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대담> 요즘 정말 바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를 만나다

“한동훈, 대통령 잘못 용기 있게 말하라”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박희영 기자 = 벌써 4명이 떠났다.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분열은 통상 있던 이야기지만, 지금 분위기는 어쩐지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의 최근 분위기는 상당히 혼란스럽다. 여기에 더해 공천을 목전에 둔 현재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지도부의 리더십이 빛을 발해야 할 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지난해 9월 국회서 가결된 이후, 박광온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전원 사퇴해 버렸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홍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6개월 동안 국정감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예산안 처리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을 끊임없이 소화해 왔다. 

지금도 쉴 틈 없이 총선 승리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그의 빠른 발걸음이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겠다고 대신 답하는 듯 보인다. 정말 바쁘다. 인터뷰 중에도 끊임없이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 <일요시사>가 홍 원내대표를 만나 정치 현안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9월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 선임됐다. 지난 6개월간 소회를 밝힌다면?

▲충실히, 제대로 해내는 데 가장 큰 힘을 쏟았다. 많이 부족하지만 당의 단합과 결속을 다져, 하나된 힘으로 윤석열정부 심판과 총선 승리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당내 다양한 의견이 소통되는 데 힘써왔다. 

아울러, 원내 운영을 강하면서 유능한 정책과 실력을 갖춘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금까지 큰 실수 없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동료 의원들의 협력과 도움, 당원과 국민 여러분의 성원 덕분이다. 올해는 총선이 있는 중요한 해다. 민주당의 승리가 국민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중도층 비율이 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은?

▲중도층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당에도 지지를 보내기 꺼리는 ‘부동층’이라고 부르고 싶다. 윤정부와 여당의 거듭되는 실정과 오만, 독선에 대한 실망이 민주당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이 신뢰를 주실 만큼은 아니다. 

국민이 보시기에 흡족할 때까지 치열하게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여기에는 왕도가 없다. 더욱 겸손한 태도로 어려운 민생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에 충실하면서 신뢰를 충분히 드리는 것이 전부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서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호남 민심을 회복하기 위한 복안이 있는지?

▲호남은 특정한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지역이 아니다. 중요한 시기마다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시대정신을 가장 잘 구현할 정당에 힘을 모아주셨다. 우리 당에도 필요하면 회초리 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곳이다. 윤정부의 실정과 민주주의 후퇴를 막아 달라는 게 호남의 요구다.

민주당이 이런 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진 이유다. 누가 윤정부의 실정을 책임 있게 막아서고 싸울지에 호남의 민심이 달렸다. 앞으로도 민주당은 호남의 뜻을 받아안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 

-우후죽순 출몰한 제3지대의 지지율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데, 앞으로 파급력이 더욱 세질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우리 당에서 함께하지 못하고 나가신 분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기존 양당정치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한 대안으로서 긍정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도 이런 움직임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응해 혁신과 통합을 이루어내는 데 힘써 나가겠다. 결국 제3지대는 윤정부 심판이라는 큰 바다에서 또다시 만난다. 

다만, 그분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떤 가치를 가지고 설계할 것인지 정당의 비전과 가치를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그런 상태서 단순히 이합집산하면 기존에 1당, 2당 비판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당이 된다.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대표가 “단순히 한 번 모였다가 흩어지는 떴다방처럼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고 얘기한 것처럼 말이다.

“붙잡았지만 결국 떠난 인물들 판단 존중”
“친명·비명 없이 우리 모두 똑같은 당”

-이낙연 전 총리의 새로운미래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연대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는지?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져왔다.

▲이 전 총리와 개혁신당 이 대표가 우리 사회의 가치와 지향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두 분 다 명확히 드러내지 않아서 연대 가능성을 어디까지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국민 대부분도 물음표이지 않을까? 다만, 수준 높은 정치의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 가치와 비전이 아닌 정치공학식의 세력 결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여기지 않으리라 본다. 

-국민의힘 소속이 된 이상민 의원을 시작으로 최성 전 고양시장과 원칙과상식 등 민주당 내 비주류로 불리는 이들이 탈당했다. 이 전 총리와 달리 붙잡지 않은 이유는?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모두 우리 당에서 함께 정치를 해오신 소중한 분들이다. 물밑에서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설득했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탈당한 부분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적 행위자로서 판단하신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한다. 정치인은 자신의 선택에 끊임없이 책임을 지고, 국민께 설명하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각자 최선을 다해 국민께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총선을 앞두고 ‘비명 학살’ 의혹이 나온다. 우려를 종식시킬 방법은 무엇인가?

▲민주당 공천은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을 반복해서 말씀드렸다. 지도부 입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관리다. 크게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앞으로도 원칙에 충실한 공천관리를 해나갈 계획이다. 언론서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을 가르는 분열적 단어부터 자제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민주당이다. 

-지난달, 이태원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통령실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굉장히 아쉽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9건은 대통령 직선제 이후 최대 건수다. 그러나 사회통합 차원서 수용했어야 할 문제다. 여당은 아예 윤석열 대통령의 거수기가 돼 입법부가 통과시킨 법에 거부권을 건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부권 행사에는 이유도, 명분도 없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이미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국회의장의 중재안이기 때문이다. 특조위 활동 시기를 총선 이후로 하고 기간도 단축하는 등 민주당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양보를 거듭했다. 


표결 당시에도 국민의힘은 부당한 법이라고 하면서 퇴장하지 않았나. 참 답답하다.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정당성이 없는 거부권 남발로 무력화시키는 행태와 다를 게 없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한 마당에 국회서 200석을 넘겨 통과하는 게 쉽지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사안이 21대 국회서 해소되지 않는다면 22대 국회서라도 계속 다룰 생각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국회의원을 250명으로 감축하는 법안을 개혁안으로 제시했다. 어떤 뜻인가?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연일 많은 말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게 없다. 한 비대위원장의 국회의원 250명 감축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김건희 특검법’에 관한 질문을 회피하는 이유는?

▲한 일간지서 한 비대위원장의 한 달 발언을 분석한 게 있다. ‘이재명 민주당’은 158회다. ‘윤석열·김건희’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대형화재로 큰 피해를 받은 상인은 윤 대통령의 위로 한 마디 듣지 못했다. 화재 현장을 배경 삼은 윤석열-한동훈 정치쇼까지 온 국민이 다 지켜봤다. 한 비대위원장은 아직 윤 대통령의 강력한 영향권 안에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지금은 분열 수준 아니라고 생각”
“거부권 행사 군사 작전하듯 결정”

윤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 거부는 자신의 가족만 지키면 법, 질서, 경제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무책임한 태도다. 여기에 부화뇌동하며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한 비대위원장과 여당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윤석열 아바타’가 아니라면, 윤 대통령의 잘못을 용기있게 지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을 거부한 것을 두고 재표결이 이뤄질 방침이다. 국민의힘 이탈표가 나올 수 있을까? 이와 함께 쌍특검 재표결은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국민의힘은 거부권 행사를 통해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인다. 선거전략으로 본인들이 먼저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 불법행위에 대한 국민 의혹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나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위법 가능성을 살펴본 다음에 재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2월에 국회가 바로 열리는데, 법적으로 열어야 하는 국회 본회의다. 권한쟁의 청구를 하고 우리가 재의결해버리면 이상하다. 현재로서는 쌍특검법을 늦어도 2월 국회서 처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 이탈표에 대한 기대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설사 공천서 탈락한다고 해서 여당 의원 중 일부가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검찰도 인정한 부분이 김 여사 모녀가 23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소환 조사나 압수수색이 없었다.

(여당은)문재인정부 시절 검찰이 철저하게 조사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수사 지휘 선상에 있던 게 한 비대위원장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었다. 

-소통 부문서 윤 대통령의 행보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평이 나온다. 직접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윤 대통령만이 아니다. 김 여사는 아예 사라졌다.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대통령이 부인의 명품백 수수 문제와 주가조작 등 범죄 의혹에 관한 질문을 받기 두려워 신년 기자회견도 열지 못하고 있다. 매우 불행한 일이다. 지지율도 낮고, 국민의 비판이 큰 상황서 대통령이 나서는 것 자체가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여권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잠깐 사라지면 잘못도 없어지고, 선거도 이긴다는 인식인데,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성동구를 떠나 서초구에 출마한다. 민주당 험지로 분류되는 곳에 자진해서 출마하는 이유는?

▲공적인 이유가 있고, 사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민주당이 대통령선거서 졌고, 지방선거도 졌다. 선거에 연이어 패배에 따른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당 시절 3선 의원이면서 정책위의장 등의 주요 당직을 맡았었는데, 나 역시 책임이 간단치 않은 사람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남 3구의 주민 수가 충북도의 인구와 맞먹는 160만명이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패배하면 앞으로 있을 선거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에 나서 민주당 미개척지를 개척하고 싶다. 사적인 이유는 역시 가족이다. 정치하면서 늘 미안했다. 사실 서초구는 배우자에게 익숙한 지역이다. 개인적인 사유는 가족이 심리적으로 편안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서다. 

-민주당은 왜 분열하는가?

▲동의하지 않는다. 분열과 갈등은 당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부분이다. 갈등을 통합하고 추슬러가며 당이 하나가 되도록 당을 이끄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애초부터 생각이 다 같고 갈등이 없으면 리더십이 존재할 이유가 뭔가? 리더십은 어느 정도 분열돼 이해관계나 판단의 차이가 있는 집단을 통합적으로 관리·운영하는 게 역량이다. 

통상적으로 여당보다는 야권 분열이 더 많이 일어나는데, 지금 우리 당의 상황은 그다지 큰 분열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 아쉽게 탈당하신 분들이 있지만, 추가 탈당이 있으리라 보지 않는다. 지금 탈당도 분당 수준은 아니다. 

-<일요시사> 독자에게 건네는 덕담 한 마디

▲갑진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고단한 매일매일을 보내시는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정치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정치권이 선의의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 21대 정기국회를 끝까지 잘 마무리하는 게 원내대표의 소임이기도 한 만큼 산적한 민생 입법 과제들을 잘 처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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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