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에 떨어지는 용산발 낙하산 실상

‘윤심’ 달고 꽃밭 안착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본격적으로 지역구 공천을 확정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선 연일 긴장감이 감돈다. 텃밭서 분란이 시작될 조짐마저 느껴진다. 몇몇 중진 의원들은 자리를 양보했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도 있다. 다시 보수가 분열하기 시작하는 듯 보인다. 이기는 공천일까? 이기적인 공천일까?

국민의힘의 공천 심사 및 면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후보들은 면접장에 나타나, 저마다 자신의 강점과 공약을 앞세웠다. 비교적 분란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던 지역과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부터 심사가 빠르게 이뤄졌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권의 공천 면접이 시작된 이후다. 

윤핵관과
비윤핵관

해당 일정에 앞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중진 의원으로 불리는 이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몇몇은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이를 두고 갈등이 벌어질 양상이다. 앞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당 지도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의 험지 출마 필요성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그때와는 다르게 비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에게 지역구 이동을 요청하고 있다. 

일단 서울 심사에서는 국민의힘이 공언했던 시스템 공천이 나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불리는 석동현 예비후보가 컷오프당했다. 단수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통령실 출신은 이승환 중랑구을 후보가 유일하다. 


국민의힘 자체적으로도 대통령실 출신의 후보를 다수 공천하기에는 무리로 여겼던 모양새다. 다만 국민의힘의 단수공천은 예상보다 많은 인물이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공천을 마무리지어 분란을 최소화시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당 내부에서는 “이기려고 공천하는 느낌이 강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겉으로 보면 시스템 공천이 잘 작동하는 모습이다. 

다만 개운치 않은 부분이 있다. 현재 단수공천을 받는 인물들이 출마하는 지역들은 대부분 험지다. 일각에서는 일부 지역서의 경쟁력이 너무 없어 단수를 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특히 서울시 강서구의 갑·병 지역은 국민의힘 입장서 탈환이 절실한 곳인데도, 이른 시간에 단수공천을 하는 것으로 결정돼 버렸다.

강서병서 단수공천을 받게 된 김일호 후보는 해당 지역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일단 험지에 이름값이 높은 인물이 출마하게 되면서 주목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천 하나하나에 당의 명운이 걸렸을 정도다. 

해당 여파를 인식하고 있는 탓인지, 가장 분란이 클 수 있는 영남권의 공천 면접 심사는 전국 심사 일정 중 가장 마지막으로 잡혔다. 당내 예선임에도 경쟁자가 많아 사실상 본선으로 불린다. 이런 이유로 영남권의 공천 결과는 뒤늦게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이름값으로 공천 진행
대통령실 출신 대부분 신인 가산

영남권 공천은 당내서도 상당히 예민하게 받아들일 사안이다. 보수의 꽃밭으로 불리는 지역서 공천 잡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당의 분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분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의힘에서 택할 수 있는 전략은 경선을 붙이는 일이다.


문제는 당내에서는 수도권의 단수공천처럼 오히려 영남권도 비슷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점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본격적인 심사 전에 영남권 의원의 출마를 재배치하자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띄웠다. 앞선 혁신위 때와는 다르게 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 등 이미 몇몇 중진 의원은 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가장 먼저 요청을 받아들였던 서 의원은 지난 7일, 부산 북강서갑으로 지역구를 옮겨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예상과는 달리 서 의원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물론 본인이 몸담아온 지역구서 서운해한다는 이야기를 함께 전했지만, 당의 뜻이니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부산시 진구갑에는 7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하는 등 다수가 몰렸다. 이 중 눈길을 끄는 인사는 박성훈 해양수산부 전 차관과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 정성국 전 위원이었다. 특히 박 전 차관은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까지 지낸 용산 출신이다. 

두 예비후보는 정치 신인으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만 59세에 해당하지 않아, 추가 가산점까지 받을 수 있다. 

조 의원이 현재 있는 지역구도 마찬가지다. 다른 인사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선택한 지역은 경남 김해시을이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김해시를 찾았으나, 당원의 출마 반대로 “늦게 결정해 밀양·의령·함안·창녕 당원, 주민과 김해시 당원, 시민에게 미리 상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서면으로 대신했다.

이 같은 조 의원의 결정에 김해시 당원 및 주민들에게 큰 반발을 샀다. 시작도 전에 같은 당임에도 반대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  결국 조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게 돼 지역서 큰 반발을 사는 중이다. 해당 지역구서도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보수의 밭
공천 잡음

이처럼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박일호 전 예비후보에게 논란이 생겼다. 지난해 11월 허홍 밀양시의원이 박 예비후보를 뇌물수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해 현재 창원지방검찰청서 수사 중이다. 

2018년 2월에 박 예비후보의 고향인 구·백산초등학교 부근서 지역 선배를 통해 건립 시공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뇌물 2억원을 수뢰한 혐의다. 박 예비후보는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추후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과거 밀양시장을 역임했던 그는 재당선된 지 1년 반 만에 시장직을 던졌다. 지방선거서 당선됐던 만큼 밀양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태호 의원이 지역구를 경남 양산시을로 옮기자 민주당은 자신 있다는 듯 민주당 김두관 의원을 단수공천하면서 낙동강벨트서 펼쳐지는 가장 뜨거운 맞대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김 의원도 화답하듯 “환영한다”고 밝혔으나 당내서 상당한 견제를 받았다.

같은 당 후보인 한옥문 예비후보는 “필패 카드”라며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의 양산을 출마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김두관 의원 역시 단수공천을 받았는데, 한 예비후보의 반발도 상당하다. 


현재 김태호 의원의 본래 지역구에는 대통령실 출신이 예비후보로 등록하지 않았으나, 지역에서는 각종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직 검사, 교수 등이 후보로 출마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부산광역시 사하구을서만 5선을 지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도 출마 지역 재배치를 압박받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면서 김포시 출마설도 제기됐던 바 있으나 이후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이미 일찌감치 사하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사하을은 조 의원을 포함해 5명이 경쟁해왔다. 

엄밀히 말하면 조 의원에게는 아직까지는 당에서 특별한 요청이 없었다. 그가 낙동강벨트 안에 있는 후보라서다. 

낙동강
맞대결

문제는 조 의원을 향한 다른 후보들의 견제가 심한 상황이라는 데 있다. 사하구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한 인사는 “조경태 의원은 당에 애당심이 없는 사람이다. 선당후사, 선민후사라고 하는데 먼저 예비후보로 등록해 버렸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지역에는 대통령실 출신 인물이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며, 신인인 만큼 가점을 받을 수 있다. 만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 조 의원과 55대 45의 격차가 발생할 경우, 신인 가산점인 15% 가산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생긴다.


이처럼 윤석열정부서 차출된 인사들이 정치 신인 가산점을 받으면 경쟁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부산 중구·영도구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을 지낸 박성근 예비후보가 가산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경상남·북도, 부산광역시에 등록한 예비후보들을 분석했다. 이들 중 가산점을 받는 윤석열 선거캠프 출신, 윤정부, 대통령실 및 인수위원회 출신은 총 25명에 달했으며 대부분 나이 가산점까지 받을 수 있는 연령대였다. 

특히 대통령실 출신들은 연령대가 30대 중반부터 만 57세까지로 정치신인 가산점을 획득하기 수월한 인물들로 꾸려졌다. 즉, 현역 의원들과 맞붙게 될 경우 조금만 인지도를 쌓아왔다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현역 의원이 없는 지역구의 경우 젊은 나이가 깡패인 격이다.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영남권 출마자는 “현역 의원이 있지만, 충분히 유리하다고 본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무소속, 3지대 난입하면 분열
갈라지면 다같이 전멸 가능성

국민의힘에서는 영남지역서 278명이 공천을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4.28대 1에 달했다. 

수도권에서는 정치 신인 및 나이 가산점을 적용해도 격차가 크다. 그러나 자신들의 텃밭인 지역에서는 다르게 작용할 룰이다. 정치 신인임에도 나이 제한이 걸려 있다면 경쟁서 크게 불리해진다. 

영남권은 공천장을 받기만 하면 당선될 정도로 보수 텃밭 중의 텃밭으로 통하는 지역이다. 일단 윤심 논란을 탈피하기 위해 힘을 쏟는 분위기지만, 프리미엄 가산점은 수도권서만 빛을 볼 수 있는 전략이다. 

영남지역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은 이름값을 높이기 위한 프리미엄이다. 여전히 영남권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견고한데, 윤심 논란과 딱히 관계가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대통령실 출신들이 공천장을 받아든다면 해당 지역의 현역 의원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대부분 경선을 하게 됐지만, 공천서 탈락하게 될 경우 적지 않는 반발이 예상된다.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할 경우, 보수표는 분산될 수밖에 없다. 앞선 총선서 여야를 막론하고 컷오프된 현역 의원들은 비슷한 사례를 여실히 보여줬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당선돼 당으로 컴백한 경우가 허다하다. 

험지 출마를 요청받은 인물 대부분은 ‘비윤(비 윤석열)계’로 이들이 탈당할 경우, 국민의힘은 이미 다져온 조직마저 잃게 될 수도 있다. 

결국 보수는 또다시 분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무소속, 제3지대 등으로 표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21대 총선서 보수의 분열은 총선 대패로 확인됐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지역을 모두 경선 지역으로 결정했다. 

받기만 하면
무조건 당선

경선을 두고, 윤정부 출신 인사들은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대통령실 사람들을 공천하지 않고, 한 비대위원장이 선택한 인물을 내세운다면, 이는 대놓고 대통령과 한 판 붙자는 얘기일 수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영남권)단수공천은 현역 의원들을 날리겠다는 소리였는데, 경선을 하게 됐다. 죽었다 깨어나도 경선에선 현역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위성정당 늦어지는 이유

지난 15일 열릴 예정이던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창당 작업이 일시 중지됐다.

정치권에서는 지도부 구성과 현역 의원을 빌려주는 이른바 ‘의원 꿔주기’ 등을 진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으로 여긴다.

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동향도 함께 살피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국민의힘 장동혁 사무총장은 “행정적인 절차는 충분히 준비된 것으로 보이지만 고려할 사항이 다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당이 연기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경상보조금도 받지 못하게 됐다.

과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갈등이 재현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국민의힘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인원은 단 2명이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고민인 모양새다. 또 국민의힘과 함께 발맞춰 ‘배신’하지 않을 당 대표와 공관위원이 필요한 상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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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