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펜과 유화물감’ 박미나

세상의 모든 ‘검은색’을 모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서초구 소재 페리지갤러리서 작가 박미나의 개인전 ‘검은’을 개최했다. 박미나는 회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선과 색, 언어와 기호를 통해 회화의 본질에 대한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박미나의 작업은 재료를 수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개인전 ‘검은’서도 자신이 파악하고 모을 수 있는 검은색의 펜과 유화물감을 최대한 찾았다. 검은색이라는 재료는 색이라는 범주서 그의 작업을 보여주는 기본 범위가 된다. 

종착점 아닌

박미나는 설정된 틀 안에서 색을 칠하고 선을 긋는 행위에 온전히 집중한다. 수집 이후 수행하는 반복적 행위는 가능한 것의 한계를 탐구하는 본질적인 방법이 된다. 

이번 전시는 크게 3개의 연작으로 나뉜다. ‘Black Pens’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한 작업으로 시판되는 검은색 펜을 최대한 수집해 A4용지에 일률적인 간격으로 그어나간 작업이다. 이렇게 완성된 498개의 드로잉 밑에는 펜의 상표와 고유번호가 적혀있다. 박미나는 이를 따로 목록화 작업을 해놨다. 

‘2014-Black’은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검은색 유화물감을 수집해 27.3㎝×27.3㎝의 정방형 화면을 온전히 칠해 만든 55개 검은색 면이다. ‘2014-BGORRY’ ‘2024-BGORRY’ 두 작업은 픽셀의 크기가 다를 뿐 6가지 색을 픽셀 하나하나에 채워 넣어 검은색을 분해한 것 같은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여러 회사에서 만든 다양한 종류의 펜과 물감은 모두 검은색이지만 하나하나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같은 차이를 인식하게 되면서 우리는 검은색의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박미나의 작업은 익숙한 것에서 다른 것을 발견하는 낯선 상황을 유발한다. 

전시장 벽을 가득 채운 ‘Black Pens’ 연작을 보면 작가의 고통을 수반하는 집요한 기계적 수행 과정서 또 다른 것을 읽을 수 있다. 실제 똑같은 행위를 수없이 반복하기는 어렵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무의식적 행동에 가까워지므로 기계처럼 정확하게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의 드로잉에 사실상 동일한 선은 없는 셈이다. 

같지만 다른 느낌으로
행위의 반복, 다른 결과

작품의 제작 과정서 박미나의 행위는 의식적 통제와 무의식적 반복 사이서 어떤 사고의 흐름을 드러낸다. ‘2024-BGORRY’를 가까이서 보면 하나의 픽셀마다 같은 붓질을 했지만 다른 표면의 질감이 눈에 띈다. 또, 색과 면 사이의 경계가 세심하게 칠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경계는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하면서도 그 경계에 접해 있는 다른 색을 생기있게 느끼도록 만든다. 우리가 박미나의 작업서 바라봐야 하는 것은 화면 가까이서 보이는 명확한 구분과 함께 한발 뒤에서 보이는 서로 당기고 밀어내는 그 미묘한 움직임의 차이다.

여기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은 정해져 있는 길을 이탈하거나 혹은 살짝 비켜날 때, 그 경계의 정체가 비로소 발견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우리의 인식과 그 틈에 스며든다. 

페리지갤러리 관계자는 “검은색의 관습적인 의미를 떠올려 보면 ‘칠흑 같은 밤’이라는 표현처럼 어둠을 상징한다. 빛의 부재는 사실 색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빛이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죽음을 의미하고 블랙홀처럼 아무것도 구별되지 않는 상태의 무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깊은 물 속을 볼 때나 머나먼 우주를 상상하는 것과 같이 검은색이 가진 어둠 그 자체는 그 심연에 잠재된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게 만든다. 검은색은 경계가 없는 무한한 잠재성을 지닌 시공간인 셈”이라며 “검은색의 조용한 표면은 채움과 비움, 결여와 초과를 동시에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출발점

이어 “박미나의 개인전 ‘검은’은 관람객이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길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다른 것으로 환원될 가능성으로 넘치는 전시가 된다”며 “결국 그의 작업은 종착점이 아니라 그다음으로 가기 위한 도약대이자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미나가 펼쳐 놓은 작업을 충분히 이리 보고 저리 보며 그것을 직접 눈으로 들춰본다면 비로소 이미 담긴 이야기로부터 벗어나 아직 발화되지 않은 낯선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 달 2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미나는?]

박미나는 헌터 대학, 뉴욕 시립대학원서 회화를 전공했다.

주요 전시로는 ‘이력서: 박미나와 Sasa[44]’ ‘집’ ‘아홉 개의 색, 아홉 개의 가구’ ‘꿈의 상상’ ‘200579’ ‘왜 빗방울은 푸른 얼굴의 황금 곰과 서커스에서 겹쳤을까?’ 등이 있다. 

‘데코 데코: 리빙룸 아케이드’ 일민미술관, ‘정물도시’ ‘시적 소장품’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수 소장처에 작품이 소장돼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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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