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상박’ 영풍-고려아연 신경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3.21 10:53:50
  • 호수 1471호
  • 댓글 0개

‘깨질락 말락’ 불안한 75년 동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3세대에 걸쳐 동업 관계를 이어온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주총 일부 안건에 대해 영풍 측이 반대하고 나서면서다. 두 집안의 대리인은 정관 변경과 배당금 증액 여부 등을 두고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환경법 위반과 인명사고를 초래한 영풍이 고려아연에 주주권익 훼손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꼬았다.

고 장병희·최기호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서 3세대로 이어진 75년간의 동업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영풍그룹은 장씨와 최씨 양가가 역할을 분담해 왔다. 장씨 일가는 장형진 고문을 중심으로 영풍과 영풍전자 등 전자 부문을, 최씨 일가는 최윤범 회장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부문을 맡아왔다. 다만, 지분 측면에선 경계가 불명확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3대 혈맹
집안싸움

당초 업계에선 두 회사가 정기주주총회서 정면충돌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그만큼 경영적 측면서 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다만, 지분 측면에선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25%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의 지분 절반 이상을 장씨 일가 측이 보유해 왔다. 장씨 일가인 영풍은 계열사에 지급된 배당금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확대했다.

최씨 일가인 고려아연은 한화그룹과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등을 우군으로 확보하며 지분을 늘려 나갔다. 이를 통해 서로를 견제하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영풍은 지난달 20일 공시를 통해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 안건 중 정관 변경의 건과 배당 결의의 건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주총서 “‘표준정관’ 반영을 이유로 기존 정관의 제17조(신주인수권) 및 제17조의 2(일반공모증자 등)의 조항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의 바람대로 정관이 개정되면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정관은 ‘경영상 필요 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만 제3자 신주발행을 허용함으로써 상법보다 엄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정관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영풍은 주주권익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영풍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고려아연의 의도대로 정관이 변경돼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당 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희석돼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친다”며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유지’라는 지극히 사적인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주주 입장에선 고려아연 안건대로 정관 개정이 이뤄지고 최 회장 측이 지배력 확대를 위해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증자를 단행할 경우, 희석 효과가 관건이다. 액면가로 400억원의 신주인수권은 약 800만주. 최근 시가에 비춰볼 때 약 3조6000억원(800만주×약 45만원)의 증자 효과로 추산된다.

정관 개정을 두고 영풍 측이 반대하자 고려아연 측은 “영풍도 2019년에 같은 내용의 정관 변경을 실시했다”며 “영풍이 지나치게 경영 간섭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당시 영풍이 밝힌 정관 변경 목적은 ‘관계 법령 내용 반영 개정 및 조문 정리’로 고려아연이 밝힌 정관 변경 목적과 동일하다”며 “(영풍이)자가당착에 빠졌다”고 날을 세웠다.

배당금 증액 요구한 영풍···지분 박빙
무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반대’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정관을 변경한 것은 맞지만 당시 정관을 변경한 것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내용을 세분화하기 위해서였다”며 “문제가 되는 ‘신주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정관’은 영풍 정관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하고 있다. 두 집안은 주총 안건서 배당안과 정관 변경안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다만, 액면 총액 400억원이라는 신주발행 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 이를 두고 영풍 측은 배당금이 너무 적다며 주당 1만원으로 올려 달라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해 8월 반기 배당금 1주당 1만원을 포함해도 현금 배당금은 1주당 1만5000원이다. 이는 전기(1주당 2만원) 대비 5000원 줄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이익잉여금 등 배당 여력이 충분한 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배당이 이뤄지도록 결산 배당으로 1주당 1만원을 배당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배당 성향을 두고 “배당 성향이 높아진 것은 최근 경영 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 대상 주식 수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라며 “시가배당률은 감소세”라고 말했다.

배당 성향은 배당금을 해당 연도 당기순이익으로 나눠서 구하며, 시가배당률은 주당 배당금을 현 주가로 나눠 구한다. 영풍 측 설명처럼 실적 부진으로 당기순이익이 줄면 배당금이 그대로여도 배당 성향이 좋아진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고려아연은 주주가치 제고를 꾸준히 추구해 왔으며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주주환원 정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배당 두고
정면충돌

고려아연은 “시가배당률은 당일 주가 변동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는 자료로 특정 기업의 주주환원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가 아니다”라며 “고려아연은 현재 7조4000억원의 이익잉여금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풍은 4조원 가까운 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2022년 연간 배당금은 170억원대, 배당 성향은 고작 5%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양가의 갈등이 어떤 형태로 귀결될지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속한 영풍그룹은 공동창업주인 고 장병희·최기호 회장이 1949년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다. 2세대에서는 공동창업주 자녀인 장형진 영풍 고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을 주축으로 영풍·전자 계열은 장씨 집안,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각각 담당해 왔다.

크게 지분구조상 장씨 일가가 그룹을 소유하되 경영은 최씨 일가가 맡는 식이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모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영풍빌딩을 본사로 쓴다. 


그러면서도 두 집안은 상호 지분을 가지며 견제했다. 고려아연 최대주주이자 영풍그룹 지주사인 영풍은 장씨 집안 지분율이 50%를 넘지만, 최씨 집안 지분도 13% 이상이다. 이런 이유로, 고려아연은 영풍의 관계회사로 분류된다.

통상 투자자가 유의미한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는 데 제약이 따를 경우, 이를 관계회사로 분류한다.

2022년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들 최윤범 회장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뒤 양가는 고려아연을 둘러싼 지분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8월 고려아연 이사회가 ‘한화H2에너지 USA’를 대상으로 제3자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두 가문 간 갈등이 본격화됐고, 1년 넘는 공방전이 시작됐다.

당시 한화H2에너지 USA는 4717억여원을 투자해 고려아연 지분 5%를 취득했다. 미국서 동문 수학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최 회장 간의 인연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 일가는 한화에 이어 LG화학, 현대차그룹 등을 상대로 유상증자를 진행해 우군으로 확보했다.

한 지붕
두 가족

결국 최 회장이 2022년 한화로부터 투자받은 것을 시작으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두고 양가의 신경전이 첨예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장 고문은 최 회장 주도로 새로운 주주(한화에너지)를 끌어들이는 걸 반대했다. 이사회 참석마저 거부함으로써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지분 확보 경쟁은 6%가 넘는 대규모 자사주를 최 회장이 의도한 대로 일시에 처분한 일이다. 고려아연은 이미 2차전지 소재사업 분야에 진출하면서 LG화학과 전구체 합작 사업을 진행해 왔고, 지분 맞교환 방식의 자사주 매각 또한 경영 전략상 타당해 보였다.

그러나 장씨 일가 입장에서 보면 위협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의결권이 없던 중립 지대의 대규모 자사주가 한순간에 최 회장에게 우호적인 여러 업체로 한꺼번에 넘겨진 셈이다.

최씨 가문의 고려아연 지분율이 순식간에 20%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장씨 가문도 이에 질세라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최씨 가문도 지분경쟁에 밀리지 않았다. 영풍-고려아연 그룹 계열사 가운데 최씨 가문 측이 경영을 지배하고 있는 영풍정밀이 여유 자금을 동원해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 매수했다. 

최씨 가문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린 건 현대차 해외법인(HMG Global LLC)을 대상으로 또다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성공한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고려아연의 소유권은 1974년 설립 이래 줄곧 장씨 가문에 속해 있다가 최씨 가문에 ‘소유와 경영’ 모두 장악당한 것이다.

현재 특수관계인·우호 지분을 모두 합쳐 최 회장 일가와 장 고문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각각 33%, 32%다.

LG화학·현대차그룹 우군 확보
불안한 장씨가···지배구조 흔들

일각에선 장씨 가문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도 있다. 장씨 가문이 경영하는 영풍은 이미 고려아연과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경영 성과가 좋지 않다. 동업자 관계이자 계열 자회사인 고려아연이 내실을 다지는 동안, 영풍은 ‘환경오염 문제’조차 대처하지 못해 환경 당국으로부터 조업 중단 제재를 받는 굴욕을 겪었다.

제련소 내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들이 독성 물질 유출 등으로 인해 사망한 사고에 이어 석포제련소 냉각탑 청소에 투입된 하청 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고가 또다시 일어났다. 지역 환경단체와 주민 피해 대책위원회 등에서는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석포제련소 폐쇄 및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영풍 경영진의 인권 의식 부재가 낳은 결과”라며 “고려아연이 주주 권익을 훼손한다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최근 14년 동안 양사의 영업실적만 비교해도 영풍은 고려아연과 경쟁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영업실적을 누적 기준으로 합산해서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누적 매출액 규모만 보면 고려아연이 영풍에 비해 2.2배 정도지만, 누적 영업이익 규모는 18.4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최씨 일가는 최근 2년 동안에 고려아연 지분율을 대폭 끌어올려 마침내 장씨 일가의 지분율을 넘어섰다.

영풍의 계열사가 고려아연이라는 틀이 무색할 만큼, 장씨 일가는 ‘고려아연 지배주주’의 위치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초박빙 지분
주주 입장은?

한편, 올해 주총을 앞두고 장 고문 측은 정관 변경 안건과 기말 배당금 지급안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소액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기 위해 분주했다. 주주 입장에선 양가 누구라도 경영 능력이 더 뛰어난 자가 경영권을 장악하고 안정적으로 고려아연을 키워 주길 바랄 뿐이다. 오히려 지분율 차이가 초박빙인 상태서 서로를 갉아먹는 사태가 지속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