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일요초대석> 벽지서 세상을 보다 - 김종국 원로 신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2.05 13:55:05
  • 호수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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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식사 없는 나라를 희망합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유난히 추웠던 날씨에 김종국 원로 신부를 만났다. 편안해 보이는 인상으로 30년이 넘게 토마스의집을 운영했던 일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하루에 300명이 넘는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신부는 지금도 영등포역 토마스의 집은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역 6번 출구 앞에는 토마스의 집이 있다. 1970년대 여인숙과 집창촌이 있었던 장소다. 영등포 쪽방촌은 산업화에 밀려난 도시 빈민층이 몰리면서 생긴 쪽방 주거지다. 쪽방이란 부엌,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6.6㎡ 이하 규모의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나 일세를 받는다. 이곳은 현재 역세권 공공주택단지로 바꾸기 위한 공공 주도 재정비 사업이 2028년에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아직도 거주민들이 살고 있다.

30년 넘은
급식 봉사

토마스의 집은 가난하고 소외된 행려자에게 ‘빵이 곧 생명’이라는 철학으로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원래는 ‘사랑의 선교수도회’ 급식소가 운영하다가 문 닫은 자리서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매일 500명서 550명이 토마스의 집을 이용했다면, 현재는 하루에 평균 320명 정도가 토마스의 집에서 식사를 한다.

토마스의 집은 자원봉사자들이 주 업무를 한다. 주·부식 준비부터 식판에 반찬 담기, 배식 및 설거지와 뒷정리까지가 토마스의 집 일과다. 다음 날 배식 준비로 일이 더 늘어날 때도 있다. 이곳 자원봉사자들은 ‘이웃에 대한 정신적인 성원과 협력’ ‘나눔은 이웃을 비난하지 않는 것’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존경’하는 신념으로 봉사활동에 임한다.

어느 덧 올해로 토마스의 집은 32년 째 운영 중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시작은 김종국 원로 신부로부터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2일 오후 1시 서울시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서 김종국 원로 신부를 만나, 김 원로 신부가 지난 30여년간 겪은 봉사의 삶과 이 시대가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김 원로 신부는 “토마스의 집을 하기 전, 영등포교도소서 10년 동안 있었다. 가톨릭 담당으로 교도소에 있는 교인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며 “교도소에 있는데 어느 날, 영등포역서 사랑의 선교회 수사님이 무료 급식 봉사를 하다가 그만뒀다는 얘길 들었다. 이어받을 사람이 없다며 부탁받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김 원로 신부는 장고에 들어갔다. 봉사활동이야 신부된 도리로 좋은 일이라지만, 당시 그는 본당 신부인 입장이라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이런 까닭에 선뜻 급식 봉사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우선 영등포역을 방문했다. 어떤 장소서 급식 봉사를 한 것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교도소 10년, 토마스의집 30년
한 끼 대접하자 마음으로 시작

이때 김 원로 신부 눈에 들어온 것은 쪽방촌이었다. 김 원로 신부는 “쪽방도 아니었다. 거의 허물어가는 집이었다. 직접 가 보니까 어려운 사람에게 밥을 한 끼 대접하면 좋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급식 봉사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원래 급식 봉사했던 장소가 정리가 돼있지 않았던 탓이다. 김 원로 신부는 쓰레기 더미를 치우려고 리어카로 9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쓰레기를 버리는 데도 돈이 들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건물 주인이 급식 봉사를 하도록 허락해준 것이었다.

수저, 밥그릇 등 모든 것을 다 직접 사야 했다.


평신부였더라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이었다. 토마스의 집을 꾸리는 것이 너무 고생스러워 ‘내가 이런 고생을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부터 후원해주는 곳이 없으니 사비도 들어갔다.

김 원로 신부는 “물건 구매는 물론, 음식도 해야 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하더라도 처음부터 후원해주는 곳이 없어 사비를 쓰면서 체계를 잡아 나갔는데 거의 시작하자마자 거의 전국으로 알려져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그 뒤로는 잘됐다. 토마스의 집은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당시엔 무료 급식을 하는 곳도 드물었던 만큼, 노숙자들 사이서 입소문이 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토마스의 집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독거노인이다. 요즘엔 지하철요금이 무료라 시골에 거주 중인 노인들이 토마스의 집까지 원정을 오기도 한다. 시골 노인 한 명이 토마스의 집에서 무료로 식사하고 동네 노인과 같이 오는 식이다.

김 원로 신부는 “우리는 식사만 하는 게 아니라 빵, 사과, 라면도 끼워서 준다. 그래서인지 많이 온다”고 밝혔다. 무료 급식소가 전국에 있는데 꼭 굳이 토마스의 집까지 찾을 필요가 있을까? 이는 토마스의 집만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쪽방촌
지킴이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이 김 원로 신부의 지론이다. 사람이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고, 스스로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김 원로 신부는 “나도 외로울 때가 있고, 소외감을 느낀 적도 있다. 이게 쌓이면 병이 된다. 그래서 토마스의 집에 식사하러 온 사람들에게 ‘우리 님’이라고 부른다. 여기 와서 밥 먹는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높여서 부르면 존중받는 것을 느끼니까 많이 오는 것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화는 김 원로 신부가 교도소 신부로 있었을 때의 경험을 살려서 만든 것이다. 당시 영등포교도소에는 70세가 넘은 할아버지 수감자가 있었다. 교도소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대접해주는 문화가 없다. 오히려 약자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한다.

다른 수감자들이 이 70대 수감자를 ‘이 새끼, 저 새끼’라고 하면서 함부로 불렀다. 그러나 김 원로 신부는 미사에 참석했던 이 70대 수감자에게 큰 목소리로 “젊은 오빠, 어디 계십니까!”하고 불렀다. 70대 수감자는 손을 번쩍 들고 앞으로 나왔다.

김 원로 신부는 그를 ‘젊은 오빠’라고 부르면서 챙겨줬다. 다른 사람들도 챙겼지만, 선물을 주더라도 먼저 주는 식이었다. 이때부터 교도소 안에서 70대 수감자의 별명이 ‘젊은 오빠’로 바뀌었다. 이 수감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함부로 부르던 명칭도 사라졌다.

김 원로 신부는 “사람을 존중하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 수감자들은 절도범이 많았는데 강도, 강간, 살인미수는 기본이었다. 그래도 존중받으면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토마스의 집에 독거노인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노인들이 많이 오는 편이지만, 젊은 사람도 많이 온다. 초반에는 대부분이 남성이었다면 지금은 여성들도 찾아온다. 이곳에서 함께 식사하면 개인이 아닌 ‘우리’가 된 것을 느낀다는 것이 김 원로 신부의 말이다.

대부분
노인들

현재 토마스의 집은 외국서 자원봉사자가 올 정도로 입소문이 났다. 외국서 한국으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토마스의 집에서 식사했던 사람들이 김 원로 신부에게 인사하러 오기도 한다. 밥을 다 먹고 난 뒤 조용히 “신부님, 잘 먹었다” “나중에 제가 복직하게 되면 꼭 이 은혜를 갚겠다” 등의 인사를 하며 떠난다.

직접 만든 수세미를 기부하기도 하고, 자신이 파는 물건이 남으면 쓰라고 가져오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김 원로 신부는 “결국 사람은 정에 굶주리면 가장 힘든 것인데, 이곳에서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같이 식사를 하면서 정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신앙을 실천하는 것이고, 주님은 나에게 가까이 있는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토마스의 집 외에 다른 무료 급식소들이 생겨서, 이제는 이곳이 아니더라도 밥을 굶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김 원로 신부는 봉사활동을 끝낼 생각이 없다.

“언제까지 봉사를 이어나갈 생각이시냐”는 질문에 김 원로 신부는 “글쎄, 그만두라고 할 때까지 할 생각이다. 만약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중에는 한국에 토마스의 집 같은 무료 급식소가 아예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사회가 발전한 것이니까”라고 답했다.

김 원로 신부와 토마스의 집 외에도, 현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특히 젊은 층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러면서 해당 문제 역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로 신부는 “극단적 선택이나 마약 같은 정신병은 소외감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을 겪는 사람 중에는 청년이 많다. 이것도 결국 사랑이 배제된 사회라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공부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사업 및 삶의 도전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원했던 공부만 했더라도 그대로 살 수 있는 사람도 있는 데 반해, 돈을 들인 것에 비해 자기 자리를 잡는 사람이 드물 수도 있다. 결국 청년들이 사회에 나가 설 자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가난하고 소외된 행려자 지원
외국서 자원봉사자가 올 정도

김 원로 신부는 “청년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설 자리가 없으니 계속 불안해지고 더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을 상담하면 대부분 우울증이 있다. 소화가 안 되고, 답답해하다가 호흡까지 안 되는 사람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이 문제를 해결할 수있는 방법은 서로 대화를 하는 것인데, 이 방법이 잘못되면 안 된다.

김 원로 신부는 “종교가 도움을 준다. 자기를 마음껏 드러내는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러니 점점 더 외골수가 되고 대인기피증도 생긴다. 상담하러 오면서도 ‘너 지금 나를 감시하러 왔지’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편하고 좋은 마음으로 대화하기 힘든 것은 이 시대가 병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종교를 갖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꼭 성당을 강요하지 않았다.

김 원로 신부는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게 종교다. 어느 종교든 상관없다. 불자는 불자대로, 예수님 믿는 사람은 예수님 믿는대로 가는 것”이라며 “종교관 속에서 자신이 편안해지고, 스스로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게 좋다. 결국 사랑은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신념을 전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편안한 대화는 쉽지 않다. 고부 갈등, 상사-직원 간의 갈등, 부모-자식 간 등의 갈등이 난무하는 탓이다. 

이는 모두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날 때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들어주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면 그냥 조용히 들어주는 미덕이 필요하다.

김 원로 신부는 “자신의 마음을 여는 것은 정말 쉬운 것이 아니다. 내려놓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말은 쉽지 누구나 청산유수같이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행동으로 하는 것은 어렵다. 자존심이 깎인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니 지금 시대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의 힘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다고 모든 종교가 옳다고 볼 순 없다. 끊임없이 이슈되는 종교 내 성 문제 역시도 그의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성은 축복이지만, 이를 남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결국 제대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기성 종교인들이 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잘하면 이런 문제도 없을 텐데,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은 결국 종교인들이다.

사창가서
살던 수녀님

김 원로 신부는 “그렇다고 모든 종교인이 잘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인근에 있는 사창가서 살던 외국 수녀님도 있었는데 본국으로 돌아가셨다”며 “처음엔 사창가 사람들이 수녀님에게 ‘저 X이 우리 잡아먹으려고 들어왔다’고 욕하며 삿대질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생활하면서 아이들을 키워줬다”고 말했다.

그는 “밥도 나눠주고, 나도 근처에 있으니 식사를 나눠주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사회가 좋아지는 것 아닐까”라고 마무리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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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