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이 현실로’ ELS 불완전판매 후폭풍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1.18 09:05:45
  • 호수 1462호
  • 댓글 46개

“원금 80% 보장” 약장수 자처한 은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홍콩 항셍 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가시화됐다. 모 시중은행의 ELS 상품을 계약한 일부 고객은 “손실 시, 원금의 80%를 보장해준다 약속했다”고 힘없이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해당 은행은 ELS 판매금액이 가장 높은 곳으로 드러났다. 

3년 전 판매했던 ELS 상품의 손실은 올해 상반기에만 수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주요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지난주부터 현장검사에 나섰다. 지난 7일, 사전점검서 ELS 판매사들의 관리체계상 미비점을 다수 확인한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위법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형식적 경고만

ELS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날 금감원은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과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 등 7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하겠다고 선포했다. 지난 8일,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1월 중 나머지 10개 판매사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기인 H지수 ELS 규모는 10조2000억원으로 이 중 증권사 물량이 1조2000억원가량이다.


자신을 불완전판매 피해자라고 주장한 제보자 B씨는 10년 이상 거래한 국민은행 팀장 김모씨에게 ELS 상품을 소개받았다고 했다. 그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부지점장이 원금 손실은 발생할 수 있지만, 80% 원금이 보장된다고 설득했다”며 “재차 원금 손실에 대해 반문하니 ‘아직 손실 난 적 없다’고 하면서 안심시켰다”고 호소했다. 

B씨는 지난해 1월경 아내와 함께 김 팀장을 만난 자리서 “이자소득은 얼마나 되나요?”라고 재차 물으니 “약 2400만원 정도된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B씨는 취재진에게 “돌이켜보면 그 당시 홍콩 H지수가 곤두박질쳤는데 팀장이 천연덕스럽게 수익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B씨는 아내에게 이자소득 명의를 이전하기 위해 함께 방문한 자리서 수익 보장 내용을 들었다고 한다. 평생 함께 모아온 목돈으로 아내에게 선물을 안기려 했던 남편의 바람은 하루아침에 악몽으로 변했다.

B씨는 지난해 말 ELS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지자, 은행 측에 계약서를 들여다보겠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은행 측은 “계약서는 없고 신청서만 있다”며 B씨가 작성했던 신청서만 보내왔다. 신청서에는 ELS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라는 설명조차 없었다. 

단지, “이 계약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며, 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신중하게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는 신청서 작성 과정서 은행 관계자가 B씨에게 “원금 손실 80%를 보장하겠다”고 설득했던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B씨의 피해사례는 금감원이 들여다본 불완전판매 사례의 전형적인 예다. 앞서 지난해 11~12월 ​금감원이 ​진행했던 조사에서도 일부 판매사가 계약 관련 서류를 보관하지 않았고,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금감원의 집중 조사를 받게 되면서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졌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에 연동된 증권으로 만기 때 가입 당시와 비교해 70% 지수를 넘으면 원금과 높은 이자를 돌려준다. 반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금마저 손실을 볼 수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불완전판매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ELS가 고위험 파생상품임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ELS로 인한 원금 손실의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다”는 형식적인 경고만 들었을 뿐, 상품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파생상품은 미래 가격이 불확실한 원유, 금 등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약속한 날과 가격을 미리 정하고 거래하는 행위를 상품화한 것을 의미한다.

선물, 옵션, 스와프 등이 파생상품 범주에 들어간다.​​

ELS는 통상 코스피200, 미국(S&P500), H지수 등 국가별 대표지수가 가입 당시보다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수익률이 보장되는 구조다.

문제는 2021년 상반기 판매한 H지수 ELS는 당시 초저금리 상황서 약정 수익률은 연 2, 3%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당시 예금금리와 겨우 1~2% 차이나는 수익률을 얻는 조건에 원금을 전부 날릴 수 있도록 설계된 위험한 상품이라는 것이다.

특히, 만기 전에는 가입 해지가 불가능해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주식보다 위험하다. 금융기관이 ELS 상품을 초고위험 상품으로 관리하는 이유다.

ELS 상품의 대부분 만기 기간은 3년 만기로 6개월마다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스텝-다운형’ 상품이 많다. 만약 조기상환 조건에 ‘95-90-85-80-75-70’ 등이라고 돼있다면, 이 6개의 숫자는 기초자산의 최초 시작가 대비 %를 의미한다.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확인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금융사가 약속한 수익을 함께 지급하고 상품을 종료시킨다.

홍콩 H지수 반토막 ‘아시아 금융 허브’ 옛말
실적 따라 수시로 한도 변경···손실 3조 예상

예컨대 A사 주가의 시작가가 100달러였는데 6개월 뒤 평가 시점에 95달러 이상으로 유지되면 약속한 연간 수익을 주고 조기 상환시킨다. 반면, 평가 시점에 94달러라면 평가는 자동으로 6개월 뒤로 연장된다. 6개월 뒤 A사 주가가 90달러 이상 유지하고 있으면 수익을 주고 조기 상환시킨다.

하지만 주가가 90달러 미만이었다면 또 6개월 뒤에 평가한다. 조기상환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평가는 지연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지수가 ELS 만기 3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가입 시점 대비 반토막까지 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설명한다. ELS는 은행서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2002년 상품 인가가 난 이후 수익률을 보장하며 인기를 끌어왔다. 

2021년 상반기만 해도 1만2000선서 1만3000선을 상회하던 H지수는 지난해 말, 6000선으로 반토막 났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상품부터 대규모 원금 손실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손실 발생액은 3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ELS 증권 상품의 잔액이 8조4000억원 정도인데, 손실이 40~5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 국영기업 50개 기업의 주가를 바탕으로 해서 산출되는 H지수는 이례적인 불황을 맞이하면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홍콩 증권거래소서 신규 IPO와 2차 상장을 통해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58억8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홍콩서 상장을 통한 총모금액이 516억달러에 달했던 것과 비교해 IPO 규모가 88% 넘게 줄어든 셈이다.

다양한 원인으로는 외국 투자자들의 이탈, 중국 당국의 규제 등이 꼽힌다. 홍콩이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명성도 옛말이다. 홍콩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도시로 꼽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들은 자금 조달 장소로 홍콩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초 시중은행서 ELS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는 “홍콩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 볼 일 없다”는 은행 측의 권유로 가입했다고 한다. 다수의 투자 피해자들은 ELS를 판매한 일부 금융사 측의 ‘단골 멘트’라는 후문이다.

최근 불완전판매 논란의 중심에 선 은행들의 ELS 상품과 관련해 은행마다 판매한도 규정도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에선 ‘잘나가는 만큼 더 많이 팔 수 있도록’ 판매실적에 따라 수시로 한도 증액이 가능했다. 은행들의 고위험 상품 영업·판매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ELS 판매한도와 관련된 규정은 제각각이다. H지수 ELS 판매금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지수 변동성이 높아지면 판매 목표 금액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 변동성이 30% 이상이면 판매 목표금액의 50%만 판매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박충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국민은행이 이 같은 내부 규정을 어기고 80%까지 한도를 올려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민은행이 내규를 어기고 판매한도를 무리하게 증액했다고 지적했다.

규정도 미비

문제는 ELS와 같은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대한 판매한도가 수시로 증액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비(非)예금상품위원회를 통해 ELS 상품 등 판매한도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가 총 한도만 설정할 뿐, 판매실적에 따라 상품별 한도를 수시로 늘릴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특정 상품의 판매금액이 증가해 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을 때 한도 조정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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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