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물밑에서 치열한 금수저 왕위 경쟁

‘큰집 VS 작은집’ 대리전 양상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LS그룹 차기 총수 후보로 꼽히는 오너 3세들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고속 승진을 거듭하면서 핵심 계열회사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모습이 판박이다. 일단 큰집 후계자가 유리한 듯 보이지만, 조부와 부친의 후광을 등에 업은 경쟁자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LS그룹은 2003년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이하 태평두)’ 삼형제가 LG전선·LG산전 등을 계열분리해 설립한 기업집단이다. 태평두 삼형제의 집안은 지주회사(㈜LS) 지분 32.12%를 ‘4:4:2’ 비율로 보유한 상태에서 경영에 참여 중이다. 

한 우산서
독립 경영

이를 기반으로 태평두 삼형제의 아들 세대는 순차적으로 9년 임기 그룹 회장직을 주고받는 형태의 ‘사촌 경영’을 이어왔다. LS그룹 초대 회장이었던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전 LS니꼬동제련(현 LS MnM) 회장은 임기 9년째였던 2012년 말, 그룹 회장직을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전 LS전선 회장에게 물려줬다.

구자열 전 회장 역시 9년 임기를 꽉 채운 2021년 말,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은 전 LS엠트론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겼다. 구자은 현 회장 체제가 끝난 이후에는 태평두 삼형제 집안에 속한 오너 3세 중에서 그룹 회장직을 맡은 인물이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돌아가면서 회장에 선임되는 구도가 계속될 거라 속단하긴 힘들다. 오너 2세가 중추였던 사촌 경영체제와 달리 오너 3세가 차기 회장직을 순차적으로 맡게 되면 혈족 개념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구자은 회장 체제가 종료될 것으로 추정되는 2030년을 전후로 LS그룹이 계열분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구태회 집안이 LS그룹을 거느리고, 구평회 집안과 구두회 집안은 각각 E1, 예스코홀딩스를 분리해 독자노선을 걷게 될 거란 예상이다.

다양한
가능성

느슨한 결합체 형태로 묶인 그룹 지배구조는 이 같은 견해에 힘을 싣는 배경으로 꼽힌다. LS그룹은 ㈜LS라는 큰 우산을 공유하면서 태평두 삼형제 집안이 각자의 세력권을 형성하는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그룹에 속한 핵심 사업회사인 ▲LS전선(구태회 집안) ▲E1(구평회 집안) ▲예스코(구두회 집안) 등을 태평두 삼형제 집안에서 개별적으로 관할하는 방식이다.

LS전선의 경우 표면상 구태회 집안이 직접적인 지배력을 발휘하는 구조는 아니다. LS전선 최대주주는 ㈜LS이고, ㈜LS는 지분 92.19%를 보유 중이다. 대신 구태회 집안에서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LPG사업을 영위하는 E1는 구평회 집안의 직접 지배력이 부각된다. 구자열 전 회장이 지분 12.7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재된 것과 달리 ㈜LS는 주식 보유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상태다.

예스코홀딩스는 ㈜LS의 지배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또 하나의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수행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S그룹 특수관계자는 예스코홀딩스 지분 39.7%를 보유 중이며, 최대주주는 구자은 회장이다. ㈜LS는 예스코홀딩스 보유 주식이 전무하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해 3분기에 주식 증여를 거치면서 13%대였던 예스코홀딩스 지분율을 7.84%로 낮춘 상태다. 대신 증여 대상이었던 구자은 회장의 아들과 딸은 부친의 지분 5.48%를 흡수하면서 지분율을 2.86%씩으로 끌어올렸다.


‘사촌 경영’ 이후 시나리오
차기 왕위는 어디로?

다만 현 시점에서는 계열분리가 아니라, 가족 경영이라는 큰 틀에서 오너 3세 경영체제로 넘어가는 그림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순번상 구태회 집안에서 차기 총수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경영에 참여한 오너 3세 대다수가 구태회 집안에 속해 있다는 점을 주목할만하다. 그룹에서 중요 직책을 맡은 오너 3세로는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 ▲구본규 LS전선 사장 ▲구동휘 LS MnM 부사장 ▲구본권 LS MnM 전무 등을 꼽을 수 있다. 구동휘 부사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슬하에 ▲구자홍 전 회장 ▲구자엽 회장 ▲구자명 회장 ▲구자철 회장 등을 뒀다. 구본규 사장은 구자엽 회장의 장남, 구본혁 사장은 구자명 회장의 장남, 구본권 전무는 구자철 회장의 장남이다.

범LG의 장자 승계 원칙을 감안하면 구자은 회장을 잇는 차기 그룹 회장에 가장 부합하는 건 구자홍 회장의 장남인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다. 그러나 구본웅 대표는 일찌감치 ㈜LS 지분을 모두 털어낸 채 LS그룹 경영에서 멀어졌고, 현재는 사실상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런 이유로 구본규 사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 총수 후보로 꼽힌다. 구본규 사장은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MBA를 마친 뒤 2007년 LS전선에 입사했다. 이후 LS일렉트릭과 LS엠트론 등을 거치며 글로벌 사업 일선에서 활약했으며, 특히 적자에 허덕였던 LS엠트론을 흑자로 전환시키면서 주목받았다.

유력 후보
누구?

경영 능력을 입증한 구본규 사장은 2021년 말 그룹의 캐시카우인 LS전선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여기서도 확실한 성과를 낸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1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구본규 사장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음에도 여전히 차기 총수 후보 중 한 명에 머물러 있다. 지배력만 놓고 보면 확실하게 주도권을 쥐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S 특수관계인 중 5% 이상 개인 주주는 단 한 명도 없으며, 가장 많은 ㈜LS 주식을 쥐고 있는 구자은 회장조차 지분율은 3.63%에 그친다. 구본규 사장의 지분율은 1.16%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구동휘 부사장이 구본규 사장의 잠재적 경쟁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구자열 전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 부사장은 LS그룹 오너 3세 경영인 중 유일한 구평회 집안 소속이다.

구동휘 부사장은 2013년 LS일렉트릭 차장으로 그룹에 합류한 뒤 LS산전 중국 산업자동화사업부장 상무, ㈜LS 밸류 매니지먼트 부문장 상무, E1 신성장사업부문 대표이사 전무 등을 거쳤다.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임명된 지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주목도가 한층 높아졌다.


구동휘 부사장은 지주회사 지분 보유량에서 구본규 사장을 한 발 앞서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구동휘 부사장이 보유한 ㈜LS 지분은 2.99%로, 구본규 사장에 비해 1.83%p 높다.

그들만의
쟁탈전

공교롭게도 LS MnM가 지난해 부진한 성과를 낸 점은 구동휘 부사장에게 유리한 조건이 되고 있다. LS MnM는 지난해 매출 10조1548억원, 영업이익 2461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전년 대비 각각 6.7%, 52.2% 감소한 수치다. 소방수로 투입된 구동휘 부사장이 LS MnM 실적개선을 이뤄내면,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확실하게 지워낼 수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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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