행은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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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