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투입 ‘수융얼 카르텔’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05 15:29:26
  • 호수 14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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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주고 당겨준 ‘산피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정부 예산이 투입된 사단법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이하 수융얼)가 입찰 비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3월 말, 일부 혐의를 인정받는 전현직 직원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수융얼은 수소 산업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세워졌다. 내부를 들여다보니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관계자들의 용역 일감을 주고받는 ‘카르텔’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수융얼 전현직 직원들은 문구점서 법인카드로만 수천만원씩 결제하고 다시 현금으로 돌려받는 ‘카드깡’ 행위를 저질렀다. (참고 <일요시사> ‘수융얼 스캔들’ 내부 폭로 이후…) 나아가 실효성이 불투명한 ‘수소 산업 인력양성 교육과정 개발’에 1억원 가까이 사용하면서 횡령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교육 개발사업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단독 진행하도록 몰아주면서 입찰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법카 유용
내부 폭로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 출신의 김 단장은 수소 업계 석박사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 지원사업인 이른바 ‘수소에너지산업 고도화 인력양성사업’을 추진했다.

수융얼은 수소특별법에 따라 수소경제이행촉진을 위해 산자부로부터 일부 예산을 지원받는다. 그 예산과 자체 수주한 프로젝트 용역 비용, 회원사 회비 등으로 수소경제 이행에 필요한 각종 사업을 효율적,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수융얼 경영진들은 용역 및 지원사업을 통한 예산 배분으로 카르텔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단장은 1억원 규모의 용역사업(수소에너지산업 고도화 인력양성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라고 수융얼 실무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업의 목표는 ‘수소산업 전문인력양성을 위해 KOLAS(한국인정기구)의 적합성 평가 교육과 수소산업 분야 기초 기술교육 제공’이다.

수융얼이 나라장터에 공고한 해당 사업은 KCL이 단독으로 낙찰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애초부터 수융얼이 추진한 ‘수소에너지산업 고도화 인력양성사업’의 나라장터 입찰제안서를 KCL 측이 작성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 결과, 2021년 7월경 수융얼 담당사원 A씨는 KCL로부터 ‘수소 에너지산업 고도화 인력양성 사업’ 제안서를 이메일로 받았다.

KCL이 사업을 낙찰받기도 전에 제안서를 직접 작성하고 거꾸로 수융얼에 보낸 것이다.

수융얼 사원 A씨는 KCL로부터 받은 사업제안서를 곧바로 창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정모씨에게 보내 수정을 요청했다. 2021년 9월 수융얼은 창원대 정 교수가 수정한 ‘수소 에너지산업 고도화 인력양성 사업’ 제안서를 나라장터에 공고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입찰 비리 의혹
MB 자원외교 앞장선 문재도 책임론

KCL은 해당 사업에 단독 입찰했다. 이어 창원대 정 교수와 가천대학교 김모 교수 등이 평가위원으로 참석한 평가위원회서 2021년 9월27일 낙찰받았다. 한 달 뒤인 10월부터 진행된 해당 용역사업은 12월까지 진행됐다. 제안서 작성, 평가, 낙찰 과정까지 사전에 공모한 자들의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수융얼은 산자부서 내려온 예산 9000여만원을 KCL에 투입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5회 진행한 교육 중에 1~3명만 참석한 날도 있었다. 2개월 동안 총 38명이 참여한 수업에 강사료는 무려 2000만원 이상 투입됐다. 

입찰 비리 혐의로 얼룩진 ‘수소 에너지산업 고도화 인력양성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서 발주했다. 수융얼은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산자부 예산을 직접 받을 수 없는 구조다.

해당 사업은 석박사 과정 학생 전문인력양성을 목표로 2021년부터 내년 12월31일까지 총 사업비 약 9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밸류체인별 교육프로그램 개발·운영’ ‘교육 인프라 확보’ ‘산학연계 인력양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했다.

2021년 12월 해당 사업의 결과보고서가 나오면서 부실 논란이 제기됐다. 1명뿐인 교육생을 받아 교육을 개최한 것은 물론, 결과보고서 내용이 사업수행 계획서와 똑같은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부실 논란이 커진 와중에도 사업을 추진한 김 단장과 그를 따르던 수융얼 본부장 이모씨는 2022년도에도 해당 사업을 KCL에 주자고 했다고 전해졌다.

KCL은 산자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 등의 용역수행은 그대로 하면서, 감사는 피할 수 있다. KCL은 국가인증기관임에도 2015년 7월, 민법32조에 따른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법적 지위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1500억원이 넘는 매출액에 대한 세제 혜택은 물론, 감사도 피할 수 있었다. 

짜여진 
시나리오?

이렇듯 예산 소진 및 사업결과를 쉽게 얻는 목적에 부합되는 KCL은 행정편의와 카르텔 관리, 배임 횡령 등의 유착관계를 형성하며 악순환을 조성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융얼이 교육사업을 자체 진행할 경우, KCL서 받을 수 있는 각종 행사 개최 예산 등도 받을 수 없다. KCL은 수융얼 교육사업을 수행하면서 ‘수소 전문 교육기관’이라는 명분을 쥘 수 있고, 향후 수소 산업 관련 인증업무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2021년 12월 수융얼 교육사업을 KCL이 수행하면서 수소 전문 교육기관이라는 실적을 쌓았고, 이를 기반으로 2022년 상반기에 고용노동부 컨소시엄 사업 수소 관련 교육기관으로 인증을 받았다. 

수소산업 비전문기관인 KCL에 교육사업을 맡김으로써 부실한 결과를 도출케 한 수융얼은 수소산업 발전을 저해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당초 사업을 추진한 김 단장은 KCL과의 유착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김 단장은 자신의 직속 부하인 이 본부장에게 “박선영 인력양성 팀장이 ‘수소 에너지산업 고도화 인력양성 사업’을 KCL이 아닌 다른 데 주자고 할 것”이라며 “잘 꼬셔서 KCL에 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김 단장의 비위 행각을 알게 된 박선영 수융얼 인력양성 담당팀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느껴 입찰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박 팀장이 내부 문제를 외부에 제보한 2022년 7월경부터 수융얼의 부실 운영 실태가 서서히 드러났다.

용역 주고받기
일감 몰아주기

이에 산자부도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박 팀장은 2022년 11월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신고했다. 이어 지난해 3월 KCL 입찰에 관여한 수융얼 직원 등은 수소경제육성 및 수소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57조에 따른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수사 당국은 KCL의 사업제안서를 검토해주고, 해당 입찰의 평가위원으로 참석했던 창원대 정 교수에 대해선 입찰 비리 사건에 공모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앞서 박 팀장은 김 단장에게 우회적인 협박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단장은 박 팀장의 제보를 도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직원을 질책했다. 박 팀장이 2022년 7월경 산자부 수소산업 관계자에게 수융얼의 문제를 고발한 사실이 김 단장 귀에 들어가면서다.

당시 김 단장은 “감히 산자부 과장에게 연락했다”며 박 팀장을 직접 나무란 것으로 전해진다. 공익제보자 보호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앞서 수융얼은 지난해 1월9일 ‘직장 내 괴롭힘’과 ‘불법 채용 및 지시명령 불이행 등 기타 징계사유’로 안건을 나누어 박 팀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2회 개최했다. 이에 따라 각각 3개월씩, 총 6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 당시 박 팀장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직원이 신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자라고 주장한 C씨의 진술은 의도된 것에 가까웠다. C씨는 박씨가 온라인 메시지로 ‘OO’식의 단답형으로 답했다는 것을 두고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돌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몰렸다. 박 팀장은 부당함을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로 향했다. 위원회는 부당징계라는 판정을 내렸고 억울함을 벗겨줬다. 그러나 수융얼은 불복했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다시 판단을 구하면서 추가 분쟁을 겪었다.

입맛대로 사업계획서 작성
알고 보니 단독 참가 낙찰

중노위는 C씨의 주장들을 사실상 전부 기각했다. C씨 주장을 근거로 박 팀장에게 정직 6개월을 처분한 수융얼의 판단도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이에 중노위는 박 팀장을 복직시키고 그동안 밀린 임금도 전액 지급하라고 수융얼에 주문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 C씨는 입찰 비리로 검찰에 기소된 직원으로 밝혀졌다.

현재 수융얼 측은 박 팀장에게 보복성으로 의심되는 인사와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보복성 징계가 아닌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징계조치”라고 전했다. 또 이른바 ‘카드깡’ 논란에 대해선 “항목간 전용에 해당하는 것이며,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이 확정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여전히 입찰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직원에 관한 입장은 없다.

문재도 수융얼 회장의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엄연히 국고를 낭비한 비위 행각이 드러났음에도 최고책임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 회장은 이명박정부 시절 자원외교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제25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문 회장은 과거 자원개발원전정책관과 산업자원협력실 실장 등을 맡았다.

MB정부 시절의 최고 리스크로 꼽히는 것이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에서 추진된 자원외교의 손실이다. 당시 33조8000억원을 투자했지만, 13조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자원외교가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던 이유는 사업성 검토 없이 무분별한 투자를 자행했기 때문이다.

2018년 당시 문재인정부는 해당 사업을 ‘적폐’로 규정하고 검찰 수사 대상에 올렸다. 이는 산자부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MB정부 시절 지식경제부(현 산자부) 출신인 문 회장은 2018년 5월 말 무역보험공사 사장 자리서 내려왔다. 당시 산자부 내부에선 문 회장이 해외자원 개발업무 담당자였다는 것이 원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산자부 어르신
문 회장님 뭐하나

당시 산자부는 “조사 대상은 검찰이 판단할 부분이지만 공사 사장, 산자부 공무원, 청와대 등 범위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당시 에너지와 자원외교 업무를 담당했던 현직 간부들이 사의를 자발적으로 표명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면 스스로 옷을 벗는 인사가 상당수 나온다”고 답했다. MB 자원외교 비리 논란으로 무역보험공사 사장 자리서 내려왔던 문 회장이 수융얼 비리는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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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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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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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