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여론조사 무용론

총선 60일 전인 지난 10일부터 공직선거법 108조에 의해 정당과 후보자 명의의 선거 여론조사가 금지됐다. 또 후보 단일화를 위해 실시한 선거 여론조사도 지지율 수치를 공표해선 안 되고 내부 자료로만 활용할 수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선거 여론조사 홍수 피해로 이를 불신해 온 우리 국민은 좋아하는 분위기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최근 선거 여론조사 상황을 보니, 지난달 220건,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92건이었다. 40일 동안 하루 평균 7.5건의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셈이다.

그런데 발표된 결과는 일관되지 않았다. 하루 만에 뒤집히고, 같은 기간 조사했는데도 여론조사기관마다 다르게 나왔다. 선거여론조사 불신 사태로까지 번진 주요 원인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은 지난해 말까지 총 89곳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초 중앙여심위가 최소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실 여론조사기관 30곳을 등록 취소하면서 현재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은 59곳이다. 올해 신규 등록은 리서치인 1곳이다.


중앙여심위가 연초에 의욕적으로 여론조사기관을 정리했지만, 최근 신뢰성과 객관성이 떨어진 선거 여론조사로 인해 우리 사회는 선거 여론조사 불신론을 넘어 무용론까지 들먹이는 분위기다.

선거 여론조사는 주로 방송국이나 신문사가 중앙여심위에 등록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이뤄진다. 그래서 여론조사기관은 의뢰한 언론사 입맛에 맞는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사 규모와 표본 추출 방법, 여론조사 방식 등도 중립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 여론조사기관이 보수성향과 진보성향으로 정치색이 뚜렷이 나뉘어 있고, 의뢰하는 언론도 보수성향과 진보성향으로 나뉘어 있어, 만약 보수성향의 언론이 보수성향의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거나 진보성향의 언론이 진보성향의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면 결과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정치권은 이를 악용했고, 국민은 이런 선거 여론조사를 보고 일희일비해 왔다. 

선거여론조사기관은 있는 그대로의 여론을 파악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그런데 언론이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여론을 조작해 여론을 호도하거나 바꿔놓기 때문에 문제다.


중도성향의 여론조사기관도 있지만, 의뢰자가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설문지가 달라지고 결과도 다르게 나온다.

계속 낮아지는 접촉률과 응답률도 문제다. 최근 <미디어워치>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실시한 선거여론조사 참여도를 보니, 표본 1000명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3만9404명에게 접촉했고, 1만1955명이 접촉 후 거절하거나 이탈했고, 끝까지 응답한 자는 1003명(표본)이었다.

접촉률은 30.9%, 응답률은 접촉자 1만2198명 중 1003명이 응답해 8.2%였다. 국제기준(접촉률×응답률) 응답률은 2.5%에 불과했다.

선거 여론조사 표본의 최소 수준은 대선 및 전국 단위는 1000명, 광역단체장 및 시·도 단위는 800명, 총선 및 구·시·군 단위는 500명이다.

선거 여론조사는 선거를 앞두고 민심과 표심을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아무리 통계가 발달하고 여론조사 기법이 좋아졌다고 해도 응답률 5%도 안 되는 선거여론조사는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기관은 최소 5% 이상의 응답률만 나오면 신뢰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선거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되면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거 여론조사 홍수 기간에 피해자는 국민만이 아니다. 당장 후보자가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

후보자와 반대 성향의 여론조사기관서 후보자에게 불리한 결과를 도출해 발표할 때 상대 후보에게 민심이 쏠리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에 의해 후보자가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결국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언론도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기사 제목에 경쟁 후보의 지지율만 부각시켜 보도한다.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 ± 몇 %라고 적시하지만 잘 이해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접촉률과 응답률은 아예 알리지도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언론사 성향에 따라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도 문제다.

같은 성향의 후보가 뒤지기라도 하면 그 이유를 상대 후보의 공격 탓에 일시적으로 지지도가 낮아졌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여론조사 단체인 한국조사협회가 지난해 응답률 7% 미만은 공표하지 않기로 하는 선거 여론조사 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11월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선거 여론조사의 공표 기준을 응답률 5% 이상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돼있다.

그러나 필자는 응답률 10% 이상만을 공표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국제기준 응답률인 5% 이상에 부합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선거 여론조사를 보니, 응답률 5% 미만이 많았다. 아직도 신뢰성이 없는 선거 여론조사에 우리 국민만 속고 있다는 느낌이다.


전문가들은 선거 여론조사의 불신과 비객관성을 방치할 경우 무용론을 피하기 어렵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동안 여론조사기관은 응답률 5%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발표해 조사기관마다 다른 ‘널뛰기 선거 여론조사’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제는 응답률 10% 이상만 발표함으로써 우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선거 여론조사가 돼야 하고, 무엇보다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선거 때 또 선거 여론조사 무용론이 불거질지 모른다.

현대 사회가 아무리 통계를 좋아하고 통계에 익숙하다고 하지만, 통계 자체가 신뢰성과 객관성이 떨어지고 악용된다면 그 통계는 사회악만 양산할 뿐이다.

선거 60일 전부터 선거 여론조사를 금지한 이유가 결과가 새로운 여론을 만들고, 신뢰성 없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난무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차라리 선거에 영향을 덜 주기 위해서라도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일(국회의원, 광역단체장 120일, 지방의원, 기초단체장 90일) 전부터 선거 여론조사를 금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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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