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융얼 스캔들’ 내부 폭로 이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23 14:56:22
  • 호수 14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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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구서 법카 100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소 산업 발전을 위해 세워진 사단법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수융얼)가 예산 횡령 의혹에 휩싸였다. 수융얼서 근무한 실무자들은 ‘알O문구’서 법인카드로 많게는 1000여만원을 긁었다. 이들은 반포동 수융얼 사무실서 무려 13km 이상 떨어진 구로3동 알O문구점을 활용하다 덜미를 잡혔다.

지난 3월경 수융얼 인력양성 담당 팀장인 박선영씨의 내부 폭로를 통해 비리가 드러났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수융얼서 발생한 입찰 비리와 법인카드 현금화 등의 혐의를 받는 전현직 직원들은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법인카드 현금화 혐의를 받는 전·현직 직원들은 경찰수사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융얼은 지난 2017년 ‘수소경제 활성화’ 기조에 따라 민·관협의체로 출범했다. 회원사는 137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소산업진흥 전담기관으로 지정돼 수융얼 예산의 10%는 국가의 예산이 투입된다. 기관장은 무역보험공사 사장과 산업부 제2차관을 지낸 문재도 회장이다.

10% 국가예산

최근 산업부와 경찰 등의 조사 결과, 수융얼이 수행한 13개 사업 가운데 11개서 속칭 ‘카드깡’ 정황이 포착됐다. 

박씨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수융얼 표준인증실의 조씨와 변씨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위치한 알O문구서 2022년 4월경 법인카드로 126만원을 결제했다. 이들은 알O문구를 ‘알O은행’이라고 일컬었다. 이곳에서 국민의 혈세인 수융얼 법인카드로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장부를 위장하고 현금으로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알O문구에는 조씨의 수융얼 실장 명함이 붙어있는 장부가 존재했다. 열어보니 ‘카드 입금’이라고 적힌 내역이 최소 20건 이상 적혀 있었고 금액은 90만~240만원까지 다양했다. 또 카드깡임을 암시하는 ‘받을 돈 26만원’이라는 메모도 적혀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번 결제한 뒤, 각각 언제, 얼마를 빼갔는지도 기록됐다.

박씨에 따르면 이들은 미리 선결제를 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받아서 접대, 술값 등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실제로 조씨와 성씨가 나눈 대화 녹취록에는 “(조씨가)와인은 당신이 준 게 있으니까, 내 것 가져갈 거고. 알O문구서 50만원이든 좀 지원을 받아서 여유 있게 돈을 갖고 있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기록됐다.

그러자 변씨가 “거기로 출근해서 받아서 오겠다”고 답한다. 이후 조씨가 “알O문구서 50만원은 가져 갔어요? 어제 시간이 안 됐을 텐데…”라고 하자, 변씨가 “했습니다. 바쁘지만 할 건 다하는 ㅎㅎㅎㅎ”라는 대화 내용도 존재했다.

제보자 박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수융얼의 내부 비리는 수없이 많고 앞으로도 계속 폭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카드깡 외에도 지난 2021년 실시한 인력양성사업에 부실 의혹이 제기됐다. 예산 9000만원이 투입된 인력양성사업 입찰에는 단 1개의 기업만 참여해 단독으로 사업을 따갔으며 참가한 교육생이 1명뿐인 교육도 있었다는 것이다.

반포서 구로까지···40분 떨어진 문구점에 왜?
“50만원 출금했다” 혈세로 긁은 카드깡 의혹

산업부는 당시 “아직은 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실관계 확인과 사업 전담기관 감사를 통해 위법한 사실이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국고의 낭비 실태가 드러나자 내부 제보자 박씨는 수융얼서 해고 위기에 놓였다. 앞서 박씨는 2022년 7월경 산업부 수소산업 관계자에게 수융얼의 문제를 알렸다. 이 과정서 박씨가 내부 제보자라는 사실이 수융얼 측에 알려졌다.

박씨는 산업부 과장에게 연락했다는 이유로 당시 수융얼 단장 김모씨로부터 질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7월 말 국회의원실에도 해당 문제를 알렸다. 의원실서 산업부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과정서 박씨의 신분이 수융얼 내부에 또다시 알려졌다.

공익제보자 보호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박씨는 그해 11월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팀에 신고했다.

이후 2023년 1월 수융얼은 박씨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몰아 보복성 징계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박씨는 2022년 10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조사를 받았고, 컨설팅용역 계약업체의 인력 채용 시 직접 인사권을 행사했다는 등의 이유로 사내 노무조사를 받게 됐다. 

수융얼 징계위원회는 2023년 1월9일, 박씨에게 3개월씩 총 6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당시 박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직원 C씨의 진술은 수융얼 측의 계획된 모함에 가까웠다. 특히, C씨는 박씨가 온라인 메시지로 ‘OO’식의 단답형으로 답했다는 것을 두고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C씨는 업무에 관한 피드백에 ‘무난함’ ‘본부장님 지침 받을 것’ 등으로 답변받은 것을 두고 “박씨에게 의미가 불분명한 대답을 들었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돌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몰렸고, 수융얼은 이를 받아들여 박씨에게 정직 6개월 처분을 내렸다. 앞서 자료를 요구했던 의원실도 박씨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라는 수융얼 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개입을 중단했다.

이에 박씨는 부당함을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 향했다. 위원회는 부당징계라는 판정을 내렸고 억울함을 벗었다. 그러나 수융얼은 불복했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다시 판단을 구하면서 추가 분쟁을 겪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직원 송치
공익제보자는 부당징계 논란

중노위는 C씨의 주장들을 사실상 전부 기각했다. C씨 주장을 근거로 박씨에게 정직 6개월을 처분한 수융얼의 판단도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이에 중노위는 박씨를 복직시키고 그동안 밀린 임금도 전액 지급하라고 수융얼에 주문했다. 긴 갈등 끝에 지난해 8월 중노위는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수융얼도 반격했다. 지난해 8월 JTBC 보도 이후 수융얼은 산업부 출입기자들에게 “공익제보로 인한 보복성 징계가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과 부정 채용으로 인한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자 업계 전문지 4개 언론사도 이를 보도했다.

2023년 9월 언론중재위원회는 수융얼의 편파적인 입장이 담긴 4건을 모두 정정보도하라고 결정했다. 이 중 1개 언론사는 손해배상금까지도 지급하라고 의결했다. 박씨는 법률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해당 언론사와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수융얼이 산업부 지정 수소산업진흥전담기구지만, 감사대상기관은 아니라는 점에서 관리감독을 투명하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씨를 보복성 징계한 것에 대해선 “내부고발했다고 불이익을 준 사례는 전혀 없다”며 “그 사람이 부하직원 정보를 SNS에 올려서 중앙노동위서 인정된 징계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리감독 부실

박씨는 정직 6개월을 마친 지난해 7월11일에 복직했으나 업무서 배제된 채 사무실 벽 쪽 빈 책상들 사이에 홀로 앉아 근무하는 인사상 불이익을 겪고 있다. 같은 해 11월23일에는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이 ‘공익제보자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박씨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수소융합얼라이언스에 이직한 지 5개월 만에 1억원 상당이 되는 입찰자가 정해진 입찰 비리를 제안받았다”며 “그 지시를 거부하는 순간부터 제 직장생활은 꼬이기 시작했고 공익제보자라는 길을 걷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후회한 적 없다. 더욱 공론화에 나설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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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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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