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혼자서…’ 대한민국 고독사 보고서 해부

“50대 남성이 홀로 죽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독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단위의 실태조사 결과를 내놨고 법의학자는 법의부검 사례서 ‘고독사’로 사망한 이들을 찾아냈다. 여성보다는 남성, 그중에서도 50대 남성에 집중된 사망 원인. 누가 이들을 고독한 죽음으로 몰아갔을까?

지난 10일, 광주 서구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홀로 살던 그는 평소 심혈관 질환을 앓던 중이었고 2013년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지정됐다. 매달 지자체가 지원하는 60만원으로 생계를 꾸리다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지난 3일에도 광주 동구서 60대 남성이 숨진 지 10여일 만에 발견됐다. 12월 중순 이후로 소식이 끊기자 직접 방문한 집주인이 발견했다. 자녀와 떨어져 홀로 살던 중이었다.

이상 죽음

정부와 정치권이 고독사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2020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법률’(이하 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됐고 2022년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사안의 원인을 파악하고 방지를 위해 대책을 세우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면 고독사에 대한 부분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 셈이다. 

고독사 예방법 제2조에 따르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이다. 단순히 혼자 사망했다거나 사망하고 시간이 흐른 뒤 발견됐다고 해서 모두 고독사로 분류되진 않는다. 


2022년 12월 보건복지부는 2017년~2021년 고독사 발생 현황 등을 조사한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 차원서 진행한 최초의 조사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2412명, 2018년 3048명, 2019년 2949명, 2020년 3279명, 2021년 3378명 등 대체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전체 사망자 수에서 고독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 내외로 집계됐다. 

고독사 사망자 수는 매년 남성이 여성에 비해 4배 이상 많았고 2021년에는 그 격차가 5.3배까지 커졌다. 5년 새 연평균 증가율은 남성이 10%, 여성이 5.6%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전체 사망자 중 고독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이 약 1.3~1.6%, 여성은 약 0.3~0.4%로 확인됐다.

모든 지표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연령별로는 50대서 가장 높았다. 전체 사망자는 고연령자일수록 많지만 고독사는 50대와 6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5년 새 고독사 사망자 중 50~60대 비율은 52.8~60.1%로 나타났다. 20~30대 비중은 6.3~8.4%로 확인됐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제43권 제4호)에 나주영 부산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고독사 관련 논문이 실렸다. ‘법의부검 자료를 통한 고독사에 관한 고찰’ 논문은 2017~2021년까지 시행한 664건의 법의부검 사례를 바탕으로 고독사 현황을 다뤘다. 

이혼·별거로 찢어진 가족
건강 안 챙기고 술에 의존


법의부검은 병사로 확정되기 전의 죽음인 변사로서 경찰에 신고된 죽음 중 초동수사 후 법원의 압수수색 검증 영장에 근거해 시행되는 부검을 말한다. 고독사 예방법에는 사망 후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고독사로 지칭했다. 나 교수는 이 일정한 시간을 3일 이상으로 정하고 대상을 추려냈다. 

그 결과 664건의 법의부검 사례 중 고독사의 정의에 부합한 것은 128건(19.3%)으로 나타났다. 이 중 남성이 108명으로 여성(20명)보다 5배 이상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51명(39.8%)으로 가장 많았고 60대와 40대가 각각 30명(23.4%), 28명(21.9%)로 뒤를 이었다. 20~30대 사례도 8건(6.3%)으로 집계됐다. 

남성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28명의 고독사 중 40대 25명(19.5%), 50대 44명(34.4%) 60대 27명(21.1%)으로 확인된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도 50대가 26.5%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5.5%로 뒤를 이었다. 두 조사에서 고독사에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50대 남성이 꼽힌 것이다.

2022년 서울시복지재단서 내놓은 ‘2021년 고독사 위험 현황 연구’ 자료서도 50대 남성은 60대에 이어 고독사로 가장 많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난다. 2016년 같은 기관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50대 남성이 가장 많았다. 논문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이상 죽음’이라고 봤다. 일반적인 사망 시기가 아닌데도 죽음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고독사에서 나타나는 이상 죽음 현상은 50대 남성, 범위를 조금 더 넓히면 40~60대 남성에 집중돼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나 교수의 논문 등에서 50대 남성이 고독사에 취약한 이유로 “이들 연령대가 건강관리 및 가사노동에 익숙하지 못하며 실직이나 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시기”라는 점이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혼, 별거 등의 이유로 가정서 튕겨 나온 50대 남성이 사회적 유대에 있어 여성보다 경직돼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새로운 취미를 갖거나 관계를 맺는 게 다른 연령대에 비해 서툴러 고립을 자처하고 이 과정에서 알코올에 의존하면서 건강관리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5배↑
50대가 40% 가장 많아 

20~30대서도 고독사로 사망한 사례가 있지만 이들은 극단적 선택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홀로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뒤늦게 발견된 사례가 대다수였다. 50대 이상 고독사 사례서 질병이 원인인 경우가 많은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실제 고독사 사망자 중 63%서 0.03% 이상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확인됐다. 0.03%는 현행법상 음주 운전단속 기준으로 자제력 상실, 판단력 감소 등으로 인해 술에 취한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고독사 사망자에게서 검출된 평균 알코올농도는 0.074%였다.

시신이 부패하면 체내 알코올이 형성될 수 있어 혈중 알코올농도 0.03% 이상인 경우만 따지면 128명 가운데 80명이 이에 해당했다. 

여기에 고독사의 증가 원인으로 꼽히는 1인 가구의 증가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특히 비자발적 1인 가구의 경우 자발적 1인 가구나 다인 가구와 비교해 고독사에 매우 취약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실제 나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결혼 상태를 확인한 110명의 사례 중 이혼이나 별거 상태가 61명(47.7%)으로 나타났다.

미혼이 44명(34.4%)으로 뒤를 이었다. 


사별로 인해 혼자 살다가 고독사로 생을 마감한 경우는 2명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이혼이나 별거로 일반적인 가족 형태가 파괴된 경우 고독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독사가 발생하는 주거시설을 봐도 사회적 원인이 드러난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는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빌라 등 주택서 전체 고독사 사망자의 절반이 발견됐다.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 중심으로 고독사 위험군 발굴이 필요하며 예방 체계구축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나 교수의 연구서도 주택 비율(44.5%)이 가장 높았고 원룸이 27.3%로 나타났다. 

사회적 고립

나 교수는 고독사의 정의서 ‘일정한 시간’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부패 단계 등을 참고해 7일로 할 것으로 제안했다. 그는 “약물에 대한 통합적 관리와 고독사 및 알코올 장애에 대해 상호 유기적인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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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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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