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신년기획 청룡뎐

푸른 용의 해를 만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갤러리마리서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을 맞아 신년기획 전시 ‘청룡뎐’을 준비했다. 갤러리마리는 매년 초마다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을 주제로 시리즈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현대미술 작가 12인이 자유롭고 폭넓은 해석으로 각자만의 고유성이 담긴 작품 34점을 선보인다. 

용은 흔히 ‘띠’라고 부르는 12지, 열두 동물 중 유일하게 상상의 산물이다. 소의 머리와 뱀의 몸통, 매의 발톱, 사슴의 뿔 등 다양한 동물의 신체를 조합해 만들었다고 알려진 전설의 동물. 서구권에서는 불과 악의 이미지로 각인돼있지만 동양권에서는 신성함의 상징이면서 신앙과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익살스럽고

특히 농경을 업으로 하던 우리 민족은 용을 물을 관장하는 신으로 여겼다. 실제 땅과 바다의 풍요로움을 기원하기 위해 용에게 빌던 풍습이 존재했다. 용의 위엄성은 왕권에도 반영돼 용안(임금의 얼굴), 용포(임금의 옷) 등 임금과 관계되는 대부분에 용을 넣어 호칭했다.

권위와 권력을 가진 인물을 상징하는 단어로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으며 등용문(출세를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나 ‘개천서 용 났다’는 말 등 출세와 성취의 상징으로도 사용됐다. 

작가 김동철은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캐릭터인 ‘미뇽’을 작품으로 제작했다. 실제로 본 적 없는 용의 이미지보다 이미 인간의 상상으로 만들어져 우리 눈에 익숙한 용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김성두는 작품 ‘행-청룡’을 통해 다채롭게 표현된 요일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 그 속에 우리의 삶이 흘러가고 있다는 취지다. 

김선형은 맑고 힘있게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푸른 획으로 자유롭게 노닐고 춤을 추는 듯한 새로운 자연의 정원을 표현했다. ‘Garden Blue’는 평온하고 따뜻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마음속 푸른 정원에 청룡의 형상을 결합한 작품이다.

김정옥은 서양권에서는 날개 달린 용의 이미지를 흔히 접하지만 동양권서 제작된 이미지에서는 날개가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는 작품 ‘청룡’서 작위적으로 날개를 묘사하기보다 즐겁게 날아오르는 황새와 용을 함께 화폭에 담았다. 

12명 작가 각양각색 작품
“활력 넘치는 한 해 되길”

박방영은 형식이나 재료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표현해 기운생동한 작업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작가다. 그는 ‘천룡’을 통해 의인화된 용을 표현했다. ‘혜이신, 명즉성’ 즉, 사랑으로 새롭게 하고 밝음으로 본성에 이른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반미령은 작품 ‘신세계를 꿈꾸며’를 통해 시간이 정지한 듯한 초현실적 풍경을 표현했다. 현실에 없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는 보는 이에게 긴 여운과 잔상을 남긴다. 작은 서랍 안에 열매가 들어 있고 한 쌍의 새, 포근하면서도 거대한 하늘 위 용의 모습 등은 고요하지만 생명력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경훈은 작품 ‘Look at the sky’에 맑은 하늘 옅은 구름 속 용의 이미지를 숨기듯 그려 넣었다. 일상서 느껴지는 불안감, 김장감 등에서 해방될 수 있는 순간을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어 표현했다. ‘Jeju island's Dragon’이라는 작품을 선보인 정길영은 짙푸른 제주 바다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주의 이야기와 용의 이미지를 익살스럽게 콜라주했다.


정재원은 ‘이무기입니다만…’을 준비했다. 그는 토끼나 고양이 등 의인화된 동물의 이미지에 일상 속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직 용이 되지 못하고 물속에서 살아가는 이무기의 모습을 톡톡 튀는 컬러와 질감으로 묘사했다.

지오최는 ‘Blue Dragon Family and Lover’를 통해 제주 바다서 느낀 것을 청룡의 이미지에 투사해 표현했다.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는 속담처럼 비와 물을 상징하는 상서롭고 생명력 있는 용의 의미를 담았다. 

최순녕은 작품 ‘벽사용무’를 통해 용의 춤을 표현했다. 작품에는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악보가 그려져 있다. 그는 이 음악의 멜로디가 용의 움직임을 닮았다고 말했다. 추니박은 숲을 지키는 신으로 청룡신을 그린 ‘숲의 수호자’를 선보인다. 총을 들고 숲을 뛰어다니며 악당을 물리치는 용신의 모습을 유머스럽게 해석한 작업이다. 

유머스럽게

갤러리마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12명의 작가는 익살스럽고 자유로운 주제의 해석을 통해 어느 때보다 쉽고 친근한 현대미술로 다가선다”며 “그들의 작품으로부터 푸른 용의 기운을 받아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활력 넘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