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총선 후보, 인문학 속도를 내라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는 공간을 점유하기 위한 경쟁에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지금은 속도를 둘러싼 경쟁에 올인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IT기기의 발달로 인류가 만들어 낸 엄청난 속도가 공간 자체를 아예 무(無)로 전락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류도 10년 전까진 넓은 평수의 물류센터를 확보해야 원활한 수·배송 속도를 낼 수 있었으나 지금은 AGV(무인 운반 차량) 시스템만 도입하면 좁은 공간서도 시간당 수천개의 물량을 분류할 수 있어 수·배송 속도가 무척 빨라졌다.

산업의 모든 과정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유통이나 물류의 밸류는 공간 개념서 속도 개념으로 빠르게 진행돼 왔다.  

정부와 물류기업이 원자재를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지를 따지는 공급망 전략을 뛰어 넘어 제품을 누가 어떻게 소비자에게 빠른 속도로 전달할 지에 대한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세계적인 물류회사 UPS는 이미 시작된 국제물류 속도전을 선점하기 위해 수·배송 시스템 특허만 1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얼마 전 ‘권투인의 밤’에 초청돼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권투협회 신재명 회장은 “육상이나 수영 같은 기록경기가 단순한 스피드 경기라면 권투는 눈빛과 손과 발과 두뇌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를 내야 하는 경기”라며 “수영과 육상이 자연과학 속도를 필요로 하는 경기라면, 권투는 인문학 속도를 필요로 하는 경기”라고 말하면서 권투인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렇다. 속도엔 자연과학 속도와 인문학 속도가 있다. 

같은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를 가까이서 보면 무척 빠르다는 것을 느끼지만, 멀리서 보면 아주 천천히 달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속도는 같지만 얼마나 떨어진 거리서 보느냐에 따라 체감하는 속도는 확연히 다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 역시 속도가 무척 빠른데도 시야서 멀리 있기에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보다 속도가 느리게 느껴진다.  

그러나 사람의 성장 속도는 반대여서 늘 가까이서 보는 사람은 무척 느리게 성장하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끔 보는 사람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게 느껴진다.


이것은 착각이 아니고, 우리가 일상서 보고 느끼고 판단하는 실제 체감속도다. 

두 대의 자동차가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달릴 땐 느리게 느껴지지만, 서로 교차하며 달릴 땐 빠르게 느껴진다.

세월의 속도도 같은 방향성을 가진 같은 세대가 함께할 땐 느리게 느껴지지만, 다른 방향성을 가진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함께할 땐 빠르게 느껴지면서 세대 차이를 느끼게 된다. 

또 같은 속도로 달려도 차체가 긴 기차는 느리게 달리는 것 같지만 차체가 짧은 자동차는 빠르게 달리는 것으로 느껴지듯이, 같은 일을 하더라도 노인은 느리게 하는 것 같고 젊은 청년은 빠르게 하는 것 같이 느끼게 된다. 

같은 속도인데도 수평으로 날아오는 공보다 수직으로 내려오는 공이 더 빠르게 느껴지듯이, 사람과의 의사소통도 수평적인 사람과의 의사소통보다 수직적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  

거리 외에 방향과 길이도 상황에 따라 우리가 실생활서 체감하는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속도에 관한 자연과학에선 실제 속도만을 말하지만, 인문학에선 거리와 방향과 길이까지 복합적인 관점서 느끼는 속도를 말한다.

인문학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대상으로 하는 자연과학과 달리, 사람의 생각과 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영역으로 사람의 관점서 보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지금 지구촌에선 사람과 기계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물체가 다양한 자연과학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사람은 인문학 속도만을 보고 느끼고 살아간다.

자연과학 관점에선 인문학 속도가 착각으로 보이지만, 인문학 관점에선 자연과학 속도가 실생활과 거리가 먼 원리에 불과할 뿐이다.

물론 정확한 자연과학 속도를 알아야 과학이 발달하고,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건 아니다.

인문학은 자연과학 속도에 대한 정확성을 염두에 두고, 자연과학은 인문학 속도에 대한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서로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우리 사회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4월 총선을 향해 뛰고 있는 후보는 후보 스스로가 뛰는 자체 속도보다 유권자가 느끼는 체감속도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고 모든 전략과 방향성을 인문학 속도에 맞춰야 한다.

지역구를 돌면서 속도를 내기 위해 유권자를 스치듯이 대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만 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연과학 속도가 아닌 인문학 속도를 내야 유권자가 좋아한다는 의미다.  

즉, 멀리서 보는 것보다 가까이서 보는 게 빠르게 느껴지듯이 유권자를 가까이서 만나고, 같은 방향보다 교차할 때 더 빠르게 느껴지듯이 반대 방향의 유권자에 집중하고, 긴 기차보다 차체가 짧은 자동차가 빠르게 느껴지듯이 많은 행렬로 다니지 말고, 수평으로 날아오는 공보다 수직으로 내려오는 공이 더 빠르게 느껴지듯이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후보로 인정받을 수 있다.

5000만 인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서 거리와 방향과 길이에 의해 만들어진 인문학 속도가 다중사회 대한민국을 대변하는 것 같다.

현대인은 여야, 갑을, 노사가 각각 내는 여러 가지 속도도 제각기 다르게 느껴지는 참으로 다양한 사회서 살고 있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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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