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대표 마음대로 ‘입맛위원회’

국민의힘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열어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이후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을 혁신하기 위해 인요한 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10월23~12월11)를 가동했지만 기한을 다 채우지 못하고 실패했다.

그 후로 김기현 대표 체제는 9개월 만에 막을 내렸고, 현재는 윤재옥 원내대표의 대표 권한대행 체제를 거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가 총선을 이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2022년 8·28 전당대회를 열어 이재명 대표 체제로 출범한 이후 22대 총선 승리를 위해 작년에 김은경 혁신위원회(6.20~8.10)를 가동했지만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했다. 그리고 이 대표 체제가 현재까지 계속 유지되면서 총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혁신위원회는 총선을 1년쯤 남겨두고 구성되는 기구로 주로 당 이미지를 쇄신하고 총선의 주요 이슈인 공천 기준을 정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그러나 당 최고위원회 하부 조직이라서 아무리 막강한 힘을 가진다고 해도 국민적 여론에 힘입어 혁신안을 내놓는 정도지, 혁신위가 당 대표의 의지가 담긴 최고위원회의 의견을 꺾진 못한다.

혁신위 기한은 주로 60일이나 90일인데 혁신위가 종료되고 총선이 6개월쯤 남으면 당은 지지율을 높이고 당내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체제를 정비해야 하는데 이때 비대위가 등장하기도 한다.


국민의힘의 한동훈 비대위도 같은 맥락이다. 원래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까지 치를 계획이었지만, 김 대표가 혁신위의 공격을 받고 물러나면서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민주당도 상황이 악화되면 이재명 대표 체제 대신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하는데, 시기적으로나 현 지도부의 상황으로 봐서 그러지 않을 것 같다. 

총선서 가장 중요한 건 공천이다. 그래서 총선을 3개월쯤 남겨놓고 당은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를 가동한다.

이 때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으면서 공관위에 공천 권한을 부여하지만 혁신위와 마찬가지로 공관위도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의 입맛에 맞는 공천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이 혁신위원장이나 공관위원장을 맡지 않고 인재영입위원장만 겸하는 모양새는 국민에게 혁신이나 공천에 개입하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 공정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제스처에 불과하다.

만약 공관위원장이 총선을 눈앞에 두고 대표의 의중과 반대로 공천권을 행사할 경우 낭패를 당하기 때문에 이를 제지하기 위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새로운미래 이낙연 대표는 모두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사실상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이 4월 총선 공천권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관위원장에 임명된 국민의힘 정영환 교수, 민주당 임혁백 교수, 개혁신당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 새로운미래 조기숙 교수가 마음대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가 안타까운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다.

결국 공정한 공천을 하기 위해 공천권을 부여받은 공관위원장은 인재영입위원장인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인재영입위원장이 영입한 인재를 배치하는 꼭두각시 노릇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국민의힘과 민주당 혁신위가 출범할 당시 “혁신위는 지도부도 교체할 수 있고, 차기 총선 공천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년 총선 공천 때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정청래 의원을 날린 것처럼 혁신위원장에게 강한 힘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23일 새누리당, 민주당, 국민의힘 3당의 비대위원장을 역임한 킹메이커 김종인 이사장이 개혁신당 공관위원장을 맡게 됐다.

왜 선거의 마술사라 불리는 김종인 이사장이 개혁신당에, 그것도 공관위원장으로 합류했을까? 

김종인 위원장은 2012년 총선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으로 승리를 거둔 후 2012년 대선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당선시켰다.

2016년 총선서도 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승리를 거둔 후 2017년 대선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켰다. 또 2021년 재보궐선거서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승리를 거둔 후 2022년 대선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

김종인 개혁신당 공관위원장이 겉으론 22대 총선서 다수 의석 확보를 목표하고 있지만 속내는 2027년 21대 대통령선거서 이준석 대표를 당선시켜 영원한 킹메이커가 되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니,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는’이라는 화두를 꺼내며 이준석 대표를 험지에 출마시키는 승부수를 띄울지도 모른다. 김종인 공관위원장이 이런 거래도 없이 그냥 공관위원장을 맡진 않았을 것이다.  

총선 판에 등장한 위원회가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의 비밀카드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런데 정치권만 모른 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현재 모 정당 공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에게 물어봐야겠다.

혁신위나 공관위는 지도부나 지도부를 대체하는 비대위가 아니다. 그러나 혁신위나 공관위가 활동하는 기간에는 지도부나 비대위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

혁신위가 당 대표를 포함해 지도부를 바꿀 수 있어야 하고, 공관위도 당 대표를 공천서 배제할 정도의 권한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혁신하는 정당, 공정한 공천을 하는 정당으로 인정받아 총선서 승리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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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